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님들 덕에 마음이 푸근합니다......?54회
사교회를 앞두고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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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절대 뜬구름 잡는 소리는 아닐 것이다.
리퀴아라는 이는 허풍을 떨거나, 과장을 떨 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적어도 에우드가 보기엔 그랬다.
“........혹시, 이 말씀도 경험에 따른 확신인 건가요?”
“그럴지도 모르겠다.”
에우드의 말에, 리퀴아는 몇 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니가 포에닉스에 있는 걸 알아도, 계속 접근하는 놈들은 있을 수 있다. 아니, 오히려 훨씬 더 많을 거다. 니를 이용해, 가레스랑 물꼬를 트려는 생각하는 놈들도 많을 테니. 넌, 그것들을 어떻게 대응할지 잘 생각해야 한다.”
“.........”
“귀찮은 것이 싫으믄, 다~ 거절해도 좋다. 내가 바로 그런 대표사례다. 다만, 내는 다른 놈들한테도 내랑 똑같은 일을 강요하진 않는다. 이 짓거리도 절대로 그리 편한 일은 아니다. 그러니까-”
리퀴아는 에우드의 머리를 벅벅 거칠게 쓰다듬었다.
“이제부터 무엇을 잡을지. 무엇이 니한테 도움이 될지 그것들을 생각해라. 어떻게 이용을 해갈지도 잘 판단할 것. 그게 니가 꼭 숙지해야 할 일이다.”
리퀴아는 에우드의 등을 팡팡 쳤다.
응원의 의도가 담긴 것 같았다.
에우드는 리퀴아의 말을 몇차례 곱씹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쓰담 당했던 머리를 살짝 정리한다.
“꼭 마음에 새겨둘게요.”
“그거면 됐다.”
리퀴아는 흡족히 웃으며, 복도의 창문을 닫았다.
“내도 슬슬 가레스 방에 돌려다 놓고 들어가야 것다. 니도 공부 열심히 하고.”
“저기........”
“응?”
“리퀴아님은........ 혹시 이제 저택을 나가실 건가요?”
아까 분명- 너무 오래 머물렀다고 말했으니까.
에우드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다.
그러자 리퀴아는 살짝 고민을 하더니-
“으으으음- 아마 아직은 안 나갈 거다.”
“!!”
키득키득하며, 리퀴아는 저택에 더 신세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적어도 메트리 사교회까진 있을 거다! 그리고 그때 메트리 저택에 가는 마차까진 빌려 탈 거다! 어차피 여러 세력에서, 내가 이 저택에 있다는 사실도 다 안 거 같고. 이왕 그렇게 된 거, 그냥 나가긴 좀 아깝다. -아직 가레스한텐 더 머문다고 안 말했다만! 그럼 지금 취한 사이에 슬쩍 허락받아야겠다! 카하하하!”
리퀴아는 그렇게 말하며 집무실로 다시 들어갔다.
집무실 쪽에선, 가레스가 술과 잠에 비몽사몽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더니 조금 뒤 집무실에서 “마, 가레스! 내 3주 더 머문다, 허락해도!!”라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기세를 몰아 체류를 이어가려는 듯하다.
에우드는 집무실 쪽에 살짝 가까이 가 대화를 몰래 엿들었다.
“리퀴아 니 맘대로 해라아아아아........ 그리고 머무는 김에 우리 애들도, 헌터들도 좀 봐주고오오오오.......”
역시 일에선 주도면밀한 가레스 다울까.
아무리 술에 취한 상황이더라도, 리퀴아에게 거래하는 걸 잊지 않는다.
“내를 단기 강사로 쓸 셈이구마, 마 참!”
“너도 예전에 교관 경험 많았잖냐아아아....... 크하아아아암.”
취하긴 했지만, 그래도 가레스의 피로 또한 많이 가신 것으로 보였다.
항상 가문을 지탱하고 있으니, 역시 피로를 풀 일도 자주 필요하리라.
“자, 너무 오래 있진 말자. 행수가 또 니 기다린다.”
“로로나아아아아.”
에우드는 집무실에서 몸을 돌려, 다시 복도를 되돌아갔다.
