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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마검사 도련님-62화 (62/264)

?62회

메트리 사교회062.

공포. 그것은 에우드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목숨을 몇 번이고 위협받고, 여덟 살 때부터 죽음이라는 줄타기를 홀로 견뎌내왔다.

그 드림랜드에 끌려가기 직전 느꼈던 공포.

이어진 죽음의 2년 동안의 공포.

그리고 죽음의 2년 간 수많은 노예들의 정신이 나가는 모습을.

시체산이 되어가는 모습을.

자신의 바로 앞에서 죽은 아이들 수십 명을 기억하고 있다.

그렇기에, 에우드는 역으로 공포를 주는 방법을 알고 있다.

아이러니했을까.

누구보다 공포를 곱씹어왔기에, 되려 그것을 더 잘 아는 것이다.

사람이 어디에서 가장 공포를 느끼는지.

어떤 식으로 공격해야 가장 덜덜 떠는지.

어떻게 오래 끌어야 사람이 가장 미치는지.

“히아아아아아악?!”

부우우우우우웅-!

우드 갈레아는 알고 있다.

“스물여덟.”

“흐으으으으윽.......?!”

털썩!

카운트가 28에 도달했을 때.

잭스 토르랑은 대련장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어버렸다.

너무나 꼴사나운 모습.

그러나 귀족가의 누구도 거기에 반응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 그 아비, 헤릭스 토르랑조차도.

“압도적........! 이건, 셀레나 아가씨보다도 더 강할지도 몰라.......?!”

“포에닉스에, 작은 검성급의 자제가 또다시 배출됐다는 건가........!”

“저 움직임은, 그야말로 알베르토가 아닌가........!!”

차라리 에우드가 야만한 움직임을 했다면, 역으로 어떻게든 목소리를 냈을지도 모른다.

대련의 예우를 저버렸다고 할 수도 있었겠지.

그러나 에우드는 너무나 예를 지키고 있었다.

알베르토에게 배워오고.

셀레나와 함께 익혀온 사교 검술을 확실히 드러내고 있다.

여기선 되려, 덜덜 떨고 있는 잭스가 더욱 예를 어긴 것처럼 보였다.

둘의 나이는 열 살과 열네 살.

신장 차이는 거의 20cm에 다다르겠지.

에우드의 작은 몸은, 한창 성장을 거듭하는 잭스와 비교되지 않을 만큼 가녀리다.

그러나, 이미 대련장을 보는 이들의 눈엔 그런 신장 차 따윈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에우드의 앞에 넘어진 열네 살의 잭스가 더욱 작아 보였다.

그야말로 힘없는 난쟁이와도 같이 느껴졌다.

잭스는 이미 미치기 직전의 순간이다.

자신만만 쥐었던 목검은 이미 대련장 위를 아무렇게나 구르고 있다.

하반신에 모였던 기운도 어느새 완전히 핏기가 가셔 있다.

그렇게도 정욕적으로 반응하던 몸이 너무나 차갑게 식어버렸다.

“일어서, 잭스 토르랑.”

그 검 끝을 겨누며 말하는 소년의 목소리는, 누구보다 아이다운 목소리.

그리고 너무나 식은땀 나는 목소리였다.

“내 코뼈를 부러트려 주겠다며?”

“힉........ 흐익........!! 잠깐잠깐....... 제발, 잠깐, 망할, 씨발.........?! 나, 난.......! 이몸은, 이, 이 몸은 너딴 놈한테-”

부우우우우웅-!!

콰아아아아아앙!!!

“아아아아아악!?”

에우드의 정갈한 공격이 끝내 잭스의 코끝을 가격했다.

충격은 최소화. 아마 주먹으로 조금 세게 맞은 정도다.

그러나 풍압과 공포는 이제까지 휘둘렀던 것의 최대치였다.

휘리리리리릭!!

이어서 급작스레 몰려온 검압 앞에, 사교회의 귀족들의 숨이 일순 막혀버린다.

대련장 아래에서 “유, 유효타.........?”라는 말이 흘러나온다.

코피가 흐르는 잭스의 코끝에, 목검의 차가움이 닿는다.

그러나 뚝뚝 떨어져 가는 피를 닦을 틈이 없었다.

잭스는 자신에게 계속 집중되는 시꺼먼 살기에,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사교회장으로 퍼지는 살기와는 밀도가 다르다.

