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회
두 누나에 대해 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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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우드는 셀레나에게 겨눈 목검을 다급히 아래로 거뒀다.
그렇게 알베르토가 유파의 정석을 무너트리지 말라고 했는데.
검만 들었을 뿐 드림랜드와 다를 게 없었다.
위기가 찾아오는 순간부터 검술 태세를 유지 못 하는 건, 알베르토에게 자주 듣는 지적이다.
하지만 정말 셀레나는 천재라 불릴만했다.
에우드가 공세를 몇 번이나 걸었는데도 쉽사리 틈을 노리기가 힘들었다.
아마 도중 셀레나가 초조해지지만 않았다면 승부는 어떻게 됐을지 몰랐으리라.
........그보다도 셀레나에게 상처를 입힐 뻔했다.
큰 문제. 대 사건이다.
에우드는 낭패를 저질렀다고 마음속으로 독백한다.
이래서야 가레스의 말대로 셀레나와 말을 트는 건 다소 글러먹었으리라.
다만 에우드의 걱정과 달리 셀레나는 방금 전 시합을 다소 다르게 받아들였다.
셀레나의 눈엔 아직까지도 방금 전의 잔상이 남아있었다.
에우드가 검을 멈추지 않았다면 곧장 안면에 맞아 코피가 났을 것이다.
그 행동은 말 그대로 몬스터.
규칙이나 유파에 의거치 않는다. 이른바 야성의 검. 하지만 그렇기에 그 누구보다도 유연하며 날카로웠다.
셀레나는 이게 어떤 의미인지 직감했다. 지금 에우드가 뿜어낸 건 극한의 실전을 거듭한 이들만이 낼 수 있는 위압감이다.
.......아니지, 솔직히 지금 셀레나에겐 그런 건 중요치 않았다.
지금은 동생에 대한 분석이나 자신의 패배원인을 탐색할 때가 아니다.
진정으로 해야 하는 건 따로 있었다.
셀레나는 검을 거둔 에우드를 향해 어떤 때보다 날카로운 눈으로 바라봤다.
그러더니 1척조차도 되지 않게 사이를 좁혀 에우드에게 바짝 접근해간다.
“에우드.”
“어, 네, 넵!”
또다시 가까이 다가온 황금색 눈에 에우드는 다소 압도되듯 답했다.
.
.
.
“한 판 더.”
“네?”
“한 판만 더, 하자.”
셀레나는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그 이상으로 이제껏 없을 정도로 눈을 반짝였다.
지금 셀레나가 해야 하는 건, 그 무엇도 아닌 ‘제대로 만난 라이벌’과 더 싸우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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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저녁 식사는 모두 함께 하는 것이 앞선 날 동안의 암묵적인 룰.
하지만 시간이 거의 다 되었음에도, ‘첫째’와 ‘막내’는 만찬실 자리에 오지 않았다.
“-이상하네요. 오늘은 알베르토의 수업이 없다 하지 않았나요?”
아이들의 수업 스케줄을 꿰고 있는 로로나는 의아하게 가레스에게 물었다.
가레스는 뭔가를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그저 “그렇네, 바쁜 일이 있는 걸까.”라며 웃으며 답한다. 약간 딴청과도 같았겠지.
.......곧바로 로로나의 차가운 눈빛이 들어온다. 마시던 차를 주르륵 흘릴 뻔했다. 아니 이미 몇 방울 흘렸다.
옆에 대기하던 메이드 매디가 서둘러 닦을 것을 가져온다.
티아나는 두 사람의 부재에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아까도 에우드를 찾으러 갔었는데 방에 없었다.
숙제도 없는 김에 공방에서 함께 놀려 했는데, 조금 맥이 빠졌다.
근데 알아서 돌아오겠지 싶었는데 지금까지 오지 않다니.
셀레나야 분명 또 검을 휘두르겠다고 훈련장에 간 거겠다만.
곧 메이드 마리가 만찬실에 다급히 들어왔다.
“찾, 찾았습니다! 두 분 다 같이 훈련장에 계셨어요!”
그 둘이 함께 있었다는 말에 티아나는 솔직히 놀랐으리라.
조금 뒤 메이드들과 함께 에우드와 셀레나가 돌아왔다.
티아나가 보고 든 생각을 말하자면 그야말로 너덜너덜.
땀이라던가 먼지만이 아니다.
치고 박고 싸운 건지 훈련복 곳곳이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둘 다 뭐 하고 있었던 거야?!”
“........”
“(부들부들부들)”
언니와 동생이 난장판이 되어 온 것에 티아나도 역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에우드, 밥 먹고....... 한 판 더.......”
“이, 이제 쉬죠.......?”
“아직 할 수 있어.......! 한 판, 한 판 더........!!”
에우드가 난감해하지만, 셀레나는 분해 죽겠다는 듯 계속 말했다.
티아나조차 그런 셀레나의 모습은 정말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런 둘의 모습에 가레스는 흡족한 듯 웃었으며, 로로나는-
짝!
