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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마검사 도련님-28화 (28/264)

[작품후기]따뜻의 의미가 조금 이상하게 전달되고 있습니다.?28회

마법 교사028.

소리의 정체는 페리아였다.

“뭘 하는 거예요, 페리아?”

“아, 이건요- 아니아니! 그러니까 저한테는 존대 안 하셔도- 우갹!”

뚜둑!

페리아가 잡아당기던 뭔가가 끊기더니, 그걸 쥔 페리아의 몸이 뒤로 넘어졌다.

에우드가 재빨리 움직여 페리아를 잡아준다.

포옥.

“죄, 죄송해요!”

페리아는 소스라치듯 놀라더니, 빨개진 얼굴로 에우드에게서 벗어난다.

에우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데도 페리아가 황송해하며 고개를 꾸벅였다.

“전혀요. 뭘 이런 거에 죄송해하는 거예요.”

“죄, 죄송해야죠!”

갑자기 목소리를 높인 페리아에게 에우드가 깜짝 놀라버렸다.

“솔직히 말이에요! 에우드님은 포에닉스! 이미 대귀족의 자제님이에요! 그런데 매번 너무 거리낌이 없으셔요!”

“진, 진짜요?”

“셀레나님이나 티아나님도 그렇긴 하지만........ 에우드님은 더 심해요! 좀 더 포에닉스의 위엄에 맞게- ........죄송해요.”

조금 흥분했음을 깨달았는지 페리아가 시무룩 고개를 숙였다.

물론 에우드가 거기에 뭐라 할 아이는 아니었다.

오히려 진심을 다해 주의시켜준 것이 또 고마웠다.

“아니에요. 꼭 명심할게요.”

“으으........”

에우드가 정말로 고마움을 담아 답하자, 페리아의 더 죄책감이 커지는 듯했다.

“........아, 맞다!”

페리아는 뒤늦게 떠오른 듯 메이드복의 주머니를 뒤졌다.

손수건을 먼저 꺼내 손을 뽀득뽀득 닦더니, 양손으로 어떤 물건을 에우드에게 내밀었다.

“언니를 구해주셨는데 항상 감사 인사도 못 드려서 죄송해요. 작은 선물이라도 준비하고 인사를 드리려다 그만......... 에우드님이 덕분에, 언니가 그때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어요.”

그제야 에우드는 며칠 전 엘리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분명 페리아가 정말 고마워하고 있었다고 했나.

“아뇨, 감사를 받을 일은-”

-라고 말을 이어가려다, 똑같이 그때 디안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저야말로, 그땐 엘리리한테도 정말 큰 도움을 받았는걸요.”

디안이 너무 겸손을 보이지 말라고 했을 테지.

에우드는 그것을 되새기며, 페리아의 감사를 받음과 동시에 언니인 엘리리에게로의 감사 또한 전했다.

“........어?”

그러다 에우드는 또 다른 것에 놀라버렸다.

페리아가 건넨 것은 포장지에 묶인 작은 상자였다.

크기는 에우드의 손바닥보다 살짝 크고 납작했다.

흔히 말하는, ‘선물상자’였다.

에우드는 그것을 보며 눈을 쉴 새 없이 반짝였다.

“와...... 와아아.......!”

사실, 에우드는 살면서 이런 포장지의 선물은 정말 처음 보는 거였다.

‘그 고아원’에 있을 때도, 에우드에겐 선물이란 게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해봤자 매해 물려받던 옷이 끝이었다.

물론 이 저택에 오면서 옷이라던가, 책이라던가, 장비라던가 여러 물건을 받긴 했다.

자신에게 과분한 용돈을 받아 ‘특이한 눈을 가진 토끼 인형’도 사기도 했고. 지금은 책상 위에 잘 장식해둔 상태다.

그럼에도, 이렇게 정성스런 포장의 선물은 또 처음 받는다.

그래서인지 에우드는 차마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아예 살면서 최초로 겪는 일에 어찌 반응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말이 없어진 에우드에게 페리아가 불안해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 에우드가 너무 좋아하는 표정이라 더 놀라버렸다.

“어, 어라.......? 에우드님?! 이거 그닥 대단한 물건은 아니에요?!”

“그래도........”

페리아의 호들갑에도, 에우드는 선물상자를 받아 꼭 품에 안았다.

“저, 태어나서 처음 받아본 선물상자예요.”

“진짜로요?!”

“네에에.........”

“실, 실수했다.......”

