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마검사 도련님-23화 (23/264)

?23회

다과회023.

흡사 폭약이 터진 것 같은 소리.

에우드는 서둘러 신경을 곤두세웠다.

“........뭐, 뭐야?!”

“........”

에우드는 곧바로 훈련장 밖으로 나갔다.

셀레나와 마리 또한 훈련장 밖으로 나간다.

살짝 다리가 느린 티아나가 뒤늦게 뛰어나온다.

밖에 나오자 보인 것은 뭔지 모를 물체였다.

연기와 함께 바닥에 꽂힌 무언가.

일단 확실한 건, 재질이 목재로 보인다는 것.

배를 움직일 때 사용하는 노라던가, 나무조각 따위가 데굴데굴 구르고 있다.

분명 저택 주위엔 보안마법이 있었을 텐데. 어떻게 된 걸까.

다행히 불이 난 건 아니었다.

사실 화재가 났다 해도 곧바로 제압은 가능했을 거다.

티아나의 전과 덕에, 저택 곳곳에 자동 물 마법이 설치되어 있기도 하니 말이다.

에우드는 코를 살짝 킁킁거렸다.

타는 냄새와는 살짝 다른, 열에 과열된 냄새가 전해졌다.

이것은-

‘마력의 과부하야.’

과도하게 마력을 쓰거나, 쓰고온 사람들에게 자주 나는 냄새였다.

드림랜드 시절에 가끔씩 맡았던 기억이 있다.

에우드는 방금 훈련장에서 나오면서 재빨리 챙긴 목검을 쥔다.

뭔지는 몰라도 가벼이 상황을 넘길 수는 없다.

머더 메이지 사태가 이제 겨우 이틀이다.

이런 특이사건을 앞에 두고 경계를 풀기엔 너무나 이르다.

에우드는 서둘러 두 누나를 보호하기 위해 나섰다.

“셀레나 누나, 티아나 누나. 일단 내가 확인을 할-”

“싫어!”

“싫어.”

싫다면서 양팔을 붙잡혔다.

“또 에우드만 가는 건 싫어!”

“이번엔 내가 갈 거야. 막내랑 차녀는 장녀 뒤로 가 있어.”

설마 바로 거절당할 줄은 몰랐다.

“아니, 그래도 누나들도 위험하니까.........!”

어떻게든 설득해보려 했지만, 셀레나도 티아나도 단단히 마음먹고 있는지 거절한다.

셀레나는 아예 먼저 확인하기 위해 걸음을 앞서고 있었다.

“-세 분 다 물러나 계세요. 제가 다녀올 테니까요. 포에닉스의 사용인 놔두고 누가 가니 어쩌니 하시면 안 되죠.”

그러자 마리가 그걸 일축했다.

평소와는 완전히 달라진 마리의 분위기에, 에우드는 잠시 숨을 죽였다.

마리는 자신의 메이드 치마를 살짝 들어 올렸다.

새하얗게 드러난 허벅지 위엔, 놀랍게도 나이프 홀더가 있었다. 마리는 거기에 들어있는 얇은 나이프를 두 자루 꺼낸다.

“마리!?”

“침입자를 상대하기 위한 간단한 암기(暗器)정도는 저도 다룰 수 있어요. 걱정 마세요.”

암기를 다룰 수 있다는 말에 에우드가 깜짝 놀란다.

“저택에서 여러분을 지키는 건 사용인들의 역할이에요.”

아이들을 뒤로 하며, 마리의 폭발 현장에 점차 가까이 갔다.

다만 에우드는 여차할 때 돕기 위해 미리 힘을 준비하고 있었다.

셀레나 또한 같은 생각이었다. 살기를 두르며 진심으로 전투준비를 다 하고 있다.

티아나는 잠시 안절부절하더니 손끝에 작은 불길을 일으켰다.

미약한 마법이지만 티아나 나름의 전력이겠지.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마리는 숨을 들이쉰다.

혹시나 모를 침입자........

그 이상으로 ‘머더 메이지’ 사태까지 각오하며, 나이프를 꼭 쥐어간다.

