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회
준비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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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퀴아가 데려온 곳은 꽤 시끌벅적한 가게였다.
사람들도 많고, 여러 장소에서 파티를 벌이는 이들도 많은 음식점.
사실, 좋게 말하면 꽤 활기차고,
나쁘게 말하면 다소 경박한 장소라 할 수 있을까.
티아나도 셀레나도, 외식할 땐 사람들이 많은 가게에 오지 않은 모양이다.
당연한 것이 도시를 관리하는 대귀족의 따님들이니 말이다.
포에닉스 일가가 외식할 때 가는 곳은 포에닉시안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음식점이라고.
가레스가 굳이 그걸 고집했다기보다도, 아이들의 호위라던가, 편하게 먹게 한다던가-
그런 여러 가지를 고려하고 데려간 것인 듯하다.
그래서 에우드는 두 누나가 가게에 조금 저항을 보이지 않을까 했는데-
“에우드 입 벌려, 고기 들어간다!”
“우그그(우물우물)”
“아아?! 언니가 고기를 이미 넣어버렸어?!”
“에우드, 이것도.”
“저기, 에우드 다 먹은 다음에 넣어줘, 언니........”
“무으으으(우물우물우물)”
역시 자유분방한 포에닉스의 따님들.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아가씨들은 이미 완전히 적응되었다.
누가 보면 벌써 열댓 번은 왔다고 여겨질 정도로, 음식점에 잘 녹아들어 있었다.
그리고 또 가레스면 몰라도, 모든 사람이 귀족 아이들의 얼굴까지 아는 건 아니어서일까.
포에닉스의 아이들이 들어온 것에 반응하는 이는 많이 없었다.
그저 좀 잘 사는 애들이 왔구나- 정도의 반응.
게다가 다들 포에닉스 문양을 살짝 가려뒀으니 말이다.
조금 의혹의 시선을 보내던 이들도 있긴 했다.
그래도 바로 자신의 테이블로 고개를 돌려 연회를 이어간다.
고기를 먹는 방식은 에우드가 생각한 것과 전혀 달랐다.
리퀴아가 고기고기라고 하기에, 당연히 여러 일품요리가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테이블에 앉아보니,
달궈진 판에 작게 자른 고기들을 놓고 즉석으로 구워 먹는 방식이었다.
유그라시아나 이 주변 나라에선 상당히 드문 형태다.
유그라시아에서 멀리 떨어진 나라의 조리방식이라고 한다.
포에닉스 삼남매는 이런 식으로 먹는 건 처음이었기에, 셋 다 꽤 놀라버렸다.
“맛있다아아........”
출발 전까지만 해도 “연금술, 연금술~!”이라며 불평하던 티아나는, 어느새 마음껏 고기를 먹고 있다.
그래도 품위는 최대한 지키는 것인지, 입가에 묻는 것들을 닦아가며 꽤 조신하게 먹고 있다.
아이들 중 먹는 양이 가장 많은 셀레나는, 이미 본래의 식탐을 거리낌 없이 발휘하고 있었다.
“에우드, 입.”
“-하으으읍. 내, 내가 직접 먹을 수 있는데.”
“채소도.”
“우구굽.”
그런 와중에도 셀레나는 포크를 들어,
막내의 입에 고기와 채소를 쏙쏙 넣어주고 있다.
리퀴아가 말하길, 이 가게도 그냥 멋모르고 고른 곳은 아니라고 한다.
그걸 가장 먼저 알아챈 건 카밀라였다.
“의외로 고기의 질도 꽤 좋은 가게네요.”
“이 유그라시아 전국의 맛집은 이미 내 손아귀다!”
카밀라의 호평에, 리퀴아는 기분 좋게 웃었다.
리퀴아는 전국을 방랑하는 만큼 여러 맛집을 알고 있는데, 이 가게도 그중 하나라고 한다.
물론 전국구로 돌아다니는 만큼 자주 올 수는 없을 테지만.
그래도 포에닉시안에 들릴 때면, 이곳엔 항상 온다고 한다.
제시카는 페리아에게 고기를 전해주고 있었다.
엘리리가 못 온 만큼, 제시카가 페리아의 언니역을 해주고 있었다.
엘리리도 오늘 야간 임무기에, 리퀴아의 권유를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고.
“맛있어요....... 하으하으하으.”
