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란 말이에오........?27회
다과회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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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노을이 지기 시작하려는 시간.
플로라 주최의 작은 다과회는 파장되었다.
오랜 시간 아이들이 이야기하며 논 만큼, 이젠 슬슬 돌아가야 했다.
아무리 호위를 확실히 하고 있다 해도 머더 메이지 사태 이후다. 어두워진 후에는 습격 가능성이 늘어나니 말이다.
피르티, 드로와, 프란시느, 그리고 라다루스.
다과회에 참여했던 아이들은 돌아가는 마차 앞에 서, 서로 작별 인사를 나눴다.
“오늘은 정말 즐거웠어요!”
“좀 더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정말 빨리 가네요.”
티아나와 셀레나를 향해 아이들 모두 아쉬움을 표했다.
동경하는 포에닉스의 아이들인 만큼 많이 못 본다는 것이 안타까운 거겠지.
“다, 다음에는 저희 저택에도 와 주시면....... 좋, 좋겠어요.”
프란시느의 말에, 피르티와 드로와도 추후 와주길 바란다고 목소리 높였다.
사교회 쪽은 별로 안 좋아하던 티아나는 거기에 난감히 웃었다.
플로라가 티아나의 옆구리를 콕콕 쳤다.
“거봐요, 좀 여러 사교회라던가 다과회라던가 팍팍 나와요, 티아나. 셀레나.”
“난 맛있는 거만 준비해주면 언제든지-”
“-언니는 말조심.......!”
“으이고 고미아언아(그리고 검이라던가)~”
다소 경망스러울 수 있는 말에 티아나가 셀레나의 입을 꼭 막는다.
“네! 준비할게요! 검도 꼭!”
프란시느가 고개를 꼭꼭 끄덕이며 답했다.
셀레나의 입이 막혀 있었지만 그래도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한 듯했다.
“에우드님, 누나분들과 함께 꼭 함께 와주세요!”
“오늘은 소설 이야기가 잘 이해되지 않으셨죠........ 역시, 다음엔 제가 추천하는 책을 빌려드릴게요.”
“같, 같이 사교회 대련에서 떨지 않도록 노력해요......!”
“네-”
짧게 대답하려던 것을, 에우드는 살짝 멈췄다.
“-피르티님, 드로와님, 프란시느님. 초대해주시면, 언제든지 가겠습니다.”
에우드는 여전히 어색한 풍으로 그것을 정중히 받아들였다.
밖이 어두워서 다행일까. 어색함에 에우드의 얼굴이 살짝 빨개졌는데, 아마 들키진 않았으리라.
“어머........!”
피르티가 살짝 놀랐지만, 설마 문제는 없겠지.
그걸 빼면 잘 한 건지, 아이들도 모두 밝게 인사를 받아줬다.
에우드에겐 무난한 반응으로 느껴져 무엇보다도 다행이었다.
“셀레나님, 저도 열심히 검을 연습하겠습니다!”
“응, 힘내.”
라다루스의 호기에, 셀레나는 간결한 응원을 보낸다.
“맞아, 얘 라다루스! 카밀라님한테도 꼭 안부 전해줘!”
“히익! 알, 알겠습니다.......!”
아까처럼 무섭게 다가오는 티아나에게, 라다루스가 재빨리 답했다.
아마 라다루스에겐 티아나가 꽤 무서운 여자아이로 자리 잡았으리라.
다과회의 대화 중에도 티아나가 계속 연금술 이야기를 캐물었기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후 4개의 마차가 먼저 출발한 후, 포에닉스의 마차 또한 준비를 마쳤다.
디안과 엘리리가 말을 이끌고 주변에 산개했다.
“그럼 세 분 다, 나중에도 또 뵈어요. 에우드님, 언제든지 오셔도 좋답니다.”
“네, 추후 또 누나들과 함께-”
“-혼자 오시면 더 환영이에요♡(속닥속닥)”
플로라가 에우드에게 몰래 다가와 속삭이자 티아나가 재빨리 반응했다.
“에우드, 내 쪽으로 더 가까이 와. 얘한테서는 좀 멀리 떨어지도록 해야 해.”
“아, 정말! 티아나 너무 방해예요!”
에우드를 꼭 안아서 자기한테 끌고 오는 티아나에게 플로라가 불평했다.
