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마검사 도련님-36화 (36/264)

건강에 너무 해롭진 않답니다. 단가 때문에 좀 아까울 뿐.?36회

무덤 동굴036.

“으휴, 그렇게 설레발을 치더니. 결국엔 약속했던 것도 못 가게 된 거 있죠?”

에우드가 페리아와 함께 복도를 걷던 중 페리아가 그것을 말했다.

에우드는 현재 마법수업을 받기 위해 교실로 향하는 중이었다.

페리아의 경우, 교실에 새로 구비해둘 책들을 조안의 부탁으로 옮기고 있다. 몇 권 되지 않았기에 부담 없이 쥐어준 모양이다.

마법수업은 이론수업을 먼저 받고 실습수업을 진행한다. 그렇기에 지금은 먼저 저택의 교실로.

이후에 이론수업을 마치면 안뜰로 가서 마법을 연습하는 것이다.

설레발- 언니인 엘리리에 대한 이야기였다.

“책에서 보니깐 뿌린 대로 거둔다나요. 언니가 놀린 만큼 결국 되돌려받은 거죠.”

“엘리리, 어제 아침에도 엄청 침울한 표정으로 갔죠.”

“다른 동료들은 웃겨 죽겠다고 결국 다들 빵 터져버렸지만요.”

엘리리의 강제 차출에 대해 페리아는 의외로 덤덤했다.

뭐가 되었던, 엘리리가 이걸로 조금 반성하길 바란다나. 언제든지 임무 차출이 가능했는데, 너무 여유를 부렸다는 이야기다.

원래라면 엘리리는 ‘예비’란 말 대로 원정에 안 나갈 예정이었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며칠 전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던전을 공략할 땐, 길드 쪽에서 먼저 상황본부를 현지에다 만들어둔다.

계속적으로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그러다 마침 이틀 전 상황본부에서 추가적인 변화를 발견했다.

내부지형이 몇몇 달라지고, 언데드 몬스터들 또한 좀 더 곳곳에 퍼져 버렸다고.

던전 변화- 그 웬만해선 안 일어나는 일이 일어나버린 것이다.

그리고 정보를 전해 받은 가레스와 알베르토가,

(“으으음, 던전이 이런 식으로 좀 변해버리면........”)

(“역시 레인저 한 명을 엘리리로 바꿔야겠군요. 던전 공간이 확보된 만큼, 파워보다도 정확도, 연발력을 가진 저격수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하여, 결국 적재적소의 엘리리가 선발되었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맞나.

엘리리가 저번에 동료들을 놀릴 때 했던 말이 감쪽같이 돌아온 것이다.

다른 헌터 동료들도 출발할 때 엘리리 보고 ‘적재적소 엘리리’라고 놀렸다고.

포에닉스 헌터대 10명은 어제 아침 무덤 동굴로 원정에 떠났다.

어제 늦은 저녁 되어서야, ‘벨벳 라인’에 도착했다고 한다.

본격적인 원정은 사실상 오늘부터.

점심시간이 지나가려는 지금이니, 아마 무덤 동굴 내부에서 한창 언데드들과 싸우고 있으리라.

“같이 놀러 가려고 비번을 비워놨는데, 이래서야 내일은 혼자 방에서 뒹굴뒹굴거리게 생겼어요.”

덤덤한 줄 알았는데 페리아도 아쉽긴 역시 아쉬운가 보다.

페리아는 입술을 삐죽 내밀며 들고 있던 책들을 고쳐 쥐었다.

엘리리가 차출되지만 않았다면, 이전에도 말한 것처럼 중앙광장 거리에 가려고 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내일 에우드도 수업을 쉬는 날이다.

조안은 이전부터 꾸준히, 머릿속을 풀어주기 위한 휴일을 만들어준다.

그리고 현재는 교육담당인 조안, 알베르토, 제시카- 이들 셋 모두 스케줄을 함께 조정하는 걸로 합의가 되어있다.

아마 제시카도 알베르토도 내일 수업을 쉰다고 이따 전해주겠지.

제시카하고는 얼마 전, 쉬는 날에 한번 광장에 가자고 약속을 나누기도 했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에우드도 페리아에게 넌지시 제안해봤다.

“내일 같이 나갈래요?”

“네?!”

“아마 내일, 누나들하고 제시카하고. 이렇게 같이 중앙거리에 갈 거 같거든요.”

아직 완전히 이야기가 된 건 아니지만, 이따가 수업할 때 말해보면 될 거 같다.

