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회
메트리 사교회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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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했을까.
급탕실에서 일어난 사건은 한 번에 사교회 전체에 퍼져 갔다.
사용인들이 연루된 아이들을 말리고(사실상 에우드에게서 보호하고),
이후에는 회장의 모든 귀족들까지 상황을 들으며, 점점 사건이 커졌다.
현재 페리아는 파티장의 휴식실로 이동시켰다.
사교회 참가자들 중 몸이 갑작스레 나빠질 경우, 들어가서 쉬도록 만든 공간이다.
물론 절대 일개 사용인을 위해 내주는 자리는 아니었다.
가능했던 이유는 포에닉스의 사용인이기 때문.
또 살기 가득한 에우드가 직접 페리아를 안고-
(“페리아가 쉴 수 있는 곳을 알려주세요. 어서.”)
........라고 말했기에.
소년의 압박에 누구도 이견을 내지 못 했다.
“페리아, 몸은 괜찮습니까?”
“아으....... 네, 네에에. 조안님.”
조안은 준비되었던 포션을 페리아에게 먹여줬다.
비상용으로 가져온, 원정대 전용 회복 포션이었다.
입었던 상처가 모두 회복되는 건 아니다.
그래도 잭스에게 뺨을 맞았던 흔적이나, 터졌던 입술같이 얼굴에 드러나는 상처는 조금씩 나아져 갔다.
회복된 것은 잭스도 똑같다고 한다.
에우드는 모든 상황을 들었다.
페리아가 맞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야기는 들려오고 있었는데.
........아예 그 앞부분까지 들어보자, 정말 가관이었다.
보아하니, 그 잭스라는 놈은 과거부터 이런 식의 행동을 자주 한 것 같다.
그걸 위해 아예 항상 고등급의 포션도 들고 다닌다고.
평소 자기 마음에 안 드는 귀족 아이들- 그들의 사용인들을 건드리거나.
혹은 하위귀족일 경우, 아예 하위귀족 자제 영애들에게 직접 폭력을 가했다고 한다.
폭력이 끝나면, 포션으로 적당히 회복시키며 아닌 척 해왔고.
토르랑 가문은 유그라시아 내 서열상 10대 귀족 바로 밑에 있는 가문.
사실상 상위에서도 더욱 상위인 가문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웬만한 가문은 폭력 사실을 알아도, 거기에 따지지도 못한 것이다.
게다가 무가였기에, 잭스의 명령에 ‘물리적인 보복’을 당하던 경우도 있다 한다.
다른 가문들은 차마 대응하기가 어려운 거겠지.
덕분에 그 폭군 같은 행보는, 여러 귀족아이들에게 유명했던 모양이다.
다만 이번엔 준비했던 포션을 자기 자신에게 써야 했지만.
에우드는 페리아의 회복을 보기 위해 잠시 휴식실에 함께 머무르고 있었다.
그 외에도 엘리리와 조안.
그리고 외부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사용인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페리아의 부었던 얼굴이 조금씩 원래대로 돌아간다. 에우드도, 사용인들도, 호전되어가는 모습에 안도를 표했다.
엘리리는 겨우 눈을 뜬 페리아를 꼭 안았다.
“미안해, 언니가 미안해......... 못 알아채서 미안해......... 페리아, 미안해........”
“언니가 뭘 미안해.......”
언니가 울면서 끌어안자, 페리아도, 울먹이며 그것을 받았다.
잭스에게 맞을 때 단 한 번도 안 흘린 울음을 그제야 겨우 흘렸다.
“이제 가봐야 할 거 같아요.”
에우드는 곧바로 방을 나설 준비를 했다.
“에우드 도련님, 저, 저 때문에........”
“아뇨. 전혀. 이건 페리아 잘못이 절대 아니에요.”
에우드는 걱정하지 말라고 고개를 저었다.
이후 조안도 에우드를 따르기 위해 자리를 일어선다.
남아있을 사용인들에게 지시사항을 전한다.
“에우드님.”
“........네.”
옆에 선 조안의 말에, 에우드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에우드님도 잘못하지 않았습니다.”
에우드는 조안에게 고개를 끄덕하고 함께 밖으로 나갔다.
사건에 연루되어 있던 아이들 모두가 회장으로 이동해있었다.
에우드는 후문을 열고, 회장으로 다시 들어섰다.
조안이 그 뒤를 따르며, 절대 흔들림 없는 걸음으로 회장 중앙을 향해간다.
처음 들어갈 때와는 전혀 다른 공기가 코끝에 닿는다.
