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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마검사 도련님-22화 (22/264)

?22회

다과회022.

“훈, 훈련장에 잠깐 가려고 했어요. 아얏.”

“죄송해요, 머리가 엉켰었네요.”

마리의 머리정리를 받아가며 에우드가 답했다.

메이드들도 집사들도 모두 항상 빗을 들고 다니는 걸까.

마리의 앞치마 주머니에 들어있던 빗이, 에우드의 머리를 차츰 빗어간다.

짧은 머리지만 눌리거나 뻗쳤던 머리가 조금씩 조금씩 정리되어갔다.

‘그러고 보면 처음 저택에 왔을 때도 머리 정리해줬던 건 마리였네.’

그 피와 땀으로 떡 졌던 머리를 매디와 함께 감겨주고, 이발이 끝난 후엔 마리가 빗겨줬다.

엉켰던 머리가 풀리는 기분 좋음을 느끼며 에우드는 이전 기억을 되새겼다.

공부 중 모르는 걸 알려주거나, 항상 다과를 챙겨주거나.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도, 에우드는 마리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정말 누가 들으면 티아나님보다 더 포에닉스 직계라고 느껴진다니까요. 그새를 못 참고 몸 움직이고 싶어지신 거예요?”

“조금 몸이 뻣뻣해져서요. .......역시 안될까요?”

“으으으으음........ 에이, 포에닉스다워서 좋죠, 뭐!”

빗질을 다 끝낸 마리가 마무리하듯 에우드의 머리를 폭폭 만졌다.

“그래도 저한테 발견된 것처럼, 또 이렇게 들켰다간 혼나버릴 거라고요? 매디나 다른 사람들이면 몰라도 조안님한테 걸렸다간 봐요.”

“........엄청 혼나겠죠?”

“그렇고말고요!”

조안에게 혼날 걸 생각하자 에우드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마주쳤다간 곧바로 목덜미를 붙잡히고 방에 끌려가리라.

“그러니, 이 마리가 미약하나마 조력해드리죠.”

마리는 자신의 가슴팍을 주먹을 콩콩 치며 자신 있게 말했다.

“뭔가 재밌을 거 같고요. .........점심 일도 거의 끝났으니 땡땡이도 잠깐 치고!”

정말로 재밌어하는 표정이었다.

그로부터 10분 정도 후였다.

끼리리릭-

“어머 마리. 업무는 전부 끝난 건가요.”

“조안님.”

왜건을 끌고 가는 마리 앞으로, 언제나의 멋들어진 외안경을 쓴 조안이 나타났다.

그 분위기는 순간 ‘만났다’보다는 ‘조우’에 가까운 것이었지만, 그걸 드러내는 마리가 아니다.

“네, 이제 각 숙소에다가 다시 놓으러 가는 길이에요.”

“어머, 의외로 양이 많이 남아있었군요. 조금 일을 서둘러야겠어요.”

보통 마리의 업무 실력이라면, 이 시간엔 거의 다 일이 끝났을 때일 텐데.

왜건엔 아직도 햇볕에 말린 마른 옷들이 많이 쌓여 있었다.

많이 보지 못했던 모습에, 조안은 조금 놀란 듯 말했다.

“업무가 끝났으면 잠깐 일을 도와달라고 하려 했는데, 이래서야 무리겠군요.”

“하하하하.......! 죄송해요, 조안님.”

조안의 아쉬움에 마리가 웃음으로 그것을 얼버무린다.

“맞다, 지금쯤이면 셀라가 일이 다 끝났지 않았을까요.”

마리가 재빨리 새로운 타깃을 제시한다.

“오, 그렇겠네요. 그럼 셀라 양을 찾으러 가볼까요.”

“분명 저택 서고 쪽에 있을 거예요~”

“좋은 정보군요. 그럼-”

언제나의 기품 넘치는 걸음으로 조안은 복도를 다시 걸어간다.

그러다 떠오른 게 있는지, 고개를 돌려 마리를 불렀다.

“맞아요, 마리.”

“뉍!?”

“혹시라도 에우드 도련님이 돌아다니시면 바로 방으로 데려가세요.”

조안은 외안경을 빛내며 말했다.

“도련님의 상처가 또 벌어졌다간 안 되니까요.”

“옙!”

우렁찬 마리의 대답.

조안은 거기에 마음에 들어하며 셀라를 찾으러 서고로 향했다.

