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마검사 도련님-68화 (68/264)

최신화에 도착하실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68회

메트리 사교회068.

저택에 돌아오고 나서 1시간.

얼굴과 몸을 씻고, 잠옷으로 갈아입은 에우드는 가레스가 부르는 대로 집무실에 향했다.

티아나는 현재 말짱해져서, 카밀라와 함께 공방으로 향해 있었다.

물론 티아나도 페리아를 많이 걱정하고 있었는지.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씻지도 않고 공방에 가더니, 포션을 잔뜩 들고 페리아에게 갔다왔다.

셀레나는 일단 혼자 방으로 향했다.

제시카는........

마차에서 계획했던 대로, 씻자마자 마스크팩을 붙이고 있으리라.

똑똑-

방문에 노크를 하자, “괜찮아, 아들. 들어와.”라는 말이 들렸다.

중후한 문을 열고 집무실로 들어갔다.

가레스와 로로나.

그리고 리퀴아, 알베르토, 디안.

에우드까지 해서, 집무실엔 총 여섯 명이 모였다.

가레스는 피곤한 모습이 뚜렷했다.

졸리기도 한지, 양손으로 눈을 꾹꾹 누르고 있었다.

“아버지, 괜찮으세요........?”

“역시 몸이 힘드네........ 데우트 때문에 너무 귀찮아졌으니까.”

“금마 러브콜 공세가 미쳤드만. 막판엔 어느 귀족들이고, 다 니한테 찾아오는 건 가관이었다.”

“설마 그 사람이 나보고 3년 뒤까지 기다린다고 말할 줄은 몰랐지........ 하지만-”

눈을 비비던 손을 떼고, 가레스는 씨익 웃었다.

“덕분에 에우드의 데뷔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어. 더불어 그 토르랑한테 제대로 격차를 알려줬고. 망나니 새끼들이. 감히 우리 가문을 건드리고 말이야.”

귀찮지만 또 한편 만족스럽게 가레스는 키득키득 웃어간다.

집무실 안에 있는 이들 모두에게, 가레스의 위압감이 조금씩 전해졌다.

“가레스. 아무리 그래도 앞에 막내가 있는데 품위는 지키면서 웃어야죠.”

“-아야야앗. 미안미안미아으응~!”

곧 로로나가 뺨을 쭉 잡아당기고서야, 가레스도 원래 분위기로 돌아왔다.

역시 포에닉스 안주인님의 단련된 힘.

가레스의 뺨 한쪽이 빨갛게 부어오른다.

“-아야야.......아들도 이제 쉬어야 하는 데. 이렇게 불러버린 건 물어볼 게 있어서야.”

“물어볼 게 있다니요? .......그럼 혹시 디안도?”

“나랑 에우드 도련님 너랑, 그리고 엘리리. 이렇게 셋만 아는 상황일 테니까. 다만 엘리리는 페리아한테 붙어있는 게 좋을 거 같고.”

에우드, 디안, 엘리리.

에우드도 그 셋의 구성을 듣자 금방 무슨 일인지 파악했다.

“.......크래프트? 혹시, 벌레술사 이야기인가요?”

“바로 그거야.”

가레스는 흡족히 끄덕이며, 알베르토에게서 전서를 받았다.

전서의 구성은 현재 상황을 적은 장문의 편지.

그리고 여러 장의 지도였다.

“길드에서 어제, 무덤 동굴 안의 어떤 장소를 찾았나 봐.”

길드 마스터 드라베스.

그 인물이 직접 구성한 재탐색 헌터들은, 이번에 던전의 더욱 깊은 곳에 들어갔다.

현재 위험도 S 몬스터는, 에우드와 알베르토에 의해 모두 토벌된 상황.

언데드 몬스터도, 곤충 몬스터의 잔당도 거의 없다.

그런데 그런 와중, 초기 탐색에서도 보지 못했던 장소가 나온 것이다.

던전이 무너지면서 새로이 드러난 장소로 추정된다고.

“드라베스의 말로는, 어떤 몬스터의 ‘둥지’로 추정하고 있어.”

“둥지........?”

“곤충 몬스터의 둥지....... 라고 말하면 표현이 이상하긴 한데. 일단은 쉽게 그렇게 부르고 있지. 주변엔 이번에 사망한 걸로 추정되는 헌터들의 뼈도 있었고. 또 엄청난 수의 언데드 몬스터들의 썩은 잔해가 남아있었지. 그리고 그 모두가-”

가레스는 전서를 에우드에게 건넸다.

