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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마검사 도련님-59화 (59/264)

만자런 작업을 끝내고 손목찜질을 합니닷. 아야얏.?59회

메트리 사교회059.

후문을 열고 나오자, 두 갈래로 나뉜 기나긴 복도가 눈에 팍 띄었다.

역시 복도도 대충 만들지 않았다.

번쩍번쩍한 것이, 에우드는 전부 보석인가 싶을 정도였다.

수많은 귀족이 모이는 파티장인 만큼, 이 모두가 가문의 위엄을 드러내는 장치이리라.

물론 너무 놀라 하고 있을 생각은 없다.

에우드는 고개를 두어 번 붕붕 한 후, 코로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냉차라고 했으니까.’

수많은 냄새와 소리에 지쳐있던 감각을 짧게 휴식시킨다.

이어서 재빨리 자극을 준다.

“.......단 냄새.”

곧, 코끝에 냄새가 걸린다.

새콤하고 달달한 냄새. 그 외 여러 음식의 냄새.

왼쪽 길목.

아무래도 음식을 내오는 곳이 있는 모양이다.

에우드는 냄새를 따라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지나갔다.

혹시라도 다른 사용인들이 있을 수 있으니, 뛰지는 않도록 하고 있었다.

건물 내부에서 뛰는 건 꽤 교양 없는 행동으로 보인다나.

‘고아원에선 엄청나게 뛰어다녔는데.’

뭣 모르고 지낼 시절이니 말이다.

그렇게 잠깐 떠오른 옛날 생각은 던지고, 걸음을 이을 때였다.

챙그랑-

멀리서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

분명하게 들렸다.

무언가 깨지는 소리.

아마- 찻잔이 깨지는 소리다.

냉차라는 단어와 찻잔이 깨지는 소리가 머리에 연결된다.

.......설마 페리아가 다기를 깨버린 것일까.

허둥지둥하고 있을 페리아를 떠올리자, 에우드는 결국 복도를 뛰어버렸다.

혹시나 끝내 실수를 해서 놀라고 있을지도.

괜히 자책하기 전에, 재빨리 도와주자고 생각한 거다.

하지만 이어서 에우드에게 들린 것은-

“이 씨발련이 지금 뭐라고 했냐.”

퍼어어어억!

콰당!

“아윽....... 으윽.......”

한 소녀가 맞는 소리였다.

“........어?”

맞은 건, 분명 페리아의 목소리다.

페리아는 상당히 난감한 상황에 몰려 있었다.

사람 없는 급탕실에서 냉차를 타고 최대한 빨리 돌아가려고 했는데.

포에닉스 삼남매에게 주려고 그것들을 쟁반에 챙기는 것까진 좋았는데.

설마 문 앞에 귀족 남자, 여자아이들이 있었을 땐, 자신을 노리고 왔을 줄은 몰랐다.

“딱 보니 이년, 자기가 포에닉스 그 새끼들 사용인이라고, 자기도 격이 높다고 착각하는 쪽이야!”

“무가 토르랑 가문이 언제든지 이딴 사용인 하나쯤은 죽일 수 있단 걸 모르나 보네요. 잭스 도련님.”

게다가 그 남자애가 있는 곳은 대형 귀족 중 하나-

토르랑 가문의 막내아들이었다. 잭스 토르랑이라 했나.

옆에 있는 건 아마 추종자일 아이들이었다.

10대 귀족까진 아니지만, 메트리 세력에선 힘이 꽤 크다고.

.......라고, 페리아는 조안에게 배운 것을 되새긴다.

원래 이야기는 이런 것이었다.

(“야, 메이드. 원하는 만큼 돈 줄 테니까. 셀레나 그 년한테 창피 좀 줘라.”)

들은 기억이 있었다.

셀레나와의 사교회 대련에서, 이 토르랑 가문 도련님은 꽤 쪽을 당한 모양이다.

1년 전 일이었다.

정말 단 한 번도 반격하지 못하고, 셀레나에게 10초 만에 패배한 것이다.

심지어 셀레나는 호흡조차 전혀 흐트러트리지 않았다.

그냥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그걸로 끝날 정도였다고.

작은 검성의 실력은 정말로 압도적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귀족 아이 중엔 셀레나에게 역으로 복수심 품는 이들도 있다.

그게 바로 지금 이 상황.

‘.......차라리 실력을 키워 재도전할 것이지.’

왜 대련장 밖에서 이렇게 수작하는 걸까.

조안도 설마설마하면서 줬던 주의였는데.

그 설마가 정말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터질 줄은 몰랐다.

(“오늘 허여멀건 드레스 쳐 입고 왔더라. 그 난쟁이 년.”)

(“찢어버리면 되려나요. 나이프 주고, 치마 뒷부분 찢어서 속옷이 드러나게 한다던가.”)

(“손목이나 다리 다치게 하는 게 최고지.”)

(“아, 진짜 마음에 안 들어, 걔.”)

정말 같은 무가임에도 포에닉스와의 격차를 확 느낀다.

보아하니 이미 셀레나의 실력에 쫄아 정정당당 덤비지도 못하는 꼴인데.