“........그럼- 조만간 또 뵐 거 같으니까요. 셀레나님, 티아나님, 에우드님. 세 분 다 평안하시길.”
어느새 태도를 누그러트린 플로라가, 마중 나온 사용인들과 함께 정중히 인사를 전했다.
셀레나도 티아나도, 거기에 대해 정갈한 자세로 인사를 받아간다.
방금까지 티격태격대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에우드도 서둘러 그에 따라 인사를 받는다.
“포에닉스 여러분. 저희 케인즈 상회는, 언제든지 포에닉스와의 협력을 위한 준비가 되어 있답니다.”
케인즈 차기 후계로서 인사를 전한 플로라의 눈이, 번듯한 상인답게 반짝여간다.
그러다 플로라 쪽에서 뭔가 떠올랐는지 양손으로 손뼉을 가볍게 쳤다.
“-아, 맞아요! 돌아가실 때 혹시 저희 소형비공정 시험해보실래요?! 어제 추가로 조정을!”
“““.......”””
“농담이에요.”
포에닉스의 세 남매가 식겁하자 플로라가 장난스레 혀를 내밀었다.
●
“여기. 여기가 저택 파티장이야.”
돌아오자마자 셀레나와 티아나는 에우드를 데리고 저택의 별채로 왔다.
저택 본관과는 조금 떨어져 있는 장소.
파티 전용으로 만든 건물이었다.
포에닉스의 아이들이 별채에 들어서자, 마석등들이 반응하여 환하게 불을 켰다.
밝아진 내부에 들어서자 정말 거대한 회장이 보였다.
당연한 것이 건물 자체가 크니까.
사실 저택에 있던 샹들리에라던가 여러 복도의 마석등들은 그나마 생활용에 가깝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마석등들은 그 자체가 모두 호화를 넘어 호사.
아예 화려함의 극에 다다르고 있었다.
새하야면서도, 포에닉스 일족에 걸맞은 백금색의 파티장.
밝게 내리는 빛은 두 누나의 머리를 아름답게 반짝이도록 한다.
이것마저도 꽤 빛을 줄인 것이라고 한다. 파티를 하게 된다면 더욱 밝아진다고.
오는 도중 봤던 건물의 바깥에는, 아예 야외 파티장으로 삼을 수 있는 정원이 있었다.
“에우드? 왜 그렇게 멍하게 있어?”
“.......슬슬 내 감각이 이상해지는 거 같아.”
“잉?”
저택도 큰데 거기에 또 거대 파티장이라니.
드림랜드에 들어가기 전에 있었던 도시에선, 이 정도 크기의 집조차 보기 힘들었다.
이래서야 에우드는 자신이 팔려온 돈마저 이 집안엔 푼돈이 아닌가 싶었다.
.......일단 가레스가 거금이라고 했으니, 비싼 건 맞겠지.
아니, 그건 진짜 비싼 게 맞다. 0이 몇 개였는지 아직도 혼란스러울 정도다.
“어휴, 에우드는 이런 거에 너무 놀라! 파티장 정도야 좀 잘 사는 집안이면 다 있다고?”
사실 귀족가 내에도 급이 나뉘어 있기에 파티장이 없는 가문도 많다.
게다가 10대 귀족만큼의 파티장 규모를 갖춘 이들은 더욱 적고.
이것을 넘어서는 파티장은 왕도의 왕족들만이 가능하다나.
.......들으면 들을수록 에우드는 혼미함이 앞섰다.
“에우드, 에우드. 이쪽으로 와봐.”
셀레나는 에우드의 손을 꼭 잡더니 파티장 중앙 쪽으로 데려갔다.
티아나가 그 뒤를 뽈뽈뽈 따라온다.
“여기가 대련장.”
“와아.........”
백금색 파티장의 한편.
다른 파티장보다도 높은 지대로 세워진 대련장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다.
세련된 베이지색의 바닥. 매끈한 바닥 위에는 포에닉스의 불사조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대련장 옆으로 짧게 세워진 계단을 통해 올라가도록 만들어져있다.
그 주위로는 에우드의 키 정도 높이로, 아름다운 철제 울타리가 둘러싸여 있다.
‘이게 대련장의 경계구나.’
약간의 마력이 느껴진다.
아마 방어막 기능을 하는 마법도구겠지.