페리아는 지글지글한 고기를 입에 넣고, 정말 맛있는 표정을 지었다.
저번에 보존식을 먹을 때도 그렇고.
역시 페리아는 언제나 복스럽게 먹는다.
그건 좋은 것이다.
에우드도 미각이 약한만큼, 맛있게 먹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 저, 저기! 맛, 맛있으니까, 맛있으니까 어쩔 수 없다고요......?!”
에우드의 시선을 안 페리아의 부끄러움에, 에우드가 황급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아뇨, 항상 먹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다고 생각해서-”
에우드가 서둘러 괜찮다며 칭찬을 하려 할 때였다.
“-구아아압(우물우물)?!”
““.........””
두 누나가 동시에 고기를 에우드의 입에 넣었다.
결국 에우드의 말이 끊겨버렸다.
그래도 이미 들릴 건 다 들렸기에, 페리아는 얼굴이 화끈화끈해져 있었다만.
“그래요, 항상 알면서 당한다니까요........”
제시카는 에우드를 보며 애절한 한숨을 잠시 쉰다.
“.......제시카씨, 저번부터 느낀 건데 취향이 상당히 위험하네요.”
“윽......! 저, 저도 알고 있어요.......”
“.......응원은 할게요.”
“괜, 괜찮답니다........”
그런 제시카를 향해 카밀라가 난처하게 바라본다.
제시카도 난처하게 고개를 숙인다.
고기를 구워주는 건 리퀴아였다.
아이들이 잘 먹는 걸 보곤 큭큭 웃더니, 고기 굽기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이어서 고기를 한 점 먹은 제시카는, 곧바로 자기 앞에 막 나온 음료 하나를 꿀꺽꿀꺽 마셨다.
“-카으으으~~!!”
술이었다.
정말로 온몸에 스며드는 표정에, 몸을 저릿저릿하며 떨어간다.
보는 것만으로도 그 개운한 감정이 전달되어온다.
“제시카 선생님, 진짜 잘 마시네.......!?”
“하아........ 흡수되네요. 오랜만에 이렇게 마시니까, 섭취라는 게 뭔지 실감되요.......!”
리퀴아가 의외로 놀라자, 제시카는 살짝 빨개진 얼굴로 후훗하고 웃었다.
“제시카, 술 좋아했나요?”
“아, 조, 조금......? 도련님, 지금 안 믿고 있죠?! 조금이에요?! 에우드 도련님, 제시카는 조금만 즐기는 정도랍니다?! 술고래로 불릴 만큼은 아니에요?! 소문을 들었다면 오해예요?!”
에우드는 별생각 없이 물어본 거지만, 제시카가 갑자기 겸손하게 답했다.
물론 아까 표정을 봐선 조금으로 끝날 것 같진 않았다.
........그보다 혹시 예전에 술고래라 불린 적이 있던 걸까.
헌터 활동을 하던 시절엔 많이 마셨을지도.
제시카는 저택에 오고서부터 항상 밤에는 수업준비를 한다.(피부관리도 함께 했을 테고.)
게다가 도중부터는 에우드의 야간 보충 수업까지.
그렇기에 밤에는 쉽사리 여유가 나지 않는다.
술을 마시려야 마실 수 없던 거겠지.
에우드도 그걸 생각하자, 충분히 지금의 반응이 이해됐다.
그러다 제시카는, 에우드에게 약간 잘못을 고백하는 투로 말했다.
“사, 사실........ 저택에서도 가끔씩 마시기는 한답니다.”
“어? 가능했나요?”
“메이드 숙소에도 술이 있거든요. 여유가 되면, 야간근무가 없는 사용인들끼리 모여서....... 한 잔씩 홀짝홀짝?”
가레스와 조안 둘 다 허락했다고 한다.
사용인들이 스트레스를 푸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술은 가레스의 재량으로 사용인들에게 가져다주는 것도 있고,
혹은 사용인들이 비번일 때 또 서로 술을 사 온다고 한다.
물론 저택의 일거리는 매일매일 넘쳐난다.
또 대귀족 가문의 사용인인 만큼, 너무 흐트러져도 안 된다.
저택에 긴급한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래서 딱 적당한 만큼만 마시는 모양이다.
포에닉스 표 보존식이나, 혹은 요리사 사용인들의 도움을 받아 안줏거리를 놓고 잡담을 나눈다고. 조안도 의외로 가끔씩 술자리에 참가하는 모양이다.