에우드는 그것을 받아 빠르게 읽어간다.

“........‘먹이’로 삼아진 거군요.”

“맞아.”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네.”

알베르토가 가레스의 말을 받아갔다.

“정작 둥지에 있어야 할 몬스터가 그곳엔 없었네. 처음엔 우리가 사냥한 마인 센티피드의 둥지인가 했지만- 지금은 그건 아닌 걸로 추정되지.”

에우드도 거기에 동의했다.

“.......둥지처럼 만들어놓은 자리가 하나라면, 수가 너무 맞지 않아요.”

애초에 마인 센티피드는 그 크기가 매우 거대하다. 매우 흉포하기도 했고.

설령 단 한 마리만 있었다고 해도, 그런 둥지가 굳이 필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건 즉.......

‘무언가, 우리가 못 본 몬스터가 하나 더 있었다.’

에우드가 그렇게 되뇌어갈 때였다.

“.......아.”

던전 내부에서의 기억.

그 정신 없던 던전의 상황이 에우드의 뇌리로 빠르게 스쳐 간다.

에우드가 디안을 살짝 올려다보자 디안도 고개를 끄덕였다.

둘 다 똑같은 걸 떠올린 것이리라.

가레스와 알베르토는 단서를 잡았다는 듯, 굳은 표정을 지었다.

“에우드. 디안. 그때 상황을 한 번 다시 말해줄래?”

“울음소리.......?”

“마인 센티피드가 아닌 다른 몬스터의 울음소리였다는 건가........”

변경된 던전 지도를 펼쳐 놓고, 에우드와 디안은 함께 기억을 더듬어갔다.

지도엔 에우드와 알베르토, 헌터들이 지나왔던 길들이 모두 기록되어있다.

또 한쪽에는, 새로이 발견된 둥지의 위치까지 그려져 있었다.

지도로 보자 크래프트와 접촉했던 장소와 이번에 발견된 둥지-

그 두 곳 사이에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게 보였다.

“그리고 크래프트는 그걸 듣더니, ‘칭얼대기 시작했다’라고 말했어요.”

“칭얼댄다.........”

애초에 크래프트와 머더 메이지.

둘 다 그 울음소리가 들리고부터 매우 다급해졌으니 말이다.

“머더 메이지는 또 ‘유충을 회수한다’라고 했었죠. .......전 그때만 해도 그들이 말하던 게, 단순히 던전에 있던 다른 곤충 몬스터들의 유충이라 생각했습니다만.”

디안은 지도를 살짝 매만지며 말했다.

“이래서야, 유충 자체가 둥지에 있던 몬스터라고 밖엔 할 수 없겠군요.”

“벌레술사와 머더 메이지가 함께 회수하려 했던 몬스터.......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그냥 몬스터는 아닌 거 같아.”

가레스는 혼잣말하듯 중얼거리다가, 고개를 팍 숙였다.

“당연한 거다. 애초에, 그 둥지에 있던 몬스터 자체가 금마들의 목적일 확률이 다분하다.”

이야기를 듣던 리퀴아도, 함께 지도를 보며 그것을 말했다.

“디안과 엘리리가 말했던 거에 따르면, 크래프트 그 새끼 옆에 있던 ‘애벌레 몬스터’들이 단숨에 자라났다고 했다.”

“네. 저와 엘리리를 죽이기 위해, 단번에 몬스터들을 성장시킨 것으로 보였습니다. 한두 마리면 모를까, 거기 있던 애벌레들이 동시에 변화를 거듭했습니다.”

“그럼........ 크래프트는 ‘곤충 몬스터를 성장시킬 수 있는 능력’을 이용해 어떤 몬스터를 키우려 했다. 이렇게 말고는 추리가 되지 않는다.”

리퀴아는 소파에 몸을 던지며 한숨을 쉬었다.

“........던전 사태 자체가, 오로지 그 몬스터를 키우기 위해 일어난 일일 수도 있는 거다.”

“대량의 먹이를 주기 위해서........”

“바로 그거다, 에우드.”

에우드와 알베르토가 제기했었던 의혹이, 들어맞기 시작한다.

