소설리스트

SSS급 마검사 도련님-75화 (75/264)

후후후후루루룩.?75회

도서관075.

포에닉시안의 시립도서관.

포에닉시안이 발전을 거듭하기 전부터, 상당한 장서량을 자랑해온 장소라고 한다.

물론 실제 규모는, 역사가 수백 년 단위인 메트리시아 대도서관이나, 왕립도서관을 이길 순 없자만.

그래도 이곳 또한, 유그라시아에서 다섯 번째로 큰 규모의 도서관이었다.

덕분에 해외에서도 꽤 유명한 장소였다.

오히려 앞으로 십수 년 안에, 다른 도서관의 규모를 맹추격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도서관 내부는 약 8층으로 이뤄져 있다.

책 종류에 따라 관이 나눠져 있으며, 각 관에 들어가면 책과 책꽂이가 한없이 가득했다.

나무 재질의 문과 책꽂이들이 넘쳐나는 것이, 그 자체로 미궁 같았을까.

에우드는 모르는 사람이 처음 오면 까딱하다 길을 잃겠다 싶었다.

그래도 제시카 또한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던 시민 중 한 명.

그 덕에 크게 헤매지 않고 무사히 움직일 수 있었다.

외부에서 교사 일을 할 때, 자료를 찾으러 며칠마다 들렸다는 모양이다.

또 티아나나 셀레나도 가끔씩 왔었다고 하고.

“티아나 누나, 책 엄청 쌓아뒀네.”

“마침 찾아볼 책들이 많이 필요했어!”

티아나는 이때다 싶은 느낌으로 연금술 서적을 가득 가져왔다.

팔락팔락, 엄청난 속도로 책을 넘기고 있다.

누가 보면 대충 보는 줄 알지만, 실제론 핀포인트로 자기가 필요한 걸 찾는 과정이었다.

카밀라는 오늘 아침 라그나릴 본가로 향했다.

요 며칠, 가레스나 로로나와 함께 포에닉시안 내의 여러 세력과도 만난 모양이다.

앞으로의 기반을 다지기 위한 과정.

동시에, 포에닉스와의 또 다른 협력관계를 만드는 과정이었다.

그러고 나선 또, 틈틈히 연금술 실험도 계속했으니 말이다.

카밀라도 꽤 피곤했으리라.

그래도 어제 취한 휴식도 있고.

티아나와 연구하는 것도 좋아하다 보니 마냥 힘들진 않았던 걸까.

덕분에 돌아가면서도 정말 재밌었다고 티아나와 짝짝짝.

저택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용인들에게도 인사를 전했다.

(“에우드, 나중에 라다루스 만나면 또 친하게 지내줘! 3년을 유학 다녀와서, 아직 친구가 별로 없거든~! 셀레나도, 혹시 걔가 또 도전하면, 언제든 가차 없이 밟아줘!”)

카밀라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남동생을 부탁하며 떠났다.

어쨌든 티아나도, 요 며칠 간의 연구 덕에 시도해볼 실험들이 많아진 모양이다.

쌓아둔 서적을 보자, 그 의욕이 확실하게 전해졌다.

셀레나와 제시카는 현재 잠깐 역사책이 있는 관에 가 있었다.

티아나도 셀레나도 아카데미 시험 과목을 확정해야 한다.

이렇게 나온 김에, 도서관을 한 번 쭉 살피기로 한 것이다.

에우드가 하기로 한 건 일단 자유로운 행동.

원하는 대로 책을 찾아보고, 즐겁게 있으면 된다고 한다.

제시카도 이따가 와서 함께 돌아봐 주기로 했다.

에우드도 이제 슬슬 움직일까 했다.

“티아나 누나, 그럼 나도 잠깐 갔다-”

“어?! 잠깐, 에우드! 뭘 혼자 가려는 거야?! 길 잃지 않게 누나 눈에 보이는 데에 있어!”

“게흑.”

일어나던 에우드의 목덜미를 티아나가 재빨리 잡았다.

와이셔츠의 옷깃이 목을 팍 잡아 당긴다.

“하, 하지만 나도 뭐든 찾아봐야하니까.........”

“.......우웅.”

티아나는 에우드와 연금술 책들을 잠시 번갈아 봤다.

