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참입니다.?34회
마법 교사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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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
에우드도 그것에 대해선 알고 있다.
조안과의 수업에는 여러 상식적인 것들도 많았다.
때문에 던전에 대한 이야기는 몇 차례 설명을 들어왔다.
그 이전에도 알음알음 계속 들어왔었고.
일반적인 몬스터보다도 강한 몬스터가 넘쳐나고, 마력도 넘쳐나고, 그로 인해 희귀한 광물이나 마석 등 금전적 가치가 쉴새 없이 넘쳐나는 장소
하지만 일확천금의 공간임과 동시에, 그만큼 목숨 위협도 넘쳐나는 장소.
또한 ‘오래 놔둬선 안 되는 장소’라 한다.
“북부 벨벳 라인이라면........ ‘헤른티아’?”
에우드는 조안에게 배웠던 유그라시아 지리를 되새기며 말했다.
다행히 정답이었나보다. 매디와 마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에우드님. 10대 귀족 중에서도 ‘할란드 가문’이 관리하는 도시 ‘헤른티아’. 벨벳 라인은 그중에서도 헤른티아의 실질적 상업 허브라 할 수 있답니다.”
“벨벳 라인은 20년 전부터 광산으로 유명해진 장소예요. 덕분에 던전도, 그 광산중 하나가 변질되어 나타났다나요.”
던전은 언제나 예고 없이 출현한다고.
일반적인 동굴이나 광산, 유적이었을 장소에 몬스터들이 나타나고, 마치 거대한 개미굴처럼 변모하는 게 던전이었다.
‘무덤동굴’이라는 던전은, 지금으로부터 약 한 달 전에 나타났다고 한다.
.......에우드가 머더 메이지와 조우했던 시기였다.
“던전이 발견되면, 그 내부의 생태나 구조들을 조사하는 데 시간이 걸리니까요. 거의 1~2개월간 조사를 마친 후에 전문공략대를 구성한답니다.”
“보통 던전 공략의 주도는 길드와 10대 귀족. 당연하지만, 저희 포에닉스도 던전 공략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어요. 이건 사실상 무력을 보유한 귀족가의 의무라고 해야 할까요.”
매디와 마리의 말을 듣자, 제시카는 별로 안 좋은 기억을 떠올렸다는 듯 표정을 찌푸렸다.
“으아, 던전....... 되도록 이젠 가기 싫은 장소라니까.”
“제시카도 던전에 간 적이 있나요?”
“갔고 말고요, 도련님! 길드가 A급 헌터로 인정해주는 데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던전 공략에 얼마나 참가했냐’랍니다.”
제시카는 3년간의 헌터 활동 중, 다섯 번 정도 공략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3번째 참가를 할 때쯤 헌터 등급이 B에서 A로 올라갔다나.
포에닉스 헌터대의 멤버는 대부분이 A급 헌터.
그게 바로 다수의 던전 공략을 경험한 베테랑이라는 증거였다.
“가장 문제가, 던전을 들어갔다 나오면 정말 피부가 안 좋아져요!”
“역시 피부 문제인가요........”
“어허!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에요! 던전 공략은 최소 일주일. 길면 한 달이나 걸리는데, 그동안에 피부가 완전히 엎어진다고요!”
제시카가 말하길, 아까 말해줬던 미팅이 바로 던전 원정을 끝내고서 일주일 뒤.
그 일주일 동안 결국 상했던 피부가 다 회복되지 않았다고 한다.
남자들이 눈을 피했다는 건 그런 이유도 있었나.........
던전을 공략하는 데 구성되는 인원은 기본적으로 40명 이상. 최대 60명.
즉 헌터팀 8팀 이상, 12팀 이하로 구성된다.
그러나 그만큼의 인원이 들어감에도 공략은 쉽사리 끝낼 수가 없다 한다.
그만큼 던전은 넓고, 몬스터의 수도 상당하다.
사전조사만 해도 한 달 넘게 걸리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물론 던전마다 그 차이는 분명히 있다.
헌터들과 몬스터의 힘에 랭크- ‘위험도’가 정해지듯, 던전도 똑같이 일종의 위험도를 부여받는다.
사전 조사 중에 나온 정보를 통해, 길드 쪽에서 C~A, 혹은 정말 드물게 고위험도인 S 사이로 위험도 판정을 내리는 것이다.
거기서 약간의 변수를 고려하여, -, + 등의 추가 표기도 주어진다고.
