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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마검사 도련님-25화 (25/264)

저택에 도착할 때까지, 헌터들의 디안 놀리기는 끝나지 않았다.?25회

다과회025.

“그럼, 저희는 이곳 호위대원들과 합류하겠습니다.”

“밖은 걱정 말고 잘 놀다 오고.”

저택의 앞에서 디안과 엘리리를 비롯한 헌터들이 배웅을 해줬다.

포에닉스의 헌터들은, 곧 이곳의 호위들과 합류할 거라고 한다.

머더 메이지 사태는 포에닉스만 비상을 울린 게 아니다.

언제 다른 가문들도 노려질지 모른다.

때문에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키 위해, 케인즈 상회의 호위와 행동을 함께 하는 것이었다.

조금 뒤 안내를 위해 먼저 나온 케인즈 사용인의 안내에 따라, 포에닉스 삼남매가 뒤따라갔다.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정말, 오늘이 기대되어서 어젠 못 잤어요!”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삼남매를 맞이하러 나온 건 플로라였다.

손님맞이용 실내 드레스 차림의 플로라가, 세 사람을 향해 뛰어온다.

“에우드님! 어서 안으로!”

셀레나와 티아나는 쏙 빼고 에우드의 팔을 붙잡는다.

“야?! 왜 에우드만 챙기는 거야! 그보다 우리 동생 막 만지지 마!!”

“어머, 티아나는 저희 저택의 실내구조를 잘 알고 있잖아요. 처음 오신 에우드님은 제가 직접 안내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답니다.”

“언니! 언니도 뭐라 좀 해줘!”

“과자과자과자-”

“-아, 진짜 식탐!”

“다과도 준비가 되어있답니다, 셀레나!”

결국 에우드를 꼭 잡고 데려가는 플로라의 뒤를 티아나는 불만스럽게 따랐다.

에우드는 이제 알게 된 건데, 플로라는 티아나하고 왠지 모를 라이벌 의식이 있는 듯했다. 예전부터 알고 지내다 보니 모종의 신경전을 가지게 된 것일지도.

그렇다고 해서, 사실 또 티아나와 플로라의 사이가 엄청 나쁜 건 아니었다.

그냥 잘 부딪히는 것뿐이다.

애초에 저택의 구조를 알고 있다- 그건 즉 티아나가 이곳에 자주 놀러 왔다는 의미고.

“이곳에서 모두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에우드를 꼭 잡은 플로라는(티아나는 여전히 불만스럽다) 커다란 다과회실의 문을 열었다.

그 안에 있던 건 총 네 명의 아이들.

여자아이 셋에, 남자아이 하나.

전부 에우드부터 셀레나까지의 또래로 보였다.

플로라가 주도한 덕분인지 여자아이의 비율이 훨씬 높다.

당연하게도 모두가 고급스러운 옷을 갖춰 입고 있다.

에우드는 슬슬 자신이 가진 호화로움의 개념이 무뎌지고 있음을 직감했다. 고급진 옷을 볼 때마다 놀랐는데, 이젠 그 놀라는 정도가 줄었으니 말이다.

플로라를 뒤따라 에우드와 셀레나, 티아나가 방에 들어서자 담소를 나누고 있던 방이 조용해졌다.

그러나 조금 뒤-

“어머, 티아나님!”

“와아! 셀레나님까지 오시다니!”

“정말로 와주셨군요!”

“작, 작은 검성.......!”

모두 단숨에 밝은 표정으로 변한다.

구석에 살짝 외소하게 앉았던 남자아이는 셀레나를 동경하는 걸까.

‘작은 검성’이라는 별명까지 말하며, 셀레나에게로 눈을 반짝였다.

곧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포에닉스의 따님들에게 다가온다.

“다들 오랜만.”

“이렇게 불러줘서 정말 고마워.”

“?!”

정말로 의외로 셀레나와 티아나가, 은은한 웃음을 띠며 아이들에게 인사했다.

에우드는 순간 생각도 못 한 누나들의 태도에 잠시 멍해져버렸다.

“티아나도 셀레나도, 개인적인 초대에 별로 응하지 않으니까요. 아이들끼리의 초대에 오는 것 자체가 원래 많이 드문 일이에요.”