서고에서 몰래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하던 메이드 셀라는, 곧 다가올 최종보스를 눈치 못 챘을 것이다.

“.........”

“........조안님 가셨어요, 에우드 도련님.”

“솔직히 저 조금 쫄았어요........”

“아하하하, 저도저도!”

왜건 안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마리가 웃음을 빵 터트린다.

마리는 왜건 위로 덮어둔 옷가지를 살짝 들어 올렸다.

미묘한 표정의 에우드가 고개를 빼꼼 드러낸다.

“아뇨, 사실 오늘 조안님한테 잡힐 거 같은 위기를 느꼈거든요!”

아무래도 아침에 조안의 업무를 슬쩍 듣고, 점심때 즈음 누군가 한 명 잡혀갈 거라 눈치를 챈 모양이다.

그래서 업무를 끝내고 자연스레 시야에서 벗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나.

마리의 가사업무 능력은 정말 발군이라, 에우드를 만났을 땐 이미 빨래 정리를 9할 이상 끝냈었다고. 그렇기에 조안도 그녀의 손이 당연히 비었으리라 여겼던 것이겠지.

능력도 좋은데 눈치도 좋은 메이드다. 잔머리에 가깝겠다만.

결국 에우드와는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는 관계- 가 되었다, 그런 말.

지금 에우드 위로 올려둔 것은 그 남은 1할의 옷가지였다.

이것도 마리네 숙소에 놓는 거라, 이따 자신이 방으로 돌아가면서 넣어두면 일이 끝난다고.

“그럼 계속 가도록 할까요! 아, 왠지 왜건보단 아기 데리고 다니는 거 같아서 기분이 신나네요!”

“아기가 이렇게 무겁지는 않을 테지만요.”

“이렇게 강한 아기도 없을 테고요! 갑시다, 훈련장으로!”

마리는 에우드 위에 올려뒀던 옷가지를 다시 덮어간다.

에우드도 고개를 포옥 숙여 다시 몸을 숨겼다.

끼릭끼릭 바퀴 소리를 울리며 마리는 에우드를 배송해간다.

“좀! 좀! 아프잖아! 살살해, 언니 진짜!”

“티아나, 움직임이 역시 뻣뻣해졌어. 저번엔 정석이라도 잘 따라 했었는데. ........한참을 움직이지 않은 티가 나. 한심해.”

“아, 심한 말 하네, 이 언니가!? 좀 칭찬과 격려로 동생의 힘이 나게 해줘!”

“사실인걸.”

훈련장에 도착하자, 평소엔 이곳에선 들리지 않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셀레나님~ .......와?! 티아나님도 계시다니 웬일이세요?!”

“.......아, 마리?”

셀레나와 함께 있던 건 무려 티아나였다.

게다가 그냥 있던 게 아닌 목검을 든 상태.

최근엔 저택에서도 거의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자신이 훈련장에 있는 것에 놀라는 마리를 보며, 티아나는 다소 부끄러운 듯 말했다.

“잠, 잠깐 심심해서 들른 것뿐이야. 사건 때문에 어제오늘 조안이 자습하라고 했으니까.”

확실히 조금 갑작스레 들린 건지 복장은 평소의 실내드레스 그대로였다.

백금색 단발을 인상적이게 해주는 옷. 진한 남색 계통의 리본 가득 귀여운 복장이다.

다만 심심해서 들렸다는 말은 의외였을까.

항상 일이 없을 땐 연금술 공방에 박히는 티아나다.

그런 티아나가 심심하다고 검술 훈련장에 오다니. 그것도 방금까지 검을 휘두르기까지 하고 말이다.

“........어라? 근데 무슨 일이야, 마리? 언니한테 볼일 있어?”

“나?”

“아뇨아뇨, 볼일은 아니고....... 아흑!”

역시 싸우든 투닥거리든 서로 자매라고.

두 아가씨가 똑같이 고개를 갸웃하자 마리의 표정이 순간 풀려버린다.

마리는 원체 귀여운 걸 좋아하는데, 정말 이 아가씨들은 마리의 취향을 저격하는 행동이 많다.

그러다 곧바로 정신을 차리더니 헛기침을 어흠.

“어, 어흠. 일이 있는 건 아니고 배송이에요.”

마리는 왜건을 밀며 훈련장 안으로 들어간다.

“.......아.”

곧 기척을 알아챈 셀레나가 호다닥 왜건 앞에 가더니 옷가지를 들어 올렸다.

