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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마검사 도련님-46화 (46/264)

[작품후기]가레스. 분가의 위험 도래.?46회

무덤 동굴046.

숨통이 끊어진 두 마리의 마인 센티피드.

그러나 곧장 또 다른 위기에 처해버린 에우드.

에우드는 완전히 망각하고 있었다.

아니, 에우드의 입장으론 떠올릴 겨를이 없었다고 보는 게 맞다.

마력은 사실상 체력과도 동일하다.

마력의 급격한 소비는 순식간에 과로와도 같은 결과로 몰려온다.

매번 티아나가 마법을 폭주하고 나선 지친다고 데굴데굴거릴 때가 많았는데.

........그게 지금 에우드의 상태였다.

물론 지금 이게 데굴데굴로 끝날 일은 절대 아니다.

방금 마법으로, 너무 많은 양의 마력이 에우드의 몸에서 빠져나갔다. 손가락마저 움직이기 힘들다.

게다가 이게 또 웬걸.

쿠르르르르르르르르!!!

뒤흔들린다.

방금까지 전투를 치르던 안전구역의 천장이나 벽들이, 충격에 버티질 못하고 뒤흔들리고 있었다.

아까까지 과도하게 전투를 치른 후폭풍이다.

........당연하긴 하다. 대체 몇 번을 충돌하고, 몇 개의 벽을 부쉈는가.

게다가 밑에서부터 엄청나게 터트리고 왔으니 말이다.

무너지지 않는 게 더 이상하긴 했다.

“이건 진짜 위험한데........!”

설 힘조차 없이 땅바닥에 쓰러져버렸다.

위기다. 이건 진짜 위기다.

순식간에 다가온 목숨의 위기에, 에우드는 난색을 전혀 감출 수 없었다.

투구 너머로, 잔해의 추락이 점점 가까워지는 게 보인다.

에우드는 어떻게든 낑낑거리며 자신의 손을 움직여보려 했다.

안간힘을 다 끌어모으자, 겨우 팔 한쪽이 부들부들 움직였다.

다만 다리엔 아직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때였다.

“.......맞아!”

에우드의 뇌리에, ‘아직 남아있는 포션’을 떠올린다.

고개를 겨우 돌린다.

삐걱삐걱거리는 목을 움직여, 포션을 꽂아뒀던 몸통의 가죽 홀더를 확인한다.

........다행히 안 깨졌다.

금은 조금 가 있긴 하다. 내용물도 조금씩 삐져나오기도 했다.

그래도, 웬만큼 멀쩡하다.

‘회복 포션.’

그리고, ‘스팀팩 포션.’

에우드는 부들부들거리는 손을 움직여 겨우 포션 홀더를 붙잡았다.

“다들 ‘살기 위해서라면’이라고 말했지........!”

이어서 두 개의 포션을 동시에 홀더에서 뽑아낸다.

그것을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는 손으로 겨우 붙잡아, 입가로 가져온다.

입가를 가린 투구를 들어 올릴 힘 따윈 없었다.

그렇다면 투구 바이저(Visor)의 틈에다가 들이부어야 한다.

쿠르르르르르르........!!

콰라라라라라라라라라!!

코르크로 막힌 포션의 뚜껑을 열어간다.

진동으로 인해 내용물이 흔들린다.

포션이 철렁이더니 에우드의 제복 위로 조금씩 흘려버렸다.

가만히 있다간 그대로 쏟을 수도 있는 상황.

곧바로 에우드는 각오를 다진다.

두 개의 회복 포션과 스팀팩 포션을-

주르르르륵-

꿀꺽!!

투구 안으로 부어, 동시에 복용했다.

“웁.......! 쿨럭! ........커흑!! 켁!! 아아아아아악!!!”

몰려오는 고통.

눈이 순식간에 충혈되는 것이 느껴진다.

머리를 송곳으로 찌르는 것 같은 두통이 일어난다.

참을 수 없는 구토감에, 에우드는 투구의 안에서 몇 번이고 구역질을 반복했다.

그러나 그 순간이었다.

“컥......! ........윽!!!”

에우드의 팔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금씩, 그러면서 폭발적으로 약 기운이 돌아간다.

티아나 포션에 의해 체력이 채워짐과 동시에, 형언할 수 없는 ‘활력’이 사지에 돌기 시작했다.

일어날 수 있다.

움직일 수 있다.

뛰어갈 수 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이윽고 안전구역 6이 던전의 잔해에 깔려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에우드는 행동을 재개했다.

오로지 탈출하기 위해, 땅을 박차고 뛰기 시작했다.

주먹과 검으로 잔해를 부수며, 절대 깔리지 않기 위해 질주를 이어갔다.

........다만 그 집념은 오래 가지 않았다.

눈앞은 시뻘겋게.

피를 쏟아놓은 것처럼 점점 물들어갔다.

그 뒤부터는,

에우드는 머릿속의 뭔가가 끊긴 것처럼 그 무엇도 떠올릴 수 없었다.

.

.

.

“-뭐여, 이 난리 북새통에 진짜 탈출하고 있었나?! 이야, 가레스 금마가 골라왔을 만하네! 진짜 엄청나구만!!”