에우드의 반응을 눈치챈 플로라가 살짝 속삭여줬다.

에우드가 고개를 돌리자, 플로라는 에우드에게 빙긋 웃음 지었다.

에우드는 그제야 누나들의 등장에 아이들이 놀란 이유를 이해했다.

“덕분에 아이들 사이에선 에우드님의 누나분들을 꽤 멋지게 보고 있답니다. 고고하신 분들이라나. 역시 같은 아이인데도 레벨이 다르시다나. 아하하하, 알고 보면 웃긴 이야기죠.”

실상은 그냥 두 사람의 성격 때문이니 말이다.

물론 그런 신비함은, 셀레나의 ‘작은 검성’이라는 천재성도 한몫했다고 한다.

천재로 불리는 덕에, 다소 내키는 대로 하는 행동들에 여러 의미가 부여된 거겠지.

티아나 또한 연금술로 살짝 괴짜 같은 모습을 보였기에, 비슷하게 여겨지는 듯하고.

그래도 이 자리에 오자 티아나와 셀레나는 순식간에 평소 왈가닥 성격들을 내려뒀다.

특히 항상 짜랑짜랑한 티아나가 예를 지키며 인사하는 것엔, 에우드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에우드의 입장으론 정말로 처음 보는 ‘귀족 아이’로서의 두 누나였다.

뒤이어 아이들의 시선이 에우드에게 향했다.

“와아, 이 분이........!”

“분가에서 새로 오셨다는 형제군요!”

얼마 전까진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던 에우드.

그러나 저번 머더 메이지 사건으로 에우드에 대한 정보가 바깥에 조금 퍼졌다고 한다.

일단은, ‘습격을 당했던 포에닉스 아이 중 한 명’으로.

가레스에겐 고려하고 있던 범위의 유출이었기에 별 상관은 없다고 했다.

원래부터 약간은 에우드의 정보를 풀려고 준비하고 있었다고.

다만 에우드는 갑자기 반짝거리는 시선이 몰려오는 것이 힘들었다.

또래 아이들의 눈부심에 에우드는 순간 눈을 피하고 싶었다.

그러자 티아나가 에우드에게로 또박또박 다가와 에우드의 옆구리를 폭 친다.

“에우드. 자기소개는 직접 해야 해(속닥속닥).”

아무래도 순간 멍해져 있던 걸 들킨 듯하다.

에우드는 조금 서둘러, 얼마 전 저택에서 배웠던 대로 했다.

“에우드 홀라이트 포에닉스라고 합니다. 오늘, 이렇게 자리에 함께 하도록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른손을 왼쪽 심장에 향하면서 고개를 살짝 숙인 약식의 인사.

에우드가 생각하기에 어색하기 짝이 없는 인사였다.

별로 써본 적 없는 말투 때문에 더더욱.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이리 예를 갖춘 인사를 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는데.

애초에 드림랜드의 인사라면 살의 담긴 눈으로 서로 마주할 뿐이니까.

심지어 그 눈 마주치기는 ‘이제 그 둘 중 하나는 죽는다’는 의미에 가깝고.

생각해보면 인사라고 할 것조차도 없다.

“어머.......! 에우드 홀라이트 포에닉스! 에우드님이시군요! 처음 뵙겠어요, 데스티아 가문의 피르티 데스티아예요!”

가장 먼저 인사를 받은 소녀, 피르티가 붉은 롤 형태의 머리칼을 흔들며 예를 표했다.

곧바로 고개를 들곤 에우드의 손을 꼭 붙잡아 흔든다.

일단 인사는 합격점인 듯했다. 에우드는 마음속으로 안도했다.

확실히, 에우드는 로로나가 왜 사전연습을 시키고 싶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또래한테 인사할 때조차 이리 긴장되는데. 나중에 사교회에서 어른들에게 인사하라 하면 대체 어떻게 되련 지.

지금은 그냥 넘어갈 인사도 어른들 앞에선 어떤 평을 받을지 모를 일이다.

“전 드로와 에이르나예요. 에이르나 가문의 차녀에요.”

“프, 프란시느 린드가드예요........ 첫 다과회라고 들었답니다. 정, 정말 영광이에요, 에우드님.”