에우드는 과거 하루가 멀다고 봤던 쇠창살을 떠올렸다.
분명 같은 역할. 그럼에도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솔직히 대련장이란 말을 듣지 않았다면, 테라스라던가 차를 마시는 장소라 여길 정도였다.
그만큼 이 대련장 또한 화려한 장소였다.
하지만 막상 셀레나에게 이끌려 위로 올라서자, 바닥에 여러 상처들이 보였다.
싸움의 흔적이다.
검과 스텝.
견제하고, 단숨에 진격하고, 넘어지기 직전 공격을 맞받아치고- 그런 여러 전투의 잔향이 남아있다.
“나도, 언니의 데뷔전도 여기서 치렀었어.”
“누나들이?”
하긴 이만큼의 파티장도 있는 포에닉스 저택이다.
두 딸의 데뷔전이라면, 포에닉스 주최 사교회에서 하는 것이 당연하리라.
셀레나는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콧김을 퐁퐁 내쉬었다.
“이겼었어. 완승. 그리고 전승.”
이 소녀, 역시 작은 검성.
또래에게의 승리란 이 소녀에게 당연한 얘기이겠지만, 그래도 셀레나는 자랑하듯 말했다.
몸을 찰싹 에우드 쪽으로 붙인다. 아무래도 칭찬받고 싶은 모양이다.
에우드가 짧게 우물쭈물하다, “역시 셀레나 누나야.”라고 말했다.
이런 데에선 처음 느낀 대로 전하는 것이 정답이다. 티아나와 대화했을 때부터 익힌 방식이었다.
에우드에게 칭찬받은 셀레나의 얼굴이 희미하게 홍조를 띠었다.
“........언니는 이기는 게 당연하잖아. 그 뒤로도 단 한 번도 사교회에서 진 적 없구.”
대련 이야기가 나오자, 조금 불만이라는 듯 티아나가 틱틱대며 말했다.
셀레나는 에우드에게 찰싹 붙었던 몸을 뗐다.
“그래도 에우드한테는 졌는걸.”
“에우드는! ........그렇지.”
“그래도, 진 덕분에 맑아졌어.”
“맑아졌다니?”
“이건 나만의 얘기.”
“뭐야, 그게.........”
셀레나의 말엔 분하다는 느낌도 있었지만, 사실 기쁘다는 눈치가 더 컸다.
그건 셀레나가, 자신의 벽이 깨졌기에 느끼는 기쁨이었다.
정작 그 벽을 깨트려준 에우드는 잘 모르고 있었다만, 큰 문제는 없겠지.
“근데 나도 셀레나 누나한테 한 번 졌는데.......”
“그건 인정 못 해.”
역시 에우드의 실수로 이긴 건, 셀레나에겐 아직도 납득이 되지 않은 승부였나보다.
에우드의 말을 못 받아들인다는 듯, 셀레나는 조용히 흥흥 소리를 냈다.
“.......맞아. 그러니까.”
그러다 갑자기 뭔가 뇌리에 스친 걸까.
셀레나는 정말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말했다.
““응?””
“아예 지금 대련 한 판 하자.”
““엥.””
셀레나가 다시 검술 삼매경으로 눈을 빛낸다.
“여기, 목검도 준비되어 있어. 대련장 역할에 특화되었고. 그러니까, 하자하자하자, 대련하자?”
“언니 진짜.......”
티아나는 거기에 한숨을 내쉬었다.
“-저기 아가씨들, 도련님~ 이제 곧 식사시간이니까요. 또 대련하시다가 늦으면 로로나님한테 혼나요~.”
함께 와줬던 메이드 매디가 파티장의 입구에서 재빨리 아이들을 말렸다.
아마 지금 대련을 했다간, 분명 식사 시간 내에 못 끝낼 테지.
“치이.......”
“내일 하면 되니까, 셀레나 누나.”
“응...... 내일 꼭.”
결국 셀레나의 아쉬움은 뒤로 하고, 아이들 모두 저택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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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이틀 뒤.
이제 몸도 꽤 가벼워진 에우드는 방 밖으로 나섰다.
옷은 검술 연습용 복장으로 갈아입은 상태.
이렇게 여유가 있는 건 조안의 수업이 일찍 끝나고, 숙제도 함께 조금 줄어든 덕이었다.
