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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마검사 도련님-18화 (18/264)

?18회

머더 메이지 018.

엘리리는 그 위협을 뒤늦게 깨달았다.

나이프가 날아오는 순간이 되어서야, 누군가가 자신들을 노리고 있었음을 알아챘다.

소검을 재빨리 꺼냈다 해도, 결코 거기에 대처할 수 없었으리라.

사실대로 말한다면 결코 늦었다고 할 순 없었지만.

포에닉스 헌터대에서 저격수이자 레인저 역할을 하는 것이 엘리리다.

노는 것처럼 보여도 그녀는 계속 긴장을 풀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이프는 엘리리의 반응보다 빨랐고 은밀했다.

엘리리의 능력 이상의 암살 기술이었다는 거다.

분명 엘리리로서는 누구 하나 절대 구해낼 수가 없었으리라.

포에닉스의 아가씨들이든.

매디든. 헤기든.

심지어 엘리리 본인이든.

마차 밖에 있던 인원들 모두가, 방금 공격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다.

-에우드가 없었다면 말이다.

에우드는 누구보다도 빨리 거기에 반응했다.

기척도 없던 나이프들을 엄청난 속도로 맞받아쳤다. 떨궈진 나이프들이 가도 위를 구렀다. 이어서 챙그랑 소리와 함께 철 특유의 마찰음이 바닥을 긁는다.

“““........”””

마차를 중심으로 정적이 흘렀다.

에우드는 그 나이프가 날아온 곳을 바라봤다.

그건 절대 아이의 눈이 아니다.

살의가 가득 담긴 시꺼먼 눈.

엘리리는 알고 있다.

그건 임무나 원정을 나갔을 때 아주 드물게 보이는 몬스터- 위험도 S가 넘는 보스급 몬스터들이 가진 눈.

아니, 겨우 그 정도로 측정할 수 있는가.

이 소년의 눈은, 그런 몬스터들조차 ‘한낱’으로 만들어버리는 압력을 가지고 있다.

분명 ‘사연 있는 먼 친척 아이’라고 들었는데.

어떤 설명도 듣지 않았음에도 엘리리는 직감적으로 이해했다.

확실하다.

자신 이상의 역량을 가진 소년.

이건 이제까지 수도 없이 목숨 건 실전을 겪어온 이들의 기백이었다.

.........물론 지금 이 순간 엘리리가 고려해야 하는 건 에우드에 대한 게 아니다.

엘리리는 약 1초간 돌아가던 오만가지 사고를 서둘러 뒤로 미뤘다.

패애애앵!!!

나이프가 날아왔던 곳을 정확히 노려 활을 쏘았다.

그러자 그 순간, 건물 위에 숨어있던 그림자가 엘리리의 화살을 튕겨냈다.

화살을 쳐낸 존재의 모습이 드러난다.

얼굴 전체를 가리는 검은 풀 페이스 마스크 쓰고 있다.

게다가 그 아래로는 모든 것이 시꺼멓다고밖에 할 수 없는 칠흑빛 전투복.

그리고- 쇠발톱과도 같이 보이는 나이프를 쥐고 있었다.

그 모습은 검은색의 맹수. 혹은 몬스터들 중 ‘놀’이라 불리는 것들과도 같이 보였을까.

다만 화살로 저격했음에도 도망치지 않는다.

엘리리는 왜 저 검은 그림자가 움직이지 않는지 바로 이해한다.

“뭐야.........?”

“멀리서 칼이 날아온 거 같은데.........”

“저 문양, 포에닉스 아니야?!”

“설, 설마, 암살 기도 같은 건 아니지?”

“에, 에이-”

거리에 있는 시민들에게도 현 상황이 단편적으로 전해진 걸까.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어렴풋이 느끼며 웅성웅성 목소리를 올렸다.

호위인 엘리리로선 그런 시민의 반응엔 신경 쓸 순 없었다.

“매디 씨. 지금 빨리 마차 안으로 들어가세요. 아가씨들 데리고요.”

지금 내릴 수 있는 최적의 판단을 한다.

엘리리는 에우드와 마찬가지로 절대 건물 위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활을 계속해서 겨눴다.

매디는 엘리리의 말에 서둘러 티아나부터 마차 안으로 들어가게 했다.

그러다 마차의 안에서 티아나가 뒤늦게 깨닫고 입을 열었다.

“잠깐만! 에우드! 에우드를 빨리-”

“먼저 가, 티아나 누나.”

티아나의 부름에, 에우드는 고개를 단 한 번 돌리지도 않고 티아나에게 말했다.

“나도 남을 거야.”

에우드의 말을 들은 셀레나는, 마차의 앞에서 버텼다.

