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회
무덤 동굴044.
●
마인 센티피드가 벽을 꿰뚫으면서 알게된 것.
그건 이 던전의 벽 두께가, 엄청 두껍지는 않다는 것이다.
더 자세히 말한다면, ‘길이 너무나 많아졌기에’ 상대적으로 벽이 얇아지게 된 것이다.
만약 정말 마인 센티피드가 밀도 높은 땅을 부수며 들어갔다면,
에우드도 그 뒤로 밀려오는 잔해 때문에 절대 쫓을 수 없었으리라.
그렇기에 역으로 쫓을 수 있었다.
물론 벽은 두껍긴 매한가지.
아무리 에우드라고 해도 그것을 꿰뚫긴 힘들다.
하지만 그걸 차례차례 부수며 목적지로 가는, 마인 센티피드의 뒤라면,
지네가 벽을 뚫어가는 것만을 집중적으로 쫓아,
날아오는 잔해를 전부 주먹으로 부수며,
저놈이 향하는 곳을 최단시간으로 쫓아간다면.
콰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앙-!!
콰가가가가가가아아아앙!!
에우드도 쫓을 수 있었다.
“-투구 자식, 괴물이잖아, 저거!!!”
[“넌 앞으로 쓸데없는 짓거리 좀 하지 마!! 불러서 억지로 왔더니 뭔 개지랄만!!”]
“팔 한쪽 덜렁덜렁거리는 놈이 무어가 잘났다고-!!”
보인다,
머더 메이지와 동료로 추정되는 놈이.
그리고-
“투구........?!”
“저거, 설마.........!”
“!!!!”
두 명의 헌터가 있다.
“디안!! 엘리리!!”
“에우드 도련님?!”
“-어?! 어어어?! 저게 에우드님이라고?!”
투구를 본 적 있는 디안이 먼저, 에우드의 존재를 알아챘다.
콰아아아아아앙-!!
난전.
에우드. 디안. 엘리리.
머더 메이지. 마인 센티피드. 그리고, ‘벌레술사’.
에우드는 곧바로 자신의 주먹에 마력을 급격히 실어갔다.
벽을 꿰뚫고 나옴과 동시, 마인 센티피드를 향해 그 주먹을 휘두른다.
“얌마, 얌마얌마얌마!! 이 투구 새끼가 감히 내 센티피드를!?!?”
“흐아아압-!!”
퍼어어어어어억-!!
콰아아아아아앙!!
에우드의 현재 최고위력을 실은 주먹이, 마인 센티피드의 턱을 정확히 노려 밀쳐 올렸다.
주먹에 직격당한 마인 센티피드의 몸이 순식간에 천장으로 날아가 버렸다.
머더 메이지는 이미 그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에우드의 공격이 들어오기 직전, 재빨리 마인 센티피드에게서 떨어져 던전 벽을 박찬다.
콰가가가가-!!
쿠르르르르르!!
천장과의 충돌.
잔해의 폭발.
던전이 셀 수 없이 뒤흔들린다.
온갖 돌덩이, 마석, 종유석들이 계속해서 떨어진다.
주변에 있던 벌레 몬스터들이 점차 던전의 잔해에 깔려간다.
[키에에에에에에엑!!]
[카가가가아아아아!!]
“-아, 미치겠네!! 센티피드, 터트려!!!”
[스즈즈즈스스스스스스!!!]
크래프트가 신호를 내리자, 마인 센티피드의 갑피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도련님!! 어서 놈한테서 떨어져!!”
“저놈 저렇게 달궈진 상태면!?”
지이이잉!!
“-마인 센티피드가 폭발한다!!!”
퍼버버버버버버버벙!!
마인 센티피드의 모든 갑피 위로 일제히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과 분진으로 가득해진 무덤 동굴 던전의 심층 구역.
사태는 앞을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
폭발 직전, 고속으로 몸을 날린 에우드를 엘리리가 겨우 받아냈다.
다만 몸을 겨우 잡았음에도 뒤이은 폭발의 충격이 너무 컸을까.
역풍이 밀려옴과 함께, 엘리리와 에우드의 몸이 계속 밀려 나갔다.
재빨리 디안이 그걸 막아보려 했지만, 디안 또한 똑같은 꼴이 돼버린다.
결국 세 사람은 서로 뒤엉킨 채 수차례나 구르고 구른다,
데굴데굴데굴-!
콰아아아아앙!
셋 다 벽에 부딪히고 나서야 겨우 멈출 수 있었다.
우르르르르.......!
“으갸아아악........!!”
“으에에엑, 아파라, 아파라....... 아! 에우드님?! 에우드님이라고요?!”
“허어억........ 이게 다 뭔 일이야........”
엘리리는 자신이 보호한 소년의 투구를 살짝 들어 올렸다.
투구 너머에서, 눈을 핑핑 돌리고 있는 에우드의 얼굴이 드러났다.
“꺄아아악! 진짜 에우드님이야!!”
“이, 이렇게 찾을 줄은 몰랐어요.”
“도련님,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야!!”
투구의 전사가 에우드임을 알자, 엘리리가 환호하며 끌어안았다.