혹시나 해서 에우드가 물어보자 역시나, 주로 그 술자리를 여는 것은 마리였다.
과연 마리, 메이드 숙소의 엔터테이너.
참고로 술자리에선 매디가 꼬박꼬박 리미트를 걸어준다고.
매디가 없을 때면, 자칫하다간 ‘마리 올나이트’라는 게 개막된다나.
제시카는 그 뒤로 한동안 에우드의 눈치를 슬쩍슬쩍 보며 술을 마셨다.
하지만 그것도 해봤자 십몇 분.
“-으캬아아아아아!”
“우와아아........”
“제시카, 한 번에 다 마셨어.”
결국 도중 고삐가 풀려버렸다.
티아나와 셀레나가 감탄의 표정을 지었다.
“맛 조타아아아!!!”
제시카는 완전히 취해버렸다.
처음엔 홀짝홀짝 마시느라 겨우 한 잔 두 잔을 비워갔는데.
이젠 엄청난 속도로 빈 잔이 늘어가고 있다.
게다가 이 술잔, 결코 작은 크기는 아니다.
만약 술이 아니라 주스가 들어있었다면, 한 잔만 해도 포에닉스 삼남매가 함께 열심히 나눠 마셔야 사라질 양이었다.
페리아까지 도와주면 조금 빠르게 마실 수는 있을지도 모른다만.
“와, 와아....... 사실 좋아한다곤 들었는데, 이, 이렇게 많이 마실 줄은 몰랐다. .......게다가 가레스보다 더 잘 마신다.”
“엑.”
무려 황금의 기사가 떨 정도다.
리퀴아는 빈 술잔들을 보며 진심으로 놀라고 있다.
취할 때까지는 마시지 않는 리퀴아인 만큼, 그 주량에 더더욱 전율한다.
“한 잔 더요!! 시켜도 되죠, 리퀴아님?!”
“그, 다, 당연함다! 오늘은 마음껏 드쇼, 제시카 선생님!”
“와하하하-!!”
취해버린 제시카는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결국, 그로부터 수십 분 후,
“와하하하-!! 와하하-! ........흐악.”
쿵!
“거, 엄청난 선생님이구마.......”
제시카는 테이블에 머리를 대고 잠들어버렸다.
잘 마신다 싶더니, 완전히 그로기 상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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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껏 먹은 덕에 티아나도 셀레나도 모두 만족.
페리아도 방금 나온 후식 음료를 나눠주며, 함께 포만감을 만끽해간다.
제시카는 여전히 숙면중이다.
이따가 마차가 올 때까지는 정신을 차릴 수 있을까 싶었다.
정신을 못 차린다면, 에우드는 자신이 마차까지 들고 가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카밀라- 라그나릴 다음 후계는 역시 니 동생이가?”
“네, 그런 식으로 진행하기로 했어요. 저는 우선 연금술 길드 쪽으로 자리를 하나 얻었으니까요. 추후에는 라다루스와 힘을 합쳐, 쌍방으로 라그나릴의 영향력을 넓혀보려고 해요.”
식사를 거의 마친 자리에서, 리퀴아와 카밀라는 그것들을 이야기해갔다.
리퀴아는 테이블 위에 어떤 물건을 꺼내고 있었다.
보드게임에 놓는 인형처럼 생긴, 자그만 매직 아이템.
주변으로 자신들의 대화가 거의 들리지 않도록 하는 물건이라고 한다.
헌터 길드 의료텐트와 비슷한 마법이었다.
대화를 엿들으려면 아주 가까이 와 귀를 기울여야 겨우 들릴 거라고.
그런 기능 덕에,
조용한 곳에서 사용하면 모두 입만 뻐끔거리는 특이한 상황이 연출된다고 한다.
물론 이곳은 여전히 시끌벅적. 가게 어디에 앉아있든 소란스럽다.
한 테이블의 소리가 안 들려도, 그걸 알아챌 사람은 별로 없으리라.
티아나는 인형 모양의 매직 아이템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자신의 오리지널 지팡이를 만들고 싶은 티아나다.
덕분에 신기한 매직 아이템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나중에 니 선물로 하나 줄까, 티아나?”
“찰랑찰랑 아저씨, 진짜?! 괜찮아?!”