이 남자애랑 패거리는, 도전할 생각도 않고 그저 모욕만 주려고 하고 있다.

동생인 에우드한테 항상 지는데도, 매일매일 도전하는 셀레나와 너무나 천지 차이다.

........그래도 역시 일단 면전에서 욕을 던질 순 없다.

페리아도 엘리리에게 배운 여러 욕설이 있지만, 여긴 절대 쓸만한 상황이 아니다.

상대가 수차례 돈으로 매수하려는 것을, 페리아는 최대한 계속 회피했다.

(“죄송합니다. 잭스 토르랑 님. 지금 도련님과 아가씨들의 심부름으로 온지라. 이 일은, 저는 아무것도 못 들은 걸로-”)

일단 배운 대로 빠져나가자고,

페리아가 최대한 웃으며 냉차 쟁반을 들고 가려던 순간이었다.

(터어엉! 챙그랑!)

잭스가 팔을 휘둘러 쟁반 채로 날려버렸다.

급탕실 바닥에 잔이 떨어지고, 페리아가 탄 냉차가 주르륵 흘렀다.

페리아가 잠시 멍해지자, 곧 믿을 수 없는 말이 날아 들어왔다.

(“포에닉스 메이드들도, 집사들도. 일가한테 몸 대주는 년놈들이라며. 그럼 그냥 적당히 돈 받고 가자. 너네도 그게 더 싸게 먹힐 거 아냐?”)

(“.......네?”)

분명 페리아랑 몇 살 차이도 안날 잭스 토르랑이, 그런 상스러운 말을 입에 담았다.

절대, 절대, 절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을 입에 담았다.

‘메이드가 몸을 댄다.’

아무리 페리아가 어려도,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딴 일과 가장 먼 게 포에닉스다.

포에닉스는 사용인들을 정말 가족으로 대해주는 가문인데.

가레스님이다. 로로나님이다.

가문의 돈을 더 모을 수 있어도, 사용인들과 헌터들부터 제일 챙겨주는 것이 포에닉스의 당주와 안주인님이다.

아이에 불과한 페리아에게도, 정당한 월급을 주는 게 바로 포에닉스다.

사용인 모두에게 충분한 교육을 시켜주고,

설령 사용인을 그만두더라도, 바깥에서 잘 살아갈 수 있게 도와준다.

자신들을 도와주는 사용인들 모두에게, 정말로 고마워하며 갚아준다.

그게 굴지의 대귀족 포에닉스다.

사실 여기서 페리아는 적당히 무시하고 갔어야 했다.

냉차는 포기하고,

어떻게든 조안이나 알베르토에게 상황을 전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차마 포에닉스에 대한 모욕을 참을 수 없었다.

페리아는 자기 주머니에 회중시계가 있다는 걸 잊을 수 없었다.

(“잭스 토르랑님....... 포에닉스는, 절대 그럴 일 없어요. .......그, 그쪽이랑 같은, 취급하지 말아 주세요.”)

모두가 자기네 가문처럼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씨발련이 지금 뭐라고 했냐.”)

잭스의 표정이 울그락불그락하고 변했다.

퍼어어어어억!

-결국 그렇게 뺨을 맞아버렸다.

그렇게 지금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근데 이걸 따귀라고 불러야 하는가.

순간 목이 떨어져 나가나 싶을 기세로 뺨을 맞았다.

힘이 너무 세, 아예 따귀에 밀려 넘어져 버렸다.

넘어진 페리아는 고통을 동반한 기침을 수차례 뱉었다.

어느새 입가가 터졌는지 피까지 뚝뚝 흘리고 있었다.

아마 맞은 뺨은 벌써 퉁퉁 부었으리라.

“와, 신분도 없는 게 지금 말대답했어.”

“메이드 따위가 되게 고압적으로 나온다~.”

“누가 보면 얘도 귀족인 줄 알겠어!”

같이 모여 있는 귀족 아이들이 비웃음 보낸다.

돌아가신 부모님한테 맞아본 적도 없는 뺨을 맞았다.

엘리리도 동생인 페리아에게 단 한 번도 손찌검한 적 없는데.

포에닉스의 사용인 선배들도 다들 마음씨 고와서, 혼나는 일은 있어도 절대 맞는 일은 없었다.

그걸, 지금 처음으로 맞아본 거다.

퍼어어어억!!

그러자 이어서 페리아는 복부에 충격을 받았다.

잭스가 페리아의 배를 발로 찬 거다.

한 번, 두 번, 세 번- 멈추지 않는다.

페리아가 그만하라고 빌 때까지 때릴 기세였다.

“케흑, 아악!!”

“아, 존나 짜증 나네, 이년 진짜!!”

퍼어어억!! 퍼어어억!! 퍼어어어억!!

그럼에도, 페리아는 그것을 참았다.

눈물이 핑 돌 뻔했지만 어떻게든 참아간다.

지금 자신은 포에닉스의 사용인으로 왔다.

초록빛 메이드복을 입었다.

바닥에 흘린 냉차에 젖어가고 있는 옷임에도, 페리아는 그 무게를 이해하고 있다.

