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마검사 도련님-64화 (64/264)

제 취향은 그래도 확고합니다만?64회

메트리 사교회064.

투구의 난쟁이.

그 말을 듣고 순간 에우드의 머리가 멍해졌다.

그 별명을 알고 있는 사람이야 물론 많다.

저번 무덤 동굴 사태 이후, 헌터 길드에 수많은 소문이 돌고 있다고 했다.

무슨 ‘검신과 함께 무덤 동굴을 공략한 신진 강자.’

혹은 ‘포에닉스의 숨겨진 S급 병기.’라고 했나.

별별 출처 모를 소문이 있다고, 그때 살아남은 포에닉스 헌터들이 에우드에게 알려줬었다.

그래도 에우드가 투구의 난쟁이라는 건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특히나 포에닉스 밖에는, 해봤자 길드 마스터급 존재와 케인즈 상회.

전부 가레스가 신뢰할 수 있는 이들만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 이 소녀는 그걸 입에 담았다.

에우드의 오만가지 생각이 흐른 시간은 아마 정말 짧았으리라.

질문을 듣자마자 본능적으로 동요를 감추고, 사고를 돌렸으니 말이다.

.........에우드는 판단을 내린다.

대답은 ‘No’다.

최대한 모르는 척 표정을 바꿔야한다.

의문을 다해 상대에게 “아닌데요? 에우드인데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이어졌다.

“-아하. 역시. 맞았어. 맞췄다.”

‘?!?!?!’

에우드가 대답도 하기 전에, 레니안느는 갑자기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한쪽으로 묶은 은발을 한 번 귀엽게 흔들며 입꼬리를 올린다.

그제야 에우드는, 자신을 보는 청색 눈동자에 어떤 기척을 감지했다.

“-에우드, 그 이상 보면 안 돼!”

“눈 마주치지 마.”

“어?”

홱!!

와락!

티아나와 셀레나가, 매우 다급히 에우드를 자신들 쪽에 끌고 왔다.

레니안느와 눈을 마주치던 에우드는, 순간 깜짝 놀란 채 누나들의 품에 안겨버렸다.

귀족 가문 대부분이 영문을 모르게 그 상황을 보고 있었다.

이 회장 내에서, 셀레나와 티아나의 반응을 이해한 이는 얼마 없었으리라.

“가레스. ........설마, 저 레니안느라는 아이.”

“그래........”

아까까지 대화를 나누고 있던 펠리노어의 말에, 가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자신의 옆에 있는 로로나를 바라본다.

“.......혹시나 했어요. 정말로.”

아무래도 로로나 또한 감지한 모양이다.

“-에우드, 쟤 눈을 너무 보지 마. ........‘마안’이야.”

“마안? -잠깐? 어머니랑 같은 거?! 셀레나 누나도........!!”

“아마 나랑은 종류가 달라.”

마안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고 한다.

로로나처럼 ‘사람의 안쪽 흐름을 보는 눈’.

셀레나의 경우 아직 완전한 개안은 아니지만, ‘수치를 측정하는 눈’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저 소녀는........ 로로나처럼 에우드의 안쪽 언저리를 보고 있었다.

“이미 들켰어........!”

티아나도 레니안느가 로로나와 비슷한 눈임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메트리의 막내는, 명실상부 강력한 마안의 소유자다.

“.......두 사람. 셀레나 언니, 티아나 언니라고 했어.”

“엑.”

“어?”

곧 레니안느는 포에닉스의 아가씨들한테도 눈을 돌렸다.

“와아....... 언니들도 둘 다, 곧 제대로 개안하겠네. 역시 카틀레야 쪽 마안이네.......”

레니안느는 신기하다는 듯 감탄을 전했다.

놀리는 투도 아니다. 정말로 순수하게 감탄을 하고 있다.

티아나는 순간 자신도 개안한다는 말에 움찔했다.

그러나 곧바로 정신을 바짝 차리곤, 에우드를 보호하는 데에 더 전력을 다한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막내를 꼭 안아갔다.

곧, 계단 위에서 데우트와 트루스 또한 회장으로 내려왔다.

“레니안느. 아직 상대와 친분을 가지지 못했는데. 그렇게 너무 바라보면 실례가 되는 거야. 매번 말하잖니.”

“허허. 우리 레니안느의 호기심은 언제나 귀엽구나.”

“아버지........”

트루스가 레니안느를 말리는 것과 반대로,

데우트는 그런 레니안느가 귀여운지 흐뭇하게 웃는다.

트루스는 한숨을 푹 내뱉었다.

메트리 가문에선 자주 있는 일인 걸까.

곧이어 트루스 또한 에우드에게 눈을 돌렸다.

“어쨌든. ........나도 너한테 꼭 인사하고 싶었어.”

