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회
메트리 사교회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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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하다.
아무리 역사가 긴 귀족들이 포에닉스를 무시하려 해도, 그것은 인정해야 한다.
가레스의 영향력.
10대 귀족으로서의 특권.
포에닉시안을 엄청난 속도로 발전시켜온 수완.
전국적 대상회인 케인즈와의 제휴.
검신 알베르토의 존재와, 그의 지도를 받은 베테랑 헌터대.
나라 곳곳에 몰래 뿌려둔 크고 작은 커넥션까지.
특히, 포에닉시안의 시민들을 비롯한 여러 민심의 지지가 엄청나다.
심지어 소문에 따르면, 가레스는 ‘현왕 델베르크’와 큰 친분을 갖고 있다.
무덤 동굴 사태에서 비공정과 리퀴아의 개입이 허가된 이유는, 고위 귀족 가문이라면 어렴풋이 알고 있다고.
그런 포에닉스가 메트리에 붙는다-
그 순간 권력 밸런스가 붕괴하는 것은 확정이다.
귀족 가문의 반응은 극명히 나뉘었다.
누군가는 메트리 세력이 더더욱 강대해질 것에 고양감을 표하고 있다.
또 누군가는, 포에닉스가 붙을 시 세력 내 권력 위계 또한 뒤섞인다는 것에 불안을 느낀다.
지금 나뉘어있는 파벌조차, 포에닉스가 들어 오면 단숨에 무너져버린다.
토르랑의 상황을 비웃을 때가 아닌 거다.
방금 대련으로 은연중 생긴 포에닉스 지지자들은, 그들과의 라인을 잡기 위해 벌써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그렇게 끝없이 술렁여가는 회장 속에서, 가레스가 입을 열었다.
“포에닉스와 메트리. 우리가 손을 잡으면....... 정말로 독보적인 힘을 얻겠지. 그건 나도 잘 알고 있어, 데우트.”
“호오....... 그렇다면-”
가레스가 데우트에게 은근한 미소를 보였다.
그리곤 매우 근엄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하지만 싫다! 거절한다!”
“““!?!?!?!?”””
가레스의 대답에 귀족가 일동이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경악한다.
“-푸하하하학!”
“정말, 아하하하하!!”
곧이어 두 장소에서 폭소까지 터졌다.
........일단 가장 먼저 폭소한 건 2층의 리퀴아.
그리고-
“-자넨 정말로 화끈하군, 하하하하!”
동맹을 제안한 데우트 본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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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우드도, 티아나와 셀레나도.
역시 상황 파악이 바로 되진 않았다.
수많은 귀족가문의 앞에서 전한 동맹 제안.
그걸 거절하다 못해 완전히 뻥 날려버린 자신들의 아버지.
게다가 정작 제안한 본인은 웃음이 터져버렸다.
정말로 상쾌하게 웃고 있다.
그런 중 에우드는 트루스와 눈이 마주쳤다.
트루스는 꽤나 난처해보였다.
어째서인지 트루스가 더 고역인 것처럼 같았을까.
에우드와 눈을 마주친 것에, 트루스는 멋쩍은 듯 뺨을 긁었다.
“우리 아버지 성격이, 원래 저러시거든.”
“성격.......?”
“인정한 상대한테 웃는 점이라던가, 유머라던가 그....... 뭐냐, 여러 가지가 낮아지셔서. 뭐, 우리도 포에닉스가 바로 받아줄 거라곤 생각은 안 했지만.”
메트리 가문도 이 상황은, 처음부터 예측 범주 내인 것 같다.
다만 다른 귀족가문들은 전부 어안이 벙벙해지고 있다.
메트리 세력에 들어갈 때,
10대 귀족이 아닌 이상, 메트리 가문의 직접 제안은 절대 오지 않는다.
대부분 데우트와 그나마 가까운 가문의 당주들이 귀족가문에게 슬쩍 제안하는 식.
혹은 반대로 하위귀족이 그들에게 접근하는 것 말고는 없다.
사실상 거르기에 가까울까.
그런 거르기가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사교회 초대’를 받는 것이다.
10대 귀족급 정도가 되어야, 데우트가 직접 회담을 부탁하며 동맹을 맺는다.
할란드 가문도, 라그나릴 가문도 그런 식으로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 포에닉스에게는 다른 10대 귀족들보다도 더욱 파격적이었다.
아예 당주가 직접, 모든 세력이 보는 앞에서 제안할 정도니 말이다.
오늘 후계자로 지목된 아들에, 그 보좌를 해나갈 막내딸까지.
포에닉스 삼남매에게 처음으로 인사를 하는 걸 허락하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가레스가 거절한 것이다.
이 정도로 대놓고 거절을 내보인 가문은, 아마 포에닉스가 최초이리라.
10대 귀족이라 해도, 하다못해 예를 갖춰 거절할 텐데.
최강세력의 수장에게 창피를 주는 건 예의에 어긋나니 말이다.
곧 가레스는 평소의 웃는 상으로 말을 이어갔다.