“.......알, 알겠어. 그럼 나도 같이 갈게!”

“괜찮아?”

그래도 동생 걱정이 앞서는 모양이다.

살피던 책을 잠시 덮고, 자료를 정리하던 연금술 노트만 품에 꼭 안는다.

“어차피 우리 이름 대면, 여기 책은 뭐든 대여할 수 있으니까. 자료 정리는 집에서 해도 돼!”

역시 포에닉스 가문.

도시의 주인이자 도서관 최대 스폰서인 만큼, 고가의 서적도 문제없이 가져갈 수 있었다.

도서관 자체가 과거에 포에닉스 가문에서 세운 것이니 말이다.

각 도서의 소유권마저 주장할 수 있는 위치긴 했다.

티아나는 한 손에 노트를 쥔 후, 다른 한 손으론 에우드의 손을 잡았다.

작은 누나의 포근함과 함께, 방금까지 만진 책 냄새가 에우드에게 전해진다.

“자, 탐색탐색! 이 누나가 같이 가줄게!”

그 뒤로 에우드와 티아나는 손을 꼭 잡은 채 한동안 도서관을 걸었다.

도서관 곳곳엔 이용객들이 여럿 있었는데,

대부분은 어른들이거나 아니면 꽤 좋은 옷을 입은 아이들이었다.

필연적인 문맹률 때문일까.

솔직히 에우드가 운이 좋았던 것뿐. 대부분의 아이들은 아직 글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맞다, 에우드. 드로와가 빌려준 책 아직 다 못 읽었지?”

“사교회 끝난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언제까지 돌려주면 되지?”

“플로라를 한 번 만나봐야 다음에 모이는 날짜를 정할 텐데. ........그래도 곧 알아서 오겠지만.”

“알아서 온다니?”

“거대 사교회 종료 후 일주일. 그게 플로라가 우리 저택에 쳐들어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야.”

“.......??”

티아나가 말하길 사교회가 끝나고서 일주일은, 케인즈 일가가 바쁘다고 한다.

회장인 소일이, 매번 사교회에서 여러 사업을 펼치고 오기 때문이라나.

그리고 사교회가 종료되면 약 일주일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세력들과 미팅을 한다고.

플로라는 그런 아버지와 함께, 미팅 장소에 가 ‘차기 후계’로서 모습을 비추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일주일이 지나면, 아무리 플로라라도 지치는 모양이다.

덕분에 너무 피곤하다면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놀러 온다고 한다.

......역시 티아나와 플로라가 항상 티격태격해도,

막상 보면 서로의 패턴을 꿸 만큼 친하다.

“-오! 역시 우리 집안이 만든 도서관, 이 책이 있구나! 보는 눈이 있어! .......에우드, 이런 건 어때? 내 추천 도서야!!”

“어디- 아하, 연금술 책이구만.”

“헤헤헤........”

책 이름은....... ‘기초부터 시작하는 헤루네비아의 연금술’.

티아나가 연금술을 시작할 때 자주 읽었던 책이라 한다.

헤루네비아라는 사람은, 현재 현역으로 활동하는 유명 연금술사라고.

티아나가 열 살도 되기 전에 읽은 책이기에, 에우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거라나.

마침 이번 방문 목적은 특정 도서를 찾는 게 아닌, 흥미 찾기다.

때문에, 에우드도 책 종류를 편식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또 연금술에 관심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티아나에게 간간이 배우는 것으로, 네 번째 과목을 충족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곧 에우드가 그 책을 꺼내자, 티아나는 정말 기쁘게 웃었다.

에우드에게 꼭 붙어 뺨을 비비며 포옹해준다.

“연금술을 하겠다면, 언제든 누나가 가르쳐줄 테니까!”

“그땐 부탁할게에에에-”

“에우드는 이 누나가 가르쳐줄 거야~!”

막내를 끌어안는 작은 누나의 깜찍한 애정표현.

에우드도 쑥스럽긴 했지만, 잠자코 받아갔다.

좀 더 걸어, 이번엔 다른 관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새로 들어온 관 내부엔 외국어 서적들이 상당히 많았다.

아마 저게 제시카가 배웠다던 수인어와 트라이벨어.

그래도 역시 에우드나 티아나에겐 아직 읽기 어려운 책이다.