그 말에, 페리아는 너무 흔한 것을 넣었다며 후회한다.

페리아가 뒤늦게 선물을 다른 걸로 바꾸겠다고 말했지만, 에우드는 극구 반대.

“안돼요. 절대 뺏기기 싫어요. 처음 받은 선물상자인걸요. 평생 풀기 싫어요.”

“아무리 그러셔도 풀기는 해야해요.........”

에우드는 처음으로 물건에 대해 고집을 부렸다.

에우드의 반응에, 페리아도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페리아는 마지막까지도 에우드에게 “정말 별거 아닌 선물이에요. 정말루요, 정말루!”라고 몇 번이고 못이 박히도록 말했다.

에우드로선 무슨 선물이 들어있든 전혀 상관없었다만.

이미 마음으로도 너무 충분했다.

에우드는 선물을 속주머니에 소중히 넣은 후, 페리아가 하던 일을 재차 확인했다.

방금까지 페리아가 잡아당기던 것은 어떤 식물의 덩굴.

그것의 정체를 알아챈 에우드가 기억을 되새기며 말했다.

“이거 ‘테구르꽃’인가요?”

“어떻게 아셨어요?!”

“예전에 자주 봤었거든요.”

드림랜드에 가기 전, 고아원의 마당엔 테구르꽃이 자주 자라났었다.

에우드가 바로 알아본 것에 페리아는 놀란 듯 바라본다.

테구르꽃이란, 테구르 열매라 불리는 동글동글한 과실을 맺는 식물의 일종.

여러 특징이 있지만, 확실한 건 화단 같은 데에선 꽤나 불청객이라는 거다.

왜냐면 꽃이 피기 전까지 덩굴이 길게 자라는데, 그것이 화단에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심지어 테구르 열매의 맛은 애매. 또 꽃 자체의 향기도 애매.

뿌리가 너무 깊고 질겨 화단에 나타났다간 개고생.

덩굴을 붙잡고 당겨도, 기술이 없다면 뿌리가 나오는 것보다 덩굴이 끊어지는 게 먼저다.

그렇다고 자르는 것으로 끝내면, 얼마 있어 또다시 쭉쭉 자라난다.

그뿐만 아니라 땅의 영양분도 상당히 뽑아먹기에, 화단 가꾸기 최대의 적이 바로 테구르꽃의 덩굴이었다.

심지어 어떻게 발생하는지도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덕분에 누구나가, ‘발견하고 나서야 제거’라는 비효율적인 구제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페리아는 이 테구르꽃을 제거하기 위해, 덩굴과 한판 승부를 치르는 중이었다고.

“저도 예전에 없애느라 자주 고생했었어요.”

“에우드님, 제거까지 해보신 거예요?!”

“네. 이상하게 자주 자라더라고요. 고아- 고향에서 여러 번 봤어요.”

에우드는 재빨리 말을 바꿨다.

페리아를 비롯한 대부분이 에우드가 드림랜드 출신- 그 이전엔 고아원 출신임을 모른다.

가레스의 판단에 따라, 그건 아직 알려서는 안 되기도 했다.

다행히 페리아 쪽에선 ‘사연 있는 귀족 아이’로 알기에, 충분히 납득하고 있었다.

다만 테구르꽃은 기술이나 힘이 없는 아이들이 제거하기엔 꽤 난이도가 높다.

보통은 어른 여럿이 삽으로 땅을 헤집고, 뿌리의 중추까지 흙을 들어내 끄집어내야 한다.

물론 포에닉스 저택은 사용인들에게 무모한 일을 시키지 않는다.

조안이라면 상황 파악 후 가용인원을 넉넉하게 해서 보내줬을 것이다.

힘을 잘 쓰는 기술자들이나 집사들도 함께 지원해줬을 게 분명.

절대 페리아 홀로 하도록 놔두진 않으리라.

때문에 에우드가, 어째서 페리아 혼자서 이런 궂은일을 하고 있었나 묻자-

“최근에 제가 너무 도움을 많이 받아서....... 혼자 해결해보려 했어요.”

역시 페리아의 독단이었다.

최근 엘리리의 부상으로 인해, 엘리리를 돌볼 수 있게 페리아의 근무지를 바꾼다던가.

그것 말고도 요 며칠 사용인들 모두가 페리아와 엘리리를 배려해줬다던가.

