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500원으로 오르진 않았다는 소중한 제보가 과거에.......?48회
무덤 동굴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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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을 내리 함께 잔 걸까.
겨우 일어나 보니, 누나들과 완전히 뒤엉켜서 자고 있었다.
이불의 상당 부분을 어느새 티아나가 몸에 돌돌 말고 있다.
티아나는 의외로 잠버릇이 나쁘다나.
그러고 보면 마리가 이전에 말하길- 티아나를 깨우러 갈 때면, 이불이 저 멀리 날아가 있을 때가 많다고 했다.
몇 년 전까진 티아나와 셀레나는 침실에서 함께 잤다고 한다.
그러다 티아나의 몸부림을 못 버틴 셀레나 쪽에서 침대를 나누자고 선언했다나.
웬만해선 무심한 셀레나가 그리 말할 정도면........ 꽤 심하게 당한 듯하다.
셀레나는 아예 에우드의 몸통을 베고는 자고 있다.
에우드는 어쩐지 자는 중 뭔가 꾸욱 눌리는 기분이다 싶었다.
근데 또 그것이 너무 무겁지도 않고, 방해되지도 않아서, 오히려 수면이 솔솔 오게 하는 압박.
에우드의 호흡에 맞춰, 에우드를 베고 있는 셀레나의 머리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다.
조심조심, 에우드는 두 사람 깨우지 않기 위해 침대 위에서 살살 움직였다.
그러다 곧, 침대의 또 한 쪽에 누군가 있음을 발견했다.
땋은 양 갈래머리의 여성이 침대에 두 손을 포개 엎드려 있었다.
제시카였다.
완전히 달달한 잠에 빠진 건지 정말 행복한 표정.
에우드가 던전에 간 동안 피곤한 일이 많았던 걸까.
“........제시카?”
“흐아아아........ 쿠아아아........”
에우드가 조용히 불렀지만, 제시카는 여전히 잠에 푹 빠져있다.
역시 깨우기는 좀 미안하다. 에우드도 입을 꼭 다문다.
“.......-헉?!”
그러다 뒤늦게 에우드가 부른 걸 눈치챈 것 같다.
제시카는 곧장 눈을 번뜩하며 일어났다.
머리카락 몇 가닥을 입가에 문 채로, 순식간에 고개를 든다.
“어느새?! 어느새 자버린 건가요?! 어?! 에우드 도련님 일어나셨어요?!”
“네, 넵.”
“어, 어떡해.......! 자는 모습까지 보여 버렸어요........ 꺅! 침이!”
“..........”
아무래도 입가에 흘린 게 있나 보다.
제시카는 서둘러 손수건을 꺼내 그것을 닦아간다.
“........아, 아니죠! 어차피 도련님에겐 여러모로 다 들켰는걸요! 이 제시카, 도련님한테 보이는 건 별, 별로 상관은 안 할 거랍니다!”
허둥지둥하던 제시카는, 손수건으로 입가를 다 닦더니 당당히 태도를 바꾼다.
그래도 여전히 불안한지.
그 와중에도 걱정 가득한 시선을 슬쩍슬쩍 에우드에게 보낸다.
“많이 피곤했나요, 제시카?”
에우드는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제시카가 피곤하다면 더 잤으면 싶었다.
“........우읏. 도련님이 신경 안 쓰시니 더 씁쓸하네요.”
“더 자도 괜찮아요, 제시카.”
“아니에요! 그리고, 저는 자러 온 거 아니라구요!”
제시카가 의자에서 폴짝 일어나자, 침대가 한 번 들썩였다.
그러자 두 누나가 부스럭부스럭 잠을 설친다.
에우드와 제시카가 서로 깜짝 놀라 잠시 행동을 정지했다.
“........(에우드)”
“........(제시카)”
다행히 잘 자고 있다.
거기서 에우드는 제시카의 복장이 평소랑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어라, 제시카 그 옷은........!”
“후흥........ 용케 알아채셨군요, 에우드 도련님!”
제시카는 에우드가 알아챈 옷으로 빙글빙글 몸을 회전시켰다.
“오늘은 이 제시카가 에우드 도련님을 담당할 일일 메이드랍니다! 아, 후유증을 생각하면 일일로 끝나지 않을 거 같지만요.........”
교사복이 아닌, 다른 메이드 복장보다 좀 더 진한 색의 메이드복.
조안이 입는 것과 같은 계열의 복장이다.