그리고 중앙계단에 다가갈 때쯤-
덜컹!
갑자기 큰 가방이 쿵 내려지는 소리에, 에우드는 그제야 잊던 걸 떠올렸다.
“맞다, 제시카!”
“-에우드 도련님!? 호오, 후후후후.......! 드디어, 저도 성장했나 보네요. 도련님이 오는 속도보다 제가 내려가는 속도가 빨라졌다니!”
어느새 가방을 들고 있는 제시카가, 4층 계단에 기대 의기양양 미소짓고 있었다.
........표정은 당당하지만 가쁜 숨은 감출 수가 없었다.
휙-
“아아앗! 제가 들 거라고요~!”
“다친다니까요, 제시카!”
“들 수 있어요~!”
에우드는 재빨리 제시카의 가방을 들어, 다시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제시카는 결국 숨을 고르더니, 뒤에서 “교사의 위엄이 없어요.......”라니, “이런 거 계속해주시면, 제시카도 계속 도련님한테 착각한다고요.........”라고 중얼중얼거리며 에우드 옆을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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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모레.
케인즈 상회의 본점이자, 최상층 관계자 플로어.
“어머, 이거네요! 역시 우리 딸들! 다들 너무 예뻐요!”
“우후훗, 로로나 어머님. 저희 쪽 디자이너들도 티아나와 셀레나를 잘 알고 있으니까요. 덕분에 이 드레스 디자인에 무리가 없었답니다~.”
“역시 플로라! 그리고 케인즈 상회의 수완이네요!”
“과찬이시죠!”
플로라와 로로나는, 서로 마주 보곤 손뼉을 짝짝 쳤다.
함께 호위와 서포트로서 온 엘리리와 마리도, 너무 귀엽다고 꺅꺅 소리 냈다.
오늘은 포에닉스가 방문하는 것을 알고, 플로라가 대표하여 직접 쇼핑을 돕기로 했다.
플로라는 의외로, 두 딸보다도 로로나랑 쿵짝이 맞을 때가 많다고 한다.
다만 티아나와 셀레나는 거기에 쉽사리 동조할 수 없었다.
“나도 좋긴 한데........ 살짝 작지 않나, 이거?”
“우으, 조금 낑겨........”
“세부 사이즈는 저희가 추후 다 수정할 거니까요! 지금은 참아요, 티아나! 셀레나!”
사이즈에 맞춰 입었음에도, 아무래도 둘 다 약간 맞지 않은 모양.
로로나가 티아나보고 성장기라고 했는데. 역시 어머니의 눈은 정확했을까.
더불어 셀레나도 조금 답답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둘 다 열한 살, 열두 살인 만큼 팍팍 자랄 나이긴 했다.
실제 셀레나 말로는 요 2개월 사이, 자기랑 티아나 둘 다 조금씩 키가 컸다고 한다.
‘수치를 볼 수 있는 눈’인 셀레나가 본 것이니 확실하리라.
“어차피 오늘 안엔 다 못 끝내니까요. 로로나님도, 드레스 흉부 쪽을 저희가 한 디자인보다 훨씬 더 늘리셔야-”
“플로라. 그 얘긴 거기까지예요.”
“우으읍-”
로로나가 빠르게 플로라의 입을 차단했다.
조금 얼굴이 빨개진 로로나.
플로라도 의미를 알고 고개를 끄덕인다.
“지쳐어어......”
“나도.......”
여러 번의 드레스 시착을 겪은 덕인지, 티아나, 셀레나 모두 조금 지쳐있다.
애초에 한 명은 틀어박히기 좋은 편한 옷을 좋아하고.
또 한 명은 검을 휘두를 때 좋은 기동성 높은 옷을 좋아한다.
대귀족의 따님들이지만, 사실 화려한 드레스는 그리 좋아하는 옷들이 아니다.
덕분에, 로로나 & 플로라의 열기를 팍팍 따라가기 힘든 것이다.
역으로 로로나와 플로라는 옷 갈아입히기에 완전히 푹 빠져있었다.
“플로라, 우리 쪽에 너무 열기 쏟지 말고 네 옷이나 고르라고........”