덜걱, 덜거거걱-

“!!”

그 순간 연기를 헤치며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긴장도가 최고치로 올랐다.

마리는 재빨리 그림자를 향해 나이프를 휘두르려는 그때-

“-역시 아직 제품으로선 많이 부족하네요! 아코!”

털썩!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게다가 넘어졌다.

“........????”

에우드는 그 예상 못 한 나잇대의 목소리에 갸웃했다.

“넘어졌어요~”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그래도 비공정에 보호 마법만큼은 잘 되어있었으니까요! 크흥! 당신들도 서둘러 나와요!”

“어휴....... 그러니까 좀 그냥 마차 타고 가자고 했잖습니까.........”

목소리는 셋.

그러나 그것은, ‘침입자’라는 분위기의 대화는 아닐까.

아니 그 이상으로.......

“““아.........”””

“.......어라?”

에우드 빼고는 모두가 정체를 아는 반응이었다.

티아나가 이마를 짚고, 셀레나가 한숨을 쉰다.

마리는 무안함을 보이며 다시 나이프들을 홀더에 넣고 있었다.

에우드만 영문 모를 상황이다.

곧 먼지를 헤치자 소녀의 그림자가 확실히 모습을 드러냈다.

.......파란색의 양갈래머리 소녀였다.

방금 넘어진 덕인지 빨개진 코가 눈에 띈다.

성격이 강하게 드러난 눈가엔 눈물이 약간 고여있지만, 한번 쿨쩍거리고는 꾹 참는다.

복장은 티아나나 셀레나가 입던 것들과 비슷한 고급진 외출 드레스.

딱 보니 알 수 있는 건, 상당한 집안의 소녀라는 것.

적어도 머더 메이지는 아닌 거 같았다.

소녀의 뒤로, 헌터의 복장을 입은 두 성인이 콜록거리며 목재의 잔해에서 나왔다.

곧, 파란 양갈래머리의 소녀가 에우드의 누나들을 향해 반가움을 표했다.

“-음?! 어머! 티아나! 셀레나! 어떻게 알고 이리 마중을! 기뻐라!”

“마중은 무슨!!”

“대체 또 뭘 저질러주는 거야, 남의 저택에다가.......”

“에헤헤.”

““에헤헤, 할 때 아니거든, 이 민폐가!””

파란 머리 소녀에게, 셀레나도 티아나도 똑같이 잔소리를 전했다.

“.........대체 누구야?”

여전히 상황을 이해 못 한 에우드는 그 말밖엔 물을 수 없었다.

두 누나는 그걸 듣더니 3초 정도 고민.

““바보야.””

바보라고 답해줬다.

“바보 아니에요, 우야악!! ‘플로라’라고요! -어머나! 아, 이 남자애가!”

팔을 붕붕 휘두르던 소녀- 플로라는 에우드를 보더니 매우 기뻐하는 눈치였다.

그리곤 마치 최고급 원석을 살펴보듯 눈을 번뜩였다.

“이 애가 그 새로 온 형제군요!”

빨개진 코를 감추지 않고 뽈뽈뽈 빠른 걸음을 해온다.

“당신이 에우드 홀라이트 포에닉스 맞죠?!”

“네, 넵. 에우드입니다.”

“역시-!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플로라는 에우드의 팔을 붙잡아 열심히 흔들어갔다.

“그 ‘머더 메이지’와 정면에서 싸웠다는 이야기! 정말 감명 깊게 들었어요!”

“어, 어, 네? 이야기요?”

에우드의 반응에 플로라는 재차 한번 손을 흔들며 말했다.

“제 아버지께서 셀레나와 티아나를 지켜준 ‘소년’에 대해, 정말 뜨거운 목소리로 말씀해주셨답니다!!”

갑자기 나온 아버지는 누구인지.

결국 이 소녀의 정체는 뭔지.

다양한 것으로 인해, 에우드의 어리둥절은 곱절이 되어갔다.

조금 뒤, 주변에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가씨들, 괜찮으십니까!?”