위험도가 낮은 던전은, 그만큼 빠른 시일 내에 공략이 가능하다. 물론 그마저도 규모로 인해, 최소 일주일은 걸리겠다만.
“벨벳 라인에 나타났다는 ‘무덤 동굴’ 던전은 위험도 B+. 던전공략을 경험한 베테랑 헌터들에겐 큰 문제가 아닌 위험도죠. 길드에서도 총 열 개의 헌터 팀을 공략대로 결정했고요. 또 저희 포에닉스는 아직 머더 메이지 사태도 있다 보니, 이번엔 헌터팀을 두 팀만 보내기로 했답니다.”
아까 마리의 말에 따르면, 그 헌터팀 둘이 이번에 결정된 것이다.
던전 원정은 일주일 뒤.
덕분에 오늘부터 저택 곳곳에서 원정 준비가 이뤄졌다는 듯하다.
“사실 저도 갈 뻔했다고요, 이번 무덤 동굴.”
“네? 제시카가요?”
“.......바로 최근까지 제 잔고가 많이 부족했거든요. 그 왜, 던전은 힘들긴 해도 돈벌이만큼은 정말 최고예요. 힘든 것만 감수하면 두둑하게 벌 수 있죠.”
아마 포에닉스 교사로 채용되지 않았다면 원정대에 자원했을 거라나.
과연. 그때의 환호는, 던전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 또한 섞여 있던 건가.
“그래도 지금은 어엿하게, 무사히, 포에닉스의 마법교사! 하! 던전에 갈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던전은 둘째치고, 이제부터 전 열심히 세 분을 가르치면 되는 거죠!”
제시카는 ‘어떠냐!’하는 기세로, 다과의 마지막 한 조각을 집어 먹었다.
그리곤 그것을 꼭꼭 씹은 후 침대를 향해 말한다.
“-자, 이제 여기까지! 거기 메이드 둘! 10분 다 됐어요! 쉬는 시간 끝! 어여 근무지로 돌아가!”
“와아, 제시카 얘 과자 다 먹었다고 바로 쫓아내려는 거 봐.”
투덜거리는 마리의 옆에서, 매디가 회중시계를 꺼내 확인했다.
“마법교사님의 말에 틀린 건 없지. 자, 마리. 시간은 충분히 지났으니 이제 돌아가자.”
“흐에에에엥- 에우드님이랑 얘기하는 거 재밌는데~”
마리는 칭얼칭얼거리지만 그래도 착실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어서 매디가, 가져왔던 다과의 빈그릇을 트레이 위에 차곡차곡 정리한다.
“그럼 에우드님, 남은 수업도 열심히 하세요~”
“저희 사용인들은 모두, 언제나 도련님과 아가씨들을 응원하고 있답니다.”
마리는 에우드의 머리를 박박 쓰다듬었다.
매디가 곧바로 그것을 제지하며 마리의 머리를 한 대 쳐버린다.
“네. 두 사람도 고생하세요.”
“나중에 제시카랑 같이 밤의 메이드 숙소에 몰래 놀러 오시면 제가 재밌는 얘기를 해줄게요.”
“진짜요?”
“마리, 너 그러다 또 조안님한테 혼나. 제시카도.”
“난 당분간 조안님 외안경이 번뜩이는 건 되도록 피하고 싶어......”
매디와 제시카가 만류.
만약 조안에게 또 혼난다면, 마리가 그 목재팻말을 한 번 더 매게 되는 걸까.
분명 적혀 있는 글씨는 조금 다르겠지만.
에우드가 대충 예측해본다면, ‘전 도련님을 재우지 않고 밤늦게까지 놀게 했습니다.’정도 일지도.
그렇게 마지막까지 기운찬 대화와 함께, 두 메이드는 방문을 나섰다.
“앗- 후아아암. 에우드님, 오늘 배울 건 이제 많이는 안 남았어요. 자, 열심히 가보도록 하죠. .......크하암.”
제시카(12시까지도 끄떡없다던 어른)는 배가 불러온 덕인지 살짝 졸음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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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에우드와 셀레나 둘 다 검술연습이 끝난, 저녁식사 전까지의 사이 시간.
에우드는 티아나의 공방에 들러 책을 읽는 중이었다.
그런 에우드의 옆에는, 셀레나가 폭 기대어 쿨쿨 잠에 빠져 있다.