티아나도 최근 ‘과일맛 포션’을 만든다고 몇몇 재료를 많이 써서 보충이 필요하다 했다.

“정말요?! 정말 같이 가도 돼요?!”

“누나들도 충분히 허락할 거예요.”

페리아는 누나들과도 친하니, 문제없을 거라고 본다.

“가, 가고 싶어요!”

에우드는 혹시 괜히 강요하는 것일 수도 있다 싶었는데.

페리아는 권유가 정말 기뻤는지 환호를 내비쳤다. 실수로 들고 있던 책들까지 와르르 떨어트려 버렸다.

에우드와 페리아가 서로, 떨어진 책들을 주섬주섬 주워간다.

“언니랑 다녔던 맛집들도 소개해드릴게요!”

저번에 가려 했다가 못 간 맛집을 포함해 페리아가 몸소 안내를 맡겠다고.

엘리리 & 페리아 자매의 공인의 맛집이라니. 셀레나가 좋아할 것 같다.

이후 수업 중 에우드가 말을 꺼내자, 모두가 흔쾌히 수락했다.

“오랜만에 휴일이네~ 아, 그래도- .......호위팀으로 또 많이 같이 가겠네.”

“어쩔 수 없지.”

만약 거리에 내려가도, 플로라네 저택에 갈 때처럼 헌터팀 2팀이 함께 움직이겠지.

다만 원정으로 빠진 인원은 많지 않기에, 인원 배분엔 무리가 없을 것이다.

티아나는 그래도 역시 답답한 것이 싫은 걸까.

다과회나 사교회도 그렇고, 여러 사람이 함께 움직이는 건 굳이 바라지 않았다.

셀레나는 그런 점에선 티아나와 달리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

누가 함께하든, 이 탈력적인 누나는 언제나 마이페이스다.

“중앙거리....... 아무래도 오늘 밤은 피부 유지에 전력을 다해야 하겠네요.......!”

제시카의 묘한 각오가 들려온다.

분명 제시카 왈 멋 부린 젊은 애들 커플에게 지지 않기 위한 싸움이겠지.

에우드는 마음속으로 제시카의 임전 태세를 응원했다.

그날 밤이었다.

첫날, 제시카는 짐을 줄여보겠다 했지만.

........역시나 바로 어제까지도 수업용 가방은 여전히 무거웠다.

때문에 에우드는 보충수업의 약속시간에, 이전처럼 슬쩍 제시카의 방으로 향했다.

자신의 방까지 가방을 들어주기 위해서였다.

사용인들에게 부탁해도 되는 일이었지만, 역시 밤마다 매번 가방을 들어달라 하긴 미안했다. 에우드 입장에선 또 무게가 별 부담도 없긴 했고.

제시카 방의 문 앞에 도착하여 노크하자, 후다다닥 뛰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곧 있자 서둘러 문이 열렸다.

“-죄송해요! 벌써 오셨군요, 에우드 도련님!”

“?!?!?!”

후다다닥!

문이 벌컥 열린 순간, 에우드는 소스라치게 놀라 문에서 재빨리 멀리 떨어졌다.

분명 자신이 찾아온 건 제시카일 텐데.

눈앞에 보이는 건 웬 얼굴이 허연 사람이었다.

아니- 자세히 보니 제시카가 맞긴 한 거 같다.

“아.......! 아, 제시카? 제시카 맞죠? 다른 사람 아니죠?”

“무슨 말씀을! 제시카의 방에서 나오는 데 제시카인 게 당연하죠! 제가 그럼 누구겠어요!”

“그럼 그건 뭐예요.......?”

“에우드 도련님은 이거 처음 보시는 건가요?”

잘 보니, 허연 마스크 같은 것이었다.

그 와중에 또 촉촉하게 물에 젖은 것처럼 보인다.

제시카는 자랑하듯 에우드에게 가슴을 쭉 펴며(하얀 얼굴인 채로) 말했다.

“마스크팩이라는 거랍니다, 마스크팩!”

“마스크?”

“귀족가 귀부인들 사이에 저번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물건이에요.”

제시카가 말하길 케인즈 상회에서만 취급하고 있는 얼굴 피부 전문 영양제였다.

얼굴에 붙여 30분~1시간 정도를 있으면, 평소보다 얼굴 피부가 촉촉해지는 효능.

‘부인들의 피부 건강에, 자그만 활기를.’-이란 말이 상회장, 소일 케인즈의 광고문구였다고 한다.