생태가 다른 언데드와 곤충.

그리고 언데드마저 먹이로 삼는 곤충.

역시 처음부터, 던전 자체를 영양분으로 보고 시작한 사태일까.

“아마 금마 벌레술사의 능력을 아무리 써도, 위험도에 따라 성장 속도가 다 다를 거다. 이번 사태에서 위험도 S가 다섯 마리였던 것도, 위험도 A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도, 전부 그 일환일 테고.”

“하아....... 제발, 리퀴아. 그렇게 되면 이거 상황 더 꼬인다고.”

“내 말이 그 말이다.”

뭔가를 이해한 가레스와 리퀴아가 머리를 싸매며 말했다.

감을 잡은 알베르토 또한, 눈을 크게 뜨면서 수염을 매만졌다.

가레스가 입을 열었다.

“정보대로면, 그놈들은 이번에 위험도 S 다섯 마리를 소모 시켰어. 심지어, 에우드랑 알베르토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그 다섯 마리를 벽으로 삼을 정도였지. 맞지, 에우드?”

“네, 도망치기 위해, 마인 센티피드로 저희를 터트리라고 했- 잠깐 그럼.......”

에우드는 가레스의 질문이 무슨 의도인지 이해했다.

가레스는 눈을 한 번 감은 후 말했다.

“싸울 수 있었음에도 서둘러 도망친 이유는, ‘유충을 보호하기 위해서’겠지.”

“-애초에 곤충 몬스터의 강제적 성장이 가능한 벌레술사입니다. 그런 놈이 직접 둥지까지 사용했을 정도면, 그 유충의 성장 속도는 더욱 늦다는 이야기일 테지요.”

알베르토도 말을 이으면서, 또한 동요를 조금씩 표했다.

“거, 미치게 골 때리는 사태다. 안 그래도 드럽게 희귀한 위험도 S를 전부 포기할 정도다. 아니, 그 이상으로 처음부터 그 다섯 마리를 호위로 쓴 거라면....... 그 둥지의 주인은 훨씬 더 미친놈이란 거다.”

리퀴아는 아직 갈아입지 못한 정장에서 펜을 하나 꺼냈다.

그리곤 자리에서 일어나, 지도 위- 둥지가 그려진 곳에다가 글씨를 적는다.

“내 지금 느낀 그대로 적는 거다. 드라베스의 보고대로면, 그 많은 언데드를 다 쳐먹고도 아직 유충. 알베르토 말대로 성장 드럽게 오래 걸리는 몬스터다. 대충 앞으로 몇년은 쭉 성장할 게 분명하다.”

적힌 것은 두 개의 위험도였다.

“그 정도의 유충이 성장을 끝낸다면....... 성체가 되었을 시 최소 위험도는 SS 확정. 그리고 최대로 추정할 수 있는 게-”

리퀴아가 뒤이어 적은 글씨에, 집무실 내에 긴장이 감돌았다.

“SSS까지다.”

위험도 SSS.

이 시대 최악, 최흉의 위험도.

그리고 또 다른 의미로는........

“그 둥지의 주인은, ‘7대 던전’급의 몬스터일 수 있다.”

이후 모든 이야기를 끝낸 에우드는 다시 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실감이 되지 않을 것들투성이.

아직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곤 하지만, 그럼에도 에우드에겐 상당수가 소름 끼치게 들려왔다.

사교회에서 겨우 엎치락뒤치락했더니.

돌아와서는 바로 던전에, 크래프트와 머더 메이지가 말한 유충의 이야기.

........마지막엔, 위험도 SSS에 대한 예측까지.

정신적으로 너무 피곤했다.

머리가 너무 복잡하다.

잠도 어느새 다 달아나버렸다. 이래서야 잠을 잘 수야 있긴 하나 싶었다.

일단 에우드는 가레스에게 부탁하여 던전 지도의 추가 사본을 받아왔다.

아마 무덤 동굴에 당분간 들어갈 일은 없지만.......

뭔가 실감을 잡기 위해 받아온 거였다.

사본에는 당연히 그 ‘위험도 SSS’라는 단어도 적혀 있었다.

‘........셀레나 누나, 역시 방에서 자고 있겠지.’

에우드는 방에 잠깐 들려 지도만 놓고, 셀레나가 자는지 확인하러 가자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방에 도착했을 때였다.