“안 돼요, 셀레나님. 적어도 마차를 보호할 사람은 한 명 남아있어야 해요.”

“그래도.......!”

“남는 건 둘이면 충분해요.”

에우드와 셀레나의 말다툼을 벌이려 하자 매디가 고개를 급박히 가로저었다.

“무슨 소리에요! 에우드님도 셀레나님도 어서 마차에.......! 그보다 지금 다 같이 빨리 마차로 도망가야 한다니까요!”

“매디, 아마 다 같이는 안된다고 봐요.”

엘리리가 최대한 냉정을 유지하며 매디에게 말했다.

그러나 목소리의 떨림을 전부 막을 순 없었다.

“왜 지금 저놈이 공격에 실패한 데다 들켰는데도 안 도망가겠어요.”

지금 에우드와 엘리리가 눈을 떼지 못하는 이유가 그것이었다.

시꺼먼 그림자- 검은 슈트의 존재는 계속 이쪽을 주시하고 있다.

“저건 암살자가 아니에요, 굳이 분류하면 그냥 ‘살인자’. ........막지 않으면, 바로 죽이러 올 게 분명해요.”

저놈은 등을 보인 순간 다시 쫓아온다.

아니, 당장이라도 내려올 수 있다.

지금 오지 않는 건 어디까지나 변덕, 혹은 이쪽의 대응을 준비하고 있을 뿐이다.

엘리리의 완곡한 말에 매디도 더 이상 따질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에우드님은 아직.......!”

에우드는 매디의 말에 대해선 어떤 대답도 하지 않는다.

오로지 건물 위의 검은 슈트를 노려보고 있을 뿐, 티아나나 셀레나의 말도 듣지 않았다.

계속 마차에 숨으라고 해도 전혀 받아들이지 않으리라.

엘리리는 곧바로 헤기에게 물었다.

“헤기, 아직 마차는 몰 수 있죠?”

“윽, 하아, 으읍....... 물론........!!”

아직 죽음에서 벗어난 게 실감 나지 않던 헤기가 숨을 고르며 답했다.

그러나 그 순간까지도 헤기는 말들을 계속해서 진정시켜갔다.

“그럼 이제부터 저택으로 가요. 멈추지 말고 최고 속도로”

“하지만.......! 저놈이 마차 채로 노릴 게 분명-”

“-그건 제가 어떻게든 막을게요.”

거기에 답한 건 에우드였다.

헤기는 에우드를 보자 숨을 다시 한번 죽였다.

꼬마 아이가 분명함에도, 헤기는 지금 에우드에게 차마 이견을 제시할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출발하겠습니다.”

헤기의 말에 매디도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아직 머뭇거리는 셀레나를 마차에 집어넣고, 바로 문을 닫는다.

“에우드!? 에우드!!”

“읏.......!!”

곧바로 문이 닫긴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덜걱, 다그닥다그닥-!!

그 순간 에우드는 검은 슈트가 움직였음을 알아챈다.

슉-!!

“-칫!!”

건물 옥상에서 내려다보고 있던 검은 슈트가 건물 아래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

그야말로 화살. 소리조차 안 느껴질 정도의 움직임으로 마차를 노린다.

그 고속의 그림자를 향해 엘리리가 서둘러 활을 겨누는 순간이었다.

콰아아아아앙!!!

“!!!”

발구르기, 였으리라.

그러나 그 소리는 폭음이자 굉음이었다.

에우드는 이미 엘리리의 옆에 없었다.

엘리리가 겨우 직감으로 쫓자 에우드가 보이는 곳은 벌써 검은 슈트의 앞.

에우드는 엘리리의 한계를 훨씬 뛰어넘는 속도로 검은 슈트의 정면에 돌격했다.

방패역.

에우드가 포에닉스 저택에 온 날, 가레스는 분명 그렇게 말했었다.

에우드가 셀레나와 티아나를 지키는 건 계약에 의거한 행동이 맞다.

그러나 에우드의 머릿속엔 지금 계약서에 관한 것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럴 여지가 없었다. 지금 에우드의 온 정신이 말하고 있었으니까.

지금 필요한 건, 오로지 이놈을 죽이는 것뿐이다.

“도련님!!”

벼락과도 같이 휘둘러지는 검은 슈트의 검의 앞으로, 에우드가 주먹을 내질렀다.

콰아아아아아앙!!

검을 전부 부술 기세로 내지른 것인데.

검의 소재 자체가 상당히 단단한 것인지 단번에 부술 수가 없었다.

카각! 카아아아악.......!!

[“-놀랍군. 순간 네가 아이라는 걸 못 알아챌 정도였다.”]

자신의 검이 틀어막힌 것에 검은 슈트는 감탄의 목소리를 보냈다.