그리고 에우드는 가레스와 로로나의 앞으로 향했다.
누나들도 이미 사건을 듣고, 에우드를 기다리고 있었다. 셀레나와 티아나는 막내와 아빠를 불안해하며 번갈아 봤다.
알베르토와 제시카도, 굳은 얼굴로 있었다.
로로나는 너무나 걱정 가득히 에우드를 보았다.
라그나릴 가문 일가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리퀴아는- 회장 2층,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곧 에우드가 리퀴아와 살짝 눈을 마주치자,
‘하이고, 일 참 크게 저질렀다. 자슥아.’라는 입 모양이 보였다.
에우드는 마음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에우드.”
“네. 아버지.”
평소 에우드가 자신을 아버지라고 부르면 흐뭇해하던 가레스도, 지금은 반응하지 않는다.
“네가 무슨 일을 했는지는 알고 있지?”
“네.”
“어떤 파문이 일어날지는 알고 있었지?”
“네. 죄송합니다.”
에우드는 고개를 한 번 숙였다.
이어서 가레스가 지금 대치하고 있는 이들을 향해 시선을 줬다.
“하지만, 잘못했다곤 생각 안 해요. 셀레나 누나를 건드리려 했고....... 무엇보다 페리아에게 폭력을 휘둘렀어요.”
잭스 토르랑.
그리고 그의 아버지일, 헤릭스 토르랑.
또, 아까 그 자리에 있던 귀족 아이들도 곳곳에 있었다.
“저, 저 새끼........!!”
“잭, 잭스님! 지금은 기다려 주시길!!”
“지금은 당주님의 이야기를........!”
“아버지, 저 새끼라고!! 저 새끼가 나를!! 당장-”
“닥치고 있어라, 잭스.”
“윽........!”
헤릭스에게 제지당한 잭스가, 눈을 부라리며 에우드에게 분노를 표한다.
반대로 주변에 있는 다른 아이들은 그 누구도 눈을 마주치지 못한다.
아까 에우드에게 봤던 시꺼먼 기운 때문이겠지.
그 급탕실에서 에우드의 살기를 못 본 건 오직 잭스 뿐이다.
도중 아예 기절해버렸으니까.
‘그보다 얼마나 좋은 포션을 쓴 거야? .......아니. 내가 너무 약하게 때렸나.’
잭스는 이미 꽤나 회복이 되어있었다.
상처를 가린 반창고들이 눈에 띄었지만.
물론 에우드가 힘을 조절한 것도 있다.
에우드는 그때 이성 끝자락을 겨우 잡고 있었다.
자신이 진심으로 저놈을 치면 어떻게 되는지를 알고 있다. 아마 크래프트처럼 머리가 터졌으리라.
그래서 치는 와중에도 최대한 힘을 조절했다.
눈을 돌리자, 셀레나와 티아나의 표정에 엄청나게 분노가 서려 있었다.
당연, 잭스를 향하는 시선이었다.
“저놈. 역시 1년 전에 너무 덜 맞았어.”
“언니. 때려버려. X알 터트려. 다신 못 일어나게 해줘.”
“재기불능으로 만들겠어.”
.......아무래도, 잭스를 보며 점점 짜증이 솟은 모양이다.
특히 페리아가 어째서 맞았는지 이유를 들었기에 더욱 화가 났겠지.
아마 잭스가 뛰쳐나갔다면, 셀레나도 금세 뛰쳐나갔으리라.
“그럼, 에우드는 잘 알고 있으리라 보고.”
이어서 가레스는 숨을 한 번 들이쉰다.
곧바로 에우드에게-
콩!
가볍게 꿀밤을 한 대 먹였다.
“........???”
꿀밤을 맞은 에우드는 잠시 벙 쪄버렸다. 상황을 살피던 귀족가들도 똑같이 멍하게 그것을 봤다.
에우드의 귀로, 로로나와 누나들의 안도가 작게 들려왔다.
에우드가 고개를 들어 가레스를 보자, 가레스는 빙긋 웃었다.
방금까지 보여주던 엄격한 얼굴은 없었다.
“내가 혼낼 건 그거야. 네가 ‘내게 알리지 않고 먼저 움직여, 주먹을 휘둘러버린 것.’ 하지만 그걸로 끝이야. ........자, 포에닉스는 누구에게도 얕보이면 안 된다. 동시에 포에닉스 일가는, 포에닉스의 사용인들을 지켜줄 의무가 있다. 그게 포에닉스 가문의 수칙이다.”