에우드가 알베르토에게 훈련받으며 내리꽂히는 동안, 셀레나도 검술연습을 멈추지 않았나 보다.
덕분에 조금 지친 셀레나가 에우드의 옆에서 잠이 들어버린 것이다.
티아나는 언제나처럼 연금술 삼매경이다.
보글보글 소리와 액상들이 섞이는 소리가 차분하게 들려왔다.
최근 에우드는 비는 시간마다 간간이 책을 읽고 있었다.
보충수업을 하던 도중 제시카가 제안한 것이었다.
‘연상능력’을 더욱 키우기 위해, 여러 가지 새로운 것들을 더 접하자는 이야기.
그중에서 가장 간단한 방법이 바로 독서였다.
책의 종류는 크게 상관없었다.
동화, 소설, 역사책, 교과서- 뭐가 되었던 새로이, 그리고 풍부하게 읽을 수만 있다면 OK. 특히, 대충 읽지 않고 꼭꼭 씹어먹듯 내용을 머리에 잘 넣는 게 중요했다.
즉- 지금은 재밌게, 열심히 읽으면 된다는 거다.
연상능력이 부족한 마법사 지망생들은, 그걸 늘리기 위해 여러 방법으로 머리를 자극한다고.
마침 드로와가 다과회에서 말하던 소설책도 포에닉스 서고에서 찾았다.
지금 에우드가 읽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책. 과연, 드로와가 보장한 만큼 의외로 재미가 있었다.
함께 책을 찾은 티아나는 에우드에게 그것을 먼저 읽으라고 양보해줬다. 동생으로선, 열심히 읽고 누나에게 넘겨주는 것이 예의이리라.
그러다 에우드의 눈꺼풀이 아주 살짝 무거워질 즈음이었다.
“에우드, 에우드.”
“우음?”
티아나가 책을 읽던 에우드를 콕콕 찌르며 불렀다.
에우드는 티아나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
코앞까지 다가온 작은 누나의 눈은 언제나처럼 맑은 금빛이다.
에우드도 예전보다는 이런 접근에 놀라지 않게 되었다.
적응이라 해야겠지.
“책을 보며 눈을 비비던 동생! 그런 동생에게는- 자, 이거 한 번 마셔봐!”
“마셔 보라니? 이거 포션이지?”
“응, 포션!”
티아나가 에우드에게 건넨 건 평소보다 밝은색을 가진 포션이었다.
생각해보니 아까부터 공방에선 박하향과는 다른 달달한 냄새가 나긴 했었다.
에우드가 슬쩍 냄새를 킁킁 맡자 상큼한 향이 난다.
에우드는 셀레나가 깨어나지 않게 조심하며 책을 덮었다.
그리곤 별 의심 없이 포션을 받아 꿀꺽 마셨다.
꼴깍-
“음!?”
포션의 목 넘김이 끝나는 즉시 에우드는 티아나를 봤다.
티아나도 자신의 목적이 잘 이뤄졌다고 생각한 건지 헤헤 웃음 짓는다.
“맛있어.......!”
“맛있지!?”
“달아....... 과일맛!”
포션이 아니라 아예 과일주스 같았다.
에우드가 생각하기에도, 솔직히 괜찮은 맛이었다.
“상큼하지?! 포션에다가 과일맛이 나게 성분을 조절했거든! 지금 그건 사과맛! 그래도 무려 성능은 거의 비슷하다고!”
책을 읽으며 눈이 피곤했는데, 포션을 마시자 자잘한 피로가 가셨다.
에우드의 몸 곳곳에 포션의 개운함이 스며든다.
“........”
“........”
하지만 역시 물을 수밖에 없겠지.
“........근데 어쩌다 포션을 과일맛으로 만든 거야?”
“그걸 따질 줄은 몰랐네!”
“아니, 맛있긴 정말 맛있는데........”
에우드의 정말 영문 모를 표정에 티아나는 키득키득 웃었다.
“이번에 우리 헌터들 두 팀이 던전 원정에 간다고 하잖아. 그래서 다들 힘내라고, 이거 멤버들한테 챙겨주려고.”
며칠 전 얘기가 나온 원정인원은 총 10명.
일단 리더로는 디안이 결정되었다 한다.
티아나는 이번 원정 멤버 모두에게 이 특제 포션을 주려는 것 같다.
이러니 사용인이든 헌터든, 티아나가 사고를 쳐도 귀여워할 수밖에 없는 거겠지.