제시카는 그것을 한 번 더 팔랑하고 흔들었다.
조안이 입을 땐 엄격함과 고풍스러움이 확 드러났는데.
제시카가 입고 있으니, 에우드는 묘하게 발랄함을 느꼈다.
역시 입는 사람의 분위기가 중요한 걸까.
제시카가 말하길 에우드의 이번 던전 참전은 비밀.
그건 에우드도 잘 기억하고 있다.
출발 전에 가레스가 말해준 거였으니까.
에우드는 어디까지나, 알베르토에게 “현장경험’을 배우기 위해 같이 갔다.”- 그 정도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때문에 현재도 에우드의 방 쪽엔 사용인들을 거의 둘 수 없는 상황.
그런 만큼 에우드의 뒷바라지를 하기 힘드니, 이번만 제시카가 그걸 맡기로 해준 것이다.
무려 로로나의 직접적인 부탁이었다.
조안과 같은 복장인 이유는, 그녀의 저택에서의 위치 때문이었다.
다른 사용인들보다 훨씬 높아야 할 ‘포에닉스 삼남매의 스승’인 제시카이기에, 그 격에 맞는 걸 입었다고.
“무엇을 숨기겠나요. 제가 바로 어렸을 때 병상의 어머니를 돌본 실력자. 뒷바라지 실력만큼은 확실. A! 아니, S급 간병인이죠!”
참고로 제시카의 어머니는 덕분에 지금도 고향에서 건강하시다나.
과연 S급 간병인.
다만 조금 들떠서 이야기한 덕일까.
“으으, 시끄러........”
“웅........”
티아나와 셀레나가 깨버렸다.
“힉, 죄송해요!”
S급 간병인의 동요가 에우드에게 팍팍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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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우드도 스팀팩을 마시게 될 줄은 몰랐다니까.......”
티아나는 침대 위에서 과자를 뽀삭이던 중, 에우드에게 추욱 걱정하며 말했다.
셀레나도 에우드의 몸을 자주 이리저리 만졌다. 혹시라도 망가진 곳이 있는지 확인하는 걸까.
잠에서 다 깨어난 삼남매는 침대 위에 과자를 놓고,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과자는 제시카가 가져다준 것이었다.
S급 간병인도, 두 아가씨의 떼쓰기엔 이길 수 없었다.
“아가씨들, 침대 위에 누워서 과자 먹으면 안 된단 말이에요........ -으하읍.”
공범으로 만들려는 건지 셀레나는 제시카의 입에다 과자를 꼭꼭 집어넣었다.
제시카 쪽으로 과자를 공급하며, 셀레나는 에우드에게 걱정스레 물었다.
“에우드, 몸은 이제 안 아파?”
“아직 조금........ 두통은 계속 있고. 그리고 몸 좀 움직이려 하면 욱신욱신거려.”
게다가 언제 또 정신이 끊길지 모른다.
비공정에 실릴 때처럼 기절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에우드는 최대한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었다.
그러자 셀레나가 다시 에우드를 꼭꼭 만져간다.
곧바로 다리나 팔이나, 여러곳의 근육을 힘차게 주물주물한다.
.......아무래도 몸이 욱신거린다는 말에 마사지라도 해 줄 생각인 것 같다.
“근데 내 회복 포션이랑 스팀팩이랑 같이 마시면 큰일 나는구나. .......와아.”
에우드가 리퀴아에게 들은 걸 전하자, 티아나도 정말 놀란 듯 말했다.
스팀팩 자체가 원래 다루면 안 되는 물건인 탓일까.
티아나도 그 성분은 알고 있었지만, 거기서 특수반응이 일어나는 건 처음 알았다고.
어느새 가져온 건지, 티아나는 자그만 펜으로 그것을 적고 있었다.
아마 연금술에 관한 정보를 적어두는 노트. 티아나의 오밀조밀한 글씨가 쭈욱 적혀있었다.
에우드가 그 노트를 감탄하며 볼 때였다.
“에우드 도련님,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이건, 이번에 저도 알게된 이야기지만.......”
셀레나가 입에 넣어준 과자를 다 먹은 걸까, 제시카는 매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련님의 출신은, 이번에 로로나님께 들었답니다. 이런 식으로 말씀드리게 되어 죄송해요.”
출신.
즉, 에우드가 드림랜드에서 팔려왔다는 걸 알게 됐다는 얘기다.
“.......아니에요.”
