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마검사 도련님-21화 (21/264)

[작품후기]왠지 못 미더우신 가장?21회

또 다른 의혹021.

다음 날 왕도의 길드회관- 그 안에 있는 마스터 전용 집무실.

현 헌터 길드의 마스터인 남성, ‘드라베스 글루’는 다소의 긴장을 품고 있었다.

자신의 앞에 있는 두 명의 전설들 때문이었다.

현 포에닉스 수장. 10년 전 머더 메이지의 토벌을 비롯한 셀 수 없는 무공을 세운 남자.

그 공을 왕가에게 인정받아 유그라시아의 조정자- ‘황금의 기사’로 자리 잡은 최강자. ‘가레스 알라이트 포에닉스’.

그리고 포에닉스 가문에 소속되어 가레스의 최측근으로서 움직이는 남자.

던전 공략의 정점이며, 한때 드라베스보다도 길드 마스터에 가장 유력했던 헌터이자 ‘검신’. ‘알베르토 체로스’.

그들 중 누구도 드라베스가 쉽게 대할 수 있는 이는 없었다.

아니, 이 나라에서 그 누가 이 강자들에게 함부로 대할 수 있겠는가.

지위면 지위. 무력이면 무력. 지력이면 지력.

무엇도 꿇리지 않는 게 바로 10대 귀족 포에닉스다.

아무리 드라베스가 헌터 길드의 마스터라 해도, 이들 포에닉스의 무게는 다르다.

‘이 둘을 앞두면 자연스레 몸이 떨린단 말이지.’

그 이상으로, 드라베스는 이들을 존경하고 있다.

몸의 떨림은 전율이라 해도 좋으리라.

때문에, 둘에게 무례를 범하지 않기 위해 드라베스는 말을 골라가고 있었다.

“-그런 의미해서. 이번 ‘무덤동굴’ 던전의 토벌엔 인원을 많이 보내주긴 힘들 거 같아, 이해해줘.”

드라베스보다도 먼저 가레스가 입을 열었다.

드라베스의 마음가짐과는 다르게, 정작 가레스는 꽤나 가벼이 앉아있었다.

알베르토 또한 마찬가지. 드라베스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 골라온 차를 음미하는 중이다. 표정을 보니 합격인 듯하다.

차 옆에는 간단한 케이크가 놓여 있다.

단 건 잘 못 먹는 알베르토다.

때문에 드라베스는 가레스와 알베르토에게 서로 다른 맛의 케이크를 냈다.

.......그러다 가레스가 알베르토 것까지 슬쩍 뺏어 먹었다.

알베르토가 가레스를 철없는 동생 보듯 바라본다.

물론 이러한 태도는 드라베스를 인정하고 있기에 보여주는 모습.

만약 이곳이 평범한 관계를 가진 세력장이었다면, 그들은 가레스와 알베르토의 위압에 눈조차 마주치지 못했으리라.

“괜찮습니다, 가레스 님. 어쩔 수 없는 일이잖습니까. 저희 헌터 길드도 이번 사태에 대해 심히 안타깝게 느끼고 있으며 이후에도 조사에-”

“말이 길잖아. 그냥 ‘암살 시도라니, 나쁜 놈이군요!’라고만 말해도 되는 거라고.”

“드라베스는 예전부터 성실한 친구잖습니까.”

“조금 힘을 빼고 가자고.”

“두 분 앞에서 과도하게 빼는 건, 저로서도 적응이 되지 않는 터라.”

드라베스의 머쓱한 말에, 방에는 세 사람의 가벼운 웃음이 울렸다.

곧바로 드라베스는 웃음을 거두고 본론으로 넘어간다.

현재 가장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였다.

“그럼, 다시 머더 메이지의 일 쪽으로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그걸 이야기하러 온 거니까.”

가레스가 찻잔을 드는 것을 보며 드라베스가 말을 잇는다.

“‘내부의 정보’가 유출되었다고 하셨지요?”

내부의 정보- 정확히는 그리 거창할 건 아니다.