원래 포션은 보통 단맛으로 이뤄져 있긴 하다.
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여러 약초나 뿌리채소, 감초 따위의 단맛.
상큼~!보다도 달짝지근-이 어울리는 맛이다. 씁쓸한 단맛이라 해야겠다.
포션의 효과를 내려면 각 약초와 연금술 재료들의 정량비율이 있다.
하지만 맛 첨가를 위해 다른 것을 넣으면 그 정량이 깨지기에, 배합 난이도 자체가 꽤 높다.
포션에다 맛을 첨가하면서 효과를 유지하려면, 그것만으로 상당한 수고가 필요하단 얘기다.
게다가 아예 맛을 내기 위한 추가 첨가물과 신선한 과즙까지 필요.
때문에 다수의 포션을 공급해야 하는 공방의 입장에선, 그냥 맛의 변형 자체를 하지 않는 게 이득. 공방 대부분이 맛을 이러한 씁쓸한 단맛으로 유지한다. 시간 및 비용 대비 수익이 너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즉 이 티아나 특제 포션은 ‘정량비율의 절묘한 유지’와 ‘비효율의 극치’를 모두 충족한 작품이란 거다. 단가와 제작시간, 노동력을 전혀 고려치 않아야 가능한 호화 포션.
최근 티아나가 공방에서 잠들어버릴 때가 많다 싶었는데, 그동안 계속 이 배합을 홀로 연구했다고 한다.
“이거는 포도 맛이랑, 이거는 또 오렌지 맛이랑-”
심지어 여러 가지 맛이 있다.
이래서야 포션보다도, 귀족가 사이의 선물용 고급 음료 세트 같다.
“와아........ 티아나 누나, 이 정도면 설령 디안이라도 못 거절할 거 같아.”
포션에 감탄하며, 에우드는 포에닉스 헌터대 최고의 새침남- 디안의 반응을 상상해보려 했다.
티아나가 주는 과일맛 포션을, “이런 거 필요 없는데 정말, 아가씨........”라고 툴툴거리면서 받지 않을까.
그러자 티아나가 무슨 소리냐는 듯 말했다.
“이 과일맛 포션, 디안이 제일 좋아할걸?”
“응?”
“디안, 단 거랑 새콤한 거 엄청 좋아하거든!”
“진짜.......?!”
티아나가 말하길 매번 연금술로 슬쩍 만드는 사탕. 그걸 받을 때 가장 반응이 좋은 게 디안이라 한다.
“엘리리가 말해줬는데, 비번일 때 몰래 케인즈 상회 제과점에 가서 과자나 사탕 우르르 사 온대. 디안 방에도 숨겨둔 과자가 의외로 많고. 아, 물론 본인은 인정 안 하지만!”
이 무슨 아이다운 입맛.
마음이 소녀인 A급 헌터는 입맛까지 소녀다웠다.
“.......킁킁.”
냄새를 눈치챈 셀레나가 잠에서 깨어났다.
“맛있는 냄새........ 과일 주스?”
“포션이야!”
“........어째서 포션이야?”
셀레나도 에우드와 비슷한 의문.
그래도 일단 티아나가 준 포션을 셀레나가 꼴깍꼴깍 마셔 본다.
“꼴깍꼴깍- 후아~ .........한 병 더 주세요.”
다 마시자마자 한 말이 그거였다.
셀레나는 포션의 빈 병을 티아나에게 두 손 공손히 전한다.
눈을 빛내며 입맛까지 다시다니,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나 보다.
“언니, 이래 봬도 포션이니까 정량섭취가 중요해. 다친 곳 없이 몸도 멀쩡한데, 여기서 한 병 더 마시면 과다복용이야.”
“한~ 병~ 더~~~”
“안 된다니깐! 그리고 헌터들 줄 거야, 많이 마시면 부족하다고!”
“그럼 한~ 병~ 만~”
“그게 그거......! 아, 언니한테 괜히 마시게 했어!”
결국 티격태격을 1분.
셀레나의 떼쓰기에 못 이긴 티아나가, 만들어둔 포션 하나를 새로 꺼내서 줬다.
그렇게, 던전 ‘무덤동굴’의 원정까지 앞으로 5일-
포에닉스의 원정 날짜는 가까이 다가왔다.
[작품후기]소녀마음 소녀입맛 디안.
아직 터지지 않아요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