“여긴 뭔가 되게 낯설다, 에우드.......”

티아나도 이쪽은 처음 들어오는 모양이다.

“그래도 간간이 읽을 수 있는 책들도 있어.”

공용어로 적힌 책들도 여럿 있다.

아마 여러 언어권의 책들이 모인 장소인 것 같았다.

다만 어른들의 눈높이에 맞춘 걸까.

공용어로 적힌 서적들은 모두, 두 아이보다 높은 위치에 놓여 있었다.

에우드와 티아나는 함께 고개를 높이 들고 흥미로운 제목들을 찾아간다.

그렇게 한 10분 정도를 잡담하며 걸었을까.

“........던전.”

“던전?”

에우드는 아는 단어가 적힌 책을 발견했다.

‘7대 던전과 그 위험도에 대하여’.

그것이 책의 이름이었다.

“응? 7대 던전.......? 그런데-”

에우드의 시선을 쭉 따라가 본 티아나가 말했다.

“높아!”

“높네........”

책이 꽂혀 있는 부분은 책장의 최고 윗부분.

아마 2m가 좀 더 넘는 높이였을까.

티아나와 에우드가 아무리 발꿈치를 들어도, 닿기엔 너무 먼 곳이었다.

에우드는 잠시 점프를 하거나, 혹은 책장을 밟아서 올라갈까 했지만-

“안돼! 품위 없어! 포에닉스는 밖에선 언제나 최소한의 품위는 꼭 지켜야 해!”

.......라며 말렸다.

사실 티아나의 말도 맞는 게, 이 관에도 여러 사람이 있었으니 말이다.

포에닉스의 아이들이 경망스럽게 행동하는 것도 좋진 않다.

“사다리가 있을까.”

“한 번 찾아보자! 아까 다른 옆 관에는 있었으니까, 아마 물어보면 빌려줄지도.”

그렇게 두 아이가 주변을 둘러보려는 때였다.

“어머-”

“응?”

“?”

어떤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쪽 관에는 아이들이 오는 게 드문데. 게다가........ 어머어머-”

에우드와 티아나 둘 다 고개를 돌려보자, 거기엔 갈색 머리의 여성이 있었다.

갈색이라고 했지만, 상당히 부드럽고, 금발에 가까운 갈색.

고급스러운 나무의 색을 보는 것처럼, 정말 윤기 흐르는 갈색의 머리였다.

머리 한쪽을 뒤로 넘기고, 애교스럽게 절반 정도 내려온 앞머리가 정말 아름다웠다.

에우드가 보기엔 아마- 스무 살은 넘지 않은 것 같다.

아직 소녀라 불리기엔 충분해 보인다.

.......다만 그보다도.

‘뭐지?’

에우드는 어째서인지, 이 여성에게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포에닉스 아이들을, 보게 될 줄은.”

여성은 우아하게 웃음을 피우며, 에우드와 티아나에게 다가왔다.

티아나는 거기에 왠지 모를 불안을 느낀 걸까. 에우드의 앞에 서둘러 나선다.

여성은 그 모습을 보곤 후훗하며 기분 좋게 웃었다. 귀여워하는 것으로 보였다.

“두 분 다, 대화가 살짝 들렸어요. 책을 못 꺼내고 있던 거 같은데. 어떤 책인가요? 제가 꺼내드릴게요.”

기품을 담아 웃으며, 갈색 머리 여성은 에우드와 티아나에게 책의 제목을 물었다.

“저기, 혹시 실례지만 누구세요?”

티아나는 경계를 거두지 않고 그걸 먼저 말한다.

에우드의 손을 꼭 잡고, 누나로서 앞장서서 보호해간다.

에우드도 아까부터 느껴지는 묘한 기운에, 몰래 주먹을 쥐었다.

“아하....... 제가 너무 무신경했네요, 티아나. 에우드.”

갈색머리의 여성은 두 사람을 향해 약식으로 예를 표했다.

“소개가 늦어져서 죄송해요. ‘디에스’라고 해요. 디에스 엘루 유펠하이넴. 저번 메트리 사교회, 멀리서 여러분들을 봤었답니다.”

유펠하이넴이라면 10대 귀족.