오로지 에우드는 잭스에게로만 자신의 살기를 쏘아가고 있었다.

이미 정장과 보호구는, 잭스의 식은땀으로 다 젖어버린 후였다.

하반신에 느껴지는 건 정욕이 아니라, 꿉꿉함과 축축함 뿐.

“히윽.......! 힉.......!”

지금껏 자신이 최고고, 축복받은 존재고.

모든 물건, 재물, 여자도 다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여겨온 잭스다.

얻고 싶을 때 얻고, 쓰고 싶을 때 쓰고, 탐할 수 있을 때 탐했다.

가족이 있는 사용인들도, 심지어 최근엔 남의 사용인들도 건드리고 싶을 때 전부 건드렸다.

그렇기에, 이 망나니는 짧은 평생 공포라는 것을 제대로 느껴본 적이 없다.

그리고 처음으로 제대로 느끼는 공포는, 완전히 한계를 뛰어넘고 있었다.

몬스터의 무리 앞에 선 같은 공포.

보스 몬스터. 위험도S를 넘는 괴물들을 수십 마리 마주한 것만 같은 공포.

잭스의 눈에 이미 에우드는 인간이 아닌 몬스터였다. 아니, 그 이상의 무언가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잭스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간다.

시꺼먼 공포를 바라본다.

“미, 미안.......! 미안하다고. 내가, 내가 미안, 씨발씨발, 씨- ........죄, 죄송합니다. 다, 다신 안 그러겠습니다, 죄, 죄송......!?!?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죄송합니-!?!?!?!?”

결국, 잭스가 버틸 수 있는 공포의 한계가 도달해버렸다.

“-억.”

털썩-

........눈을 뜬 채로 잭스의 정신이 끊겼다.

땀과 노폐물에 다 젖어버린 몸을, 매끈한 대련장 바닥 위로 떨궈버렸다.

“““!!!!”””

사실상 승부가 나버린 것이다.

실제 승부는 이미 개전 5초 만에 끝나있었을 테지만.

“.........”

에우드는 목검을 거뒀다.

유효타 2타가 끝이라 하지만, 이 꼴이 되어서야 이어갈 수 없다.

에우드는 자신이 잭스를 너무 과대평가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직접 엎드려 빌 때까지 검을 휘두를 작정이었는데.

최소 100번까진 카운트를 세어주려 했었다.

천천히, 공을 들여 미치게 해줄 생각도 있었다.

근데 설마 자기가 알아서 먼저 기절할 줄은.

어쨌든 이곳은 사교회다.

드림랜드가 아니다.

누운 이를 더 때려 봤자 좋은 말은 못 듣는다.

에우드는 고개를 돌려, 씨익 웃고 있는 리퀴아와 눈을 잠시 마주친다.

‘이제 됐다. 인사해라.’

리퀴아는 그렇게 눈빛으로 말하고 있다.

꾸벅-

시합을 끝낸 에우드는 귀족들에게로 인사를 전했다.

웅성웅성웅성........

술렁술렁술렁........

사교회장엔 그야말로 조용한 혼란이 퍼져나갔다.

아무리 꼴사납게 졌다고 해도, 세력 최고서열 중 하나인 토르랑이다.

때문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는 채, 어리둥절한 눈을 오고 가는 것밖에 못 한다.

하지만 그때였다.

짝짝짝짝-!!

“훌륭해........! 허허허, 매우 훌륭하군! 에우드 홀라이트 포에닉스, 최고로 멋진 시합이었네!”

사교회의 주최자, 데우트가 먼저 박수를 보낸다.

이어서 그 옆에 선 두 아이와, 뒤에서 데우트를 보필하는 일가족 모두가 찬사에 뒤따랐다.

주최자이자 세력 최고 권력자들의 박수.

게다가 형식적인 칭찬이 아니다.

데우트의 진심 어린 칭찬이 나온 것이다.

지금껏 사교회에서 데우트의 이런 칭찬이 나온 건, 정말로 손에 꼽을 일이었다.

그게 신호였다.

세력 내의 귀족들 모두가 그에 늦지 않으려는 듯.

데우트의 의견에 재빨리 동조하듯, 앞다퉈 박수를 이어갔다.

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

“그, 그렇군요! 정말 훌륭해!!”

“데우트님의 말씀대로입니다!!”

“또 하나의 작은 검성이 나타났어!!”

다만 모두가 그저 데우트를 따라 찬사를 전한 건 아니었다.

