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회
사교회를 앞두고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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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팩 포션.
과거 전쟁 시절,
전선에 나가는 군인들에게 ‘끝없는 각성상태’를 부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마약 포션.
그것을 마신 이들은 만용을 얻고, 분노를 얻으며, 생명을 갉아 힘을 끌어낸다고 한다.
또 피아식별조차 불가능해, 적도, 아군도, 심지어 가족도 구분 없이 싸워갔다고.
스팀팩을 복용한 이들의 전선은, 그 끝에 누구 하나 남아 있지 않았다.
적들의 시체조차, 전우의 시체조차 조각조각 난 전장.
리퀴아의 말대로, 모든 곳에 죽음을 자아내는 ‘버서커’의 포션인 것이다.
........라는 이야기의 포션인데.
사실 요즘 그나마 보이는 것은, 그걸 좀 희석해놓은 포션.
원액을 20%로 남겨놓고, 여러 진정제를 섞어놓은 것이라 한다.
이젠 전쟁 때처럼 마시면 재해가 확정된 물건은 아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흉흉한 물건.
마셨다간 정말 큰일 확정이다.
희석했어도, 수십 년간 독극물, 마약의 경계를 우왕좌왕할 정도의 흉기.
결국 말이 포션이지, 실제론 포션으로 거의 취급할 수 없다.
에우드도 기억을 되새겨보자, 드림랜드 노예 몇몇이 그 포션을 복용한 적이 있던 것 같았다. 어쩌면 에우드 본인도, 더 오래 있었다간 마셨을 지도 모르고.
‘이번에 마셔버렸지만.’
현 시대엔 헌터 길드와 연금술 길드에 의해, 스팀팩은 엄중하게 그 사용처를 정해두고 있었다.
이번처럼, 여러 구조 목적을 갖는 상황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조 또한 연금술 길드 최상위의 연금술사들에게만 허락되어, 그 수를 최소화하고 있다.
물론 언제나 불법제조는 있기 마련.
드림랜드에 들어오던 것들도 그런 불법제조 스팀팩일 것이다.
그니까 이것이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보글보글보글보글-
“저, 저기, 죄송해요. 제시-부그그그급.”
“이런 거에 따지지 마요! 저는 도련님 상태가 오래갈 건 이미 예상했다고요!”
에우드는 제시카의 도움을 받아 목욕하는 중이었다.
첫날 왔을 때처럼, 욕조에 던져져 얌전히 비누칠을 받고 있다.
다만 여럿이 붙은 게 아니라, 제시카가 홀로 도와주는 중.
에우드가 여전히 후유증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몸은 잘 움직이는데, 언제 정신이 끊길지 여전히 모를 상황이다.
조금 나아지는가 싶더니, 생각지도 못하는 곳에서 잠들 듯 눈이 감긴다.
현재 디안을 비롯한 헌터 열 명 모두, 에우드와 비슷한 일을 겪고 있었다.
그렇게 다들 침대에서 못 일어나고 있다.
포에닉스의 사용인들은 이들의 혹시 모를 증세에 대비해, 헌터대 숙소 쪽으로 대부분 일터를 옮겨두고 있다. 가레스의 명령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같은 증세인 에우드를 여전히 제시카가 돌봐주는 것이다.
혹시라도 목욕하다 정신을 잃었다간 위험하다면서, 직접 에우드를 끌고 왔다.
“던전에서 돌아오셨을 때도 진액으로 가득하셨다고 하니까요. 혹시 모르니 계속 박박 씻어야 해요.”
“곤충 몬스터들은 진액이 많으니까요........”
“그게 그놈들의 끔찍한 점이죠........ 히익.”
에우드의 팔을 벅벅 씻겨주던 제시카는 몸을 살짝 떨었다.
헌터들은 언데드 못지않게 곤충들도 꺼린다고 한다.
“키익키익거리는 소리가 싫어요........”
“아하하........”
그 ‘마인 센티피드’의 ‘스스스스’거리는 소리를 생각해보면, 소름끼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에우드야 하도 비슷한 소리를 들어서 적응은 되어있었지만.
“아뇨, 뭐 말은 이렇게 하지만 돈은 벌어야 하니까요. 토벌은 언데드보단 자주 간답니다. 특히, 곤충 몬스터들은 몇몇 소재가 괜찮은 것들이 있어요.”
“소재가요?”
“일단은 날개 달린 몬스터들일까요. 페어리의 인분(鱗粉)처럼 엄청 좋은 약재에 쓰이는 건 아니지만........ 나방이나 나비 계 몬스터의 인분 쪽은, 헌터들의 독을 만드는 데 쓰고요. 또 진액이나 독액도 쓸 용도가 많고. 보통 해독제 중에도 이독제독으로 그 독을 희석시켜 사용하는 일도 있죠.”
“아하.”
제시카는 에우드의 위로 물을 뿌리면서, “레인저 헌터 중에선 독화살을 쓰는 이도 많이 있답니다.”라고 말했다.
하긴. 위험도 A 안팎의 곤충들은, 진액이나 독이 상당히 강하다.