먼저 방에 왔던 아이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저마다 자신을 소개해갔다.

드로와라는 여자아이는 묶어 올린 머리에 자그만 무테안경을 쓰고 있었다.

품에는 책 한 권이 있었는데, 그럼 안경은 책을 많이 읽은 탓일까.

다만 또래답지 않은 지적인 면모 속에서도, 그 사이의 천진난만함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또 드로와의 뒤에 살짝 붙은, 헤어밴드를 찬 볼륨 있는 긴 머리의 여자아이 프란시느.

이 소녀는 에우드가 사교활동에 처음 참가했다는 걸 놀라워했다.

소심한 성격으로 보이는데도, 부끄러움을 꾹 참으며 에우드에게 환영의 말을 이어 갔다.

“라다루스 에메스 라그나릴입니다.”

마지막으로 방금 셀레나를 보며 눈을 빛낸 남자아이가 인사했다.

상큼한 색이라 해야 할까.

싱그러운 분위기가 감도는 주황빛 머리의 남자아이.

나이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살짝 어린 편이었다.

에우드가 거기에 같이 인사를 하려 할 때였다.

“라그나릴!? 어!? 그럼 카밀라님 동생?! 유학에서 돌아왔었어?!”

“아, 저, 넵!! 일주일 전에 돌아왔습니다!”

기품을 최대한 끌어내고 있던 티아나가 눈을 엄청 크게 떴다.

라다루스는 티아나에게 깜짝 놀라 목소리 크게 대답한다.

“그럼 카밀라님은?!”

그제야 에우드는 ‘라그나릴’을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했다.

라그나릴- 즉, 10대 귀족가문 중 하나.

티아나가 말하길 연금술을 전문으로 삼고 있는 10대 귀족가문 중 하나이다.

그리고 티아나에게 있어선, ‘연금술 취미’를 공유할 수 있는 이가 있는 곳이고.

예전에 공방에서 했던 대화를 유추하자면, ‘카밀라’라는 사람이 바로 티아나의 연금술 동료이리라.

하지만 티아나의 말을 듣자, 라다루스는 난처한 표정- 아예 울 것 같은 표정이 되어 고개 숙였다.

별다른 짓은 안 했다 싶었는데 라다루스가 울먹거리자 티아나도 깜짝 놀란다.

“죄, 죄송해요! 카밀라 누님은, 오, 오, 오늘 일이 생기셔서.......! 카밀라 누님과 플로라님의 허락을 받고, 제가 대신 와버렸습니다........ 죄송해요!”

“엑. 진짜.......?”

카밀라의 다과회 불참을 들은 티아나가 플로라를 번뜩 노려봤다.

“야, 플로라! 말이 다르잖아?!”

“오호호호, 어제 막 연락이 왔답니다. 갑작스레 ‘메트리 가문’과 ‘길드’와의 회담이 생겨버려서, 불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하셨네요. 카밀라님도 얼마나 아쉬워하셨는데요. 그래도 마침 라다루스님이 또 다과를 좋아하신다기에, 제 쪽에서 부탁을 드려 이렇게 초대를 했답니다.”

“그럼 그걸 어제 나한테 전해야 했잖아!”

“에이, 그거 전달했다간 티아나, 또 안 오려고 바둥바둥댔을 거잖아요?”

“갸아아악!!”

“오호호호호.”

티아나가 플로라의 어깨를 붙잡고 붕붕 흔든다.

플로라는 흔들리는 와중에도 오호호 웃음을 멈추지 않고 능숙하게 대응해간다.

역시 자주 투닥거린 깜냥이 있는 듯하다. 티아나를 대하는 플로라의 여유는 셀레나 못지않다.

그보다 티아나의 기품은 옛 저녁에 다 날아갔다만.

고고함이라던가 대단함이라던가 어디에 있는 것인가.

괜찮은 건가 싶어, 에우드는 슬쩍 다른 아이들을 봤다.

........이제 보니 애초에 다른 아이들도, 티아나가 실제론 괄괄하다는 걸 알고 있었나 보다. 함께 호호 쓴웃음을 짓고 있다.

결국 셀레나가 티아나의 목덜미를 잡아 질질 끌고 가서야, 소란이 종결되었다.