들어보니 보통 것이 아닌 게, 약초나 여러 마법재료들을 연금술사들이 정제하여 만드는 물건이었다. 심지어 일반적으로도 구하기 힘든 물건이라고.

마스크팩은 케인즈 상회 직속 연금술 공방의 독점물품이었는데, 아직까진 왕가나 귀족가 귀부인들을 대상으로만 공급했기 때문이다.

즉, 원래라면 제시카에겐 구할 루트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이 어디인가.

바로 10대 귀족이자, 케인즈 상회와 제휴하고 있는 포에닉스 가문.

특히 케인즈 상회장 소일 케인즈와, 포에닉스 당주 가레스는 오랜 친구 사이다.

덕분에 케인즈 상회 쪽에서, 로로나에게 주라며 가레스에게 팩을 선물했다고 한다.

그 양도 정말 상당했다.

이후엔 로로나가, 받아온 마스크팩을 여성 사용인들에게 많이 나눠준 것이다.

제시카도 그 수혜를 받은 인물 중 한 명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제시카는 이미 로로나와 서로 피부에 대해 공감을 나누기까지 했다나.

이른바 피부관리의 동료란다.

제시카 말로는 지금쯤 로로나도 침실에서, 이 마스크팩이란 것을 얼굴에 덮고 있을 거라 고.

“안주인님과 전 이미 서로의 피부를 수호하는 것에 의기투합했죠. 도련님도, 내일 제 얼굴을 보면 뽀송뽀송함을 느낄 거랍니다! 후후, 이걸로 전 중앙광장에 가도 문제없어요!”

“아하하하.......”

제시카의 자랑에 에우드는 쓴웃음을 보냈다.

어쨌든 오늘도 무거운 가방을 들며, 에우드와 제시카는 저택의 계단을 내려갔다.

........보충수업 중에도 새하얀 마스크가 계속 적응이 안 됐다.

제시카의 허연 얼굴을 보며, 에우드는 몇 차례나 깜짝깜짝 놀라버린다.

던전에 들어오고 이제 하루가 다 되어가는 시간.

엘리리는 동굴의 퀴퀴한 공기를 맡으며 불평했다.

“언데드 많아........! 차라리 스켈레톤 정도만 나왔으면 다행이라고, 좀! 좀비! 구울! 대체 살점이 몇 번 튀는 거야!”

이미 몇 번은 닦았을 뺨을, 엘리리는 계속 문질문질했다.

본격적인 탐사를 시작한 첫날이지만 몬스터들의 수는 상당했다.

요 하루 동안 대체 화살을 몇백 번은 날린 건지.

그리고 그 화살 수에도 제한이 있었기에, 사용한 화살들도 다시 회수해와야 했다. 물론 부러지지 않은 것들만.

지금 엘리리는 회수한 화살들의 정비를 하는 중이다.

썩은 살점에 닿았기에, 화살촉들을 교체하거나 수리하지 않으면 위력이 상당히 낮아진다.

물론 이렇게 불평해도 엘리리 또한 던전 공략 경험자.

벌써 비슷한 일은 열 번 정도 겪은 지 오래다.

어린 나이에도 A급 헌터라는 것은 결코 운이 좋아 이룬 업적이 아니다.

“맞아........ 예전에 이 광산이 한 번 무너진 적이 있었다나. 그때 광부들이 엄청 죽었다고.”

“아하, 시체가 그대로 묻혀서, 그 과거의 흔적이 던전이 되어버렸다는 식인가?”

“그만! 소름끼칠 거 같은 이야기는 그만!”

엘리리의 반응에 디안팀의 일원- 안나와 알렉스가 큭큭 웃었다.

“하필 생겨도 언데드 던전이냐고........ 내가 양심이 있으니까 골렘까진 안 바래. 하지만 최소한 썩은 살점 몬스터만 아니길 바란다고!”

“넌 멀리서 쏘기만 해서 그렇지. 스켈레톤이랑 싸우면 뼛조각 튀는 게 귀찮다고.”

“썩은 고기보단 낫지!”

“설령 골렘이 나타나도, 여기선 언데드 계 골렘일 게 분명할거다.”

전투를 끝내고 들어선 던전의 ‘안전구역’.

그곳에서 각자 장비를 확인하는 포에닉스 헌터들은 여유롭게 잡담했다.

안전구역엔 현재 대부분의 원정대가 모여있다.

정찰을 잠시 나간 두 팀을 제외하곤 모두가 휴식 및 정비 중이다.