그저 도중, 정체 모를 사투리가 가득한 말투........

그걸 들었다는 희미함만이, 에우드의 뇌리에 남아있었다.

“니 참 배짱 좋다! 그럼, 가레스한테 빚 좀 지우게........ 마, 잠깐 진정 좀 해라-!!”

콰가가가가가가가강-!!!

멍한 느낌이 들었다.

지끈지끈거리는 두통에 온몸이 안 움직이고.

그 두통으로 인해 정신이 살짝 멀어진 것 같은 기분.

두 개의 포션을 마신 것까진 기억하는데.

그 뒤부터는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니, 애초에 에우드는 눈앞도 보이지 않았다.

“........으으윽.”

그제야 방금까지 자신이 정신을 잃고 있었음을 이해한다.

설마 결국 잔해에 깔려버린 걸까.

그렇게 안간힘을 다해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오호, 불안불안 했는데. 용케 잘 깨어났다.”

어떤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에우드가 알고 있는 목소리는 아니었다.

알베르토도, 디안도, 알렉스도 아닌 것 같다.

눈을 떴음에도 모호한 시야에 에우드는 몇 번이고 눈을 껌뻑여갔다.

“내 살다 살다, 설마 그 두 개를 같이 복용하는 대단한 멍청이가 있었을 줄은 몰랐다.”

“어.......?”

“니 지금 똑바로 기억은 하고 있나? 눈앞은 잘 보이고? 이건 몇 개로 보이나?”

휙휙, 손바닥 비스무리한 것이 눈앞에서 휘적거린다.

곧 흐릿한 시선이 겨우 되돌아온다.

손바닥 비스무리한 건가 싶었는데 진짜 손바닥이었다.

눈을 뜨자, 눈앞엔 투구의 바이저가 없었다.

무엇하나 가려지지 않는 시야.

정체를 감추기 위해 쓴 투구였는데, 그걸 벗고 있었다.

겨우 눈을 뜨긴 했지만, 머리의 지끈거림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사지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건 마찬가지.

하지만 적어도 지금 이곳은-

“그런 놀란 눈 하지 마라. 이제 딱히 죽을 위기는 없을 테니깐. .......죽을 만큼 아픈 일은 있을지도 모르겠다만!”

그렇다.

던전이 아니다.

에우드의 몸은 던전의 돌바닥이 아니라, 삐걱거리는 간이침대의 위였다.

마석으로 은은하게 이어지는 빛무리도 없다.

몬스터들이 죽어서 흘리는 진액도 보이지 않는다.

썩은 내와 흙내가 뒤섞인 언데드의 냄새도 느껴지지 않는다.

끝내 쓰러트렸던 거대 지네의 갑피도 보이지 않았다.

에우드는 그제야 곳곳에서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오는 걸 깨달았다.

웅성거리는 소리.

바쁘게 움직여가는 소리가 점점 귀에 느껴졌다.

“여긴 길드 상황본부의 의료 텐트다. 정신 버뜩 차리라. 넌 지금 살아남은 거다.”

들려온 사투리에 눈을 겨우 돌리자 어떤 중년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꽤나 찰랑거리는 검은 장발.

그럼에도 그것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험악한 얼굴.

입고 있는 복장은, 어떤 문양도 새겨져 있지 않은 헌터 제복이었다.

보통 특정 세력에 소속되지 않은 프리 상태의 헌터들- 실질 S급 이상 헌터들이 취하는 복식이다.

두통과 오한, 갖가지 아픔을 참아가며, 에우드는 옆에 앉은 남자에게 물었다.

“저, 저기........ 당신은 누구세요.........?”

“엥? 아하하하! 니 그걸 먼저 묻나!”

에우드의 말에, 검은 머리 남자는 유쾌하게 웃었다.

그때였다.

가죽 커튼이 펄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텐트-라고 했으니까, 아마 텐트의 막이 여닫힌 것 같다.

“-‘리퀴아’, 에우드를 봐줘서 정말 고맙네. 내 바로 교대를......... 에우드?!”

에우드는 겨우 자신이 아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알베르토님?”

“괜찮은 건가?! 오오, 에우드!!”

에우드가 깨어난 걸 확인한 알베르토가, 엄청난 속도로 달려와 에우드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리곤 너무나 기쁨에 겨워, 몇 차례나 에우드를 흔들어갔다,

“하하하!! 일어나서 다행일세!! 일어나서 다행이야!!”

“아아악........! 저, 저기, 알베르토님, 아픈데요........!”

“이, 이런! 내가 너무 힘을 줬나 보군!!”

에우드가 아파하는 반응에, 알베르토는 재빨리 양손을 떼어낸다.

“자네, 벌써 열 시간을 계속 정신 못 차렸으니 말이네! 가레스님도, 로로나님도, 아가씨들도, 이제 한시름 놓으실 수 있을 거라네!”

“지금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알베르토와도 다시 만나고.

정체 모를 남자를 보고.

현재 자신이 있는 곳이 텐트임을 알고 있어도.

