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에우드의 ‘티아나 안기 사건’은 메이드들 사이에 널리 퍼졌다나 뭐라나.?10회
두 누나에 대해 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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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의 도움으로 잠에서 깬 티아나는 일어나자마자 기억이 혼란스러웠다.
분명 마지막 기억은 공방이었을 텐데.
거기서 정말 오랜만에 여러 이야기를 했던 것까진 기억난다. 그리고 램프의 불을 끈 것까지.
.......그런데 거기서부터 모호했다.
혹시 도중 잠들어버린 걸까. 그때까지 에우드가 함께 있었을 텐데. 에우드는 깨어있던 건가. 다소 흥분해버려, 가뜩이나 자던 걸 깨웠는데 에우드를 그 시간까지 재우지 못했다.
곧 티아나는 자신을 깨우러 왔던 메이드- 매디에게 졸린 목소리로 물었다.
“매디......? 나 어제 어떻게 왔어?”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던 매디는 “역시 기억 안 나시는 건가~”라는 혼잣말을 했다.
물론 티아나는 고개를 갸웃하는 것밖엔 할 수 없었다만.
만약 매디나 다른 메이드들이 옮겨준 거라면 고맙다는 말을 전해야 한다.
공방에서 밤새다 잠드는 건 자주 있는 일이다. 이런 식으로 매번 옮겨지는 것도 미안하다.
“글쎄요, 어떻게 여기에 왔을까요~”
다만 매디는 티아나에게 오호호 소리를 내며 웃을 뿐이다.
놀리는 듯한 웃음과 함께.
“뭐, 뭐야? 무슨 일이 있던 건데!”
“나중에 한 번 물어보세요~”
“누구한테!?”
그 뒤로 옷을 갈아입고 복도에 나간 뒤로도, 티아나는 메이드들의 묘하게 흐뭇한 웃음을 들었다.
다들 뭔가 따뜻한 시선.
나쁜 의도는 없는 거 같은데 티아나로서는 답답해 미치겠다.
그러다 참다참다 못해 업무 중이었던 페리아를 붙잡는다.
“꺅! 티아나 님?!”
“말해, 페리아! 어제 나한테 무슨 일이 있었어!? 날 누가 옮긴 거야!? 너까지 얼버무리면 정말 화낼 거야!!”
“어제? 아- 으아아아, 어, 어지러워요! 놓고 말해요, 티아나님!”
뭐라 답하기도 전에 티아나가 붕붕 어깨를 흔들어버려, 페리아의 눈앞이 핑핑 돈다.
겨우 멈춘 어깨 흔들기에 페리아는 겨우 말을 이어갈 수 있었다.
“어제라면 공방에서 잠들어버리신 거 말씀하시는 거예요?”
“응, 그거!”
그러더니 페리아는 다른 메이드들처럼 흐뭇한 웃음으로 티아나를 본다.
.......다만 바로 티아나의 표정이 험악해지는 걸 보고 서둘러 말을 이어갔다.
곧, 페리아의 말을 들은 티아나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갛게 물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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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티아나랑이라도 친해져서 다행이야. 이대로 사교회 때까지 티아나가 으르렁거리면 어쩌나 했다니깐.”
새벽에 있던 일을 들은 걸까. 에우드를 불러낸 가레스는, 정말로 안도했다는 듯이 말했다. 또 그 때문인지, 기분도 상당히 좋아 보였다.
“셀레나하고도 빨리 친해졌으면 좋겠네. 뭐, 시간문제라곤 생각한다만.”
“.......그건 아닐 거 같은데요.”
“모르는 일이지?”
가레스는 잠시 뭔가를 상상하던 걸까.
에우드에게 살짝 눈을 돌리다, 다시 말을 이어갔다.
“예를 들어 밥 먹기 전에 ‘어디서’ 마주쳐서, 서로 잡담으로 시작할 수도 있는 거고.”
탈력적인 셀레나와의 잡답이라. 에우드는 아직 잘 상상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가레스의 말은 마냥 농담하는 것처럼은 보이진 않았다.
“가레스님, 그런데 그 사교회라는 건 뭔가요?”
“응? 사교회가 사교회지? ........라고 말하는 건 조금 안 되려나. 그보다 아빠라고 불러달라니깐.”
가레스에게 “네.”라고, 에우드는 가레스의 앞선 말에만 짧게 답했다.
아빠라고 불러달라는 말엔 슬쩍 대답을 피하는 에우드에게 가레스가 쓴웃음 지었다.
