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마검사 도련님-33화 (33/264)

누님과 쇼타의 이야기도 조금 좋아합니다.?33회

마법 교사033.

제시카가 설명해주는 이야기는 정말로 다양했을까.

여러 마법의 역사.

어디서부터 마법은 전투용마법으로서 분리되었는지.

역사적인 마법사들은 그 모두가 한 번씩 기적을 일으켰다든지.

때론 마법이 엮인 크고 작은 분쟁이나, 과거 종족 간의 마법 특징 등 많은 이야기까지.

에우드의 연상- 곧 이미지 능력을 자극하기 위해, 여러 가지로 연구한 것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처음 저택에 와 있을 땐 에우드 못지않게 긴장을 많이 했었는데. 지금은 꽤 자연스러워졌다.

에우드에겐 조안이나 알베르토같이 번듯한 선생님으로 느껴졌다.

그렇게 보충수업을 듣던 중, 에우드는 문득 떠오른 걱정을 물었다.

“그런데....... 제시카도 저 때문에 잘 시간이 부족하지 않나요?”

에우드가 살짝 하품하면서 전한 말에, 제시카는 “흐흥~”하며 콧소리를 울렸다.

“어머, 무슨 말씀을. 아이들이 자는 시간과 어른들이 자는 시간을 똑같이 보시면 안 된답니다.”

제시카는 밝은 금발을 한 번 찰랑이며 “자! 전 12시 넘어도 꿈쩍없다구요. 대단하지 않나요, 어른!”이라고 말했다. 왠지 모를 어른의 자랑.

“그리고 보충수업은 명백한 추가근무이기 때문에, 가레스님이 급료를 더 챙겨주신답니다~”

“이 수업도 돈벌이가 되는 거군요.”

“후후, 마리의 말로 비슷하게 한다면- 이용당하고 있는 거라고요, 에우드 도련님.”

엄지와 검지로 만드는 동그라미 표시.

제시카가 눈을 금화처럼 반짝이며 말했다.

제시카는 에우드한테만큼은 말을 꽤 거리낌 없이 했다.

에우드에겐 뭐 다 들켜버린 입장이니까.

제시카가 낮에 보여주는 ‘저, 나름 능력 있는 교사입니다. 우후후.’ 아우라를 거둘 수밖에 없다.

‘누나들도 대충 알고 있는데.’

물론 제시카가 가끔 보여주는 허당끼 덕에 이미 눈치챌 사람은 눈치챘다.

그 외에도, 여러 메이드들과도 꽤 친해진 듯했다.

특히나 친화도 높은 마리나 매디와는 이미 친구 사이다.

듣기론 저번엔 밤에 몰래 메이드 숙소로 가, ‘엔터테이너 마리’의 진면목을 봤다나.

.......도중 조안에게 걸려 메이드들과 함께 혼났다고 한다.

“하긴요, 제시카는 처음 봤을 때도 ‘고액급료!!’라고 외치고 있었죠.”

“까아아아아........!”

제시카는 흑역사를 되새기며 경악했다.

보충수업의 휴식시간, 제시카는 의자를 살짝 돌려 책상 위에 한 물건을 봤다.

“도련님, 이 인형........”

“아, 이거 말인가요?”

제시카의 말에 에우드는 장식해뒀던 토끼 인형을 가져왔다.

“눈이 진짜 탈력적이네요.”

“특이하긴 하죠.”

“셀레나 아가씨처럼 예쁜 분은 탈력적이어도 정말 더 귀여운데...... 얘는, 뭐라 해야 할까........ 못생겼네요. 진짜.”

너무한 말이지만 따질 수 없는 말.

졸린 건지, 지친 건지, 그게 아니면 무심한 건지 모를 토끼 인형.

제시카는 에우드에게 토끼 인형을 건네받아, 그것을 꾹꾹 만지작거렸다.

“.......그런데 어째서일까요, 이 왠지 모르게 중독되는 인상은. 뭔가 계속 눈이 가요.”