“뭐야, 이거....... 배!?”

“다치신 데는 없으신가요!?”

포에닉스의 사용인들이 사고에 달려온 듯하다.

저택의 여러 메이드들과 집사들.

경비역을 맡고 있던 헌터들 또한 뛰어왔다.

그 대부분이 무기를 들고 있었다. 당연한 경계겠지.

다만 에우드는 거기서 아차 싶었다.

“이 대체 무슨! 셀레나님, 티아나님, 무사하신가요!”

조안 또한 뛰어왔다.

함께 일하고 있던 건지, 아까 마리가 미끼로 넘겨버린 셀라 또한 힉힉대며 뒤따라 오고 있었다.

“아닛.......! 플로라 아가씨셨습니까! 또 이런 사건을 몰며 오시다니, 정말!”

“조안, 죄송해요........”

플로라가 사건을 저지르는 일은 자주 있던 걸까.

조안은 플로라에게 한숨을 쉬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셀레나님과 티아나님, 두 분은 다친 데 없으신- ..........”

““........””

딱 걸렸다.

“.......호오.”

에우드와 아예 눈까지 마주쳤다.

옆에 있던 마리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덜덜 떨어버렸다.

조안은 아무래도 아까 만났던 기억을 되새기는 걸까.

그리곤 진위를 알아챘다는 듯 고개를 천천히 끄덕인다.

“왜건에, 그런 식으로 숨어계셨던 거군요. 오호호호호호.”

““히이이이이........””

당연하게도 둘 다 엄청 혼났다.

상황은 일단락되고, 지금은 저택 내 응접실로 들어왔다.

플로라 케인즈.

나이는 셀레나와 동갑인, 포에닉스의 자매와 상당히 친한 사이의 소녀라고 한다.

“케인즈 상회. 우리 가문하고 제휴를 맺고 있는 유그라시아의 거대상회야. 에우드, 이참에 기억해 둬!”

티아나는 에우드에게 케인즈 상회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을 해줬다.

사교나 고위 귀족, 혹은 그들과 연관된 상회에 대해선 에우드가 모르는 게 대부분이다.

때문에, 이렇게 기회가 될 때마다 배우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티아나도 그걸 알고 바로 알려주는 것이다.

이후 있을 사교회 전까진 이런저런 사교관계를 전부 숙지해야 했다.

에우드에겐 여전히 막막한 이야기다만.

그래도 할 건 해야 하니, 에우드는 꼼꼼히 티아나의 말을 기억해갔다.

일단 정해진 수순대로 에우드는 조안에게 눈물 나게 혼나고 왔다.

사실 당장이라도 침대에 연행당할 뻔했지만, 그나마 플로라의 부탁에 잠시 연명.

그녀가 에우드와 이야기하고 싶다고 애교 섞인 눈으로 호소한 덕이다.

“히잉........”

뒤에서 응대역으로 서 있는 마리는, 목에 “저는 도련님의 도주에 조력했습니다.” 팻말을 달고 있었다. 에우드에 이어 한바탕 혼나고 오더니 저리 돼버렸다.

오늘은 업무가 끝날 때까지 팻말을 떼지 못한다나.

홀로 플로라의 응대역을 맡은 것 또한 벌칙의 일환이었다.

셀레나는 플로라가 가져왔다는 간식을 먹고 있다.

알록달록 동글동글한 과자가 셀레나의 입속으로 와작와작 씹혀간다.

“저희 케인즈 상회는 포에닉스와 거의 파트너 관계. 포에닉스의 원정에 필요한 것들 상당수를 케인즈 상회가 확보한답니다.”

원정을 자주 나가는 만큼, 필요 소재의 확보는 정기적·안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포에닉스가 모든 물자를 자급자족할 순 없으니 말이다.

아무리 제작 기술자가 포에닉스에 있다 해도, 철이나 목재 등을 전부 직접 구하러 가진 않는다.

특히나 수많은 인원이 유기적으로 활동하는 포에닉스다.