곧바로 디에스가 가문의 문양- ‘하얀 뱀’이 새겨진 반지와 시계를 보여주자, 티아나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저번엔 도중 빈혈이 와서 말이죠. 포에닉스의 아가씨 도련님한테는 미처 인사를 하지 못했네요.”

“저, 저도...... 의심해서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티아나는 누나로서 당연한 일을 한 거예요.”

디에스가 고개를 살짝 꾸벅이자, 티아나와 에우드도 거기에 맞춰 사과를 전했다.

유펠하이넴의 경우 포에닉스와 교류는 많이 없다.

어른들끼리는 잘 만나지만, 아이들은 아직 직접적인 교류를 나눠본 적이 없었다.

때문에, 티아나가 못 알아본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오늘은 이 도시에 잠시 미팅이 있어서, 시간이 남는 차에 도서관에 들렀답니다. 우후훗.”

정말 상당히 아름다운 사람.

행동 하나하나가 나긋나긋한 것이, 정말 참 귀족다웠다.

같은 10대 귀족 영애인 두 누나나 카밀라와는, 확실히 정반대로 느껴졌다.

하지만 에우드는 아무래도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그건 의심이라기보다도 희미한 기시감 가까웠다.

“실례가 안 되면 아까 꺼내려 한 책을 다시 말해줄 수 있을까요?”

그래도 두 아이에게 쭉 예를 다해주는 말투다.

일단은 악의도 없다.

그럼 에우드도, 지금은 그 예에 맞게 행동하자고 생각했다.

“저기....... 맨 위에 있는 7대 던전 서적이에요.”

“어머, 7대 던전......! 신기한 흥미네요. 그래요, 잠시만 기다려요. 제가 바로 꺼내드릴게요. 후후훗.”

디에스는 에우드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위로 쭉 뻗었다.

문제는.

“어라? 흡.”

““.......??””

“흐으으읍!”

닿지 않는다.

아주 조금, 닿지 않았다.

“으으으읏!!”

디에스의 키가 큰 편은 아니어서일까.

까치발을 들어서까지 노력했지만, 정말 조금 모자랐다.

그만큼 이쪽 책장이 높았다는 의미겠지만.......

“.......(디에스)”

“.......(티아나)”

“사, 사다리 가져올게요.(에우드)”

“멈추세요. 스탑. 원 모어 타임. 괜찮답니다, 에우드.”

디에스는 에우드가 가려는 걸 바로 만류.

곧 팔을 계속 든 채로 잠시 심호흡을 한다.

그러더니-

폴짝!!

““!!!””

영애치곤 꽤나 발랄한 움직임으로 점프했다.

티아나가 말하길 품위 없는 행동이지만, 티아나도 지금은 입을 꼭 다문다.

곧, 디에스의 손에 무사히 책이 뽑혀 나왔다.

““와아!””

“훗, 이정도쯤이야-”

두 아이의 환호.

디에스의 입가에도, ‘후훗’이라는 웃음이 올라왔다.

문제는 너무 기세가 좋았던 탓일까.

타악!

미끌!

“-끼야앗?!”

디에스가 착지하자마자 넘어져 버렸다.

바닥에 구두가 한 번 쓸리자, 마치 얼음판에 미끄러지듯 넘어진다.

와락!!

그것을 재빨리 에우드가 잡았다.

넘어지는 디에스의 등을 안아 지탱해준다.

“휴우....... 괜찮으신가요?”

“하아아아. 네, 네에.......”

에우드에게 안긴 디에스는, 왜인지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에우드. 덕분에 살았어요.”

“아, 예. .......디에스님???”

그러더니 디에스는, 거의 10초 정도를 일어나지 않고 에우드의 품에 있었다.

그것뿐일까, 계속 에우드를 바라보고 있다.

“저기. 언제까지 안겨 계실 건가요?”

“어머, 제 정신 좀 봐.”

뒤늦게 티아나가 지적하고 나서야, 유펠하이넴의 영애는 겨우 에우드의 품에서 일어났다.

[작품후기]오늘은 몇 번 켜졌을까요.

착한생각 착한생각.

여러분들의 열렬하고 감사한 답변에 맞춰 취향별로 골고루 가보겠습니다.

그래요, 취향을 가리면 안되는 거시에오......

무지개 사탕맛님, 미드란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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