“-짧게 고민하고 거절한 건 아니야. 몇 달 전부터 고민은 했어. 네가 이 자리에서 동맹을 제안할 건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군........ 뭐, 나도 자네가 절대 가볍게 행동하지 않는 건 잘 알고 있으니.”
데우트는 아쉽다는 듯, 그러면서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어째서 내 제안에 거절을 표했는지 그 이유라도 들려주겠나.”
가레스도 이것까진 거절할 수 없었으리라.
가레스는 주변을 슬쩍 본 후, 회장을 천천히 걸어 다니며 입을 열었다.
“첫째. 모두가 예측하듯, 정말로 모든 밸런스가 깨지니까.”
“밸런스가 깨진다는 건 즉 권력의 밀집. 밀집의 대상은 곧 우리라네. 자네에게 모일 권력은 사실상 나와 비슷해질 텐데? 나도 그것을 가장 최우선으로 보장하네.”
“난 그 정도의 권력은 필요 없어. 아니, 있어도 좋긴 한데, 굳이 얻으려고 하긴 싫어. 애초에 내 권력보다도, 너희 쪽에 이 이상 힘을 집약시키면....... 나중에 좀 귀찮을 거 같아.”
가레스는 그 걸음을 이으며, “난 우리 가문이랑 포에닉시안을 풍족하게 하는 것도 체력이 빠듯하거든. 권력 놀이는 지금 수준으로 충분해.”라며 농담하듯 말했다.
“-둘째. 난 이쪽 세력에 들어갔다가 또 정치질하긴 싫어. 지금도 10대 귀족 자리랑 황금의 기사도 귀찮을 때가 많아. 근데 너랑 손잡고, 아예 밑에 놈들 정치까지 보고 있으라? 거기에 손을 들어주고, 내려주고, 슬쩍 휩쓸리라? 에이, 그랬다간 도시 발전도 못 시켜.”
그리곤 토르랑 가문과, 아까 페리아를 괴롭혔던 아이들의 가문을 쭉 바라본다.
“알력싸움, 자존심 싸움으로 귀찮은 건 한두 번으로 충분하지.”
“........혹시 저들이 오늘 한 행동, 그게 자네가 동맹을 거절한 이유라면. 당장이라도 내가 충분히 해결해줄 수는 있네만?”
가레스가 보고 있는 곳을 데우트도 슬쩍 보며 말했다.
그 시선 끝에 있는 가문들의 안색이 떨려간다.
지금 데우트가 어떤 말을 하냐에 따라, 순식간에 이들 가문의 처지가 뒤바뀔 수 있다.
“그건 그쪽에서 알아서들 하시고. 마지막으로-”
쭉 주변을 돌아다녔던 가레스는, 이내 아이들의 옆에 다가왔다.
그리곤 삼남매를 뒤에서 한꺼번에 안았다.
“꺅!”
“.......아빠, 답답해.”
“와앗.”
“이런 폐쇄된 정치놀이는 애들 교육에도 나빠. 적어도 난........ 아이들이 아카데미에 갈 때까지, 다른 거에 너무 신경 쓰게는 하고 싶지 않아. 알려줄 건 추후 다 알려주겠지만, 정치놀이에 참가하는 건 조금 나중이야.”
바둥바둥하는 아이들을 한번 꼭 안은 후, 가레스는 데우트에게로 향했다.
“-자 끝. 납득이 되든 안 되든, 이게 내 거절 이유야.”
“허어어........ 참 신기해. 아니지........ 자넨 원래 그런 남자야. 자네와 처음으로 함께 싸웠던 날부터, 항상 특이한 녀석이라 생각했었지.”
데우트는 턱과 입가를 매만진다.
가레스의 거절과, 과거 함께 싸웠던 기억을 곱씹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아카데미인가........ 그렇군. 네 아이들도 아카데미에 보내려고 하는 것인가.”
데우트가 그 말을 조용히 곱씹었다.
“........가레스, 하나 더 물어도 되겠나?”
“동맹 제안만 아니라면.”
“그래........ 아이들은 앞으로 몇 년 뒤에 아카데미에 보내려 하나.”
가레스는 거기서 표정이 찌푸려졌다.
“3년 뒤이긴 한데. .......잠깐만, 너 설마-”
“으음. ‘우연’이군. 마침 딱 맞아. 트루스. 레니안느.”
“네, 아버지.”
“응, 아빠.”
두 메트리 가문의 아이들이 데우트에게 다시 다가갔다.
“내 아이들도, 3년 뒤 아카데미에 입학할 거거든. 좋네. 나도 자네들과의 동맹은 그때까지 한 번 기다려보지. 자네라는 동료를 얻는 것인데, 3년 정도면 충분히 기다려줄 수 있지.”
가레스의 표정이 정말로 썩어간다.
“.......저기요, 데우트? 지금 내 거절 제대로 안 들은 거지?”
“아니아니, 들었네. 잘 들었네. 하지만, 당장 오늘 일도 다들 몰랐는데, 하물며 대귀족 사이의 ‘아이들 관계’ 또한 정말 모르는 거 아니겠나.”
“뭐라.......”
가레스도 설마, 데우트가 이런 식으로 치고 들어올 거라곤 생각 못 했다.