‘아이들의 외출 정보’. 그게 다인 이야기.

하지만 당연하듯, 어딘가에 알리면서 간 것도 아니다.

외출에 대한 정보는 드러나지 않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에우드와 엘리리의 말로는 ‘그놈’- 머더 메이지는 알고 있었다고 한다.

티아나와 셀레나, 그리고 에우드가 호위 1명과 함께 외출한다는 사실을.

“조심스럽게 말씀드리겠습니다만.”

드라베스는 다소 무례할 수 있는 의견을 가레스에게 전한다.

“혹시, 저택 내부에 머더 메이지에게 정보를 흩뿌린 자가 있을 가능성. 그걸 검토해야 합니다.”

즉- 배신자.

그건 꽤나 예민한 사안이었다.

그러나 결코 간과해선 안 되는 가능성이기도 했다.

왜냐면, 이건 ‘내부에서 유출시키는 것 말고는’ 수단이 없으니까.

물론 지금 드라베스의 말이 비단 배신에만 집중하는 건 아니다.

혹시나, 사용인 중 누군가 실수로라도(예를 들어 일시적으로 방문한 외부인과의 근황 대화나 잡담 등)외부에 정보를 유출했을 수도 있지 않은가.

게다가 그 경우, 유출된 루트를 따라가면 머더 메이지의 위치에 닿을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

드라베스로서는 그러한 양면을 고려한 의견이었다.

이건 분명 ‘정보제공자’ 혹은 ‘정보입수방법’이 없이는 일어나기 힘든 사건이다.

10년 전에도 대두되었던 이야기였다.

가레스는 드라베스의 말에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자신의 입장을 신경 쓰지 않고 의견을 낸 것이 마음에 든 모양이다.

“납득을 해줄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아니야.”

다만 가레스는 드라베스의 말을 짧게 부정했다.

“그러나 가레스님. 포에닉스 가문이 사용인들과의 신뢰가 깊다는 건 저도 익히 듣고 있지만-”

“감성적인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야. 드라베스. 아무리 신뢰한다고 해도, 우리도 이미 거기에 대해서 고려했어.”

“이미.......?”

가레스는 알베르토에게 살짝 눈짓을 줬다.

“가레스님의 명령으로, 어제 저녁 로로나님이 ‘저택 내 모든 사용인의 눈’을 봤습니다.”

“로로나님........ 아내분의 눈이라면.”

“그래. 카틀레야 가문의 ‘마안’이지.”

마안.

특정 가문에서 유전적으로 이어진다고 하는, 마법을 지닌 특이한 눈이다.

카틀레야 가문은 그 마안으로 가장 유명한 가문이다.

과거 ‘로로나 카틀레야’였던 가레스의 아내. 그녀는 그중에서도 사람의 내면- 심상의 흐름을 볼 수 있는 마안을 가지고 있다.

드라베스는 확실하겐 이해할 수 없었지만, 사람이 가진 본연의 흐름에 따라 거짓과 악의를 간파할 수도 있다고.

그로 인해, 과거 로로나는 그녀의 본가 카틀레야 가문 내에서 기피당하는 존재였다.

수많은 마안이 생겨나는 카틀레야에서도 상당히 특이적인 마안이기 때문이었다.

언제든지 거짓이나 감정을 간파당할 수 있다는 것에, 사용인들은 물론, 부모에게, 형제에게 꺼려지면서 살아왔다.

그렇게 저택 방에서 홀로 지내다 만난 것이, 잠시 사업 얘기로 카틀레야에 찾아왔던 젊은 시절의 가레스.

그러다 저택에서 완전히 서로 눈이 맞아, 수년간의 열렬한 연애 끝에 결국 허니 문에 돌입- .........이라는 이야기지만 지금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겠지.

“로로나님은, 되도록 마안을 사용하시지 않으시죠.”

“최근에 저택에 온 ‘셋째’에게 처음 사용한 것 말고는, 쓴 일이 없었어.”