“어머, 티아나. 이미 전 다 골라뒀답니다. 제 푸른 머리에 맞춘 멋진 드레스와 머리 장식! 파티 준비는 거의 다 끝난 거죠~”
“그래요, 머리 장식이라고 하니........! 플로라, 머리 장식하고 액세서리들도 새로 보도록 하죠!”
“물론이죠, 로로나님! 그렇게 말해주실 줄 알고, 이미 다 준비해뒀답니다!”
“우후후!”
“오호호!”
티아나는 말 하나 잘못 꺼냈다가 사태가 길어졌음을 직감했다.
셀레나가 티아나 뒤에서 “바보 티아나아아........”라고 속삭인다. 티아나도 차마 따지질 못했다.
그리고 그 와중,
에우드는 잠시 뒤에서 두 누나의 옷 시연을 보고 있었다.
먼저 꺼내둔 정장들이 로로나의 마음에 썩 들지 않았던 탓일까.
(“으음...... 안 돼요! 우리 막내는 좀 더 샤프한 게 좋아요.”)
(“맞는 말씀이에요, 로로나님. 이걸로는 아직 에우드님의 매력을 다 끌어내지 못해요.......! 여러분, 다른 정장들을 싹 가져와 주세요!”)
-라는 대화가 로로나와 플로라 사이에 이뤄졌다.
지금은 덕분에 새로 정장을 가져오는 걸 기다리는 중이다.
‘얼마나 가져오길래 오래 걸리는 걸까.’
아직 옷을 보는 눈이 ‘호화·평범·후줄근’밖에 없는 에우드로선, 다 비슷하게 느껴졌지만.
그 사이, 에우드는 자신 옆에 대기하고 있는 헌터와 말을 나눴다.
“오늘 동행은 대부분이 여성분들이네요.”
“다들 로로나님이 옷에 관심이 많은 걸 알고 있거든요.”
디안 팀 소속 헌터 안나가, 에우드의 말에 웃으며 답해줬다.
“또 로로나님은 아가씨들이랑 쇼핑 외출을 하게 되면, 동행 사용인들한테도 간단히 옷이나 액세서리 선물을 해주셔요! 아가씨들이랑 나가는 일 자체가 드물어서, 기분이 되게 좋으시거든요.”
“오....... 아, 그러면.”
“네, 그래서 쇼핑이 필연적으로 길어지죠. 저는 같이 쇼핑도 해서 좋지만~!”
어쩐지, 에우드는 어머니가 ‘느긋하게’라는 말씀을 한 의미를 이해했다.
그건 ‘여유롭게’ 보다도, ‘오래’에 가까운 말이었다.
그런 점에선 티아나가 역시, 로로나의 피를 진하게 받은 걸까.
지금도 살짝 티아나의 연금술 쇼핑과 느낌이 비슷했다.
물론 티아나는 죽을 표정.
그래도, 여러 사용인이나 헌터들도 로로나와 취향이 잘 맞는 거 같았다.
함께 온 마리와 엘리리도 마찬가지.
지금도 또-
“끄아아,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셀레나님, 티아나님, 너무 귀여워요........!!”
-라며, 마리와 엘리리가 포에닉스 아가씨들에게 호들갑을 표하고 있다.
아니. 확실히 둘 다 귀엽긴 했다.
셀레나에게는 그 보들보들한 성격을 표현해주듯 폭신폭신 프릴이 많은 하얀색 드레스.
티아나에게는 리본과 하얀 무늬로 차분하면서도 발랄함을 표현한 남색 드레스.
옷을 모르는 에우드도, 드레스를 입은 두 누나가 예뻐 보이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결국 로로나님과의 쇼핑 동행은 여성 사용인들에겐 최고 인기. 반면엔-”
“남성분들은 조금 지치는 거군요.”
“그렇죠~ 그나마 디안도 쇼핑을 좋아하긴 하지만. 역시 디안 성격상....... 에헤헤, 티아나 아가씨한테 들어서 아시죠?”
“예상이 가네요.”
디안의 쇼핑은 대부분 제과점.
게다가 소녀 취향 입맛을 대놓곤 안 들어내려 하니 말이다.
다른 사람하고 마음 놓고 쇼핑을 다니질 못하는 것이다.