다양한 방면에서 동료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렇기에 이제 막 발견한 테구르꽃을 홀로 제거해서, 다른 사용인들의 도움이 되어보려 했다고. 정원담당 사용인들도 아직 테구르꽃이 생긴 줄은 모른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않다.

도중 몇 번이나 덩굴이 끊긴 건지.

아마 페리아가 다소 테구르꽃을 얕잡아봤나보다. 페리아도 그걸 깨닫고 후회 중이었다.

페리아는 혹시나 하여 삽이나 괭이을 가져오긴 했다고.

물론 정원담당이 아닌 페리아다.

괜히 덩굴을 없애겠다고 땅을 헤집었다간 일이 더 커질 수도 있다. 그걸 알기에 결국 사용은 하지 않았다.

함부로 땅을 헤치지 않은 건, 에우드의 생각엔 그나마 좋은 판단이었다.

덩굴을 보자, 덩굴 끄트머리는 에우드의 팔보다 조금 짧게 남아있었다.

주변에 덩그러니 버려진 덩굴들은 제거시도의 실패를 보여주는 참상이겠지.

이대로 계속 실패했다간 잡을 덩굴이 마땅치 않다. 결국엔 땅을 팔 수밖에 없으리라.

그걸 보며, 에우드는 잠시 자신의 어깨를 한 번 돌렸다.

“........잠깐만 비켜보실래요?”

“에우드님?”

“흐읍.”

짧은 덩굴을 한 손으로 살짝 잡는다.

“호입-”

포보보보보보보복-!!

덩굴과 함께 모든 뿌리가 한 번에 뽑혀 나왔다.

“으와아아아아?!?!”

페리아의 고생이 무색할 정도였을까.

에우드의 오른손에 쥐어진 덩굴과 꽃의 거대한 뿌리를 보며, 페리아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결과물은 깔끔. 끊긴 것 하나 없다. 완벽이라 부르는 게 옳겠지.

땅은 살짝 들리는 것으로만 끝났고, 뿌리는 깨끗하게 제거되었다.

에우드는 위로 솟은 땅을 폭폭 밟으며 고르게 만들었다.

“테구르꽃의 뿌리를 뽑을 땐 힘 조절이 중요하거든요.”

고아원에서 하도 많이 뽑은 덕에, 에우드는 도구 없이도 뿌리를 뽑을 테크닉이 있었다.

하물며 그때와는 힘과 기술의 수준이 다르다.

덕분에 엄청난 속도로 해결.

사실 에우드도 의외로 단번에 성공한 것에 내심 놀라고 있다.

벌써 해본 지 2년도 지난 일이니 한두 번 정도는 실패할 거 같았는데.

“대단하다.......”

역시 이렇게 놀라주면, 에우드도 조금 부끄럽다.

“.......아니, 아니죠! 또 사용인을 도와주신 거잖아요!? 저, 정말! 이러시면 안 된다니깐, 에우드님.......!”

바로 잔소리를 들어버렸다.

뿌리는 잡초나 죽은 풀들을 모아두는 장소에 버리면 된다고 한다.

에우드는 또 생각 없이 직접 하려 했다가 페리아에게 제지당했다.

이후 뿌리를 치우고 물건정리를 끝낸페리아는 에우드의 복장을 보며 물었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이세요? 혹시 지금부터 훈련장에 가시려는 건가요?”

“-아뇨아뇨, 이 옷은 움직이기 편하려고 입은 거예요.”

알베르토와의 수련은 평소대로 다시 진행하고 있다.

에우드가 다 나았다는 걸 알자, 알베르토는 정말 ‘평소대로’ 땅에 수도 없이 박아주고 있다.

‘어째선지 강도도 높아졌고........’

에우드는 왠지 머더 메이지랑 싸운 이후부터, 알베르토가 점점 자신의 내구도를 신뢰한다는 기분이 들었다.

“오늘은 저택을 돌아다녀 보려고요.”

“저택을?”

“.......온 지 한 달이나 됐는데 아직도 감이 안 잡혀요.”

에우드의 난색을 듣자, 페리아는 공감된다는 듯 표정을 풀었다.

“그렇죠~ 여기 땅이 정말 넓어서, 처음 왔을 땐 얼마나 멍해지는데요.”

메이드 교육시험을 통과했을 무렵, 페리아도 저택을 보며 정말 혼란스러웠다고 한다.

아예 첫날에는 숙소에조차 도착하지 못했다고.

그러다 순찰 중이던 알베르토에게 발견되어, 울기 직전에 방에 도달할 수 있었다나.

