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요소들은, 추후 스토리를 통해 하나씩 보여가려 했습니다.?74회
준비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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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우드는 컵에 물을 따라, 제시카에게 건넸다.
저택이 넓다 보니, 방마다 마실 물 정도는 준비해두고 있었다.
밖에는 달빛이 밝은 덕에, 마석등을 켜도 그리 티가 나진 않았다.
창문 너머로 찬 기운을 가진 빛이 부드럽게 들어온다.
밤이 깊어진 덕에 살짝 차가워진 물을, 제시카는 꿀꺽꿀꺽 마셨다.
“쿠하-! ........공짜 술이라고 오랜만에 너무 마셔버렸어요.”
“고기를 먹으러 갔는데, 술값이 더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얼굴을 못 들겠네요.”
그렇게는 말하지만, 여전히 제시카는 알딸딸한 얼굴.
어떻게든 제정신은 차리고 있긴 해도 아직 좀 취한 상태다.
간간이 딸꾹딸꾹거리기도 하고.
이래서야 씻지도 않고 드러누울 것 같아서, 에우드는 차마 눈을 떼기가 힘들었다.
“제시카, 씻고 자야해요.......?”
“알, 알겠어요! 알겠으니까.........”
“양치도 꼭 해야 해요?”
“술, 술 좀 더 깨면 하러 갈 테니까요........”
열 살짜리한테 잔소리를 듣는 건, 스물두 살도 역시 버티지 못하는 걸까.
베개를 꼭 안았던 팔을 붕붕 휘두르며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다.
“예전에도 자주 취할 때까지 마시셨나요?”
“........교사 일 안 할 때는 자주요.”
“술, 술고래도 그럼........”
“그, 그건 좀 변명할 여지가 있는데요?!”
결국 제시카가 술을 조금만 즐긴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나보다.
제시카도 항상 교사 일을 했던 건 아니라서, 헌터 활동만 할 때는 자주 마셨다고 한다.
들어보니, 길드 헌터들 사이에서는 회식이 많다고 한다.
헌터 특성상 웬만해선 팀으로 움직이니 말이다.
제시카는 확실히 소속한 팀은 없이, 길드 임무가 들어오면 임시로 팀을 이뤘다고.
임시 팀이긴 해도 임무가 끝나고 함께 식사하는 건 암묵적 전통이라나.
확실히, 아까 갔다 온 가게와 거리 곳곳의 식당.
곳곳에서 헌터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다들 임무를 끝내고 돌아와 회식하던 것이겠지.
제시카도 그런 자리에서 항상 마음껏 마신 모양이다.
“술고래라는 것도, 지들이 먼저 많이 마시기 내기를 걸길래, 그거 참교육해준 것뿐이라고요?!”
아무래도 술값을 건 술 마시기 내기가 있던 모양이다.
평소 제시카와 같은 여성 헌터들에게 우악스럽다고 놀리던 남자들이었다나.
결국, 제시카가 여성 헌터 그룹의 대표로서 팔을 걷고 나섰다고.
이후 오늘 같은 주량을 터트려, 완전한 승리를 쟁취한 것이다.
다만 후폭풍에 직격당한 나머지, 그다음 날엔 몇 차례나 속을 게워냈다고.
그리고 술값 내기는 이겼으나,
그 술집에 있던 남성들에겐 두려움을, 여성들에겐 경외를 얻어버렸다고 한다.
덧붙여 술고래라는 별명까지.
“그 술집엔 그 뒤로 가지 못하고 있죠........”
“상처투성이 승리네요.......”
“제 말이요........”
이것은 에우드가 나중에 알게 되는 사실인데,
그 술집에서 ‘술고래 제시카’는 반쯤 전설로 회자 되고 있다나 뭐라나.
어쨌든 비슷하게, 포에닉스 헌터팀도 가끔 크게 회식을 연다.
멤버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가레스나 알베르토는 최대한 자리를 피해준다고.
얼마 전 에우드도, 디안 팀의 안나하고 잡담하다가, 곧 회식이 있다고 들었다.
다들 스팀팩 후유증도 가셨고 약 복용도 끝났으니, 시기가 딱 좋다나.
제시카에게 그걸 말하자, 제시카도 자리를 권유받았다고 한다.
일단 에우드는 물을 한 잔 더 따라온 다음 제시카의 옆에 폴싹 앉았다.
혹시나 제시카가 잠든다 싶으면 바로 깨우기 위해서였다.
에우드가 걸터앉자, 푹신한 침대가 위아래로 한번 움직인다.
다만 에우드의 몸이 조그맣다 보니, 그리 크게 흔들리지는 않았다.
“그런데 살면서 처음으로 남자에게 안겨진 게 이런 상황일 줄은요........”
아무래도 안겨져서 온 건 처음인 모양이다.
취기 때문인지 제시카는 여전히 빨간 얼굴이다.
“어........ 죄송해요, 제시카. 제가 괜히 나섰어요........”