“누구냐, 너.”

퍼어어어억!!

채애애애애앵!! 카가가가가가각!!

에우드의 주먹이 검은 슈트와 다시 충돌한다.

살의가 가득 도는 주먹을 휘둘러 검과 뼈를 전부 부술 기세로 공세를 몰아쳤다.

동시에 한순간 포착한 엘리리의 의도를 파악해, 재빨리 몸을 뒤로 물렸다.

패배배배배뱅!!! 패애앵!! 패애앵!!

에우드가 뒤로 빠지자마자 날아온 화살을 검은 슈트가 검을 휘둘러 쳐낸다.

엘리리의 화살 연사력과 위력.

정확도 모든 것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그 계속되는 연발공격을 검은 슈트는 전부 막아냈다.

검을 휘둘러 기예와도 같은 속도로 모든 화살을 막아간다.

마지막으로 날아온 화살은 아예 땅에 내리찍었다.

콰아아아앙!!

[“........너도, 어린 것치곤 좋은 실력이군. 그러니 포에닉스에 고용되어있는 거겠다만.”]

“아니 좀.......! 전부 쳐내는 건 농담 심하잖아!!”

너무나 터무니없는 반응속도에 엘리리는 서둘러 소검을 겨눴다.

검은 슈트 또한 검은 전투복 품에서 두 자루의 검은 장검을 꺼낸다.

나이프와 같은 발톱모양의 특이한 검이었다.

그러나 곧바로, 그 검날이 다른 곳으로 향한다.

[“-하지만 네놈들은 딱히 타깃이 아니다. 내 타깃은 어디까지나 포에닉스의 자녀들.”]

에우드는 검은 그림자의 눈이 향하는 게 어딘지를 눈치챘다.

[“난 네놈들을 딱히 상대할 생각은 없다.”]

“엘리리!! 저놈을 놓치면 안 돼요!!”

“-네!!”

검은 슈트가 두 사람을 상대치 않고 가도를 질주하기 시작한다.

덜컥덜컥덜컥-!!

드르르르르르르르!!!

가도를 거칠게 달리는 마차 내부. 티아나는 방금 날아왔던 나이프들을 되새기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어느새 셀레나의 손엔 마차에 상비해뒀던 진검이 쥐어져 있었다.

당장이라도 저 그림자를 향해 가고 싶었지만 에우드의 주장은 틀리지 않았다.

여차하는 순간, 셀레나 또한 이 인원들을 지키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헤기! 아가씨들을 빨리 저택으로 모셔간 후에 헌터대의 대응을- 으윽!?”

다급히 마차의 밖을 살피던 매디는 순간 숨이 멎을 뻔했다.

동시에 마차 밖에서 헤기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젠장!! 쫓아오고 있습니다!!”

검은 슈트가 또다시 다가오고 있다.

가도 주위의 건물들을 발판 삼아, 급속도로 이쪽을 향해오고 있다.

노을이 시작되려 하는 포에닉시안의 거리를 고속으로 가로지른다.

지금 마차의 속도는 상당하다. 자칫 가도에 넘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어떻게 해서라도 최대한 빠르게 저택에 도달해야 했다.

헤기도 그걸 알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마차를 모는 중이었다.

지금껏 그가 몰던 어떤 마차 운행보다도 위험하고 빠르다.

그런데도 검은 슈트가 그걸 동등한 속도로 쫓아온다는 거다.

거리의 사람들 또한 더는 보통 상황이 아님을 깨달았으리라.

마차의 주변은 계속된 충돌과 전투에 혼란이 일고 있다.

“쫓아오고 있다는 건.......! 에우드 어떻게 됐어?!”

“안 되겠어, 매디 비켜. 나도 나갈 거야.”

“셀레나님 제발!! 두 분의 안전을 위해서 에우드님이 그렇게!!”

당장이라도 문을 열려는 셀레나를 매디가 서둘러 막았다.

------콰아아아아앙!!

거대한 충돌소리가 들렸다.

밖을 보던 매디가 일순 일어난 사태에 경악했다.

“에우드님!!”

“-멈추지 마세요!! 계속 달려!!!”

검은 슈트의 옆으로 에우드가 똑같이 급속도로 추격한다. 건물의 외벽을 밟고 온갖 도심의 장해물들을 타 급격히 접근해온다.

방금까지 매섭게 쫓아오던 검은 슈트도 그 위압에 기세가 줄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리고 검은 슈트의 움직임이 찰나 동안 주춤한 순간이었다.

“어딜 가는 거냐, 개자식이!!”

퍼어어어어어억!!

[“흐으읍-!?”]

대로의 건물 외벽을 발판 삼아 돌격한 에우드의 주먹이 검은 슈트의 복부에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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