“자, 에우드님! 어서 이쪽으로 오세요!”

티아나가 떨어지자, 플로라는 에우드를 다시 꼭 잡더니 자리로 데려갔다.

차마 저항하지 못한 에우드가 플로라에게 이끌렸다.

그리곤 에우드를 푹신푹신한 소파에 앉히더니, 그 옆에 함께 안착한다.

“플로라, 에우드 이리 줘!”

“.........”

동생을 빼앗긴 티아나의 분개.

그걸 본 셀레나의 침묵.

그러다 갑자기 셀레나가 호다닥 에우드의 앞으로 향했다.

호다다닥.

.......폴싹.

에우드의 남은 옆자리에 앉는다.

방금 마차에 있을 때와, 며칠 전 연금술 가게에 있을 때처럼 꼭 붙어버렸다.

고개를 떼굴떼굴 굴리며 에우드에게 밀착한다.

티아나는 완전히 한 방 먹은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티아나의 양 볼이 부풀어 올랐다.

삐졌다.

“티, 티아나님, 저희와 함께 앉아요~!”

“남매분들이 다들 사이가 좋으시네요!”

“이, 이, 이쪽으로 앉아주세요~!”

결국 다른 아이들이 달래자 티아나는 겨우 불만을 참는다.

프란시느의 소심한 안내에 따라 푹신한 소파에 몸을 맡긴다.

흥흥거리는 투정과 함께 볼에서 공기가 빠져나갔다.

조금 뒤, 플로라가 사용인을 부르자 다과들이 왜건에 실려 방 안으로 전달되었다.

왜건을 끌고 온 것은 각각의 다과를 만들었던 장인들이라고.

“겉으로 다과회라곤 했지만, 그래도 나름 충실하게는 진행해야겠죠?”

플로라는 에우드의 귓가에다가 장난스레 속삭였다.

테이블에 놓인 다과는 모두 아기자기한 모습이었다. 에우드는 처음 보는 것들이 상당했다. 가장 눈에 먼저 들어오는 건, 반짝반짝하고 보석같이 밝은 쿠키였다.

에우드가 다과를 보며 감탄을 표하자 플로라는 제 일처럼 기쁜 듯 미소지었다.

그것을 또 불만스레 티아나가 바라봤다만.

이후 플로라의 주도하에 다과회가 이뤄졌다.

“맛있어.”

셀레나는 눈과 뺨을 밝히며 그것을 말했다.

방금까지 꼭꼭 씹어 음미하던 다과는 잼이 동그랗게 발려 있던 쿠키.

그 단맛을 되새기듯 셀레나는 정말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먹을 것엔 엄격한(때로는 관대한) 셀레나다. 이 소녀가 맛있다고 직접 표현할 정도면, 큰 합격점일 것이다.

에우드도 셀레나가 먹은 다과를 이어서 먹었다.

정확히는 셀레나가 입에 쏙 집어 넣어줬기에, 선택할 틈도 없이 먹은 거지만.

여전히 미각은 희미했지만, 그래도 상당히 맛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번 다과회에는 새로이 만든 다과들- 즉, 케인즈 상회의 취급물품을 선보인다.

플로라 말로는 며칠 안으로 어른들 사이에서도 이런 시연을 할 것이라 한다.

다만 어른들만이 아닌, 아이들의 의견도 필요하여 자리를 마련했다고.

그쪽 관련으론 케인즈의 아가씨인 플로라가 담당하기로 한 것이다.

이후에도 조금씩 사람들을 초대하여 의견을 모아갈 예정인 듯하다.

“셀레나님이 맛있다고 말해주시니 자신이 생기는걸요.”

셀레나가 고개를 끄덕이자, 함께 방에 들어와 있던 다과장인들의 표정이 풀린다.

이들 사이에서도 셀레나의 다과 사랑은 꽤 신뢰가 있는 듯하다.

“티아나는 어때요?”

“.......흥.”

플로라의 물음에 대답은 옳게 안 했지만, 표정을 보니 마음에 든 것 같다.

불만스런 얼굴로 다과를 먹어간다.

그래도 그 와중에 절대 품위 없이 먹진 않는다.

우적우적 보다는, 귀엽게 오물오물.

역시 삐져도 포에닉스의 영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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