여전히 두 누나가 품에 꼭 안고 있는 에우드를 보며, 트루스는 쓴웃음 짓는다.

에우드도 조금 부끄럽긴 했다.

“아니, 두 분 다 그렇게 경계하진 않아도 되는데. 아하하.”

“-너, 막내한테 무슨 목적이야.”

“그렇게 노려보면 역시 나도 조금 무서워, 셀레나님.”

트루스가 난처하게 말하자, 셀레나와 티아나의 에우드 끌어안기가 더 세졌다.

이어서 회장 내는,

메트리의 후계자까지 포에닉스 삼남매에게 다가간 것에 술렁여간다.

“자, 레니안느. 눈을 거둬. 호기심을 풀었으면 이제는 예의를 갖춰야지.”

“........응.”

트루스의 말에 레니안느는 눈을 한 번 길게 감았다가 떴다.

마안의 기척을 담고 있던 청색 눈이 어느새 원래 분위기로 돌아왔다.

“저, 저기 나도 이제 놔줘도 되지 않아......?”

에우드가 난감하게 말하자, 티아나와 셀레나가 더욱 꼭 안았다.

.......다만 역시 시선이 모이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었을까.

포에닉스 삼남매에게 지금 이 상황은 경계하기 마땅했다.

하지만 타 가문이 보기에는 다르다.

메트리 후계자가 확정되고서, ‘처음으로 말을 걸러 간 귀족 아이’가 나타난 거다.

그 의미는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아직 어린 셀레나와 티아나도,

또 사교회는 처음인 에우드도 그건 이해하고 있었다.

“........티아나.”

“으으으으.......”

내키지는 않았지만 둘 다 에우드를 놔줬다.

그래도 여전히 에우드의 양옆에 꼭 붙어서, 동생을 지켜주려 한다.

“걱정하지 마. 우리도 ‘그걸’ 알릴 생각은 없어. 확인한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해. 이제부터는 이렇게 마음속에 품고 있을 뿐.”

아무래도 레니안느가 무엇을 물어봤는지는 트루스도 아는 모양이다.

그 답이 무엇인지 또한 알아챘겠지.

“난 에우드 너랑, 또 포에닉스랑 적대하기 싫거든.”

“.......나랑 적대하기 싫다고?”

“응. 오히려 친하게 지내고 싶어.”

웅성웅성웅성........!!

여기서 더욱 웅성거림이 커졌다.

스윽.

“다시 제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에우드 홀라이트 포에닉스. 제 이름은, 트루스 심 메트리.”

트루스는 에우드를 향해 악수를 전했다.

친근한 말투를 거두고, 귀족의 예를 담은 존대로 바꿔 간다.

감미로운 목소리가 회장에 뚜렷하게 들렸다.

특유의 발성법일까.

큰 목소리가 아님에도, 회장 전체에 트루스의 말이 확실하게 전해졌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에우드. 당신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 당신의 존재는 우리 메트리에게도, 포에닉스에게도 수많은 부강을 이뤄줄 것이라고, 저는 확신하고 있답니다.”

‘회장 전체에 지금 이 상황을 알리려는 거야.’

에우드는 몇 주 전 리퀴아에게 들었던 조언들을 되새겼다.

분명 여러 세력이 에우드를 포섭하려 할 것이라고.

에우드는 방금까지만 해도 실감하지 못했지만.......

설마 이렇게 바로 눈앞에 다가올 줄은 몰랐다.

‘그보다 이건 그냥 접근하는 세력 수준이 아니잖아.’

물꼬를 트려는 세력- 그런 말로 끝낼 수 없다.

난데없이 최강의 세력이 손을 내밀고 있다.

그것도 물밑에서 작업하는 것도 아닌, 모든 귀족의 눈이 닿는 곳에서.

뒤에는 아예 데우트도 지켜보고 있다.

이 상황을 매우 흥미롭게 보고 있다.

자신이 원하던 국면이란 의미다.

그렇게, 에우드가 짧은 시간 동안 고민을 반복할 때였다.

“-에우드. 악수는 받아줘.”

상황을 지켜보던 가레스가 다가왔다.

“상대가 곤란해할 수 있으니 ‘악수 정도는’ 받아줘야지.”

“허허, 까칠하군, 가레스. ‘악수 정도는’이라니. 그러면 너무 딱딱한 말이 되지 않는가.”

“너야말로. 아이들을 이용해서 우리한테 슬쩍 권유하면 안 되지.”

가레스가 다가오자, 데우트는 기분 좋은 웃음을 띠었다.

에우드도 곧바로 트루스의 악수를 받았다.

후계자로 지목된 도련님이 처음으로 또래 도련님과 손을 맞잡았다.