덜컹.

“........어? 셀레나 누나?!”

“늦어. 에우드.”

불 꺼진 방 내부.

셀레나가 에우드의 침대 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무표정함 위로 삐진 듯 볼을 부풀린다.

새하얗고 귀여운 잠옷.

품에는 아예 베개도 하나 끌어안고 있었다.

에우드의 베개는 아니었다. 셀레나의 방에 있는 베개다.

“언제부터 기다렸던 거야........?”

“에우드가 아빠한테 불리고 한 10분 뒤부터.”

그럼 적어도 1시간은 기다렸다는 의미였다.

“에우드, 내 약속 잊었을 거 같아서.”

“아니, 도착하자마자 바로 찾아가려고 했었는데........”

“.......진짜?”

에우드가 다급히 고개를 붕붕 끄덕이자, 셀레나가 후훙하며 웃었다.

막내가 거짓말하지 않았다는 걸 눈치채서겠지.

에우드는 지도 사본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침대 위에 앉았다.

그러자 셀레나는 방의 작은 마석등을 켰다.

달빛만 들어오던 방에 은은한 빛이 퍼져간다.

“에우드, 그건 뭐야?”

“이건-”

에우드는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책상에서 그것을 가져왔다.

침대에 앉자, 셀레나는 자신의 턱을 에우드의 어깨 위로 올렸다.

베개를 끌어안고 있던 몸의 따끈따끈함이 에우드에게 전해졌다.

에우드는 지도를 펼쳐, 셀레나에게 내용을 보여줬다.

이어서 아까 어른들과 얘기했던 것들을 셀레나에게 말해줬다.

조금 길 수 있는 이야기를, 셀레나는 꼭꼭 집중해서 들어간다.

“........흐응.”

근데 의외로 셀레나의 반응은 평범했다.

역시 포에닉스 가문의 장녀는 이 정도로 동요하지는 않는 걸까.

“복잡해.”

아니,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걸 들어서 멍해진 거였다.

평소의 셀레나답지 않게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하하, 나도 그렇게 생각해.”

“.........”

쓴웃음을 전하는 에우드를, 셀레나는 잠시 지긋이 바라봤다.

“그래서 그렇게 표정이 안 좋았어?”

“......나, 표정 안 좋았어?”

“응.”

와락.

셀레나는 에우드를 꼭 끌어안았다.

“와악-”

“머리가 복잡하면 푹 자고 일어나면 돼.”

폭!

이어서 에우드를 끌어안은 채로 누워버리더니, 침대 위에서 에우드를 부둥부둥 안았다.

셀레나의 힘도 상당히 강하니 말이다.

방심하고 있던 에우드는 셀레나에게 속수무책 끌려가 버렸다.

“푹 자고 일어나서 맛있는 거 먹고, 열심히 검을 휘두르면 돼. 그럼 복잡한 생각은 많이 풀려.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러니까 에우드, 오늘은 이제 코오.”

“코오.......?”

“코오, 자는 거야. .......나도 좀 졸려. 하마터면 기다리면서 잘 뻔했어.”

셀레나는 하품을 한번 하더니 이불을 쏙 가져와 자신들 위에 덮는다.

그리곤 에우드를 더 끌어안았다.

얼굴을 맞대고 온기를 나눠주듯, 말랑한 뺨을 에우드의 뺨에 찰떡처럼 붙인다.

“첫 사교회, 정말 잘했어. 페리아도 잘 구해냈어. 에우드는 착해. 우리 막내는 착한 아이. 흐아아암.”

“고, 고마워.......”

“그러니까 에우드는 이제 코오 자.”

여기서 에우드에게도 신기한 일을 하나 말하자면-

“응....... (새근새근)”

그렇게도 머리가 복잡했는데, 정말 얼마 안 가서 솔솔 잠들어버렸다는 걸까.

셀레나의 품에서 눈을 감자, 에우드도 어느새 복잡한 생각 없이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잘 자, 에우드.”

에우드가 금세 잠든 걸 보며, 셀레나도 곧바로 잠을 청했다.

.......그렇게 폭풍의 날은 모두 지나갔다.

여전히 곳곳에 남은 바람은 컸지만.

일단 지금은, 잠시 나중으로 미뤄도 되리라.

[작품후기]연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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