특히 ‘마인 센티피드’의 독은-
“팔, 저릿하시진 않나요?”
“많이 괜찮아졌어요.”
지금도 에우드의 몸에 남아 있었다.
심하게는 아니고, 흔적 정도긴 하다.
에우드의 몸이 저릿저릿한 것은 스팀팩 때문만이 아니었다.
장갑을 재빨리 벗고, 해독제를 마셔서 괜찮았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비밀리에 진단을 받아보니 그놈의 독이 그새 침투됐다고 한다.
위험도 S 이상의 독은, 웬만한 포션으론 단번에 해결할 수 없다고.
사실 드림랜드에서 에우드도 독에 자주 당했던 덕에 다소 내성이 있다.
그래도 그중 S를 넘는 독은 없었다 보니, 이번엔 내성으로 전부 해결할 수 없던 것이다.
티아나는 이 사실을 알고, 공방에서 해독 포션을 새로 만들고 있었다.
에우드는 괜찮다고는 했지만 티아나가 참을 수 없다나.
자신의 해독 포션이 큰 효과를 못 봤다는 게, 연금술사로서 버티기 힘들다는 것 같다.
물론 티아나 포션을 마셨기에, 중독까진 가지 않고 후유증만 남은 거지만.
셀레나도 조금씩 돕는다고, 티아나의 포션 제조의 조수역을 해주고 있었다.
덕분에 포에닉스의 두 아가씨는 요 6일간 공방에 자주 들어가 있다.
“그리고, 독과는 비교 못 할 만큼 비싼 게 하나 있죠.”
“.......아, 갑피!”
“맞아요!”
솨아아- 벅벅벅벅-
제시카는 욕조에서 에우드의 고개를 뒤로 젖히도록 한 후, 머리를 감기기 시작했다.
고개를 뒤로 젖히자, 제시카의 푸른 메이드복으로 물이나 거품이 튄 게 에우드에게 보였다. 오늘도 일일 메이드 상태의 제시카였다.
“위험도 B 이상의 갑피는 경갑으로 만들기에 매우 좋죠. 헌터 장비 이외에도, 각종 업계에서 좋은 자재로 활용하고 있어요.”
특히 마인 센티피드의 갑피는 에우드가 생각해도 단단했다.
‘아쿠아 스피어’로 겨우 뚫긴 했지만, 갑피가 없는 배 부분을 동시에 노렸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갑피를 향해 쐈다면, 줄 수 있던 피해량은 상당히 줄었을 것이다.
“마인 센티피드의 갑피면, 엄~청 비싸게 팔 수 있다고요!”
“엄청........ 얼, 얼마 정도인가요?”
“갑피 부위 당 제 교사 월급은 훨씬 넘어갈걸요?”
“.........”
마인 센티피드의 갑피는 대충 세어도 30~40은 되었다.
그럼 그때의 다섯 마리를 전부 포함하면........
에우드도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다.
거품이 눈에 들어오기 직전이라 눈을 뜰 순 없었지만.
“마인 센티피드 자체가 엄청 희귀한 몬스터이면서, S급이니까요. 그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이에요. 게다가 화 속성 상시 인챈트까지........ 마법사들도 군침을 흘리는 재료죠.”
“제시카도요?”
“물론이죠. 그걸로 제 손목 보호대 하나만 만들어도 남 부러울 거 없겠네요.”
다만 역시 개체 수의 한계로,
그리고 자체 토벌의 어려움으로 매물은 거의 없다고 한다.
에우드와 알베르토가 겪은 상황이 매우 특수한 것이다.
“갑피를 가져오지 못해서 아쉽네요.”
“그러니까요, 도련님. 일확천금의 기회였어요. 뭐, 포에닉스인 만큼 크게 안 와닿을 수도 있겠네요.”
“양자라서요, 저도 아직 적응이 안 돼요.”
“그건 그렇겠네요.”
에우드와 제시카는 서로 농담 삼아 말을 주고받았다.
또 조안에게 수업을 들으면서 계산이 좀 빨라진 덕일까.
그 사이 에우드는 갑피의 가격을 두루뭉술 계산해봤다.
“........갑피를 가져왔으면, 제시카한테 선물이라도 사줄 수 있었을 텐데요.”
“에?”
“누나들이랑 가레스님이랑, 로로나님한테도-”
“........도련님.”
에우드의 머리를 감겨주던 제시카의 손이 순간 멈췄다.
곧바로, 다시 머리를 감기기 시작한다.
“제발.......! 제발 도련님, 그런 말 훅훅 던지지 말아요! 또 착각해버리잖아요!!”
“네? 앗, 아야, 너무 격하게 감으시는데요!?”
“일부러 그러는 거예요!”
왠지 모를 제시카의 부끄러움에, 에우드의 머리가 순식간에 다 씻겨졌다.
그 뒤로는 뜨거운 찜질이 좋다기에, 에우드는 몸을 뜨거운 물에다가 푹 담갔다.
제시카도 옆에 의자를 가져다 놓고 쉬고 있었다.
그렇게 잡담을 나누며 에우드가 조용히 몸을 데울 때였다.
