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마검사 도련님-38화 (38/264)

취향은 건전하답니다!?38회

무덤 동굴038.

페리아는 제시카의 방에 있었다.

오늘은 비번이었던 만큼, 메이드복이 아닌 평상복.

언니인 엘리리가 포에닉스 헌터대에 들어오고 받은 첫 급료로 사준 옷이었다.

그 옷을 입은 채, 페리아는 멍하니 창밖을 바라봤다.

이미 수차례나 울었다. 힘이 빠져서 더 울지 못할 뿐이다.

제시카는 그런 페리아의 옆에 있었다. 한동안 저택에서 생활하면서 여러 일을 도와주던 페리아다. 그런 만큼, 제시카는 가능한 한 이 어린아이를 달래주고 싶었다.

상황은 모두 들었다.

제시카도 일단은 A급 헌터인 만큼, 상황의 심각성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위험도 S+........ 최악이야, 그건 진짜 네임드 헌터들이 아니면 절대 클리어하지 못한다고.’

던전의 위험도와 헌터 한 명의 등급은 절대 동일시할 수 없다.

던전의 위험도는 어디까지나 척도. 이번 던전만 해도 그렇다.

원래 무덤 동굴의 위험도는 B+였다.

하지만 B+인데도 포에닉스 헌터대나 여러 세력에서 B~A급 헌터들을 보내지 않았는가.

그 정도는 해야, 헌터들이 큰 위험 없이 클리어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지금 던전은 S+.

즉 S급 헌터들이 다수의 원정대를 꾸려야 겨우 클리어가 가능한 던전.

그 이상으로 원정 기간조차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는 위험도다.

그로 인해, 이 일대에서 개인으로 활동하는 S급 헌터들도 이번 사태에 협력을 거절했다.

S급 네임드 헌터들은 대부분이 길드에만 소속되어 프리로 다닌다.

그편이, 그들에겐 어떤 세력과도 나눠 먹지 않아 돈이 더 많이 벌리니 말이다.

거절한 이유는 단순했다.

던전의 추가조사가 사실상 불가.

위험도 S 몬스터 다섯 발견.

그리고 위험도 A 몬스터들의 군집.

그 외 불특정 요소 매우 다수.

자신들도 무사할 거라 확신이 들지 않기에, 구조대 역할을 거절한 것이다.

너무하다 할 수 있지만 제시카라고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헌터는 자신의 몸이 곧 재산이다.

혹시라도 구조대에서 부상을 얻어버린다고 하면.

최악의 경우 목숨을 잃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제시카는, 차마 구조역을 거절한 네임드 헌터들을 나무랄 수 없었다.

그래도 이쪽이라고 수가 없는 건 아니다.

“알베르토님이 직접 가기로 했으니까. 분명 구할 수 있어.”

“네....... 네........”

“괜찮아. 기다리자. 꾹 참고, 기다리자. 페리아. 엘리리는 괜찮을 거야, 괜찮아.”

검신 알베르토.

그 헌터로서의 등급은 SS.

현시대의 헌터 중에서도 몇 없는 강자다.

특히 등급으로도 잴 수 없는 경험과 역량을 지닌 알베르토다.

다들 어떻게든 알베르토가 도달할 때까지 버텨준다면, 생존해준다면.

........구할 수 있으리라.

당연하지만 그럼에도 제시카의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페리아도 아무리 알베르토를 믿는다 해도, 그 시간이 촉박하다는 걸 알고 있다.

정말 마음을 다잡아야 할 수도 있다.

그때였다.

똑똑.

방에 들려온 노크 소리.

혹시 페리아가 걱정되어 온 다른 메이드들일까.

페리아를 달래주던 제시카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어- 에우드 도련님?!”

“........에, 에우드님?”

노크를 한 건, 작고 낡은 ‘강철 투구’를 든 에우드였다.

“아마 다들 페리아가 여기 있을 거라고 말해주더라고요. ........페리아.”

에우드는 빠른 걸음으로 페리아에게 다가갔다.

“걱정 마요, 엘리리 꼭 데려올게요. 다들, 무사히 돌아오게 할게요.”

“네........?”

에우드는 페리아의 새끼손가락을 가져와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에우드님........?”

“약속할게요. -그리고 제시카.”

“네, 네헵?!”

얼마 있다가 새끼손가락을 푼 에우드는, 곧바로 제시카에게 한 가지를 부탁했다.

“혹시 연습용 마법 스틱 있는 거, 몇 개 받아가도 되나요? 아, 그리고 여기서 말한 내용은 다른 사용인분들한테는 비밀로........!”

에우드는 부탁과 동시에, 아차 싶은 쉿 표시를 했다.

“준비는 끝났나.”

“네.”

마차를 가져오기로 한 저택의 마당.

흑백의 포에닉스 제복으로 갈아입은 알베르토는, 먼저 장구류를 확인하고 있었다.

곧 투구와 몇몇 도구를 챙겨 온 에우드를 보며, 알베르토가 다시 한번 말했다.