‘드림랜드 출신’이라는 이야기를 한 건 로로나의 판단.
제시카에게 에우드를 봐 달라고 하면서 함께 말했다고 한다.
또 에우드에 대해 잘 이해해야지, 앞으로의 마법에도 큰 도움이 있을 거라 여긴 거다.
로로나의 결정이기에, 에우드도 반발심 같은 건 딱히 생기지 않았다.
애초에 이 상황도 에우드가 자초한 거긴 하다.
페리아에게 ‘엘리리를 구해오겠다’라고 약속하면서, 던전에 들어가는 걸 알렸기 때문이니까.
그리고 또, 제시카의 에우드에 대한 태도는 여전히 그대로다.
이전과 같이 이 둘은 서로 볼 거 못 볼 거 봐버린 관계였다.
그래도 역시 두 누나들은, 걱정 가득 제시카에게 입단속을 부탁한다.
“제시카, 진짜 비밀이야......... 절대 말하면 안 돼!”
“쉿 해야 해. 정말로.”
“알고 있답니다, 티아나님. 셀레나님. 로로나님께 얼마나 주의를 들었는데요.”
“......주변에 말하면, 나 제시카 수업 거부할 거야?”
“으으...... 안 말할 거라니까요.......”
제시카는 셀레나의 협박에 최대한 진심을 전한다.
“저 제시카, 입 무거운 거로는 S급 이상이랍니다!”
제시카의 S급 타이틀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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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던전에서 머더 메이지까지 나타나다니. 생각지도 못했어요.”
“네........”
에우드는 이후 세 사람에게 던전에서 겪은 것들을 짧게 짧게 전했다.
머더 메이지. 벌레술사.
위험도 S 몬스터들과의 충돌.
넓어진 던전과, 겨우 찾아낸 생존자들.
그리고- 그 몬스터들에게 쏜, 첫 마법의 성공까지.
“에우드! 드디어 마법 성공했구나!”
“첫 속성은 ‘물’이라. 역시 에우드. 티아나하고는 정반대.”
두 누나는 첫 마법 성공에, 에우드에게 칭찬의 쓰담쓰담을 전한다.
“그니까! 나랑 정반대- ........언니. 무슨 의도야, 그거.”
“그때 필요한 게 물이었던 거지만- 아앗, 누나들 싸우지 마.......!”
쓰담쓰담의 와중 둘이서 살짝 티격태격한다. 에우드가 서둘러 둘을 말렸다.
“역시, 에우드님의 재능은 확실했다니까요. 다만 마력을 조절하는 게 마법의 또 다른 과제니까요. 아무래도 이번엔 그 조절이 안 된 거 같네요.”
“조절이 안 됐다니?”
“티아나님이 매번 폭주하시는 마법의 정도를, 이번에 에우드님은 한 100배 규모로 터트렸다고 보면 돼요.”
티아나가 일으키는 폭주의 100배.
그걸 상상한 티아나가 오돌돌 몸을 떨며 에우드를 꼭 잡았다.
“마법사는 모두 ‘안전한 정도’까지 마력을 남기니까요. 하지만 이번에 에우드님은 그럴 겨를이 없던 거죠........ 온몸을 못 움직이셨다는 건 0%에 가까운 거랍니다. 거기까지 내려갔으면 정말 위험하셨던 거예요.”
마법사들은 웬만해서는 일정 마력은 절대 넘겨 쓰지 않는다.
‘신뢰할 수 있는 동료’가 있는 상황에서야 겨우 전력을 쓴다고.
그것조차도, 꽤 뒤를 고려치 않는 선택이라 한다.
에우드의 경우 동료는커녕 혼자 있던 상황이니 말이다.
위협이 가득한 장소에서 홀로 싸울 경우, 마력은 꼭 10~20% 이상 여분을 남겨야 한다.
마법사 헌터들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규칙이다.
“그런 와중에 결국 포션 두 개를 같이 복용하고........ 그렇게 탈출하는 중에 리퀴아님이 구해주셨다니. 이건 정말 기적이에요.”
“저, 진짜로 죽을 뻔 했던 거군요.......”
“당연하죠! 0%까지 떨어진 마법사들은 대부분 좋은 꼴 못 봐요!”
제시카는 에우드를 혼내면서도, “다음 마법 수업은 마력 조절에 대해서 꼭 가르쳐드려야겠어요.”라며 수업의지를 불태운다.
거기서 에우드는 기억이 닿은 걸 물었다.