구하러 갈 수는 있다 해도, 요구 수량이 너무 많은 만큼 어딘가에서 공수해오는 게 더 용이하다.

그런 의미로, 케인즈 상회가 포에닉스 헌터대가 필요한 기초 물자의 대부분을 공급하는 거다.

이외에도 장비들의 완제품이나 마차, 투창, 방패 등, 고가의 소모품들을 다방면에서 지원한다고.

게다가 이들 두 세력의 상호 계약은 하루 이틀도 아닌, 벌써 근 50년을 쭉 이어온 것이었다.

“그런데 아까 그건 뭐야?”

티아나가 언급한 ‘그것’.

방금 밖에서 거대한 폭음을 냈던 물건의 이야기였다.

그 모습은 마치 작은 보트와 같았다.

주변엔 강도 호수도 없기에 많이 위화감 넘치는 모습이다.

그보다 설령 강과 호수가 있었어도, 그게 저택 마당에 꽂히는 것부터 틀려먹었다.

“저희 케인즈 상회에서 개발하고 있던 소형 비공정이에요.”

“비공정? 저 쪼그만 게?”

“소형이라 말씀드렸잖아요.”

비공정이란 어떤 특수한 마석을 원료로 날아다니는 탈것이라 한다.

사실상 배의 모습과 똑같은 물건.

원료로 삼는 마석 자체가 크기에, 그걸 원료로 쓰는 비공정 또한 그 크기가 상당하다고.

덕분에 비공정은 실질 국가 단위로 운용해야 하는 거대 운송기구라고 한다.

“그런데 근래 주변 상회에서 비공정을 소형화시키는 시도가 있어서 말이죠. 저희 케인즈 상회에서도 개발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여러 시제품을 만들고 있답니다. .......그러다 어제 막 최신 시제품 하나가 나왔기에 제가 한 번 사용해봤는데- 에헤헤.”

“아까부터 말하는데, 에헤헤로 끝낼 게 아니라고! 엄청 놀랐거든?!”

“플로라는 매번 이상한 거 하나씩 가져와.”

시제품의 결말은 모두가 알다시피 추락.

플로라는 이 저택에 올 때까지 계속 소형 비공정으로 왔다고 한다.

플로라 말고도 아까 함께 나왔던 호위 둘과 함께 타고 있었다.

때문에, 밑에서는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그 외의 호위들이 마차로 따라왔다.

하긴, 한 거대 상회의 따님을 위험한 물건에 홀로 태워 보낼 순 없었으리라.

만전을 기한 것이겠지.

........사실 안 태우는 게 더 안전했을 거다만.

다행히 비행 자체는 낮은 높이에서 했기에 추락해도 그리 큰일은 나지 않았다.

자체적으로도 방어마법을 걸어놔 탑승자를 보호해준다는 듯하다.

참고로 보안마법이 작동을 안한 이유는, 그것을 관리하던 사용인의 판단이었다.

플로라를 멀리서 관측한 뒤, 딱 봐도 ‘아 또 이상한 거 끌고 오는구나........’싶었다나.

그 뒤엔 알베르토에게 재빨리 보고해서 보안마법을 잠시 해제했다고 한다.

플로라도 그걸 알고 바로 마당으로 향하려 한 것이라고.

그러다 도중 비공정의 오류로 추락당한 것이다.

현재 플로라의 호위들은, 망가진 비공정을 조정한 후 포에닉스 사용인들과 함께 휴식 중이었다.

“그럼 플로라, 오늘은 무슨 일?”

어느새 간식의 절반 정도를 싹쓸이한 셀레나가 예리한 질문을 전한다.

“셀레나 누나, 입에 부스러기가-”

“.......(스윽스윽)”

에우드의 말에 셀레나가 꼼꼼히 입가를 닦아간다.

약간 빨개진 얼굴과 함께, 셀레나의 예리함이 무뎌졌다.

[작품후기]여러분 쿨피스500원을 믿어도 되어요오오.....

에우드와 누나들의 꽁냥꽁냥을 열심히 쓰려고 합니다.

벌레술사... 충술사로 할 걸 그랬을까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