사용인들이나 측근들과의 신뢰 문제라고 한다.

저택을 위해 일해주는 이들을 의심하며 보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 마음을 알기에, 포에닉스의 사용인들도 로로나와 눈을 마주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물론 마안이 없이도 엄격한 건 언제나 똑같다만.

그런 신념을 갖고 있던 로로나가 사용인들을 마안으로 바라봤다.

“모든 사용인들을 확인했습니다. 누구 하나 예외 없이. 신뢰와 나이, 근무기간, 모든 것에 상관없이. 제일 막내인 페리아부터 해서, 메이드, 집사, 기술자, 포에닉스 헌터팀, 그리고-”

알베르토는 자신의 가슴팍 위로 예를 표하듯 손을 올렸다.

“저와, 사용자 총괄자인 조안 또한 예외 없이.”

그 말 즉슨, 가레스와 수십 년을 같이 한 최측근들에게까지 모두 의심을 가지고 봤다는 이야기다.

드라베스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켜버렸다.

“그 결과, 정보를 유출시킨 이는 누구 하나 없었습니다.”

“물론 아예 무의식의 영역까지 가면 정말 어떨지 모르지만. 적어도 로로나가 본 사용인들에게 거짓말의 흔적은 없었어.”

가레스는 다소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 아내가 사용인들과의 신뢰를 깎으면서까지 확인한 결과야. 그러니까 난 우리 사용인들을 믿어. 알베르토를 믿고, 조안을 믿지. 그리고........ 로로나를 제일 믿어,”

“........그 정도의 증거라면, 저도 더는 이견을 제시할 순 없겠습니다.”

가레스의 말에 압도당하듯 드라베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이렇게 되면, 어째서 아이들의 외출 사실을 알았는지 알 수 없게 된다.

간단히 생각하면 ‘외부에서 저택 감시 중 우연히 봤다’이겠지만........

‘그 경우, 어제 새벽에 일어났던 사건과의 거리까지 생각했을 때. 역시, 시간이 너무 딱 들어맞아.’

새벽의 살인 사건은 포에닉스와는 전혀 다른 도시에서 벌어졌다.

이동 시간을 고려한다면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촉박하긴 매한가지.

그보다 ‘아직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정보’, 양자인 에우드 홀라이트 포에닉스에 대해서까지 전부 파악하고 있었다.

머더 메이지가 양쪽에서 연속적으로 사건을 일으키려면, 정보확보가 필연적으로 요구될 텐데.

“정말로 어떤 식으로 유출된 걸까요........”

“그래서 말이지. 방금 의견- 배신자라는 말은 부정했지만, ‘정보유출’에 대해선 나도 충분히 고려하고 있었거든.”

“네?”

조금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일까.

그러다 드라베스는 바로 그 의도를 이해했다.

“-가레스님의 말씀은, ‘외부의 제삼자’가 몰래 정보를 빼내고 있다?”

“그거지. 첩자-라기보다도 도청자겠네.”

가레스가 싱긋 웃자, 알베르토가 다과용 포크를 집어 들었다.

“알베르토.”

“예.”

가레스의 부름에 알베르토가 무심한 듯 고개를 끄덕.

그 순간-

패애애앵!!

태애앵!!

손에 쥔 포크를 단숨에 화살처럼 날렸다.

“-!!”

“이런 식으로 볼 수 있다는 건 처음 들었어. 설마-”

알베르토가 날린 포크는 집무실의 벽 위에 꽂혔다.

.......어떤 벌레와 함께.

“‘벌레술사’. 어느 먼 나라에 있다는 얘기는 있었는데. 진짜로 보게 될 줄은.”

가레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벽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곤 포크를 뽑아, 거기에 박힌 작은 벌레를 신기하다는 듯 집어본다.

“역시 마력반응이 있군.”

“벌레로, 지금 이 방을 보고 있었다는 말입니까?!”

“시각공유라던가 청각공유라던가가 가능한 거겠지.”

“어제도 벌레술사의 것으로 의심되는 날벌레 몇을 저택에서 발견했습니다.”