“-맞아. 그때 리퀴아님도 같이 저택에 온다고 하셨는데.......”
비공정에 같이 타기 직전까지 있었으니, 아마 저택까지 같이 왔으리라.
“찰랑찰랑 아저씨라면 지금 엄마 아빠랑 같이 있어. 아빠가 아예 별채에다가 방도 하나 내줬고.”
“찰, 찰랑찰랑 아저씨.”
다행히 찰랑찰랑 아저씨는 어딜 가거나 하진 않았다고.
아무래도 이대로 저택에 며칠 머무를 것 같다고 한다.
그리고 여기서 에우드는, 자신이 저택에 도착한 후 하루를 꼬박 더 잤다는 걸 들었다.
“그 아저씨 얼굴 엄청 험악해. 무서워.”
“언니, 에우드랑 헌터들 구해준 아저씨잖아!.”
“그래도....... 험악한 걸.”
셀레나는 리퀴아에 대해 거짓 없는 심정을 전한다.
........본인 앞에선 되도록 말을 피해야 할지도.
리퀴아가, 요즘 아이들이 자기 이름을 몰라 상처받는다고 했으니 말이다.
“그럼 포에닉스 헌터들은 다들 어떻게 하고 있어?”
에우드의 말에, 세 사람 다 난감하게 웃어버렸다.
제시카가 거기에 먼저 답해줬다.
“열 명 전원, 스팀팩 후유증으로 요양 중이에요. 마지막에 던전에서 탈출할 때, 알베르토님을 제외하고 다 같이 마셨다고 하네요. 최대한 빠르게 탈출하기 위해서요.”
현재 포에닉스 저택은, 다수의 스팀팩 환자들로 유례없이 뒤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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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으으........ 조안 누님이 끓여준 차는, 진~짜 지금도 여전히 맛있다.”
“리퀴아. 또 누님이라뇨. 계속 그런 식으로 부르면 저 역시 부끄럽답니다.”
“조안 누님은 쭈욱, 언제나 내 누님이다!”
저택에 도착하고 하루.
리퀴아는 포에닉스의 응접실에서 차를 홀짝 마셨다.
정말로 거짓 없이 좋아하는 표정.
험악한 얼굴에서 나올 거라곤 예상도 못 할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표정의 대부분이 조안을 향하고 있다.
조안을 도와 리퀴아에게 과자를 내주고 있던 마리는 거기에 의아해했다.
“조안님이 리퀴아님하고 아는 사이셨나........?”
확실히, 하루아침의 관계로 나올 대화는 아니었으니 말이다.
리퀴아가 머물기 시작한 건 어제부터였을 텐데.
‘그렇다면 둘은 이전부터 알고 있던 지인 관계인가........ 가레스님이랑 아는 사이이시니, 충분히 알 수도 있겠고. 으으으으음-’
마리는 머릿속으로 여러 추측을 돌렸다.
그러자, 마리와 함께 있던 선배 메이드- 저택 사용인 12년 차인 에밀리가 단번에 답을 전해줬다.
“마리는 이 얘기 몰랐구나.”
“네?”
“리퀴아님의 어렸을 적 첫사랑이 조안님이야.”
마리는 이 순간 소리칠 뻔했던 걸 겨우 참았다.
“흐으으읍-진, 진짬까......?!”
“사실 나도 이전 선배들한테 들은 거지만.”
조안의 현재 나이 48.
리퀴아의 현재 나이 35.
리퀴아의 첫사랑의 시기는 조안이 26세, 리퀴아가 13세일 때였다고 한다.
13세인 리퀴아가, 과거 26세였던 조안에게 열렬하게 구애했었다고.
........열셋의 나이 차를 가진, 22년 전의 첫사랑이다.
말을 듣고 보니 리퀴아의 표정엔 여러 애틋함이 섞여 있다.
확실히, 저 애틋함은 사랑이 아니고서야 설명이 되질 않았다.
“조안님........ 지금 혼자시죠?”
“남편분하고는 8년 전에 사별하셨으니까.”
“리퀴아님은-”
“수많은 혼담을 거절하고, 아직 독신이라 하시지.”
“.........”
“.........”
마리의 입에서 ‘설마-!?’라는 말이 나올 뻔할 때였다.
“이번 일은 정말 도움이 컸어, 리퀴아.”
리퀴아의 앞에 앉아있던 가레스가 찻잔을 내렸다.
[작품후기]연참입니다. 호로로로로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