뭔가 큰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다.
(“으음........”)
처음엔 조안이 숙제를 뚫어지게 봤기에, 에우드는 또 뭔가 틀렸나 싶었다.
그래서 긴장을 바짝 하고 있었는데.
(“좋습니다. 잠시 머리에 휴식을 준 게 또 정답이었을지도요. 저번 숙제에서도, 오늘 수업에서도, 서술하시는 솜씨가 상당히 좋아졌어요. 저 조안, 에우드님의 급한 불은 꺼진 거라 판단합니다.”)
에우드가 서술한 문제답안을 보며, 조안은 몇 번 더 고개를 끄덕인다.
다행히도 수업의 성과가 나쁘지 않은듯했다.
조안이 엄격한 눈으로 지긋이 볼 걸 각오했던 에우드는 마음속으로 안도했다.
(“그렇지? 에우드는 하면 되는 아이라니깐!”)
티아나가 팍팍 에우드의 등을 때려주며 격려를 전한다.
(“이게 이 교과서의 마지막 장이기도 하니, 오늘은 에우드님의 수업을 여기서 멈출까요. 오늘 숙제는........ 그래, 이 정도면 충분하겠군요.”)
조안이 꺼내준 숙제는 평소보다도 양이 훨씬 적었다.
조안 말대로 오늘 수업이 책 끝자락에 걸려있던 덕이었다.
이대로 다음 책으로 수업을 쭉 이어가는 것보다도, 하루 일찍 끝내는 게 좋다고 판단한 것이다.
(“진짜?! 에우드, 그럼 같이 놀자?! 공방에 가자! 맞아! 서고에도 가자! 저번에 드로와가 말했던 책이 서고에 있는 거 봤다고 셀라가-”)
(“무슨 소릴 하는 겁니까, 티아나님. 티아나님의 범위는 그대로 진행입니다.”)
(“넹.......?”)
(“티아나님은 오히려 요즘 집중력이 낮아지셨습니다. 아무리 사건이 있었다고 하지만, 거기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포에닉스의 자세. 무가의 정점이 가져야 할 자세입니다. 자, 페이지를 넘기시죠. 진득하게 수업을 나가겠습니다.”)
(“으에에에에........”)
비명 직전의 티아나를 뒤로하고 에우드는 교실을 나섰다.
기다려볼까 했지만 조안이 “티아나님의 칭얼거림을 너무 받아주시면 안 됩니다, 에우드님.”이라 하여 차마 더 기다릴 순 없었다.
작은 누나를 구해줄 수 없다는 것이 에우드는 한탄스럽다.
어쨌든 숙제는 이따 저녁 식사 후에 하면 될 양이니, 알베르토와의 훈련 전에 이렇게 나섰다.
저택에 온 지 한 달이 넘었다.
그런데 뭔 상상이 닿지 않는 범위로 모르는 장소가 속속히 튀어나오지 않는가.
에우드도 이젠 뒤로 미룰 수 없다 싶었다.
오늘처럼 여유가 있을 때, 포에닉스 부지 내를 전부 돌아다녀 보려 했다.
“근데 정말........”
넓다.
대체 끝이 어딘가, 이 저택은.
언젠가 에우드는 자유의 과다공급이라는 말을 생각했었나.
그걸 오랜만에 다시 느끼는 중이었다.
일단 한 곳 한 곳 들러보자고, 연습복의 차림으로 가볍게 걸음을 이어갈까 했다.
그때였다.
“흐이이이익........!!”
“.......?”
“흐아아아아압.......!”
갑자기, 조금 멀리서 누군가 힘을 쓰는 소리가 들려왔다.
뚜둑!
“후갸악!”
털썩!
........그런데 넘어진 듯하다.
무슨 일일까.
에우드는 고개를 갸웃하며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향했다.
낑낑거리는 소리를 알음알음 따라가자, 저택 정원 쪽의 화단에 도착했다.
붉은 꽃이나 노란 꽃. 백금색의 꽃.
계절에 관계없이도 밝게 조성된 화단이 아름다운 장소.
에우드의 방 창문으로도 볼 수 있는 포에닉스의 정원이었다.
“흐으으으으읍!! .......꺅?! 에우드님!!”
에우드를 발견한 소녀의 목소리가 정원에 크게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