다만 엘리리도 구른 충격이 상당했는지 도중 통증에 못 이겨 힘이 풀려버린다.
에우드는 눈을 번쩍 뜨곤 서둘러 말을 이었다.
“아까 알렉스 쪽 다섯 명도 찾았어요! 아마 위쪽- 알베르토님 쪽이랑 슬슬 합류했을 거예요! 그러니까 두 사람도-”
에우드는 남은 스팀팩 포션과 티아나 포션을 몇 개 꺼내 두 사람에게 건넨다.
“군터 쪽 셋을 찾은 다음에! 이제부턴 어떻게든 탈출하는 것만 생각해주세요!!”
엘리리와 디안에게 보호받은 덕일까.
에우드가 가진 포션은 다행히 깨지지 않았다.
투다다다다다다-!!
뭔가를 발포하는 소리가 들려온 즉시.
에우드는 엘리리에게서 떨어진 뒤, 셀레나의 검을 꺼내 후방으로 휘둘렀다.
캐개개개개갱-!!
채애애애앵!!
“칫........! 짜증 나는 꼬맹이가!! 감히 방해하고 자빠졌어!!”
화살. 아니, 그것보다 작은 뭔가였을까.
마치 화살촉만을 튕겨낸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위력은 상당했다.
에우드의 검을 쥔 팔이 충격에 흔들렸다.
주변을 확인하자, 마치 ‘벌의 독침’ 같은 것이 땅에 박혀 있었다.
“네가 벌레술사가 맞구나.......!!”
“벌레술사?! 어떤 새끼가 날 그딴 이름으로 부르고 있어?!”
눈을 벌레처럼 번뜩이는 길쭉한 귀의 소년.
“벌레술사가 아니라 바로 ‘충왕’!! 위대한 ‘기억의 교단’의 중진 크래프트님이시다!!”
폭발을 일으켰던 마인 센티피드의 위에서,
크래프트는 마치 자신의 높은 신분을 자랑하듯 가슴을 쭉 펴며 말했다.
“기억의 교단?”
그러자 곧바로 크래프트의 뒤에 올라온 머더 메이지가 소리쳤다.
[“그만 쳐 놀고 네가 꼬아버린 일이나 끝내!”]
“끝낼 거야! 망할 자식, 도와줘도 지랄이야! 넌 내가 다신 안 도와줘!!”
뒤에서 짜증 내는 머더 메이지에게, 크래프트는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그때였다.
[키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어디서 울린 걸까.
눈앞의 마인 센티피드가 울음소리를 낸 건 아니었다.
이 던전 어딘가에서 곤충의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울음소리는, 지금까지 들었던 어떤 울음소리보다도 위협적이었다.
“이런, ‘그 녀석’이 시끄럽다고 칭얼대기 시작했잖아........!”
[“-‘유충’을 회수하고 돌아간다! 빨리 움직여!!”]
“알, 알겠다고!! 알고 있다고!!”
크래프트는 자신의 품에서 정체 모를 피리를 꺼냈다.
피이---------!!
“뭐야, 저건........?”
“소리는 하나도 안 들리는- 에우드님?!”
분명 피리를 불었는데도 들리지 않는 소리.
디안과 엘리리가 그 정체에 고개를 갸웃할 때였다.
“.......!!”
에우드에겐 들렸다.
남들에겐 안 들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에우드이기에, 그 소리가 무엇인지 이해했다.
이건 부름이다.
그리고 부를 것은 정해져 있겠지.
이 던전엔 ‘마지막 한 마리’가 남아있다.
“디안! 엘리리!! 어떻게든 위로 올라가요!! 여긴 이제-”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다섯 번째 마인 센티피드가 나타났다.
벽을 부수고, 먼저 있던 마인 센티피드와 함께 공명하듯 소리를 울려간다.
독과 열기로 가득한 다리로 일대를 둘러 싸간다.
두 마리의 위험도 S 보스 몬스터가 몸을 점점 달궈갔다.
이어서 크래프트의 몸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좌아아아아아악!!
“와아아악?!”
“등에서.......?! 날개잖아, 저거!!”
크래프트의 등 뒤로 ‘벌레의 날개’가 돋아났다.
곧바로 몸을 날려 던전의 허공으로 비행한다.
머더 메이지는 그런 크래프트의 발목을 붙잡고, 함께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야! 머더 메이지 개자식아! 살살 잡으라고!!”
[“다음엔 꼭 죽여주마.......! 우드 갈레아!!”]
그 모습에 에우드는 서둘러 벽을 박찼다.
몬스터들을 무시하고 오로지 놈들만을 노리고 달려든다.
“망할 새끼가 죽일 거면 지금 하던가, 어딜 또 도망가려고 수작질이야!!”
---------퍼어어어어어어억!!
순식간에 허공에 접근해 크래프트의 머리에다가 주먹을 직격시켰다.
-파아아아악!!
촤아아아아아악!!
전력으로 내지른 에우드의 주먹에, 크래프트의 머리가 초록 진액과 뇌수를 흩뿌리며 터졌다.