가레스는 벌레의 시체를 테이블에 툭 던지고선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드라베스. 머더 메이지의 조력자는 분명히 존재한다. 10년 전과 마찬가지야. 그러니 그쪽도 함께 조사하도록 해. 그놈이 ‘부상을 입은 지금’, 가장 추적하기엔 적기니까. 다른 가문에도 벌레술사의 사역마를 조심하라고 전언을 보내고.”

“알, 알겠습니다. 조속히 실행하겠습니다!”

드라베스는 업무용 책상 위에서 서둘러 종이를 꺼내 전언을 적어 내려간다.

빠르게 써 내려가면서도 정갈한 검은 글씨가 눈에 띈다.

이어서 사용할 식기가 없어진 알베르토가 고개를 살짝 돌렸다.

“제 포크도 새로 부탁드려야겠군요. ........이보쇼, 가레스님. 아까부터 품위 없게 계속 제 다과를 뺏어 먹으시지 마십쇼. 나이도 먹을 대로 먹은 분이 대체 뭘 하시는 겁니까.”

“후하하(우물우물).”

또다시 다과를 뺏어 먹는 가레스에게 알베르토가 잔소리했다.

이러다간 포크가 새로 오기 전에 다과가 사라지리라.

드라베스 쪽에서 길드 직원에게 포크와 함께 다과의 추가를 부탁했다.

“맞아. 드라베스.”

“네, 가레스님.”

길드 직원에게 지령을 내린 드라베스는 가레스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

“혹시, 지금부터 부탁하는 거 좀 들어줄 수 있나?”

“물론입니다, 가레스님. 어떤 일이십니까?”

드라베스는 거기에 조금 놀라면서도 흔쾌히 수락했다.

“적당히 괜찮은 마법사 좀 추천해줄 수 있을까?”

“적당히.......?”

“또 적당한 말씀을.”

가레스의 적당함에 알베르토가 한 번 더 잔소리를 보낸다.

그리고 드라베스는 알고 있다.

여기서 가레스가 말하는 ‘적당히 괜찮은’이라는 것은, 상당한 실력을 갖춘 마법사를 의미한다는 걸.

‘머더 메이지’-로 추정되는 존재의 습격 후 이틀 뒤.

에우드는 슬쩍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최대한 소리를 줄여가며 방을 나선다.

상처는 거의 다 붙었다. 사실 거의 다 낫다고 봐야할까, 무리만 하지 않으면 된다.

그러나 조안과 메이드들은 아직까진 함부로 움직이지 말라고 극성.

덕분에 괜히 방에서 나온 모습을 들키면 한 소리 들을까 봐 조심하는 것이다.

“뭐 하는 거예요! 오늘은 쉬지 않으면 혼난다고 했죠!?”

“힉!”

바로 들켰다.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자, 메이드인 마리가 화난 얼굴로 보고 있다.

빨래가 끝난 옷가지들을 담은 왜건을 옆에 두더니 성큼성큼 걸어온다

“그게, 그- 그러니까요-”

아차 싶어 붕대 감긴 팔을 붕붕 휘저으며 에우드가 변명을 해보려 하자,

“-아하하, 농담이에요, 에우드님. 방이 좀 답답하긴 하죠?”

마리는 바로 웃으면서 에우드의 머리를 박박 쓰다듬었다.

그제야 이 메이드가 장난쳤다는 걸 깨닫는다.

메이드들 중에서도 가장 장난기 많은 게 마리다.

게다가 메이드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이야기꾼이라던가, 항상 뭔가의 내기를 주도한다던가.

그런 엔터테이너의 기질이 있다고 들은 기억이 있었다.

새벽까지 메이드 숙소의 불빛이 꺼지지 않는다면 그건 모두 마리의 소행일 거라고.

“후훗, 비밀로 해줄 테니까요. 그런데 어디로 가는 거예요, 에우드님?”

마리는 헝클어트린 에우드의 머리를 다시 정리해주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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