박수를 치는 것으로 첫째와 막내의 주목을 이끌었다.
“......둘 다, 깨끗이 하고 오기 전까진 식사 없어요.”
웃고 있긴 하지만 너무나도 무서운 얼굴.
에우드와 셀레나는 함께 고개를 붕붕 끄덕였다.
그리곤 너덜너덜한 몸을 이끌고 서둘러 방에서 나간다.
두 사람이 식사를 한 것은 그로부터 1시간 뒤의 일이었다.
물론 그 와중에 계속 테이블 옆에서 로로나의 꾸중이 이어졌다만.
에우드로서는 살면서 처음으로 듣는 ‘욕설’이 아닌 꾸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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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에 공개되길 두 아이의 대련은 그 전적 총 11전.
그중에서 에우드가 10승, 셀레나가 1승이었다고 한다.
그 1승조차 셀레나는 그리 원하지 않은 형태로 받았다고. 검에 익숙하지 않은 에우드의 실수로 인해 이긴 것이었다.
달리 말하자면 검에 익숙하지 않았음에도 셀레나에게 10승을 따낸 것이다.
메이드들이 두 사람을 찾으러 훈련장에 들어갔을 땐, 11전째를 개시하느냐 마느냐로 언쟁 중이었다. 정확히는 셀레나 쪽에서 조르고 있던 거다만.
에우드는 도중부터 식사시간을 기억하고 슬슬 돌아가자 수차례 말했다.
그러나 셀레나가 전혀 듣지 않았다.
결국 억지로 개전한 11전째 승부도 결국 에우드의 승리.
그로 인해 셀레나가 분한 표정으로 들어온 것이다.
정말로, 셀레나가 현재까지 보인 행동은 모든 게 전대미문이었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셀레나가 식사를 거르고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건 저택에서도 처음.
탈력을 유지하던 셀레나의 표정도 여러 번 바뀌었다.
게다가 사교계의 귀족자제 중 검으로는 가장 강하다 여겨지는 셀레나다.
그런 셀레나가 새로이 입양된 연하의 동생에게 패배했다.
그야말로 사교계 귀족 자제들 사이의 파워밸런스가 뒤흔들릴 이야기였다.
이 일련의 소식이 크게 퍼진 건 메이드 숙소의 취침 시간 직전.
메이드들 중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경악을 표했다.
야간당직을 서는 메이드도,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가는데도 불구하고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숙소는 기본적으로 한 방 당 다섯 명이 같이 사용하는 구조.
그렇게 이 층에 있는 총 5개의 메이드 숙소가 전부 이야기로 불타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셀레나 아가씨가 졌다고?! 그 작은 검성이?!”
“에우드 도련님이 알베르토님한테 지도받는다는 건 들었지만.......!”
“두 살이나 차이 났잖아, 셀레나 아가씨랑 에우드 도련님!?”
두 아이를 찾아왔던 마리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다른 동료들에게 말했다.
“난 아예 두 분의 승부를 직접 봤다니깐, 둘 다 장난 아니었어! 절대, 애들 솜씨가 아니야!!”
“진짜?!”
“그럼 셀레나 아가씨는 어떤 반응이셔?!”
“엄청 분해하고 있었어!”
“““와아아!!!!”””
저택이라는 한정된 장소에서 활동하는 그들이다.
그만큼 가십에 굶주린 포에닉스의 메이드들은, 앞으로 더욱 벌어질 격변에 기대할 만했으리라.
“그 열한 번째 승부는 정말.......! 거의 20분을 내리 멈추지 않고 싸우는데-”
“““(끄덕끄덕!)”””
땀을 쥐며 흥분에 찬 마리의 해설.
방에 있는 모두가 마리의 말에 집중해간다.
그때, 열려 있는 방문에서 절제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똑-
“.......어흠.”
“히익?!”
“꺅?!”
“조안님!!”
메이드장이자, 사용인 총괄자인 조안이었다.
경악.
갑작스런 메이드장의 등장에 마리를 포함한 메이드들이 모두 움찔거렸다.
“여러분들 정말 칠칠치 못 하게....... 그보다 셀라, 오늘 당직인데 이 시간까지 여기서 뭐 하시는 겁니까. 빨리 근무처로 가지 않고.”
“죄, 죄송합니다, 바로 가겠습니다!”
“그렇다고 뛰지 마세요.”
“네, 넵........”
조안의 지적을 한껏 받은 야간당직 메이드 셀라는 서둘러 방을 나선다.
다른 메이드들도 입을 꼭 다물었다.
옆방에서도 소리가 쏙 들어간 것을 보아하니 조안이 온 것을 눈치챈 모양이다.
“여러분 모두 이야기도 좋지만 내일 업무에만 지장이 있지 않도록 해주시길.”
“““옙, 조안님!!”””
조안의 권고에 메이드들 모두 일제히 대답했다.
그 반응에 조안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곧바로 두리번두리번.
곧, 방 한쪽에 각을 잡아 앉아있는 마리를 발견한다.
“........마리?”
