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후기]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15회
머더 메이지 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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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더 메이지(Murder Mage)’.
말 그대로, 살인마법사.
현재 나이가 찬 이들 중, 그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존재치 않을 것이다.
머더 메이지의 이름은 10년 전까지만 해도 공포의 대상이었으니까.
10년 전 대도시, 지방 할 것 없이 전국적으로 일어났던 살인사건.
그 살인사건의 범인이라 알려진 것이 바로 머더 메이지다.
처음 정보가 들어왔던 것은 유그라시아의 남부 지역, ‘세르반’.
대상이 된 것은, 과거 힘을 모으고 있던 거대 노예 상단 ‘인디고아’였다.
그 머더 메이지는 어느 날 밤 인디고아 상단에 출몰하여, 그때까지 상단에 남아있던 약 50명의 단원- 그리고 단장을 전부 몰살했다.
상단 창고에 숨어 겨우 살아남았던 자의 말에 따르면.......
‘발톱’을 바닥에 질질 끄는 소리가 섬뜩하게 울리며, 심지어 자신이 창고에 숨어있던 것조차 ‘이미 들켜 있었다고’한다.
그리고 살인마는 몰살의 피 냄새를 풍기며, 굳게 닫힌 창고 너머에서 말했다.
(“전해라, 널리 전해라, 돼지들에게. 나는 머더 메이지. 네놈들 귀족과 재물의 노예들의 목을 따는 심판자다.”)
생존자는 직감했다고 한다.
이 존재는 당장이라도 창고의 강철문을 베어내고 자신을 죽일 수 있다고.
그러지 않는 건 그저 자신을 목격자로 남길 뿐인 행동에 불과했다.
이후 그 인디고아 상단 생존자에 의해 머더 메이지의 이름은 퍼지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에는 또 다른 상단이 습격당했다.
그다음엔 지방 유력의 귀족 가문.
또 그다음엔 10대 귀족의 산하에 있는 가문 또한.
첫 생존자와 똑같이 어느 곳이든 단 한 명만을 살려 놓고 모습을 감춰갔다.
머더 메이지의 활동 기간은 약 3개월.
그렇게 3개월 동안 몰살시킨 상단과 가문의 수는 약 20에 이르렀다.
그 사이 나라의 크고 작은 경제를 쥔 상단들의 밸런스는 뒤흔들렸고, 여러 귀족 가문의 권력 또한 위협받을 정도였다.
특히 각 경제와 산업 물품, ‘상단’ 혹은 ‘회사’로서 일자리의 공급을 쥔 가문까지 몰락했기에, 유그라시아의 국민에게까지 가는 피해는 상상 이상이었다.
이 머더 메이지라는 이름이 들릴 때마다 수십에서 수백 명이 죽는 사태에, 국민들은 충분히 공포에 떨만 했으리라.
어떤 상단이나 귀족 가문에선 사용인들이 대거 일을 그만두는 사태도 벌어졌다.
결국 유그라시아의 왕가 쪽에서 사태를 더는 간과할 수 없다고 판단.
머더 메이지 사태를 가장 신속히 끝낼 수 있는 존재들을 모아 전면대응을 개시한 것이다.
가레스가 바로 그 인원 중 하나였다.
국왕이 직접 눈앞에서 전한 왕명을 받아 그 대응 인원에 소속되었다.
가레스 입장에선 마냥 내켜했던 건 아니다만.
그리고 운명의 토벌 당일.
가레스는 자신의 손으로 머더 메이지를 제압하는 데에 성공했다.
양팔을 주저 없이 베어내고 저항의 여지를 완전히 차단시켰다.
결코 쉬운 상대는 아니었다.
10대 귀족 가문까지 노렸던 만큼, 그 살인 마법은 유그라시아의 역사에도 유례없는 능력이었다. 가레스 또한 수많은 강자와 괴물들을 상대해왔지만, 그 특유의 살의는 경악을 자아냈다.
가레스가 머더 메이지를 제압했을 때 그 존재는 이리 말했다.
(“가레스!! 가레스 알라이트 포에닉스!! 네놈이 아무리 날 잡아도, 난 돌아온다!! 머더 메이지는 돌아온다!! 내가 죽는다 해도!! 유그라시아의 가장 강한 노예여!!!”)
이후 머더 메이지를 이송한 후에도, 그 마지막 단말마만큼은 가레스의 기억에 꽂혀 있었다.
“뭔가 기시감 느껴지는 사건정보가 돌더니, 이제 거의 확정되었군.........”
“가레스님이 토벌했을 머더 메이지가 어째서........!”
머더 메이지의 최후를 알고 있는 마부는 정말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원래 머더 메이지 토벌의 내막은 비밀로 여겨지고 있다.
가레스가 머더 메이지를 이겼다는 것 또한.
외부로 새어나갔다간 포에닉스의 무공이 또다시 퍼질 게 확실했으니 말이다.
그것을 두려워한 귀족들이나 관료들이, 별별 이유를 대며 억지로 정보를 통제한 것이다.
물론 가레스로서는 그냥 그러려니 했다.