그럼에도 역시, 에우드는 현 상황을 똑바로 파악할 수가 없었다.

일단 이야기를 들어보자 확실한 것이 하나,

에우드는 ‘스팀팩 포션’의 약효를 제대로 받았다는 것이다.

“던전이 무너지기 직전이고. 나도 이제 ‘안 되겠다~’ 싶어서 나가 볼까 하고 있었는데 말여.”

“-스팀팩을 복용한 자네가, 무너지는 곳들을 뛰어넘어 오고 있었다는 걸세.”

“요 꼬맹이가 뭔 잔해를 계속 펑펑 부수면서 오는데, 와- 내가 봐도 저건 좀 대단하다 싶었다!”

.......솔직히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약기운이 돌기 시작하면서, 에우드는 그저 눈앞이 시뻘겋게 변했다는 것만 기억하고 있다.

“‘스팀팩 포션’을 마시면 일어나는 상태가 바로 그것일세. 복용 후 약 기운이 돌기 시작하면, 오로지 ‘가장 필요한 행동’만을 위해 움직이니 말이네.”

“뒤지게 아픈 것도. 무서운 것도. 인간이면 당연히 먹어야 할 겁마저도 전부 무시하지. 원래부터 스팀팩 포션은, 과거에 전쟁에서 절대 도망치지 않을 ‘버서커’를 만드는 포션이었으니.”

그 말 즉슨, 에우드가 극도의 각성상태에 들어갔다는 말이겠지.

“게다가 대충 증상을 보아하니, 그걸 니가 다른 포션이랑 같이 마셔버렸더만. 포에닉스 헌터들이 갖고 있던 회복포션, 그거랑 같거나 비슷한 거 마신 게 맞나?”

“네? .......네, 몸이 움직이질 않아서, 회복 포션이랑 해서 두 개를 동시에.”

“그게 문제였던 거다.”

검은 머리의 남자가 에우드의 눈을 가리키며 말했다.

“성분을 들어보니 가레스의 둘째 딸이, ‘악시아 나무’랑 ‘카바나 열매 씨앗’- 거기서 추출된 액기스를 회복 포션 재료로 사용했더만. 그거 스팀팩 계열 각성제랑 효과가 끗발 나게 좋다. 나쁜 의미로.”

심지어 티아나 포션과의 동시 복용이 원인이었다고.

효과가 과도하게 돌아, 에우드의 기억이 더 애매했던 모양이다.

이러한 기억의 모호함도, 스팀팩의 후유증 중 하나라고 한다.

“너무 걱정은 안 해도 되네. 후유증이 끝나면 에우드 자네도 조금씩 기억이 돌아올 테니.”

“그런가요........”

“그리고 자네에게 전해야 할 것이 또 하나.”

에우드는 알베르토가 뒤이어 할 말에 시선을 돌렸다.

“자네 덕에, 모두 구할 수 있었네. 포에닉스 헌터대는 전원 생존이네.”

알베르토의 말에 에우드는 눈을 크게 떴다.

“자네가 홀로 그 두 마리를 맡고서부터, 서둘러 방향을 나눠 탐색을 진행했네. 그리고-”

그 뒤, 다른 루트에서 허겁지겁 올라오던 ‘귄터’ 쪽 인원 셋을 발견했다고 한다.

귄터 이외에도, 별동대로 움직인 알렉스 쪽에서 다른 생존 헌터들을 찾아냈다.

처음 탈출했던 이들까지 포함하여 총 생존자 26명.

포에닉스 헌터 10명 전원 생존.

-그게 이번 구조의 결과라고 한다.

다른 무엇보다도, 포에닉스 헌터대 전원의 생존이라는 결과는 너무나도 크게 다가왔다.

에우드는 몇 번이고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자네의 공이야. 자네가 나와 동행해주지 않았으면, 절대 그들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었을 걸세.”

다만 생존자를 찾은 후부터는, 차마 에우드가 어디 있는지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고.

심지어 그새 던전까지 무너지기 시작하여 생존자들 몇몇까지 잔해에 깔리기 직전.

........그런 위기에서 바로 이 검은 머리의 남자가 던전 내부에 나타났다-라는 이야기다.

“내 없었음, 아마 길드든 포에닉스든 메트리든- 살아남은 놈들 몇몇은 잔해에 깔려서 죽었을 거다.”

“알고 있다네. 자네가 와준 덕에 다른 인원들도 모두 살아남을 수 있던 것이니까.”

지금 이야기에 따르면 에우드를 구했을 사람.

또한 생존자들을 무사히 밖으로 인도해준 사람.

에우드는 검은 머리의 남자를 향해, 그것을 다시 물었다.

“그, 그러니까........ 죄송한데 정말로 누구신가요?”

“내? .......후우.”

에우드의 거듭된 질문에, 의자에 앉아 검은 머리의 남자는 약간 말하기 싫었다는 듯 대답했다.

“.......리퀴아여. ‘리퀴아 데몬러커’. 이렇게 이름을 말해도 요즘 꼬맹이들은 모를 테지만.”

[작품후기]연참입니다. 호로로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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