에우드는 소중한 기회를 뺏었다 싶어, 작은 고개를 꾸벅 숙여 사과한다.
“네!? 왜 사과하시죠?!”
“제가 쓸데없이 들어가지고........”
“아니, 오히려 저 지금 엄청 좋은 경- 읍! 사, 사과할 필요 없답니다, 도련님.......”
제시카는 허둥지둥 괜찮다며 말했다.
“.......아니 근데, 어떻게 이렇게 조그마신데, 힘이 그렇게 나오는 걸까요? 제 무게도 상당히 나갈- 저, 제가 무겁다는 이야기가 아니고요? 피부 말고도 전 제 몸매도 잘 유지하고 있답니다.......?”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제 발 저리는 제시카에게, 에우드는 난처하게 웃었다.
“아뇨, 제시카. 하나도 안 무거웠어요.”
“........도련님 힘으로 얘기하시니, 많이 와닿지 않네요.”
“힘만 센 거죠.”
“에우드 도련님 힘이면 힘만 세다고는 말 못 하죠........ 으으으음.”
제시카의 숨결이 갑자기 조금 세졌다.
숨에 섞인 술 냄새가 강하게 전해진다.
에우드도 뭔가 해서 고개를 돌려보니-
“제시카?”
제시카가 취한 얼굴로 에우드의 얼굴을 쭉 보고 있다.
.......아직 취기가 돌고 있다.
“에우드 도련님. 이 제시카, 부탁이 하나 있어요.”
“네, 넵. 무슨 일이세요?”
“역시 교사와 학생이라도, 서로 공평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그렇기는 하죠.......?”
술을 마신 어른이라는 건, 아이들에겐 왠지 무섭게 느껴지는 탓일까.
목소리 높이도 달라지고 숨소리도 달라지니 말이다.
아무리 살아온 배경이 살벌한 에우드라도, 이런 식으로 보면 약간은 압도당해버린다.
위험도 S 몬스터에게도 안 떨던 에우드는, 자신도 모르게 제시카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도련님, 이렇게 된 거 한번 꼭 끌어 안아봐도 되나요. 딸꾹.”
제시카 올데그랑트. 22세.
이 여자, 역시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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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오오오오옥.
“후아아아아- 좋네요, 정말 좋네요, 도련님.........”
술로 인해 따끈하게 데워진 숨결을 가득 내쉬면서,
제시카는 에우드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꼭 안고 있었다.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기에, 에우드도 머뭇머뭇하면서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정수리 쪽부터 쭈욱 술 냄새가 내려오고 있지만, 감수 못 할 정도는 아니다.
술 취한 제시카가 점점 무서워졌기에, 바로 받아들이기도 한 거다만.
제시카가 꾸욱꾸욱 포옹할 때마다, 에우드에게도 폭신폭신함이 느껴졌다.
“만족할 만큼 하시면 세수하러 가셔야 해요?”
“알겠다니까요....... 하으으으........”
하다 못 해 자기 전에 씻는 것만큼은 하자고 말해본다.
들은 건지 안 들은 건지, 제시카는 적당히 대답하며 에우드를 더 꼭 안았다.
“에우드 도련님은 끌어안고 자기에 좋네요........ 아가씨들이 왜 그렇게 끌어안는지 알 거 같아요.”
“아니, 자면 안 돼요, 제시카.”
“네에- 아직 안 잘 거예요-”
여전히 딸꾹거리면서, 제시카는 에우드의 머리를 쓰담쓰담.
그리곤 고개를 앞으로 하여, 에우드에게 뺨을 문질문질댄다.
“........”
“으아아아- 제시카제시카!”
“어맛. 하마터면, 이 좋을 때 잠이 들 뻔했네요......”
안 되겠다.
이러다 제시카가 정말 잘 거 같았다.
에우드는 서둘러 이야깃거리를 찾았다.
그러다가 아까 제시카가 자느라 못 들은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다.
아버지 가레스와 리퀴아가 아카데미 동창이라는 것.
다른 황금의 기사 둘도 함께 아카데미에 있었던 것.
그리고 리퀴아의 첫사랑 이야기라던가.
에우드가 그것을 차례대로 말하자, 다행히 제시카도 조금씩 잠을 깨며 반응했다.
“네, 다른 분들도 아카데미에 계셨던 건 알고 있었어요. 가레스님의 젊었을 적 인기는 엄청났다고, 교수님들도 자주 말씀하셨답니다.”
“티아나 누나가 이걸로 슬슬 믿어줬으면 좋겠네요.”
“아하하, 제가 직접 증언을 해드릴게요. 그리고- 리퀴아님은 출석이 좀 나빴다고 하셔요. 데우트님한테 F를 받은 건, 어쩌면 그런 일환일지도요.......?”
“그건 정말 리퀴아님답네요.”
어쩌면 억울한 쪽은 오히려 데우트 쪽일지도 모른다 싶었다.