“역시 에우드야.”

“엥!? 방에 안 있고!?”

뒤이어서 따라온 티아나도 에우드를 보며 깜짝.

에우드는 왜건 내에서 쭈그려 어색히 웃는다.

두 누나는 서로 에우드의 팔을 붙잡아 왜건에서 쏙 빼냈다.

에우드의 몸 균형이 살짝 흔들리자 두 사람이 재빨리 지탱해준다.

“조안한테 들켰다간 혼난다고?”

“방으로 바로 끌려가고 말 거야.”

“그거 안 들키려고 마리의 왜건에 타고 온 거지만........”

다행히 두 누나는 에우드의 외출에 뭐라 하지 않았다.

빠르게도 소재를 들킨 에우드는, 왜건 안에서 듣던 이야기를 다시 물어봤다.

“그런데 티아나 누나, 진짜 어쩐 일로 셀레나님이랑 검으로 싸우던 거야?”

다시 닥쳐온 에우드의 물음에 티아나는 곤란한 입 모양을 만든다.

에우드의 기억이 맞다면, 보통 정곡을 찔렸을 때의 표정.

처음 에우드와 티아나가 한밤중에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의 그것이다.

“심......! 심심풀이라니깐!”

티아나는 아까 마리에게 말했던 것처럼 적당히 얼버무렸다.

그런 티아나를 보며, 셀레나는 실눈을 뜨곤 슬쩍 말한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언니.”

“........딱히 뭐라 콕 집어서 말하진 않았어.”

티아나의 째릿한 눈에, 셀레나는 목검을 활기차게 휘두르며 훈련장을 살짝 누빈다.

검술용 복장을 입은 셀레나는 역시나 움직임이 가벼웠다.

“아.”

그렇게 주변으로 검을 휘두르던 중 뭔가 눈치챈 걸까.

셀레나의 반쯤 감겼던 눈이 번쩍거렸다.

휙!

우다다다다다!

곧바로 고개를 홱 돌려 에우드가 있는 쪽으로 다시 돌아온다.

갑자기 얼굴을 가까이해 온 누나에게 에우드가 깜짝 놀라 숨을 들이켰다.

“왁!”

“-에우드.”

“네, 네.”

“에우드.”

어째서인지 두 번이나 부르는 이름.

무슨 일인가 싶어, 에우드는 일단 다시 대답해봤다.

“네..... 셀, ‘셀레나 님’?”

“그래, ‘그거’.”

드디어 뭔가 포착했다는 걸까.

셀레나가 갑자기 에우드의 얼굴을 양손으로 팍 잡아버렸다.

“......???”

“나도.”

무표정했던 셀레나의 표정에 아주 조금 부끄러움이 드러났다.

“누나라고 불러.”

부끄러움을 무마하려는 걸까. 에우드를 붙잡은 양손이 꽉 조여간다.

“누어버버버법.”

“나도, 누나라고-”

“에우드 얼굴 이상해졌어!”

셀레나의 괴력에 에우드의 얼굴이 세로로 납작해져 간다.

생각해보면 티아나도 저번에 셀레나를 누나라고 부르라 했었지.

어차피 고집을 부릴 일은 아니다. 셀레나도 티아나도 바라지 않을 것이고.

에우드는 셀레나의 말을 따라 입을 열었다.

“........셀, 셀레나 누나.”

“........”

에우드가 누나라 부르자, 셀레나의 귀여운 콧바람이 퐁퐁 소리를 냈다.

평소보다 약간 힘차게 끄덕거린다.

그리곤 에우드를 꼭 쥐고 있던 손의 위치를 바꾼다.

스윽, 스윽.

어째서인지 에우드의 머리를 쓰담쓰담.

스윽, 스윽.

........

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슥!!!

상당히 속도를 붙여 쓰다듬는다.

아니, 이미 쓰다듬는다기보다도 신줏단지를 열심히 닦는 것만 같은 행동이다.

광이 날 기세다.

에우드의 남색 머리에서 마찰로 인해 열기가 올라온다.

“그만! 에우드 머리 빠지겠어!!”

동생의 이른 머리 손상을 걱정한 티아나가 장녀를 말려간다.

머리가 모락모락한 에우드와, 셀레나를 말리는 티아나.

또 그런 티아나에게 제압당한 셀레나의 아쉬운 표정.

‘미치겠구만.’