가레스의 썩은 표정에 데우트가 더욱 웃으며 말했다.
“자, 모두에게 하나 더 전하겠네. 내 아이들, 트루스와 레니안느는 3년 뒤 아카데미에 입학할 것이네. 혹시 그때 같이 재학하는 이들이 있다면, 모두 잘 부탁하지. 그리고 아이들이 아카데미에서 공부를 마치고 졸업을 하면-”
데우트는 트루스의 어깨 위로 손을 올렸다.
“트루스가 그때부터 내 뒤를 이을 거라네. 즉, 이 아이들의 아카데미 졸업식이 곧 트루스가 당주가 되는 날이지.”
웅성웅성웅성........!!
이 순간, 똑같이 아카데미에 보낸 아이들이 있거나,
혹은 몇 년 안으로 갈 예정이었던 귀족 아이들에겐, 그야말로 비상이 내려졌다.
그리고 상황을 보던 라그나릴 일가- 펠리노어는 딸인 카밀라에게 슬쩍 말했다.
“데우트 저 녀석. 분명히 가레스가 3년 뒤에 애들 아카데미 입학시킬 거, 미리 알고 있었다.”
“아, 나도 그 생각했어, 아빠.”
“에엑?! 진짜인가요?!”
라다루스만이 깜짝 놀라 되묻는다.
“잘 기억해라, 라다루스. 데우트라는 남자가 ‘우연’이란 말을 쓰면, 그건 99% ‘계획’된 거다.”
펠리노어가 반쯤 질린 듯한 표정으로 답했다.
아직 순수한 라다루스는, “계, 계획......!”이라며 감탄한다.
곧, 카밀라쪽에서도 뭔가 떠오른 듯 말했다.
“.......근데 얘, 라다루스 너도 그때 입학하잖아?”
“그렇지. 라다루스도 3년 뒤엔 저 폭풍에 들어가야겠구나. 이 아버지는 기대하고 있다.”
“으아아아........”
똑같은 시기에 입학할 예정인 라다루스가 몸을 덜덜 떨었다.
그 뒤, 수많은 귀족 가문들이 저마다 앞으로의 상황에 상의해나갈 때였다.
“그럼........ 셀레나, 티아나, 그리고 에우드.”
데우트는 포에닉스 삼남매에게 다가와, 위압 없는 인자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주렴.”
“네, 넵.......”
“아, 알겠습니다.......?”
“.........웅.”
분명 부모로서 하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역시 삼남매 모두가, 그걸 순수한 의미로 듣진 못했다.
일단 세 명 모두 대답은 해간다.
데우트는 그런 포에닉스 삼남매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줬다.
가레스나 리퀴아와 비슷하게, 무기를 많이 쥐어 거칠어진 손아귀였다.
귀족들 모두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바라본다.
포에닉스를 얕보던 가문들은, 이제 더는 어떤 비꼬는 말조차 하지 못했다.
그 말을 던지는 순간, 토르랑 가문과 똑같은 꼴이 될 테니까.
트루스와 레니안느도 삼남매를 향해 눈을 돌렸다.
둘의 시선에, 티아나와 셀레나도 다시 에우드를 꼭 잡는다.
“기대하고 있을게, 에우드. 티아나님, 셀레나님도. 덕분에 아카데미도 훨씬 재밌을 거 같아.”
트루스는 에우드를 향해 흥미롭게 웃었다.
정체 모를 마안이 숨겨진 눈빛에 소름 끼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일까.
에우드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뒤로 물려버렸다.
티아나와 셀레나가 그것을 바로 받아준다.
“.......얘, 역시 기분 나빠.”
“응, 기분 나빠!”
“와아아악!? 셀레나 누나!? 티아나 누나!?”
“-아하하하!!”
에우드가 트루스에게 느낀 걸, 두 누나가 가차 없이 말해버렸다.
두 누나의 매도에 에우드가 깜짝.
트루스는 거기에 아이답지 않게, 의외로 호쾌하게 웃었다.
“-하하하, 셀레나님도 티아나님도 두 분 다 말이 아프네.”
“뭐, 오빠 눈빛이 조금 기분 나쁠 때가 있긴 해.”
“........레니안느 너까지 그렇게 말하면 오빠 슬퍼? 진짜야?”
똑같이 가차 없는 레니안느의 말에 트루스가 침울해진다.
에우드는 트루스와 레니안느가 저택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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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또 한편-
‘이런 태도까지 다 계산된 거 같아.’
트루스도, 데우트도.
그들이 보여주는 모든 모습이 에우드에겐 어디까지나 계산적으로 느껴졌다.
아마 가레스와 리퀴아는 그걸 알기에, 이전부터 불편함을 표했던 게 아닐까.
이후 사교회 대련이 시작됨과 함께, 메트리 가문 사교회는 끝자락으로 향해갔다.
[작품후기]"뚱인데요?"-이분들 진짜ㅋㅋㅋㅋㅋㅋㅋ
질문해주신 것에 답변 드리자면,
이전 48화에서 나왔듯 조안은 48세입니다. 그날 편수가 조안 나이랑 같았군요.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지만,
연령불문 히로인이라 해도, 적정나이 한도는 다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