“그래도, 막상 또 성적은 나쁘지 않았고. 또 그때부터 ‘창술’에서 엄청난 힘을 자랑하셨다고 해요.”
“창술?”
“리퀴아님은 창이 주력이셔요. 저도 듣기만 한 거지만, 성인 남성만 한 거대한 날이 달린 창을 쭉쭉 휘두르신다고 해요.”
“우, 우와아아.”
저번에 휘두르던 목검은 어디까지나 연습용.
전공은 완전히 달랐던 거다.
그보다 그 쯤되면 창이 아니라, 창 모양의 무언가가 아닌가 싶지만.
”그, 그런데- 조, 조안님이 역시 리퀴아님의 첫사랑이었군요. 혼담을 거절한다는 얘긴 많이 들었지만, 라그나릴 가문의 혼담까지 거절했을 줄은........”
에우드를 끌어안은 제시카의 팔에 조금 힘이 들어간다.
“조안님이 48........ 리퀴아님이 35........ 13......”
“제시카?”
“제가 22........ 도련님이........ 10.(중얼중얼)”
“제시카.......?”
“12.......(중얼중얼)”
쓰다듬는 속도도 어째서인지 빨라져 간다.
곧 에우드가 살짝 갑갑한 티를 내자, 제시카가 그제야 놀라며 힘을 풀었다.
“그리고, 리퀴아님이 하나 더 말한 게........”
“조, 조안님에 대한 이야기인가요?”
“아뇨아뇨.”
에우드는 제시카가 거기에 꽤 관심을 가진다고 생각했다.
하긴 연애에 굶주려 있는 제시카다. 의외로 그런 데에 흥미는 많을지도 모른다.
“저보고, 하고 싶은 건 없냐고 하시길래요.”
“하고 싶은 거?”
에우드는 리퀴아가 한 말을 제시카에게 쭉 전했다.
그리 긴 말은 아니었기에, 말하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제가 깨어있어야 했네요. 이래서야 교사 자격이 없어요.”
그 자리에 있던 유일한 교사로서,
제시카는 자신이 뭔가 말해줄 타이밍을 놓쳤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에우드를 끌어안은 몸으로, 괜히 풀 죽는 게 느껴졌다.
에우드는 조금 걱정하는 눈치로 뒤를 돌아봤다.
그래도 다행히 풀 죽음은 오래 가진 않는다.
제시카는 곧바로 에우드에 가까이 얼굴을 대 눈을 마주쳤다.
“일단 도련님이 시험 치기로 한 건 마법과 검술, 그리고 미궁이론이니까요.”
그때는 민감한 이야기가 나와 대화가 흐지부지됐지만.
에우드는 오늘 낮에 제시카와 이야기하여, 세 번째 과목을 미궁이론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전부 도련님이 잘 하는 거지, 하고 싶은 건 아니겠네요.”
제시카는 도중부터 잠기운도 딸꾹거림도 없어졌다.
알딸딸한 건 여전했지만, 에우드의 말을 자기 일처럼 고민하고 있었다.
“에우드 도련님한테는 다시 듣는 게 되겠지만, 하고 싶으신 건 있으신가요?”
“.......모르겠네요.”
“그럼 더 간단히. 이곳에 오고부터 좋아진 뭔가가 있나요?”
“........”
“괜찮아요. 희미한 거라도. 나중에 답이 달라져도 괜찮으니까요. 리퀴아님 말대로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요. 지금은 정말 간단히. 자유로이 생각해보세요. 제시카는 쭉 기다릴게요.”
에우드의 고민을 기다리며 응원해주듯 꼭 안아준다.
그로부터 몇 분 정도를, 제시카는 에우드의 머리를 만지며 기다렸다.
“........재밌는 거.”
“재밌는 건가요?”
“막상 읽어보니, 책도 재밌는 게 많았고. ........제시카가 수업 때 해준 이야기들도 재밌었고요.”
“제 수업이 재밌으셨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제시카는 항상 수업연구를 많이 하는 만큼, 에우드의 말이 참 고마웠다.
“티아나 누나의 연금술도 보고 있으면 재밌어요. 셀레나 누나랑 대련하는 것도, 의외로 재밌고요.”
에우드의 대답에 제시카는 만족스럽게 웃는다.
“에우드 도련님. 내일 수업은 한 번, 아가씨들이랑 함께 밖에서 공부해보죠.”
“밖이요?”
제시카는 에우드에게 고개를 활기차게 끄덕였다.
“거리로 다시 가보죠. 포에닉시안의 시립도서관부터 한 번 가보고. 그리고 여러 가게도 들러보고. 저번에 못 간 인형가게도 한 번 들릴 겸!”
그렇게, 내일의 스케쥴이 갑작스레 정해져 버렸다.
“.......그럼 오늘은 이제 피부관리 하셔야겠네요.”
“.......술을 마셨으니까요. 평소보다 더 조심해야겠어요.”
제시카도 무사히 세수하러 가기로 했다.
[작품후기]연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