“내는 몇 개 더 있다. 신경 쓰지 마라.”
찰랑찰랑 아저씨는 머리를 찰랑찰랑 흔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다시 카밀라와의 대화를 이어간다.
“그래서, 카밀라 니는 어디 위치까지 올라가길 바라고 있나?”
카밀라는 그 질문에, 페리아에게 받은 후식 음료를 홀짝 마시곤 씨익 웃었다.
“........일단은 목표는 크게 잡아야죠. ‘그랜드 마스터’.”
“당돌하구만.”
각국 연금술 길드의 마스터- 그들의 최고봉이 바로 그랜드 마스터의 자리였다.
즉, 세계 각국의 연금술 길드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겠다는 의미였다.
그걸 들은 티아나가 카밀라를 향해 감탄을 표했다.
“유그라시아가 아니라, 그 이상까지 바라고 있는 거냐. 펠리노어의 딸답다.”
“솔직히 아버지는 ‘에이, 아무리 내 딸이라도 거기까진 좀.......’이라고 하시지만요. 저는 유그라시아에서만 끝낼 생각은 없어요. 아, 물론 지금은 연구성과부터 더 보여야 하지만요.”
“힘든 길일 거다. 커리어도 보통 많이 필요한 게 아닐 테고.”
“그래서 여러 가지로 알아보고 있어요. 교수직도 가능하면 몇 년 안으로 해볼 생각이에요.”
카밀라는 적금색의 머리칼을 매만지며 쓴웃음 지었다. 보통 힘든 길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리라.
“라다루스가 다음 라그나릴 당주구나, 카밀라님.”
“그렇지. 그래도 나이가 어리고, 공부할 것도 많아서 당주가 되는 건 꽤 후의 이야기지만.”
“응. 라다루스는 아직 아홉 살. .......그 기분 나쁜 하얀 놈이 특이한 거야.”
“셀레나, 트루스한테 꽤 가차 없구나........”
“나 걔네들 싫어. 에우드를 변태 같은 눈으로 봤어.”
“나도 언니 말에 동의해, 카밀라님.”
“걔네 눈이 좀 아이답지 않긴 하지~!”
카밀라가 빵 터져버렸다.
셀레나와 티아나가 “흥!”이라면서, 고개를 획 돌렸다.
둘 다 변태 같은 눈이었다는 건 에우드도 동의하지만.
조금 뒤, 셀레나는 갑자기 티아나와 에우드를 지긋이 바라봤다.
“응? 셀레나 누나?”
“왜 그래, 언니?”
두 동생의 물음에 셀레나가 가벼운 말투로 말했다.
“우리 중에선 나중에 누가 당주가 되나 해서.”
포에닉스의 차기 당주.
셀레나도 슬슬 그걸 신경 쓰기 시작한 걸까.
에우드는 큰 누나가 의외의 말을 한 것에 놀랐다.
그래도 상식적으론 셀레나가 되는 게 맞을 것이다.
장녀이기도 하고.
사교회에서의 위상도 가장 높고.
에우드는 그렇게 홀로 납득했는데-
“-일단 먼저 말할래. 난 싫어. 패스.”
“와아악!! 언니, 치사해?! 나도 싫어?!”
“언니가 먼저야, 티아나.”
........그런데 어떻게 된 게, 둘 다 당주 자리를 싫어하고 있다.
에우드가 어벙벙하게 둘을 바라봤다.
그러더니 이번엔, 두 누나가 에우드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래, 에우드가 있잖아.””
“아니아니아니.......!”
그 말에 에우드가 매우 식겁했다.
“셀레나 누나, 티아나 누나, 상식적으로 아니지 그건........!”
“난 어른이 되고서는 검의 길에 집중할 거야.”
“난 연금술의 길에 집중할 거야.”
“니들은 정말, 여러 의미로 10대 귀족이 아닌 것 같다. 뭐, 건강해서 좋다!”
귀족 아이답지 않게 사고가 자유로운 걸, 리퀴아는 참 좋아했다.
“물론 셋 다 당주 싫다고 집 나갔다가는 포에닉스 터질 거다! 아니, 그 전에 가레스가 울겠다!”
“““.........”””
삼남매 모두, 그건 좀 가능할 법하다고 생각했다.
[작품후기]연참입니당.
음, 슬슬 한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