“에우드, 자네 힘은 잘 알고 있네. 지금 헌터대들 중 자네를 이길 수 있는 이가 없다는 것도. 자네가 정말 많은 몬스터와 싸워 온 것도. 그러나 던전의 위험은....... 그리고 그 복잡성은 언제나 수많은 변수를 띈다네. 바로 이번 사태처럼.”

에우드는 도구를 여러 홀더에 넣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던전에선 알베르토님의 판단을 전적으로 따를게요.”

“좋은 대답이라네, 에우드.”

용케 허락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양자라 해도 포에닉스의 자제다. 사태가 심각해도 목숨의 위협이 있는 곳에 보낸다니.

가레스도 처음엔 그것을 거절하려 했지만, 에우드의 강한 주장에 결국 허락을 해버렸다.

........아니지.

가레스 또한 이 포에닉스의 막내가 큰 역할을 할 거라 믿어준 것이다.

이 열 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에게 말이다.

열 살.

그럼에도 겨우 나이 여덟부터 하여 500번이 넘도록 몬스터와 싸워온 소년.

드림랜드가 만들어버린 괴물이라 해야겠지.

머더 메이지와 정면에서 붙었을 정도로 그 능력은 보장되어있다.

현재 머더 메이지의 추정 위험도는 분명 S. 혹은 그 이상........

게다가-

“위험도 S 몬스터와는 싸워봤다고 했나.”

“싸울 때마다 좀 간당간당했지만요.”

.......심지어. 일반 헌터들에겐 레이드가 당연한 위험도 S 몬스터.

그런데도, 에우드는 그걸 겨우 1대1로 상대했다고 한다.

에우드는 지금 그 어떤 헌터들보다도 확실한 실적을 가지고 있다.

“투구는 사실 자네가 왔던 첫날에 미리 깨끗하게 해달라고 말해뒀었네. 어떤가.”

에우드는 드림랜드에서 계속 써왔던 투구를 한 번 써봤다.

자그만 아이가 투구 하나만 덜렁 쓰고 있다니. 이 얼마나 어설픈 모습인가.

하지만 알베르토는 이미 한 번 봤었다.

이 어설픈 투구의 전사는,

전투에 들어가는 순간 ‘실낙원의 사신 투구’로 바뀐다.

“딱 좋아요. 착용감은 역시 두 달 전이랑 똑같네요. 냄새도 좋고. 머리도 안 낑기고....... 피 냄새도 없고.”

머리에 투구를 쓰고 몇 번 끼익끼익 움직인 에우드는 투구를 다시 벗었다.

“곧 다시 나겠지만요.”

에우드는 씨익하고 한 번 웃는다.

아마 에우드로선 분위기를 풀어보려는 웃음이었으리라.

실제로 웃음만큼은 또래 아이들같이 밝았으니까.

단, 역시 딱 ‘웃음만’ 또래 아이들이다.

‘도저히 사지로 가는 얼굴이라고 볼 수가 없군.’

이게 지금 열 살짜리가 지어야 할 표정이 맞는가.

누가 본다면 아예 지금 가는 곳이 던전이라곤 예상도 못 할 거다.

물론 에우드는 자신이 지금부터 괴물들과 싸우러 간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그리고, 포에닉스 헌터대를 구하러 간다는 것도 확실하게 마음에 새겨뒀다.

이건 에우드가 모든 준비를 끝냈기에 보여주는 표정이다.

이제부터 싸우는 것은 에우드 홀라이트 포에닉스가 아니다.

‘우드 갈레아’다.

“.......훗.”

알베르토 또한 에우드와 함께 씨익 웃어줬다.

멋들어진 수염 아래로, 남성미 넘치는 노익장의 미소가 소년의 웃음과 함께 퍼졌다.

가레스는 알베르토가 출진을 할 때까지 모든 사용인들과 헌터들을 물리도록 했다.

에우드의 동행을 알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현재 저택 인원 거의 다, 조안의 통제하에 숙소 내로 들어가 있었다.

머더 메이지와 싸운 에우드이지만, 그럼에도 이번 일은 위험도 자체가 다르다.

아직 ‘드림랜드 출신’임을 대부분에게 밝히지 않은 에우드다.

때문에, 이번 에우드의 출진은 사용인들 중에선 조안만이 알고 있다.

아니- 아까 ‘페리아에게 약속하고 온다’고 했다. 페리아는 제시카 방에 있을 테고. 그럼 제시카와 페리아, 둘은 대충 알아챘으리라.

“-에우! 헙, 아니지 아니지.........! 에우드~(작은 목소리)”

“.........”

저택 쪽에서, 주변을 몰래 둘러보는 두 아가씨가 뛰어나왔다.

서로 무언가 바리바리 싸 들고 에우드와 알베르토에게 향해온다.

“셀레나 누나, 티아나 누나!”

“에우드, 이거! 이거 가져가!”

에우드에게 뛰어온 티아나는 홀더에 담긴 포션들을 건넸다.