이번엔 에우드의 머리를 과격하게 쓰다듬는다.
“그렇기에. 에우드는 틀리지 않았지. 포에닉스로서 할 행동을 훌륭하게 한 거야.”
“.......네.”
에우드는 살짝 균형을 잃으며 그 쓰다듬을 받았다.
”비단 포에닉스만이 아니지. 무가라면. 힘으로 이 자리에 올라온 이들이라면, 누구나가 그렇게 생각하겠지. 너네는 안 그러냐, 헤릭스 토르랑.”
가레스는 목소리를 크게 울려, 주변에 들리도록 말했다.
모든 귀족에게 전하는 말이다. 그걸 알고 있는 귀족들 모두 숨을 삼켜간다.
잭스 토르랑의 아버지이자, 무가 토르랑의 당주.
헤릭스 토르랑은 가레스의 말에 언짢음을 크게 내뱉었다.
“.......지금 그게 혼을 낸 거라고? 그게, 타 가문의 아이를 때린 놈의 처우라는 건가? 웃기는군.”
토르랑 가문은 이전부터 포에닉스와 무가로 겨뤄온 가문이라 한다.
그리고 실제 가문의 역사는 토르랑이 더 길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토르랑은 설령 포에닉스가 10대 귀족이라 할지라도, 절대 경의를 표하지 않는다.
포에닉스가 가진 지금의 지위는 일시적.
자신들이 언제든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게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토르랑의 사고였다.
“너네야말로. 니 애새끼는 얼마나 우리 포에닉스를 X으로 보는 거냐.”
헤릭스는 거기에 바로 따졌다.
“모든 시작은, 너희 사용인이 내 아들에게 모욕을 줬기 때문이더군. 그렇기에, 잭스는 그에 따른 훈육을 한 거지. 평민의 훈육은 귀족의 의무다. 자기 평민 하나 똑바로 관리 안 한 네놈들의 잘못이 더 커.”
“모욕이 아니라 사실관계의 확인이었겠지. 그리고 훈육? 의무? 아주 지랄을 하고 있네. 네놈들과의 마지막 예의를 위해 말은 안 하겠는데. 아까 페리아가 들은 말을, 만약 네 아들 새끼가 내 귀에 들리는 데에서 했다면.”
항상 웃는 상으로 지내는 가레스의 얼굴에, 모든 웃음기가 가셨다.
“바로 전쟁이야. 포에닉스는 전력을 다해 너희 토르랑을 치게 되겠지. 너네들이 데우트 그놈의 세력권이든 뭐든. 무가로서 몇백 년의 힘을 키워왔든 다 필요 없어. ........10대 귀족의 이름을 걸고 전부 부순다.”
“흥! 마땅히 끌어모을 세력도 없는 주제에........! 역사도 짧은 놈들이, 운 좋게 현 왕권에게 10대 귀족으로 인정받았다고 아주 기고만장해졌어!”
그건 귀족가들 중에서도 역사가 긴 이들이 하는 생각이었다.
‘포에닉스는 운 좋게 10대 귀족에 오른 놈들이다.’
그런 식으로 은연중 낮게 보는 것이다.
실제론 포에닉스와 가레스의 명성에 위압되어, 누구도 대놓고 적대는 못 하지만.
대부분의 귀족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뒤에서 욕을 하는 것뿐이다.
곧, 가레스는 헤릭스의 말에 비웃음과 한숨을 섞어 뱉었다.
“애초에. 그렇게 긴 역사를 자랑하는 토르랑은 그 10대 귀족의 자리를 결국 차지 못하지 않았나? 네가 그렇게 깔보는 우리 포에닉스에게 밀려서.”
“망할 새끼가........!”
두 당주 사이에 적의가 오고 간다.
양측의 호위 헌터와 기사들이 무기를 바로잡았다.
당장이라도 일어날 마찰에 대응키 위해, 전부 전투준비를 끝내놓고 있었다.
“가레스님. 명령을 내리시면 당장이라도 치겠습니다.”
심지어 검신 알베르토까지.
토르랑 쪽에서도 최고 호위 기사가 검을 들으려 했다.
잭스는 눈을 다시 부라리며, 에우드를 노려봤다.
“한낱 포에닉스 분가 따위의 개자식이........! 네 코뼈를 부러트려주겠어.......!!”
에우드 또한 주먹을 다시 쥔다.
한편 사교회장의 한쪽.
“안, 안 말려도 되겠어요, 아버지?”
라다루스의 걱정에, 펠리노어가 고개를 저었다.