그래도 마음에 든 것 같다.

제시카는 뭔가 분하다는 듯이 인형을 매만져간다.

의외.

이 취향이 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제시카는 살짝 기대하는 눈빛으로 에우드에게 물었다.

“혹시....... 이 인형은 저택 사용인분이 만들어주신 건가요?”

“아뇨, 산 거예요.”

“응?! 어디서?!”

제시카의 엄청난 관심에 에우드가 순간 쫄아버렸다.

“-우와, 깜짝이야. 포에닉시안 광장 중앙거리에 인형가게가 있어요. 특징이- 맞아, ‘크레센트 베어’를 본 따 만든 큰 인형이 있는 가게에요.”

만든 건 점장이 아니라 했지만, 에우드는 아직 ‘이것을 만든 직원’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가는 만큼 아예 신작이 새로 나왔을지도.

“중앙거리에 그런 곳이.......! 거긴 인기쟁이들만 가는 거리라서 피하고 있었거늘!!”

“인, 인기쟁이?”

“멋 부린 젊은 애들 커플이 가는 곳이란 의미에요!”

제시카도 충분히 젊을 텐데.

게다가 똑같은 헌터인 엘리리도 중앙거리는 물론, 포에닉스 광장 여러 곳을 다니고 있다.

그래서 에우드가 엘리리에 대해 말하자,

“엘리리는 아직 젊은 애잖아요! 원정을 다녀와도 피부 탱탱할 나이고!”

.......란다.

분명 엘리리의 나이가 열여덟이었던가.

에우드에겐 18이든 22든, 엄청 큰 차이가 느껴지진 않았다만.

제시카는 인형을 꾹꾹 누르며 불만스런 표정을 지었다.

“성인이 되어서 헌터 생활을 하면요, 얼마나 피부가 푸석푸석해지는데요. 밖에서 밤새는 건 기본이고, 심하면 일주일 동안 못 씻을 때도 있어요. ........그래서 남자 헌터들이면 몰라도, 여성 헌터는 꽤 인기가 없다구요.”

“설, 설마요.”

“진짜라구요! 제가 본 남자들은요, 여성 헌터를 보면 우악스럽다고 뒷담화할 때도 있었다니까요?! 아, 그놈들 다시 생각해도 짜증나네?!”

아무래도 제시카 본인이 뒷담화 대상이었나보다.

“아마 도련님이나 아가씨들은 평생 경험할 리 없겠지만! 전 남자 좀 잡아보려고 미팅 나갔다가, 제가 헌터인 거 알더니 다 눈을 피하는 거 있죠?! 진짜! 얼마나 꾸미고 갔는데!”

그때의 기억이 분한 건지, 인형을 분풀이 삼아 공격한다.

........설마 제시카도 셀레나처럼 샌드백을 바라는 건 아닐까, 에우드는 내심 걱정했다.

“그래도! 지금은 피부도 좋아졌죠?! 매끈매끈! 뽀송뽀송하다고요?! 자, 만져봐요, 어서 이 뽀송뽀송함을 확인해 보시죠, 도련님!”

제시카는 에우드의 작은 손을 쭉 잡아당기더니, 자신의 뺨을 조물조물하게 했다.

“그렇죠?! 진짜 뽀송뽀송하죠?!”

“확, 확실히 뽀송뽀송하지만........”

“........(제시카)”

“........(에우드)”

“제가 대체 도련님께 뭘 하는 걸까요........”

제시카의 얼굴이 그제야 빨개졌다.

그 와중에 또 에우드의 작은 손으로 뺨을 조물조물하는 것이 나쁘진 않았나 보다.

어른이 돼서 부끄러운 짓을 하는 건 알고 있지만, 에우드의 손으로 자기 뺨을 꾹꾹 문댄다.

에우드도, 제시카가 마음껏 하도록 잠시 기다려줬다.

얼마 안 가서 그만두자, 말랑말랑 감촉이 에우드의 손바닥에 남았다.