포에닉스 남매의 행동에 마리는 이미 기절하기 직전이었다.

질질 흘릴 뻔했던 침을 겨우 참아낸다.

에우드가 훈련장으로 온 건 간단한 몸풀기를 위해서였다.

예전엔 그 조그만 공간에 박혀도 무리가 없었는데.

모르는 사이 이미 에우드도 상당히 자유에 적응되어 있던 걸까.

침대에만 누워있기엔, 몸의 긴장이 너무 풀려버린다.

무엇보다도.......

‘그놈이 또 나타났을 때 대처할 수 없게 돼.’

이틀 전 조우했던 검은 슈트- 머더 메이지를 대비해서라도 몸은 가능한 한 풀어놓고 싶었다.

다만 그걸 들은 티아나는 양손으로 X자를 그렸다.

“아무리 그래도 대련이라던가 과도하게 움직이는 건 허락 못 해! 누나 말 안 들으면 조안한테 여기 있다고 제보할 거야!”

동생의 회복이 빨리 이뤄지길 바라는 작은 누나의 마음.

티아나의 뒤에서는 대련이란 말에 눈을 반짝인 셀레나가 곧바로 시무룩해진다.

그런 의미해서, 에우드는 과하게 움직이지 않는 선에서 목검을 다루는 중이었다.

마리는 훈련장 내의 셀레나가 어지럽혔던 것들- 무심히 던져둔 수건이라던가 목검, 그리고 허수아비 샌드백들을 정리했다.

조금 정신없던 훈련장이 깔끔해졌다.

“-맞다. 엊그제 엄마가 마법을 새로 가르치겠다고 했었잖아. .........언제 시작하겠다는 거지?”

마리의 청소를 보며 잠깐 멍하니 있던 티아나가 말했다.

확실히, 마법 수업을 추가한다곤 했지만 에우드는 딱히 그 이후로 들은 게 없었다.

“셀레나 누나는 혹시 뭐 들은 거 없어?”

에우드의 말에 셀레나도 절레절레.

방에 박혀 있다 보니 못 들었나 싶었는데, 둘 다 들은 게 없었나 보다.

물어보고 싶어도, 로로나는 이번 사태의 대응책을 위해 여러 곳을 다니고 있다 한다.

오늘도 저녁 시간이 되어서야 저택에 돌아오리라.

“빨리 배우고 싶은데~ 마법을 배우면 연금술도 더 진척될 수 있을 거야!”

“연금술을 위해서 배우는 게 아니잖아, 티아나 바보.”

“아, 알고 있어! 호신용인 거 알고 있어.......!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지!”

정곡을 찌른 언니의 말에, 티아나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포에닉스 남매들의 이야기를 듣던 마리는 뭔가 떠오른 듯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조회에서 듣기론 어떤 손님들이 온다고는 들었는데요?”

“손님?”

“네. 아마 점심때쯤 올 거니까 혹시 저택에서 마주치게 되면 언제나처럼 예의를 갖추라고. 분명 그 시간이-”

마리는 메이드복의 앞치마에서 작은 회중시계를 꺼냈다.

짤깍 소리와 함께 열린 회중시계 뚜껑.

거기에 새겨진 불사조의 양각이 은은한 분위기를 냈다.

에우드가 알기로 저런 회중시계란 것은 상당한 사치품.

하지만 포에닉스의 사용인들은 모두 이 회중시계를 받게 되어있었다.

사용인들의 원활한 업무를 위해서는 물론, 포에닉스가 그들에게 주는 일종의 감사 표시였다.

포에닉스 소속 헌터들 또한 회중시계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에우드는 나중에 알게 되는 거지만, 이 회중시계는 포에닉스 소속에게 있어 큰 자랑거리라 한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이들의 긍지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아앗. 이제 곧이네요.”

마리가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아무래도 방문시간이 임박한 모양이다.

“.......어차피 여기 가만히 있으면 안전하겠죠?”

“난 별말 안 하겠는데, 혹시라도 들키면 혼날 거야~.”

“난 마리가 정리 도와주면 입 다물어줄 수 있어.”

어쨌거나 특별히 눈감아준다는 아가씨들의 말에, 마리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럼 에우드님. 여기서 조금만 더 숨어있을-”

쿠우우우우우우웅!!

퍼어어어어어어어엉!!

........훈련장의 밖에서 거대한 소리가 들려왔다.

[작품후기]조촐하지만, 연참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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