찬사를 전하는 이들 사이에는 토르랑에게, 그리고 잭스에게 당했던 이들도 있었다.

폭력과 권력에 의해 잭스를 두려워했던 아이들도.

사용인이 심한 피해를 받았음에도 복수 하나 못했던 하위가문들도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 모두가 진심을 다해 찬사를 크게 이어간다.

직접 폭력을 당했던 아이들은, 너무나 통쾌한 얼굴로 에우드를 바라본다.

10대 귀족 라그나릴 가문 또한.

라다루스는 물론, 펠리노어와 카밀라 모두 찬사를 전했다.

평소 잭스의 악평을 알던 피르티도, 드로와도 박수를 이어간다.

에우드와 함께 긴장을 나눴던 프란시느는, 에우드에 대한 경악과 축하, 그 두 개를 소심하게 반복해갔다.

플로라는 아예 에우드에게 뛰쳐나가려 하자, 소일이 재빨리 목덜미를 잡아 말렸다.

그 사태에 한쪽.

가문의 위상이 완전히 바닥에 박힌 토르랑은, 어쩌지도 못하고 있었다.

“저, 저....... 잭스 병신 새끼가.......!!! 일어서!! 어서 일어서라, 잭스 토르랑!!!”

헤릭스는 대련장을 보며, 자신의 못난 아들을 향해 욕설을 퍼부을 뿐이다.

물론 기절한 잭스가 일어날 수 있을 리가 없다.

가레스는 그 모습을 보며 불만스레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나 곧바로 에우드에게 눈을 돌린 후, 환호의 박수를 이어간다.

“-잘했다. 에우드!”

로로나와 알베르토.

조안과 헌터 및 사용인들의 감격에 찬 박수.

제시카는 아예 소리만 안 지를 뿐 얼굴이 새빨개져서 박수를 전한다.

새빨개진 채 입을 앙다문 제시카의 때문에, 에우드는 하마터면 웃음을 터트릴 뻔했다.

목검을 제자리에 놓은 후, 에우드는 최대한 표정을 유지하며 대련장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대련장 앞에서 먼저 기다리던 두 누나를 발견한다.

무표정한 얼굴로 에우드를 바라보는 셀레나와 티아나.

곧, 두 누나 모두 에우드를 향해 각자 왼팔 오른팔을 들었다.

“아-”

에우드도 그 의도를 이해하고, 허겁지겁 자신의 양팔을 들어 올렸다.

짜아아아악-!!

짜아아아악-!!

“역시 에우드야!!”

“최고. 압도. 완벽해.”

“아하하........”

포에닉스 삼남매 셋이서, 단숨에 깜찍한 손뼉을 짝짝 나눈다.

방금까지 살기로 가득했던 소년은, 어느새 포에닉스 막내가 되어 그것을 수줍게 받는다.

손뼉을 끝내자마자 두 누나가 막내를 양쪽에서 꼭 안아줬다.

몸을 움직여 열기가 나는 에우드에게, 따끈따끈한 누나들의 몸이 밀착된다.

“.......불X 터트려줬으면 했지만. 어차피 해도 에우드 손이 더 더러워질 거야!”

“내가 더 때려주고 싶지만......... 사교회니까. 에우드, 고생했어.”

귓가에 울리는 티아나와 셀레나의 무서운 말에, 에우드는 쓴웃음 지었다.

이번 메트리 사교회의 첫 사교회 대련.

승자는, 그 어떤 이견도 없이 에우드였다.

포에닉스의 압도적 승리.

그렇기에, 데우트와 나눴던 약속대로 포에닉스가 처우의 결정권을 쥐게 되었다.

물론 토르랑은 거기에 무엇도 따질 수 없었다.

다만 이미 잭스는 기절한 상태다.

사실 잠시 정신을 차리긴 했다.

그러나 그 때,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에우드를 보자마자,

(“히이이이이이익!?!?!?”)

........또 겁에 질려 정신을 잃어버렸다.

이미 에우드의 존재는, 잭스에게 트라우마로 박혀버렸을 것이다.

즉, 그 책임을 져야 하는 건 헤릭스 토르랑이었다.

헤릭스는 이 너무나 굴욕적 사태에 이를 악물었다.

귀족세력 중에서도, 메트리 세력은 특히나 거대하다.

그렇기에 내부에서도 메트리 밑으로 다수의 파벌이 나눠질 정도다.