에우드는 곧 케인즈 상회 직원이 내주는 냉차를 받았다.
안나도 뒤이어 그것을 받아, 함께 홀짝홀짝 마신다.
“안나는 스팀팩 후유증, 괜찮나요?”
“가끔 두통이 오는 거 말곤 괜찮아요. 왜 스팀팩을 마시면 큰일 난다는지, 이제야 알았다니까요........”
“저도요........”
스팀팩을 복용한 헌터들 모두, 한동안 저택 주치의에게 계속 약을 처방받아 복용했다.
아마 밖이었으면 그 약값마저 꽤 값나갔을 거라고.
지금은 헌터들 모두 거의 다 회복했다.
덕분에 안나도 엘리리도, 호위역으로 배정될 수 있었다.
“하지만 혹시라도 또 머더 메이지가 나타나면....... 그땐 스팀팩이 있으면 좋겠네요. 좀 남겨놓을 걸 그랬나. 괜히 반납했을지도요.”
“아무리 그래도, 있다고 마시지는 마세요........”
“꿀꺽 마시니까 몇 초 뒤에 눈앞이 시뻘게지는 게 엄청나더라고요.”
“아하하, 저도 그런 느낌이었어요.”
에우드와 안나 둘 다, 스팀팩을 마셨을 때의 감각으로 잡담을 나눈다.
차마 웃을 수 없는 기억이지만.
그래도 살아남았으니 웃을 수 있는 거다.
그러다 에우드는, 웃음을 조금 거두었다.
“-하지만 머더 메이지가 나타나면.”
“........도련님?”
“그때는 제가 죽여요.”
안나는 잠시 숨을 죽였다.
한순간 첫날 만났을 때의 살기를 느낀 안나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뻔했다.
살기가 자신에게 향하지 않음에도 말이다.
“그놈 다시 나타나면. 제가 반드시 죽여요.”
시꺼멓게 뜨고 있는 눈.
조금 웃고는 있지만, 너무나도 살의로 가득한 눈.
드림랜드에서 벼려져 온 맹수의 위험도는, 이번 사건으로 더욱 날카로워졌다.
안나가 겨우 입을 열려는 순간이었다.
“에우드님! 에우드님도 티아나랑 셀레나한테 말씀 좀 해주세요!! 얼마나 잘 어울리는데요, 자!!”
“와악-”
플로라가 에우드의 팔을 꼭 잡더니, 에우드를 단숨에 끌고 간다.
에우드는 들고 있던 컵 내용물의 균형을 겨우 잡았다.
그리곤 플로라가 에우드를 두 누나의 앞에 세웠다.
“후아.......”
안나는 살기가 사라진 것에 겨우 안도를 내쉰다.
“뭐, 뭐야........ 에우드........”
“.........”
아까에 더해, 머리 장식과 자그만 팔찌까지 찬 티아나와 셀레나.
막내가 갑자기 가까이 오자, 둘 다 말수가 팍 적어졌다.
조금 부끄러웠던 걸까.
“어, 어-”
로로나도 플로라도. 마리도 엘리리도, 기대하듯 에우드를 보고 있다.
그 시선에, 에우드의 말문이 잠시 막혔다.
곧 에우드는 머뭇거리다가, 숨을 한 번 들이쉬고 말한다.
“진짜 예뻐. 너무 잘 어울려, 셀레나 누나, 티아나 누나.”
남동생의 거짓 없는 칭찬에, 두 누나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
“셀레나 누나?”
셀레나는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에우드에게 후다닥 다가온다.
그러더니 에우드의 뒤로 몸을 꼭 붙여 숨었다.
.......아무래도 동생에게 칭찬받은 게 너무 부끄러운 거 같다.
“으으........”
오도도도.
티아나까지 에우드의 뒤로 와버린다.
“저기 누나들-”
“보, 보지 마....... 에우드는 보지 마!”
“에우드, 앞에 봐아아아아........”
포에닉스의 아가씨들은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동생 뒤로 꼭꼭 붙어버렸다.
아마 이 순간 둘 다,
지금 입고 있는 드레스와 액세서리로 하겠다고 결정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