그 말을 듣자 에우드는 페리아가 왜 알베르토를 잘 따르는지 이해했다.

근무 첫날부터 도움을 받다니. 그거야 따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맞아요, 그, 그럼........”

페리아는 고개를 살짝 숙이더니, 손가락을 꼬물대며 말했다.

“제가, 같이 다니면서 위치를 알려드려도 괜찮을까요? 아, 일! 오늘 일은 일단 다 끝났거든요! 마리 언니처럼 땡땡이는 아니에요! 걱정 마세요!”

마리가 벌로 메고 있던 목제팻말이 갑자기 떠올라버렸다.

‘다 소문났구나, 마리........’

에우드의 머릿속으로 “힝.......”이라는 마리의 훌쩍거림이 들려오는 거 같았다.

페리아의 간단한 안내를 받으며, 에우드는 저택의 뒤로 펼쳐진 포에닉스 부지를 걸었다.

포에닉스 헌터 전용의 무기들을 제작하는 대장간.

원정용 가공식·보존식을 만드는 작업장.

몬스터 소재를 보관하는 마법재료 창고.

그 외에도 식량창고나 며칠 전에 들렀던 파티장 등 여러 곳을 다녔다.

정말 여기저기에 활기가 넘쳤다. 이 저택 부지가 하나의 상업지구로도 느껴진다. 분위기는 이쪽이 좀 더 따뜻했지만.

무엇보다 에우드가 놀란 것은-

“에우드 도련님!”

“어머, 에우드님이 웬일로 여기까지 오셨나요!”

“귀여워라!”

“역시 아가씨들을 지킨 늠름함이 딱 보이네요!”

“저희가 이번에 만든 보존식인데, 하나 드셔보시겠어요? 시간 외 간식이니까 몰래 먹어요~”

“페리아, 도련님 잘 모셔야 한다? 혹시라도 폐를 끼치진 말고!”

사용인들이 의외로 자신을 환영해줬다는 것이다.

작업을 하던 사용인들 모두, 자신들의 작업장에 들른 에우드에게 아는 체를 해줬다.

머리를 쓰다듬거나 간식을 주거나. 그리고 농담을 하거나.

포에닉스의 신분-이라는 것도 있겠지만, 그래도 에우드는 아이로서 귀여움받는다는 것을 느꼈다.

아마 사용인들은 셀레나나 티아나를 대하는 것과 비슷하게 했으리라.

그만큼 포에닉스 일가와 사용인들의 관계가 정말 좋다는 거겠지.

에우드는 어느새 손에 쥐어진 육포를 멍하니 바라봤다.

보존식을 만들던 사용인에게서 방금 받은 것이었다.

한입 질겅질겅 베어 문 후 꼭꼭 씹자, 고소한 고기의 맛이 전해진다.

양념 또한 희미한 미각 끝으로 전해졌다.

드림랜드 시절 정말 운 좋게 한 번 먹어봤던 육포와는 정말 맛이 달랐다.

씹히는 식감부터 차원이 다르다.

페리아도 육포를 우물우물 입에 넣었다.

“언니가 가끔 남은 거 챙겨주는 데, 포에닉스에서 만드는 육포는 너무 맛있어요~”

포에닉스 헌터대의 보존식은 언제나 최상의 품질을 가진 것들로 공급한다나.

육포는 물론, 말린 과일이나 빵, 치즈 등 보존식 종류는 상당했다. 그 모두가 맛에도 최대한 신경을 쓴다고 한다.

엘리리의 동생사랑으로 인해 페리아도 가끔 먹어본다고.

다만 페리아가 육포를 너무 복스럽게 먹는 덕에, 에우드는 자신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왜 엘리리가 항상 간식을 챙겨주는지 에우드도 살짝 공감했다.

동생이 이렇게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누구라도 더 먹여주고 싶으리라.

“으음~ 헉!! 아으........!”

에우드가 웃는 걸 보자 페리아는 오물거리던 것을 조금 줄였다.

너무 먹는데 열중한 걸 깨닫고, 부끄러움을 느낀 걸까.

“으으으....... 웃지 말아주세요........(오물오물)”

이번엔 조금 절제하며 육포를 먹는다.

나름 최대한 조신함을 보여주려 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역시 맛있는 건 못 참겠는지 다시 복스런 표정이 되어버렸다만.

[작품후기]땡땡이 소문이 다 나버린 마리.

조촐한 연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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