토르랑은 그 파벌 중 한 축을 담당하는 가문.

그만큼 힘이 강하고 기강도 확실했다.

잭스의 망나니짓을 놔둔 것도 기강을 유지하는 일환이었다.

하지만 지금, 역으로 망나니짓 때문에 기강이 완전히 뒤흔들리는 것이다.

헤릭스는 당장이라도 주먹을 휘두를 얼굴로, 에우드와 가레스 앞에 섰다.

물론 절대 휘두를 수 있을 리 없다.

“헤릭스 토르랑. ........설마, 내 앞에서 한 맹세를 깬다는 말은 안 하겠지?”

“데, 데우트님........!?”

“그래. 그것 또한 선택이지. ........선택의 뒷감당은 언제나 선택자 본인의 몫이지만.”

데우트가 보고 있는 이상.

데우트에게 맹세를 한 이상, 헤릭스는 그것을 행해야 한다.

차라리 잭스가 동등하게 싸우기만 했더라도 이 정도로 굴욕적이진 않았을 텐데.

그런데 그 꼴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검술만큼은 잘 가르쳤다 여긴 아들은, 완전히 겁에 질린 애새끼가 되어버렸다.

겁에 질려 사과를 연발하는 모습을 이곳 모든 가문이 봐버렸다.

열 살에 불과한 아이에게, 끝도 없이 겁을 먹어버렸다.

아니면 차라리, 첫 사태에서 바로 합의를 봤다면.

먼저 폭력을 휘두른 것에 대해, 포에닉스 쪽에다 사과를 바로 전했다면.

.......사태가 이 정도까진 흘러가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그건 이미 다 지나간 이야기.

더는 되돌릴 수 없는 기회다.

헤릭스는 머릿속 저울질을 반복한다.

지금 자존심을 지키고 데우트의 말을 무시할 것인가.

지금 자존심을 버리고 데우트의 말을 들을 것인가.

어떤 선택을 하던, 이제부터의 사교계에서 모든 것이 꼬여간다.

그 와중에도 데우트의 위압이 계속해서 헤릭스에게 향해온다.

최악의 이지선다였다.

“큭.......!”

끝내 헤릭스는 포에닉스가 했던 요구대로 입을 열었다.

작진 않지만, 크지도 않은 목소리로 그것을 말한다.

“이번, 일........! 잭스가 저지른 일에 따른 사과를....... 당주로서, 전하겠-”

“어라, 헤릭스. 잘 안 들리는데? 에우드, 들리니?”

“어, 네?!”

당연하지만, 귀가 좋은 에우드가 그걸 못 들을 리 없다.

하지만 에우드도 무슨 의도인지 바로 이해한다.

“........그렇네요. 잘 안 들려요.”

에우드의 대답에 가레스가 흡족히 웃었다.

“그래. 내 아들이 잘 안 들린다고 하잖아.”

“크윽.........!”

“하하. 여기 모인 귀족가가 대체 몇인데. 아까처럼 크게 목소리를 내줘야 좀 다 듣지 않을까? 항상 하던 대로 자신감을 다해! 게다가-”

가레스의 얼굴에 웃음기가 다시 없어졌다.

“너희는 지금까지, 고개 빳빳이 들고 하는 사과를 사과라 불렀나? 자기 밑에 귀족 가문들에게 한 대로면. 저택 사용인들에게 한 대로면......... 절대 그러지 않았을 텐데.”

“호오........ 그렇게 매번 극도로 예를 다하는 걸 요구했었나, 헤릭스.”

가레스의 말에 이은 데우트의 한 마디까지.

끝내 헤릭스는 귀족가들이 보는 앞에서, 포에닉스를 향해 깊게 고개 숙였다.

이를 악 물고 사죄를 입에 담는다.

“이번 일은, 토르랑이......... 포에닉스에게 실수했음을 인정하겠네........!”

그렇게 메트리 세력의 모든 가문이. 여러 10대 귀족들이. 상회 가문들이.

헤릭스 토르랑의 사죄를 똑똑히 들었다.

이 순간을 기점으로 메트리 세력 내의 파벌 위계는 뒤집히는 게 확정되었다.

발 빠른 이들은, 이미 토르랑 파벌에서 빠져나갈 준비를 하고 있으리라.

또 한편, 포에닉스와 에우드를 향한 지지세력 또한 물밑에서 늘어나고 있었다.

[작품후기]연참입니다. 후루루룳케흫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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