가뜩이나 하기 싫은데 도맡아 한 거였고, 결코 공을 위해 행한 일도 아니었다.
뭣보다 괜히 무공이 퍼져 일이 귀찮아지는 건 싫었다.
그럼에도 머더 메이지 사태를 끝낸 게 가레스란 사실은, 귀족가에 연관된 이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다. 이미 20년 넘게 포에닉스에서 근무해온 이 마부 또한 마찬가지다.
“드림랜드로 이송된 후, 그로부터 1년 뒤 처형되었던 건 확실하네.”
“저도 거기까진 알음알음 들었습니다만.........”
머더 메이지는 당연히 사형으로 판정.
참수형으로 처형이 결정되었었다.
다만 처형이 진행된 것은 드림랜드. 그때의 재판을 맡은 게 드림랜드와 깊게 연관된 법관이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그의 참수형이 VIP들의 유흥거리가 된 것엔 가레스도 눈살을 찌푸렸다.
어쨌든 가레스는 그곳에서 머더 메이지의 참수된 시체를 확인했다.
뭔가 조작을 했거나 머더 메이지를 빼돌렸거나 하진 않았다.
그건 명실상부 머더 메이지의 시체였다.
“뭐가 되었던, 머더 메이지가 나타났다는 건 확실하네. 길드에서의 회의는 완전히 목적이 달라지겠군.”
“그렇습니다. 분명 이번 사태가 다시 시작되었다간, 10년 전과 똑같이 피해가 커지니 말입니다.”
마부 또한 거기에 긴장한 목소리로 동의했다.
가레스는 방금 왔던 전서를 다시 확인해가며 생각을 거듭해갔다.
그때였다.
“.......잠깐만, 오늘 애들 밖에 나갔는데.”
“앗.”
갑작스런 불안이 가레스를 덮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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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만 말하자면 가위바위보는 에우드의 대승리였다.
가위(티아나), 가위(셀레나), 주먹(에우드).
단 한 수에 두 누나를 끝내버린 에우드는 시선이 몰리는 게 난감했다.
순식간에 결정된 승부에, 티아나와 셀레나 모두 “엑.”하는 표정이었다.
솔직히 에우드로선 이길 생각은 없었다지만, 가위바위보라는 것이 지고 싶다고 질 수 있는 건 아니다.
여기서 ‘보를 낼걸........’이라고 후회해도 의미 없는 거다.
“에우드님이 이겨버리셨네요, 에우드님은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엘리리의 말에 티아나와 셀레나도 에우드에게 물었다.
“어디 가고 싶은데, 에우드?”
“어디 가고 싶어?”
에우드는 서둘러 머리를 굴린다.
처음엔 그래도 자긴 괜찮다고 하려 했다.
그러다 아까 두 누나가 투닥거린 걸 떠올리곤 바로 생각을 접는다.
괜히 또 선택권을 넘겼다간 말싸움이 나리라.
에우드가 도심에 내려오는 것은 정말 2년 만이었다.
드림랜드에 들어가기 전엔 다른 도시로 몇 차례 간 적이 있지만, 그 뒤론 전혀 아니다.
그렇다고 특별히 무언가 하고 싶은 게 있던 것도 아니다.
두 사람이 가자는 곳에 가볍게 따라다닐 생각이었으니까. 에우드도 별 계획이 없었다.
이런 과도한 주도권은 견문이 좁은 에우드에겐 힘들다.
게다가 의외로 에우드에겐, 자신의 말을 기대하는 두 누나가 부담스러웠을까.
고민을 거듭하며 에우드는 주변을 둘러봤다.
거리에 온 건 처음이므로 직접 눈으로 보며 고를 수밖에 없었다.
넓은 거리 곳곳으로 유리로 뒤덮인 수많은 상점이 보인다.
상점의 간판과 함께 그 상점이 소속된 상단의 표식이 보인다.
상가에선 저것이 포에닉스 가문의 문장과 같은 역할을 하리라.
달콤한 디저트류를 파는 가게.
호화로운 서점에, 또 식사를 파는 곳도.
거리의 한편에는 새의 모이를 파는 이들도 있었다.
사치스런 귀금속부터 시작하여 휘황찬란한 갑옷들이 전시된 가게 또한.
에우드가 항상 쓰던 싸구려 철제 투구와는 전혀 다른 재질이다.
그러고 보니 드림랜드에서 항상 써왔던 투구가 어디 갔는지 에우드는 알지 못했다. 별로 좋은 기억이 있는 건 아니지만 신경이 쓰였다.
에우드는 돌아가면 가레스나 알베르토에게 물어보자 싶었다.
용의주도한 둘의 성격을 생각하면 버리진 않았을 것 같다.
그런 여러 생각을 하던 중 에우드는 어떤 가게 하나를 발견했다.
꽤 소박한 가게.
물론 주변과 비교해서일 뿐 허름한 건 아니다.
또 항상 검은 벽돌만 봐오던 에우드로선 상당히 아름다운 가게였다.
사실 에우드가 거기에 관심을 가질 이유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향해버렸다.