[“!?!?”]
“-으히이이익?! 저놈 머리가 터졌어?!”
“좋아, 그래도 잡았......! 아니 잠깐만 저놈?!”
그러나 머리를 터트렸다 생각했던 목 위로, 뭔가 이상한 반응이 일어났다.
주그르르!!
주르륵-!!
““뭐야, 저게?!?!””
크래프트의 머리가, 순식간에 재생되었다.
“구에에에엑!! 뒤지는 줄 알았네!! 뭐 이렇게 애가 폭력적이야?! 이래서 노예 출신들은 진짜!!!”
“?!?!”
[“빨리 날아가!!”]
“알고 있다고!!”
크래프트의 머리가 단숨에 회복되었다.
진액을 곳곳에 흘리고, 번들거리는 얼굴을 드러낸 채 짜증을 쏘아낸다.
“마인 센티피드들, 놈들을 터트려버려!!”
피이이--------!!!
재차 불어낸 피리의 무음에 마인 센티피드들이 반응한다.
40개가 넘는 마디의 갑피 위에서, 또다시 폭발이 일어났다.
퍼버버버버버버버벙-!!
●
그 시각 에우드와 갈라졌던 구역.
알베르토는 세 마리의 마인 센티피드를 거의 죽이기 직전까지 몰아가고 있었다.
수많은 폭발과 잔해를 헤치며, 계속해서 다리와 더듬이를 베어간다. 갑피를 부숴간다.
“알베르토 님!!”
“-!!”
촤아아아아악!!
마인 센티피드의 주둥이를 베어버리는 순간이었다.
에우드가 들어갔었을 길에서, 포에닉스 헌터대 다섯이 뛰쳐나왔다.
‘그렇군.......! 찾아낸 건가, 에우드!’
알렉스, 크리스티나, 안나, 타라스, 마르크-
다섯이나 무사하다. 그럼 희망은 충분히 있다.
“이래서야, 이 늙은이도 좀 무리할 수밖에 없지 않나!”
벽과 마인 센티피드들의 갑피를 고속으로 밟아, 알베르토는 천장 높이 뛰어올랐다.
은빛의 검에 마력과 검기를 담아, 삐걱거리는 몸으로 단번에 휘두른다.
“-‘월광 부수기’!!!”
검신 알베르토 체로스의 기술이 던전에 작렬했다.
은빛 검에서 쏘아진 초승달 모양의 검기.
거대하고도 다수의 검기가 던전에 내리꽂힌다.
흩뿌리는 마력은 그야말로 달빛과 동일하다.
다리를 잃고, 더듬이를 잃고, 주둥이를 잃고.
둔해진 움직임으로 광분을 터트리는 세 마리의 보스 몬스터가 그 검기에 휩쓸린다.
[[[키에에에에에엑!!]]]
촤아아아악!!
쿠우우우우웅!!
위험도 S, 마인 센티피드 세 마리의 숨통이 동시에 끊어졌다.
“허억...... 허억....... 하아, 늙은 몸이라 그런지 좀 쑤시는 건 어쩔 수 없군!”
검기를 쏘아내고 내려온 알베르토는 서둘러 호흡을 정리해갔다.
침투 이후부터 올바른 휴식도 없이 내리 싸웠다.
알베르토라 할지라도 피로는 꽤 쌓여 있다.
뒤이어 포에닉스 헌터들이 뛰어왔다.
“역시 알베르토님이셔.......!! 헌터들의 전설다운 기술-”
“알렉스, 지금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니라네! 일단 다들 살아있어 다행이야! 모두 에우드에게 설명은 들었나?!”
“으어, 넵!!”
““““네!!””””
다섯 명 모두, 에우드에게 받은 지령을 전해간다.
알베르토 또한 거기에 동의했다.
“그렇다면 우리도 어서 남은 인원의 탐색을-”
퍼어어어어엉-!!!
폭음이 터져왔다.
소리가 들려온 방향은, 헌터들이 나온 곳과는 전혀 다른 길이었다.
“이건.......!”
곧바로, 그 길에서 폭발이 일어난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퍼버버버버버버버버버벙-!!
분명 마인 센티피드가 갑피에서 뿜어내는 폭발.
그리고 길에서 폭발의 연기와 함께 솟아오른 것은........
퍼어어어어엉!!
“죽는다죽는다진짜죽는다으아아아아악!!!”
“엘리리, 착지! 어떻게든 땅에 제대로 착지만 하면 살아!!”
“그걸 지금 어떻게 하냐고오오오오!”
폭발에 휩쓸려 공중으로 밀려난 엘리리와 디안이었다.
그리고 뒤따라 오듯 폭발 속에서 나타난 거대한 그림자.
콰아아아앙!!
투구를 쓴 에우드가, 두 마리의 마인 센티피드와 계속해서 맞부딪힌다.
[스스스스스!! 츠즈즈즈즈즈!!]
[키에에에에즈즈즈즈즈!!]
“벌레 새끼들이-!!”
퍼어어어어어어어억!!
[작품후기]연참입니다. 호로로로록.
세에엔센터센터 우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