“네, 넵! 조안님! 마리, 여기 있습니다!”
마리가 눈을 질끈 감고 손을 번쩍 들었다.
이야기를 주도하고 있던 건 자신이니 아마 혼날 거라 생각 한 것이리라.
“그럼 재개하시죠.”
“.......네?”
“열한 번째 싸움.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셨다 하시지 않았습니까.”
조안은 방금 방에서 나간 셀라의 침대 위에 품위 있게 앉았다.
“풀어보시길.”
그랬다.
사실 조안도 이번 가십은 나름 흥미 넘치게 듣고 있었다.
그걸 깨달은 마리와 메이드들의 화색.
마리는 곧장 과장된 헛기침을 한 번 내더니, “그럼, 마리........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라며 이야기를 재개했다.
그로부터 수 시간.
에우드와 셀레나의 시합 다음으로는 이전에 티아나를 번쩍 안아왔던 에우드의 이야기나, 어느새 에우드한테 누나 노릇 하는 티아나에 대해서라던가.
도중부터는 조안을 포함한 메이드들- 아예 다른 방의 메이드들까지 합류하여 에우드가 저택에 오고 난 후에 대해 모두가 대화를 펴나갔다.
“정말 포에닉스에 걸맞은 인재이시죠.”
“사용인들 중 한 명도 빠짐없이 언제나 예의도 바르시고요.”
“공부는 좀 못하시지만요. 뭐, 큰 문제는 아닙니다.”
함께 합류해온 메이드 막내 페리아는 어느새 조안 옆에서 잠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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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에우드는 예정했던 외출을 위해서 티아나와 함께 저택 마당에 나왔다.
그리고 두 남매 앞에 있는 것은 호화로운 마차.
에우드가 처음 저택으로 끌려올 때 태워졌던 마차는 아니었다.
그때의 마차는 대량으로 짐을 옮기기 위한 캐러밴이라 해야 할까, 헌터 원정을 위한 마차와 비슷한 종류였다.
지금은 그때와 다르게 조금 더 작으면서 또 한 편 푹신한 자리로 이뤄진 마차다.
가레스가 자식들의 외출을 위해 사용하라고 꺼내준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에우드와 티아나를 호위하기 위해, 포에닉스의 헌터 한 명 또한 동행하고 있었다.
“오늘 부탁해, 엘리리!”
“예입예입, 티아나 아가씨.”
바로 엘리리.
페리아의 언니이자 항상 티아나에게 약초나 소재를 조달해주던 헌터다.
페리아의 언니인 만큼 나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이제 막 열여덟을 맞이했다고.
자매라는 것을 드러내듯, 페리아같은 건강한 붉은 머리칼이 인상적인 여성이었다.
복장은 당연 포에닉스에서 지급하는 불사조 마크의 헌터복. 흑백의 색으로 격식을 갖춘 복장이다.
그 뒤로는 장궁 하나와 얇은 소검 한 자루를 메고 있었다.
엘리리는 2년 전 16세의 나이에 포에닉스 헌터팀에 들어와, 현재까지도 그 실력을 내보이고 있는 A급 헌터다.
에우드가 티아나에게 듣기론 과거 길드에 소속되어있을 때부터 유명했던 저격수였다고.
일명 ‘사각의 화살’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별명에 비해서는 꽤 덤벙대며 활기찬 사람이다.
머리색뿐만 아니라 성격도 페리아와 닮은 듯했다.
“시약이나 약초라면, 저도 티아나 아가씨 덕에 일가견이 생겼잖아요.”
“엘리리가 많이 알면 알수록 나도 부탁하기 쉬우니까.”
그게 바로 이번 호위에 엘리리가 온 이유였다.
항상 티아나의 연금술 심부름을 도맡아서 하기에 그 연관성으로 인선된 것이다.
“그런데 엘리리는 오늘 원정 준비 괜찮아? 헌터팀 모두 바쁘던데?”
“오늘은 도련님하고 아가씨들을 호위하라는 명령이니까요. 뭐....... 남은 건 디안 그 녀석이 알아서 잘 하겠죠!”
헌터대 대장인 알베르토가 직접 엘리리를 인선한 덕에, 그녀는 전혀 눈치 보지 않고 후다닥 호위준비를 했다고 한다.
“아하하! 사실 도련님이랑 아가씨 덕분에 귀찮은 작업에서 빠진 거죠! 이제는 저녁쯤에 돌아가서, 조금 원망 섞인 부러움만 받으면 되는 겁니다!”
엘리리는 상당히 솔직했다.
“.......그래서.”
엘리리와 함께 웃던 티아나는 슬쩍 뒤를 돌아본다.
“언니는 어젠 안 온다며.”
“........”
“오늘은 연습으로 보내겠다며.”
티아나가 말했던 대로 약속했던 외출.
어젠 가지 않는다고 했던 셀레나가 은근슬쩍 일행에 껴 있었다.
“에우드가 쇼핑 동행하면 또 대련해주겠다고 했다 뭐.”
에우드와 나눈 약속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