“과, 과일맛은 다 떨어졌지만! 그래도 이 포션도 기성품이랑 효과는 여전히 비슷해! 자, 알베르토도!”

“와아.......!”

“허허, 든든하군요. 티아나 아가씨.”

수제 포션을 10개씩 꽂아둔 휴대용 가죽 홀더.

티아나는 그것을 에우드와 알베르토에게 한 세트씩 나눠줬다.

그리고 셀레나는-

“난....... 이거.”

칼집에 들어간 진검 한 자루를 건넸다.

“예전에 아빠한테 선물로 받은 건데........ 지금은 나보다 에우드한테 더 필요해.”

셀레나가 마음을 다잡고 건네는 검.

에우드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누나의 얼굴을 보고 그것을 받는다.

“잘 쓰고 돌려줄게, 셀레나 누나.”

“응. 그거면 돼, 에우드. 스승님도........ 무사히, 잘 갔다 와.”

“알겠습니다, 셀레나님.”

셀레나는 씁쓸하게, 그래도 기쁘다는 듯 웃었다.

에우드는 투구와 함께 검을 꼭 쥐었다.

그렇게 물건을 받아들고, 마차를 기다리려 하는 순간이었다.

포에닉스 저택의 하늘 위로 거대한 소리가 울려왔다.

구우우우우우우우.........!!

구구구구구구우우우우우우.........!!

“이건 정말 예상 못했군........!”

알베르토는 하늘에서 울리는 소리와 그 정체에, 감탄과 탄식을 내보였다.

포에닉스 삼남매 또한 알베르토와 똑같이 할 수밖에 없었다.

저택에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수십 척의 바다짐승이 울 듯, 구름을 울리는 굉음이 전해져간다.

지금 포에닉스 저택 하늘로 도래하고 있는 것은 ‘비공정’.

‘케인즈 상회’의 마크가 새겨져 있는 거대 비공정이었다.

“여러부우우우운~! 에우드님~~! 격조했나요오오오오~~~!”

비공정의 갑판에서 손을 흔드는 건 플로라였다.

그리고 그 옆으로, 한 남성이 서 있었다. 플로라와 같은 푸른빛 머리의 중년 남자였다.

그 사람을 알아본 셀레나와 티아나가 눈을 크게 떴다.

“플로라랑........? 와아아악?! 소일 아저씨잖아?!”

“소일 아저씨?”

“플로라네 아버지.”

“잠깐, 그럼.........”

플로라의 아버지. 즉-

케인즈 상회의 회장이었다.

“-알베르토 씨!! 그리고- 어, 구조대는 그게 끝?!”

이 얼마나 큰 목소리인지.

처음 보는 사람이었음에도, 에우드는 소일 케인즈라는 이에 대해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 가레스와 비슷한 나이일 게 분명할 것이다.

“-어쨌든 긴말 안 해! 얘기는 다 들었으니까 둘 다 타!! 우리가 벨벳 라인까지 초고속으로 실어다 줄 테니까!!”

역시 플로라의 아버지.

성격이 화끈하다.

저택의 집무실에서, 가레스는 방금 도착한 비공정을 확인했다.

“‘델베르크’ 녀석. 이런 것만 허가를 내려줬나 보네.”

넓은 마당으로, 중형 범선과 같은 비공정이 점점 내려온다.

곧 저택 집무실에서도 갑판 위가 보이기 시작했다.

가레스는 창문 너머로, 친우인 소일 케인즈와 눈을 마주쳤다.

갑판 위의 소일이 가레스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운송은 맡겨달라는 거겠지.

국가의 허가가 있어야 운용 가능한 거대 이동수단 ‘비공정’.

케인즈 상회는 그 비공정을 소지한 세력 중 하나였다.

즉, 이번 사태에 대해 유그라시아의 현왕-

그 ‘가레스와 소일의 오랜 친구’가, 최소한 비공정이라도 사용할 수 있도록 절차를 밟아준 거다.

‘차라리 그 기세로 내 힘을 쓰도록 허가해주길 바라지만.’

‘왕족 내 여러 이해관계 상’, 지금 당장 거기까지 바라긴 힘들 것이다.

케인즈 상회의 비공정이라면 순식간에 벨벳 라인에 도착할 수 있으리라.

북부 접경지에 존재하는 벨벳 라인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12시간 이상.

하지만 비공정을 이용하면, 그 이동시간을 약 4시간, 혹은 3시간까지 줄일 수 있다.

가레스는 집무실에 함께 있는 아내에게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미안해, 로로나.”

“.........”

결국 아들을 보내게 되어버린 선택에, 가레스는 조용히 사과를 전했다.

로로나는 집무실에서 비공정을 함께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막내한테 일 생기면, 저 가레스 당신이랑 분가할 거예요........”

“엥?!”

로로나의 말에 가레스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리고 딸들은 제가 데려가요.”

“아, 아니........!”

진심 어린 로로나의 각오.

황금의 기사도 식은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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