“무가 사이의 일은 무가인 그들끼리 해결해야 하는 법. ........포에닉스와 토르랑 사이의 일이다. 아무리 우리가 깊은 친분이 있다 해도, 그게 무가 귀족가문의 암묵적인 룰이다. 적어도 진짜 무력충돌이 일어나지 않은 이상, 지금은 우리가 함부로 관여해선 안 되지.”
“무가는 그 힘겨루기부터가 자존심 싸움이니까........ 봐, 유펠하이넴도, 할란드도- 우리 말고 오늘 참가해준 다른 10대 귀족들도 움직이지 않잖아.”
“그, 그럴 수가....... ”
카밀라가 가리킨 곳들을 보며, 라다루스는 당혹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곧바로 펠리노어가 말했다.
“라다루스, 넌 포에닉스가 질 거라고 생각하느냐?”
“.......아닙니다!!”
“그럼 그걸로 된 거다. 질 리가 없지. 포에닉스가.”
펠리노어의 단언에, 라다루스의 표정에 화색이 돌았다.
“.......뭐, 그 이전에 ‘저 위에 있는 누군가가’ 말리긴 하겠다만.”
충돌 직전까지 몰린 두 무가 귀족가.
수많은 A이상의 헌터들.
한쪽엔 SS급의 검신 알베르토가.
토르랑에는 S급에 도달한 호위기사가 여럿 있었다.
그야말로 단순 패싸움이 아니라, 전쟁마저 할 수 있는 전사들이 모여 있는 것이다.
다른 귀족가와 사용인들 모두가, 그 충돌에 대비하려 했다.
하지만 충돌 직전-
“야야야-! 대체 여기 몇 명 모였다고 생각하는 거냐, 고마, 씨 다 뒤지게 할 생각이가, 니들!? 오늘 유그라시아 사교계 라인 하나 다 털려 하나, 좀!!”
갑작스럽게, 2층에 있던 리퀴아가 소리쳤다.
리퀴아가 짜증으로 전하는 말에, 귀족들이 차례차례 놀랐다.
“리퀴아가 개입했다.......!”
“싸움 나면 매번 중립이랍시고 싸움 구경하는 리퀴아가........”
“리퀴아가........!”
“누가 내 싸움 구경 했다고 했나! 쳇!”
리퀴아는 짜증을 팍팍 내며, 2층에서 몸을 날렸다.
그리곤 단숨에 회장 중앙으로 내려온다.
타아아아악!
“......리퀴아. 끼어들지 마. 나도 지금 꽤 화가 나 있거든.”
“니 화난 건 여기 모두가 알고 있다. ........뭐, 화나는 건 당연하지. 나 같아도 화난다.”
“중립인 주제에 포에닉스의 편을 드는 건가, 리퀴아!”
“헤릭스 니 뭐 찔리나? 와아- 공감 한 번 줬다고 벌써 운명공동체로 몰려고 하네. 니 나랑 공감 좀 하자. 그리고 누가 좀 ‘리퀴아 데몬러커가 토르랑 편이다!’라고 팍팍 소문 좀 내줘라.”
리퀴아는 헤릭스에게 쏘아붙인 후, 두 남자의 사이에 섰다.
“다들 전쟁을 하러 온 거 아니다. 여긴 사교회의 주된 목적 자체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자리다. 그런데 너들 둘이 일 터트리면, 그건 단순히 가문 망신이 아니라 귀족 전체 망신이다. 그러니-”
리퀴아의 시선이 향한 곳으로, 가레스와 헤릭스 또한 눈을 돌렸다.
“싸움할 거면 저기서 해라. 모두가, 당사자가, 확실하게 납득할 수 있게. 괜히 딴 곳에 피 흘리지 말고.”
사교회의 대련장.
리퀴아는 그곳을 가리켰다.
덜컹-
“-그건 정말 좋은 해결법이지. 멋진 의견이네, 리퀴아.”
곧이어 사교회 파티장의 2층 문이 열렸다.
웅성거리던 귀족 가문 모두가, 그들의 출현에 일제히 침묵했다.
사교회 파티장 중앙계단.
그곳 위에서 드디어 오늘의 주최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문이 열리고, 정갈한 구두의 소리를 울리며 계단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메트리 일가.
그리고-
“저 새끼 저거 일 다 터지고 온다. 거참.”
그 당주이자, 가레스, 리퀴아와 같은 황금의 기사.
“.......좀 더 빨리 올 걸 그랬나?”
데우트 심 메트리였다.
[작품후기]연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