분명, 드림랜드 안에 있을 때의 어떤 기억 때문이다.
“.......저긴 어떤가요?”
에우드는 다소 조건반사적으로 손가락을 가리켰다.
에우드가 가리킨 곳을 향해 티아나와 엘리리가 눈을 돌린다.
“응?”
“오, 이 선택은 의외인걸요.”
티아나와 엘리리는 에우드가 가리킨 곳을 보며, 저마다의 신기한 반응을 보인다.
한 박자 늦게 그곳을 본 셀레나가 탈력적으로 말했다.
“.......인형가게?”
광장의 구석진 곳,
평범하면서도 깔끔하게 자리 잡은 인형가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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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정말 생각도 못 했는데, 에우드가 인형이라니.”
에우드가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의외로 이 두 누나는 인형과 별 관계가 없었다.
딱히 싫어서 피했다는 건 아니었다.
한 명은 연금술 삼매경. 또 한 명은 검술 삼매경이니까.
둘 다 하도 좋아하는 게 명확하다 보니, 의외로 인형 같은 데엔 관심이 없었다고 한다.
엘리리의 말론, 둘의 생일 선물 내용은 정말 아이답지 않다고.
“올해 받은 건 지룡한테서 빼냈다던 S급 마석. 정말 좋은 재료였어!”
지룡의 S급 마석- 엘리리의 설명으론, 프로 헌터들의 원정에서 단 하나 있을까 말까 한 소재라 한다. 애초에 지룡이란 건 마주치기조차 힘들기에 구하지 못할 때가 대부분이다.
“난 아르마 나무로 만든 목검이랑, 지금 쓰는 가죽 경장. 그리고 훈련장.”
셀레나의 경우 아예 검술 연습에 특화할 수 있는 것들만 받은 듯하다.
똑같이 엘리리의 설명으론, 아르마 나무는 A급 이상의 헌터들이 활동허가를 받는 몇몇 지역에 자생 중인 나무라 한다.
당연한 이야기인데, 셀레나가 입는 가죽 경장도 엄청난 소재의 물건이었다.
에우드는 잠시 정신이 아득해졌다.
포에닉스의 금전 감각이란 에우드에겐 역시 어려운 이야기다.
이 쯤 되자 장소를 꽤 잘못 골랐다 싶었다.
........일단 둘 다 이번 해 생일이 지났다는 건 알 수 있었다만.
2층으로 이뤄진 인형가게는 내부 또한 아늑함을 품고 있었다.
1층 카운터엔 점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인기척은 있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점원은 위층에 있는 것 같다.
“딸랑딸랑 소리가 울렸으니 곧 내려올 거 같네요.”
또 막상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에우드의 걱정은 기우였을까.
“근데 얘 뭐야! 주머니 엄청 많아! 동화 같아?!”
티아나는 전시대에 놓인 특이한 모양의 인형에 엄청 관심을 보였다.
동글동글한 얼굴에 주머니 많은 코트를 입은 동물 인형이었다. 모델은 다람쥐로 보였다.
아무래도 연금술 삼매경이라 해서 귀여운 걸 싫어하는 건 또 아닌 듯했다.
“실린더 홀더로 써도 괜찮을 거 같아!”
실은 여러 주머니 장식을 유리관 홀더 대용으로 쓰려는 것 같다.
실용적인 건지 동심이 없는 건지 헷갈린다.
“.......이렇게 큰 인형이라면 내 검 상대도 되지 않을까. 이 곰 인형이라던가.”
가게 중앙에 놓인 자신의 1.5배 정도 되는 거대 곰 인형을 보며, 셀레나는 샌드백의 꿈을 펼친다.
“아니, 하지 마. 제발 하지 마, 언니.”
“목검으로 때리면 그래도........”
“인형이 불쌍해! 하지 마!”
셀레나의 힘을 아는 티아나가 전력으로 막는다.
어제 맞붙어본 에우드의 판단으로도 막아야 하는 게, 아마 열 대 안에 인형의 형체도 남지 않을 거다.
“오오, 어서오십쇼~ ........목검으로 때린다고요!?”
2층에서 내려오던 푸근한 중년 남성이 경악을 표했다.
아무래도 셀레나의 샌드백 희망 사항을 들은 듯하다.
중년 남성은 한순간 거대 곰 인형을 지키기 위해 허겁지겁 내려왔다.
결국 셀레나를 인형파괴자로 보는 점원의 표정에, 엘리리가 재빨리 오해라고 해명해간다.
곧 중년 남성이 엘리리의 헌터복에 새겨진 ‘포에닉스 문양’, 그리고 에우드를 비롯한 아이들의 포에닉스 문양을 알아챈다.
“아, 아아아! 실례했습니다! 포에닉스의 아가씨분들이셨군요! 휴! 전 또 어떤 특이하신 분들인가 하고.......”
꼬마 손님들의 정체를 알아채곤 파괴자가 아닌 걸 믿는다.
문양이 없었다간 그대로 오해를 풀지 못할뻔했다.
“.......샌드백.”
셀레나의 짧은 중얼거림.
가게에 다시 긴장이 감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