“........어디 좋은 남자 없을까요.”

“포에닉스 사용인들 중엔 남자가 많죠. 헌터대에도 남자는 있고요.”

에우드가 나름 제 고민처럼 생각해주며 말했다.

포에닉스의 사용인 및 헌터 남녀비율은 6:4. 남자가 꽤 많다.

“포에닉스 헌터대라면 원래는 정말 좋은 조건이지만.......! 제가 헌터인지라, 또 헌터를 만나긴 그래요.”

물론 제시카도 이걸 말하면서, 여전히 포에닉스 도련님한테 뭘 말하는 건가 싶어 했다.

“.........그거 아시나요, 도련님. 커플이 있는 헌터팀은 높은 확률로 파국이 일어난답니다. 심지어 부부라 할지라도요.”

“파국?”

“흔히 바람에 불륜에, 목숨 걸고 싸웠는데 뒤돌아보니까 지들끼리 싸바싸바- 에잇, 여기까지. 도련님한텐 너무 이른 이야기네요.”

사실 파고들면 에우드는 드림랜드에서 ‘여러 가지’를 봐왔다만 제시카로선 알 턱이 없겠지.

제시카는 “에우드님이 아카데미에 갈 나이 정도가 되면 이야기해줄게요.”라며 말머리를 돌린다.

“........그럼 제시카, 나중에 같이 광장에 가요.”

“-어?! 네에힛?!”

“수업 쉬는 날에 맞춰서, 누나들이랑 사러 가죠.”

“아....... 그런 얘기였군요. 괜히 놀랬네요.”

제시카는 왠지 자신이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다가, 바로 허탈한지 키득키득 웃었다.

“그래요, 같이 외출하도록 하죠. 포에닉스의 자녀분들이랑 같이 다니면 누구도 여자 헌터라고, 우악스럽다고 욕할 사람은 없겠죠! 완전방어예요!”

“으으음....... 제시카가 혼자 다녀도 욕할 사람 없을 거예요.”

“흥, 과연 그럴까요.”

“네. 절대.”

“엑.”

제시카의 기묘한 목소리가 들렸지만, 에우드는 별다른 생각 없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제시카처럼 마음씨 고운 사람한테 욕할 사람은 없어요. 있어도, 그건 분명 욕하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인 거겠죠.”

“아- 아으.”

생각지도 못한 무구한 공격에 제시카의 얼굴이 달궈졌다.

똑똑-

그때 또다시 들려온 노크 소리.

에우드는 제시카의 변화는 눈치 못 챈 채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에우드에게 보인 것은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검정색 트레이였다.

“에우드님이 보충에 잡히셨다기에 간식 가져왔슴다-!”

“열심히 배우고 계신가요, 에우드님.”

마리와 매디였다.

마침 두 사람이 오늘 야간 근무였나보다.

에우드가 두 사람을 놀라서 보자, 마리가 다과 트레이를 자랑하듯 가까이 가져다준다.

트레이 위엔 매디와 마리의 수제과자 말고도 플로라가 시연했던 과자도 있었다.

들어보니, 최근 드디어 상급귀족들에게 시범판매를 했다고 한다.

몇 주 뒤면 공식적으로 케인즈 상회 산하 제과점에서도 판매를 개시한다고.

달달하고 고소한 냄새와 차의 따뜻한 향기가 에우드에게 전해진다.

“와아........ 일부러 준비해주신 거예요?”

“실은 티아나님도 연금술 공방에 계시고, 셀레나님도 계속 검술을 연습하고 계시거든요. 다들 밤중에 조금 출출하실까 싶어 이렇게 준비해 왔죠~.”

에우드의 두 누나도 각자 할 일을 하느라 잠에 안 들었나 보다.

역시 포에닉스의 장녀와 차녀.

마리는 문을 천천히 닫으며, 트레이를 에우드의 책상 쪽으로 올려둔다.