저마다 식량을 먹거나 무기를 손질하거나, 이후 방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간다.

포에닉스 헌터대라고 해서 다를 건 없었다.

차이가 있다면 다른 팀들보다 조금 여유 있는 정도다.

또 차이 하나를 더 말하자면, 체력회복용 포션이 과일 맛이라는 것 정도.

티아나의 역작은 헌터들에게 대호평이다.

피로와 자잘한 상처를 치유해주는 포션의 효과에, 상큼함이 더해지니 만족도 상승이었다.

던전 ‘무덤 동굴’.

위험도B+.

현재까지 싸운 언데드들의 위험도는 D~C.

웬만한 헌터라면 별 힘들이지도 않고 싸울 수 있는 정도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한두 마리일 때의 이야기.

헌터들 사이엔 격언이 있다.

‘수는 폭력이다.’라고.

구역에 따라서 몬스터들이 우르르 몰려오기 시작하면, 그 순간 실질위험도는 B로 단숨에 급진.

아예 그 사이에 미노타우로스 급 몬스터- 위험도B가 넘어가는 게 섞인다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다. 오늘 던전 탐색 중에는 나타나진 않았지만.

그래도, 깊숙한 곳에 위험도 B의 언데드 군집이 있다는 정보도 있다. 결국 무조건 맞닥드릴 것이다.

자생 몬스터 최대 위험도 B 혹은 B+.

몬스터 군집의 유무. 그리고 지형의 복잡성.

이러한 요소들을 종합해, 길드에선 무덤 동굴을 위험도 B+로 측정한 것이다.

다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현재까지 나쁘지 않게 공략되고 있다.

“오늘 정도로만 진행되면, 분명 일주일 안에 끝내겠는걸.”

“빨리 돌아가서 휴가받고 싶다~”

“페리아, 이러다 내일 혼자 뒹굴뒹굴거리는 거 아닌가 몰라........”

“엘리리, 이미 내일이야. 지금 새벽이라고.”

“던전은 낮과 밤이 구별이 안 된다고........ 짜증나!”

포에닉스 헌터들 모두 공략이 빨리 끝나길 바랐다.

“........”

그런 중 딱 한 명.

디안은 다른 이들과는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디안?”

“........”

디안이 어느새 정비가 끝난 자신의 창을 쥐고 있었다.

숨을 수차례 들이 내쉬는 것이, 지금부터 말하려는 것에 대해 동요를 푸는 것 같았다.

“전원. 되도록 놀라지 말고 들어.”

“““........??”””

“아무래도 느낌이 안 좋아.”

디안의 진중한 표정에, 누구나가 의문을 보이면서도 뭐라 따질 수 없었다.

모두가 디안의 말에 긴장을 삼킨다.

지금 디안은 알베르토를 대신한 그들의 리더.

이 원정에 한정해 가레스와 알베르토가 현장 권한을 넘겨준 헌터다.

그만큼, 지금 말은 결코 농담으로 하지 않았으리라.

“무슨 말이야, 디안........?”

“정찰팀이 너무 늦어.”

엘리리의 물음에, 디안은 포에닉스의 회중시계를 보며 말했다.

확실히 정찰 계획시간은 1시간.

시계를 확인하자, 현재 계획보다도 15분 정도를 넘어가고 있었다.

다만 상황에 따라선 오차범위 안이다.

특히 무덤 동굴의 특징상 길을 좀 헤맬 수도 있다.

그러나 디안에겐 오차로 여겨지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던전 전체에 위화감도.”

“위화감........?”

“.......희미하지만.”

위화감. 이건 어디까지나 감의 범주다.

그러나 디안은 헌터대 내에서도 상당히 ‘야성적인 감’을 갖고 있었다.

디안이 포에닉스 헌터대에게 가장 인정받는 능력 중 하나였다.

........그렇다면.

만약 혹시라도.

하필.

지금.

디안의 감이 제힘을 발휘하는 것이라면.

철컥! 처억, 처억.

사건 가능성이 있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도, 그게 포에닉스 헌터대가 지금까지 겪어온 경험이었다.

엘리리를 비롯한 포에닉스 헌터대 전원이 전투태세로 들어간다.

조금 뒤-

........우르르르르르르.

우르르르르르르르르르.......!!

던전 전체가 흔들렸다.

“““?!?!?!?!?!”””

쿠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

공략 개시 후 약 18시간.

던전 ‘무덤 동굴’에 이변이 재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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