페리아는 여기서 질질 짜는 애새끼가 될 순 없었다.

퍼어어억!!

“읍........ 꺄아악.......!”

하지만 역시 너무나도 아팠다.

꼴에 무가 출신이라고 아프긴 진짜 아팠다.

몇 번이고 언니보고 구해달라 소리치고 싶을 정도로.

제발 이제 그만하라고 다리를 붙잡고 싶을 정도로 아팠다.

“하아하아....... 어디든지간에, 메이드년들은 항상 봐주면 기어올라! 우리 저택 년들도 그렇고! 너 들어보니까 언니 쪽도 헌터라고 하더만!? 그럼 어차피 그년도 메이드들처럼 몸 헤프게 쓰겠지! 그 헌터년한테 말했으면 당장이라도 나한테 돈 받았을걸? 하, 씨발년이 진짜! 우리 집 년들처럼 처맞아야 정신 차리지!!”

언니의 모욕을 듣는데도 소리치지도 못한다.

그대로, 계속 상대가 지칠 때까지 맞아야 했을까.

그러다 이번엔 아예 머리에 발길질이 들이닥치려는 순간.

페리아도 머리를 부여잡고 그 고통을 각오하려는 순간-

페리아에게 고통은 오지 않았다.

“뭐 하냐, 개새끼가.”

“어-”

에우드가 급탕실에 나타났다.

퍼어어어어어어억-!!!

콰아아아앙!

콰당탕!!

콰아아아아아앙!!!

잭스의 안면을 향해 에우드가 주먹을 내질렀다.

둔탁한 고기 소리를 내며, 잭스의 몸이 저 멀리 날아갔다.

콰아아아아아아앙!!

휘이이이이이잉!!

허공에 울리는 풍압이 뒤늦게 불어닥쳤다.

“억.......”

잭스는 비명조차도 못 질렀다,

목과 폐가 뒤틀린 것 같은 고통에 호흡을 내뱉지도 못한다.

피 섞인 타액을 질질 흘린다. 벽에 박혀 쏠린 위액을 수차례 토한다.

잭스 쪽에 있던 귀족 아이들은 갑작스런 상황에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에우드는 내질렀던 주먹을 거둔다.

곧바로 쓰러진 페리아에게 서둘러 다가가, 몸을 꼭 안아줬다.

“아으....... 켁........ 케흡...... 도...... 련님?”

“정말 미안해요. 더 빨리 눈치채야 했는데.”

그리고 페리아는 이날 처음으로,

“바보같이 너무 늦었어요.”

에우드의 눈이 새까매진 것을 보았다.

진짜 색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만큼 살기로 가득한 눈이었다.

페리아에게도 뚜렷하게 전해지는 살기.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터져 오른다.

흉기도 무엇도 없음에도, 눈을 마주쳤다간 그대로 죽어버릴 것 같았다.

“어, 어.......?! 쟤 아까 셀레나랑 같이 있던........!”

“포에닉스 분가 애라고 분명........”

“히, 히이이이익!?”

급탕실은 시꺼먼 살기에 뒤덮였다.

눈앞엔 자기들보다 어린 꼬마 하나가 왔을 뿐인데.

이곳에 있는 모두가 자기 눈앞이 시꺼멓게 물들었다고 착각할 정도였다.

입을 열지도, 숨을 쉬지도 못한다.

말도 못 할 압력만을 직면한다.

엄습하는 공포가, 도망친다는 선택지조차 뒷전으로 밀어버린다.

........에우드는 지금 눈앞에 있는 아이들을 기억하고 있다.

아까 파티장에서 본 얼굴들.

포에닉스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던 귀족 아이들.

거기에서도 누나들에게.

무엇보다 셀레나에게 악의를 향하던 아이들이다.

에우드는 숨을 한번 들이 내쉬었다.

“........너네 전부.”

시꺼먼 눈을 번뜩이며 귀족 아이들을 향해 말했다.

“죽고 싶냐.”

“무, 무슨 일입니까!!”

“대체 누가- 아, 아닛.......!!”

“포, 포에닉스의 도련님!?”

“다른 가문 도련님 아가씨들도.........”

“잭, 잭스님!?”

급탕실을 부수는 소리가 너무 컸던 걸까.

에우드가 페리아를 안고 다시 일어났을 때, 저택의 여러 사용인이 하나둘 급탕실에 모여들었다. 현 사태를 보며 경악을 번갈아 간다.

그렇게, 메트리 사교회의 폭풍이 시작되었다.

[작품후기]오늘 포에닉스 아이들이 귀엽다는 댓글을 받자마자,

'아 이번 화는 좀 귀엽지가 않을 텐데.....'라며 걱정하는 쿨피스입니다.

""가 연속된다는 것은,

분명 제가 여러 인원의 반응을 적을 때 쓰는 """---!!!""" 같은 방식을 말씀해주신거군요.

''는 괜히 단어 강조하겠다고 문장에 자주 넣어버리고......

싸, 싸우지마세요오오.....

쿨피스는 모두 인지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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