“셀레나님도, 티아나님도, 아예 에우드님까지. 다들 너무 열심히 하신다니까요.”

매디는 그 틈을 타 다소 어지럽혀진 방을 차곡차곡 정리해갔다.

트레이를 내려둔 마리는 아까부터 말 없는 제시카의 뺨을 콕콕 찔렀다.

“자자, 제시카도! 너무 에우드님 괴롭히지 말고 이거 먹고 적당히 하라구. 안 그러면 피부 또 나빠진다? ........제시카?”

“.........”

“제~시~카~?”

허물없이 친구가 다 된 제시카를, 마리는 뭔 일인가 싶어 수차례 불렀다.

다만 제시카가 대답한 건 그 부름이 다섯 번 정도 울렸을 때였다.

“-마리, 잠깐만 나 좀 놔둬 봐. 잠깐만........ 하으.”

“뭐, 뭔 일이야.......?”

전혀 예상 못 한 반응에 마리가 더 당혹스러웠다.

뭔가 되게 멍하고, 아예 도중부턴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가까이에서 보자 뺨이 조금 상기되어있었다.

손을 다시 내린 제시카는 반쯤 허탈한 목소리로 마리에게 말했다.

“내 취향이 심히 의심스러워졌어........”

“........괜찮은 거야?”

“몰라....... 안 괜찮을지도 몰라........”

제시카는 마리의 말을 흘려들으면서, 자신의 손가락으로 뭔가를 세어갔다.

.......아마, 22와 10에 관련된 사칙연산이 아닐까 싶다.

“으으으으........ 12....... 12. 하다못해 2년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응? 12하면- 황도 12궁?!”

“아니거든?! 게다가 왜 쓸데없이 전문적이야.......!”

“무엇을 감추랴, 포에닉스의 사용인은 모두가 고학력을 요구. 아니, 고학력자가 되어야 한다!”

“아, 됐어!”

“에엥!?”

마리의 어리둥절을 무시하곤 제시카는 아쉬움을 담아 손가락을 접었다.

........마지막까지 오른쪽 검지 하나가 버텨보지만, 이성으로 찍어누른다.

이후엔 에우드의 침대 위에 마리와 매디가 정갈하게 앉아 함께 잡담을 나눴다.

원래 마리와 매디는 바로 돌아가려 했지만, 에우드가 “제 공부를 도와줬다고 하면, 잠깐 쉬어도 되지 않을까요?”라고 말해서 일어난 일이었다.

물론 그 사이, “OK! 에우드님, 콜! 저 마리, 당당히 에우드님을 방패로 삼겠습니다! ‘엔터테이너 마리’의 진면목, 보여드리죠!”-라고 마리가 말하고, 매디에게 트레이로 한 대 맞았다만.

‘엔터테이너 마리........!’

사실 에우드도 그걸 보고 싶은 마음이 조금 있다.

대체 그게 뭐길래, 매번 메이드 숙소를 새벽까지 광란의 놀자판으로 만든다는 걸까.

결국 매디의 절충안으로 10분 정도만 있다가 가기로 했다.

시간을 여유롭게 받았기에, 아마 지금보다 10분 정도 있다가 가도 문제는 없을 거라 한다.

“맞아, 어제 알베르토님이 멤버가 다 결정됐다고 말씀하셨다나.”

잡담을 나누던 도중, 케인즈 상회의 스틱과자를 뽀샥뽀샥 입에 넣은 마리가 지나가듯이 말했다.

“마리, 결정이라니요?”

“......아~ 원정대 선발 말하는 거야?”

“그래, 제시카. 그거지 그거. 그러니까 에우드님......... 이걸 말씀드리자면요-”

마리가 말을 고르고 있을 때, 매디가 먼저 입을 열었다.

“유그라시아 북부 ‘벨벳 라인’. 그 지역에 발생한 ‘무덤 동굴’이라는 던전의 공략을 일주일 후에 개시하기로 했답니다.”

[작품후기]엔터테이너 마리. 마리둥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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