“에우드 도련님은, 그....... 어떤 몬스터들과 싸워보셨나요?”
“네? ........으음.”
제시카의 질문에, 에우드는 예전 기억을 살짝 되짚었다.
“이번처럼 언데드나, 곤충이나. 와이번이랑, 크레센트 베어. 늑대인간계열도 있었고, 엔트(Ent) 계도 있었어요. 가끔은 슬라임도- 맞아. 잡혀온 리자드맨도 있었어요. ........오우거도, 몇 번.”
“히에에에.........”
“갑자기 막 꺼내려 하니까 잘 안 나오네요........ 아, 뭔 일인지 몰라도, 미노타우로스처럼 ‘인간형’이나 ‘동물형’ 몬스터하고는 자주 붙었어요.”
“미, 미노타우로스........ 역시 1대1인가요?”
“네, 도중부터는 상대하는 방법도 알게 되어서. 대충 코를 부수면 잡기 쉬웠어요.”
“코를 부수........! 하긴, 위험도 S를 상대하셨으니........ 몬스터들 하곤 총...... 몇 번 싸운 건가요?”
“-대충 500번은 싸웠어요.”
에우드는 턱 끝까지 몸을 꼭 담가 가며, “진짜 못 쓰겠다 싶을 땐, 잠깐 감옥에다 던져놓더라고요. 드림랜드에선.”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에우드가 피로로 죽을 것 같을 땐, 그놈들도 잠깐 건드리지 않긴 했다.
........아마 그것도-
‘-‘그 여자’ 때문에 그나마 봐준 거겠지만.’
‘그 여자’.
에우드로선 별로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다.
제시카가 입을 꼭 다물어버렸다.
아무래도 드림랜드 이야기를 괜히 물었다 싶은 걸까.
에우드는 난감하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조금 미안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얼마 안 있자, 제시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에우드 도련님.”
“네?”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요.”
“그거 좋네요.”
에우드는 물속에서 보글보글 고개를 끄덕였다.
제시카도 키득키득 웃었다.
몸을 다 닦고, 제시카와 함께 방에 돌아왔을 때였다.
제시카도 일단 교사복으로 다시 갈아입고 돌아왔다.
방 밖으로, 뭔가 여러 소리가 들려왔다.
상당히 많은 마차 바퀴가 끼릭끼릭하고, 여러 인원의 감탄이 계속 들려온다.
제시카는 그게 뭔가 싶어 창문을 슬쩍 열었다.
“저거 길드 전용 트레일러네요.”
트레일러라면,
보통 던전이다 대규모 토벌을 끝내고, 소재들을 가져올 때 쓰는 초대형 마차.
포에닉스도 비슷한 규모로 운용하고 있다.
“제시카, 본 적 있나요?”
“있다마다요. ........가끔 돌아올 마차에 자리 없어서, 저쪽에 낑겨서 탈 때도 있었거든요.”
“와........”
소재라고 좋게 표현해도, 실제론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몬스터 시체다.
게다가 이제 막 갈무리를 하여 가공도 되지 않은 시체.
결국 퀘퀘한 냄새와 함께 복귀하는 것이다.
“그럼 길드가 저택에 무슨 일일까요.”
“그러게 말이죠. 그쪽은 요 한동안 무덤 동굴 재조사로 꽤 바쁠 텐데.”
그렇게 서로 고개를 갸웃할 때였다.
창밖에서, 누군가 에우드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게 보였다.
“어머, 가레스님하고 알베르토님........”
“손 흔드는 건 리퀴아님이네요.”
찰랑찰랑 아저씨(Feat.티아나)가, 창문에 고개를 내민 에우드를 향해 반가운 눈치를 보여준다.
가레스는- 피곤해 보이지만 그래도 나름 웃고 있다.
알베르토도 최근 휴식도 많이 취한 덕에, 다시 원래 건강으로 돌아와 있었다.
“가레스님, 로로나님이 침실에서 쫓아내셨다는데 요즘 괜찮으시려나요?”
“아하하........”
‘충격의 포에닉스 부부 각방’이 끝날 때까지 앞으로 1일이라나.
에우드를 던전에 보낸 탓에 사건이 일어났다는 걸, 에우드 본인도 각방 다음날이 되어서야 알았다.
사용인들은 모두, ‘당주님이 안주인님께 또 뭔가 잘못을 했겠지-’하고 납득하고 있다고.
납득이 잘된다는 건, 가레스가 로로나에게 자주 혼난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간간이 만나는 마리와 매디의 말로는, 집무실 소파나 리퀴아 방의 거실을 전전하고 있다고. 더군다나 술도 금지당했다는 것 같다.
그때, 밖에 있던 리퀴아가 크게 소리쳤다.
“에우드-! 니 함 내려와 바라!”
“네, 네?!”
“아마 행수가 거기 갔을 거다!”
““.......행수?””
에우드와 제시카가 서로 고개를 돌렸을 때였다.
똑똑-
덜컹!
에우드의 방으로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곧바로 문이 벌컥 열렸다.
[작품후기]연참입니다. 호로로로로록.
이제 확실히 느낌이 오는 지네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