사교 대련에서부터 시작하여, 현재 이 악수까지 이어진 모든 사건........

에우드의 이름은, 오늘부로 메트리 세력권 내에 완전히 새겨졌으리라.

“이렇게 만나보니까 알겠어, 에우드.”

에우드는 거기서 마음속으로 한 번 더 놀랐다.

티아나도 셀레나도, 에우드와 똑같이 그것을 알아챘다.

“넌 정말........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어.”

마안.

레니안느와는 다른 흑색의 눈이 에우드를 바라본다.

‘이 녀석도!?’

다만 레니안느처럼 무언가 살피지는 않는다.

그저 에우드에게, 자신 또한 마안의 보유자임을 알려주는 것뿐.

에우드는 이 순간, 왜 장남과 차남을 놔두고 이 아이가 후계로 뽑혔는지 알 것 같았다.

“-오빠, 나도. 나도 악수할래.”

“앗! .......레니안느, 너 정말.”

에우드와 트루스의 악수가 끝날 무렵.

레니안느가 트루스 옆으로 오더니 에우드의 손을 낚아채듯 잡는다.

에우드와 비슷하면서도 더 작은 손이, 꼬물꼬물 에우드의 손바닥에 느껴졌다.

“-먁!!”

“.......”

........그새 두 누나가 짜증 가득히 보고 있다.

에우드도 기세에 밀려 잡아버렸지만, 되도록 서둘러 손을 놔주길 바랐다.

그러자 레니안느가 티아나와 셀레나 쪽도 바라본다.

“-언니들도.”

“뭐, 뭐야, 얘?!”

“아.”

그새 다가가, 차례차례 둘과도 악수한다.

아니, 그건 악수라기보다도 지긋한 아이 컨택트 & 스킨쉽.

손을 한 번씩 꼭 잡더니, 티아나와 셀레나의 눈을 지긋이 바라보고 돌아간다.

그리곤 매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좋군. 아주 좋아. 알릴 것도 모두 알렸고. 분위기도 적당히 달궈졌어. 그럼 이제 한 번 이야기해볼까, 가레스.”

데우트의 웃음에, 순식간에 위압감이 실렸다.

“나의 과거의 전우. 그리고 황금의 기사, 가레스 알라이트 포에닉스여. 포에닉스 가문의 일동이여. 데우트 심 메트리가 직접 제안하네. 우리들 메트리 가문과 동맹을 맺지 않겠나.”

올 것이 왔다는 듯, 가레스는 정말 귀찮은 표정을 지었다.

“메트리가, 포에닉스에....... 동맹이라고?!”

“설마 포에닉스가 참가한 건 그것 때문이었나?!”

“이건 보통 이야기가 아니야........!”

역시나, 귀족 가문 모두가 술렁였다.

특히나 아까 포에닉스와 분쟁을 했던 토르랑은 식은땀으로 가득해져 있었다.

굴욕을 곱씹던 헤릭스는, 아예 새파랗게 질려가고 있다.

10대 귀족이나 케인즈, 그리고 리퀴아는 그것을 미리 파악했기에 별로 놀라진 않았겠지.

하지만 다른 귀족 가문들은 메트리가 동맹을 제안할 거라곤 생각 못 했다.

그렇기에 토르랑도, 그런 만용 넘치는 행동을 해버린 것이고.

토르랑은, 포에닉스가 오늘 ‘예의상 참가한’ 유펠하이넴과 비슷할 입장이라 여겼다. 완벽히 헛짚은 것이다.

지금 만약 포에닉스가 메트리와 손을 잡는다면, 귀족계는 말 그대로 완전히 뒤집힌다.

절대 과장이 아니었다.

현재 유그라시아 사교계는 3개의 10대 귀족이 중심을 잡고 있다.

다른 10대 귀족들 또한 그들에게 각각 협력 중이다.

메트리가 바로 그중 하나이자 가장 강력한 세력.

그럼에도 균형이 유지되는 이유는, 다른 두 세력이 은연중에 협력 중이기에.

또 그 폭주를 막을 수 있는 강자들이 제3세력에 있기 때문이다.

제3세력이란 성당교회와,

세력에 유일하게 들어가지 않은 10대 귀족 포에닉스.

그 외 여러 중립 세력들을 아울러 말하는 것이었다.

그들의 압력을 통해, 귀족사교계는 아슬아슬한 밸런스로 삼파전을 유지해가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중앙의 억제력 중 하나.

그중에서도 매우 강력한 힘을 가진 포에닉스가 메트리로 붙는다면.......

“메트리는 최강세력으로서 타 세력으로의 견제력을 얻고, 더더욱 부상한다.......!”

어떤 귀족 한 명이, 그 결과를 입에 담았다.

[작품후기]호로로로롭(아마도 연참입니다 라는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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