“‘메트리 가’가 주최하는 사교회야. 메트리 가는 우리 포에닉스와 같은 10대 귀족 중 하나지.”
“그런 곳에 제가 가도 되는 건가요?”
“‘그런 곳’이기에 네가 가야 하는 사교회야.”
에우드가 순간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자 가레스가 말을 이어간다.
“이번 사교회는 한편으로, 내가 널 입양했다는 걸 알리는 장이 될 거거든. 포에닉스의 변화를 보여주는 거지.”
귀족 가에서 ‘가문 내의 변화’란, 의외로 자주 있는 일이라고 한다.
후계자 문제로 여러 변수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예를 들어 후계를 맡을 이가 다른 가문 쪽에 데릴사위로 가거나, 혹은 그 반대도 있다고 한다.
드물게는 ‘원인 모를 모종의 사고’ 또한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귀족들은 가문의 새로운 변화가 발생할 때 큰 사교회에서 그걸 알린다는 거다.
다만 무언가 연설하듯 대대적으로 알리는 게 아니다. 그저 ‘바뀐 형태’를 조용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그 사교회가 가장 적합해. 메트리 가는 10귀족 중에서도- 이 나라에서도 가장 큰 가문이야.”
“.......포에닉스보다도인가요?”
“포에닉스보다도.”
가레스는 거리끼는 것 없이 순순히 인정했다.
“포에닉스는 적이 많거든.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저쪽에서 알아서 싫어해 준다고 해야 하나. 그래, 견제당하는 거지.”
“견제?”
“10대 귀족 가문은, 과거 전쟁 전까지는 7대 귀족 가문이었어. 즉, 전쟁 이후 대 귀족이 셋 추가된 거지.”
“그렇다면 포에닉스가....... 그 세 개의 귀족 가문 중 하나로 추가되었다는 이야기인가요?”
“그렇지. 포에닉스가 ‘무가’라는 말은 했었지?”
에우드도 드림랜드 시절부터 드문드문 알던 이야기다.
아마 이 나라에서 포에닉스가 무가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은 없으리라.
“이 나라엔 여전히 고지식한 사람들이 많아서. 무공을 세워 높은 위치를 차지한 우리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는 거지. 웃긴 건, 무가로서 힘을 얻은 지가 벌써 50년은 더 된 일인데도 말이야.”
아무리 50년 전이라 해도 다른 귀족들이 보기엔 ‘그럼에도’ 뒤늦게 치고 들어온 가문.
게다가 기존 7대 귀족은 각자의 세력들이 있었는데, 포에닉스는 그런 세력들 중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았다고 한다. 다른 두 대귀족가문이 각자 기존 세력에 들어간 것과는 상반된 선택이라고.
그러면서도 포에닉스 가문이 힘을 키워가니 결국 다른 귀족들에겐 눈엣가시인 거다.
이렇게 대외적으로 적대하는 세력이 많은 탓에, 포에닉스의 실 세력은 절대 크다고 할 수 없다 한다.
다만 드림랜드에까지 퍼졌던 포에닉스의 명성을 생각하면, 의외로 가레스 쪽에서 겸손을 보이는 것일 수도 있으리라. 아무렴 저번에도 가레스는 ‘힘’에 대해서 너스레를 보였고.
“또 사교회 중에서도, 10대 귀족 주최의 사교회는 꽤 의미가 크지. 특히나 이번 메트리 가의 사교회는 그 목적이 특수해.”
“특수하다면.......”
“그때쯤 메트리 가의 ‘차기 당주’가 결정되거든. 즉, 차기 당주가 데뷔하는 무대인 거야.”
유그라시아 최고 서열의 귀족가문.
그 차기 당주라면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 되리라.
“원래 이런 대귀족의 사교회의 경우, 소규모의 귀족들은 그 자리에 불리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 하지. 때문에 이번 사교회장은, 새롭게 일신될 메트리의 밑으로 어떤 귀족가문들이 힘을 가지는지를 보여주는 장이기도 하며-”
가레스는 잠시 고개를 돌렸다.
“-동시에 정치놀이의 장이 된다는 거야. 특히 ‘다음’ 메트리 가는 우리를 포섭하려는 동세를 보였거든. 소속이 없는 우리 포에닉스를 끌어들이는 건, 다른 거대 세력들을 확실히 견제하는 방법이니까.”
그게 바로 메트리의 세력-통칭 메트리 파가 아닌 포에닉스가 사교회에 초대된 이유였다.
거절할 수도 있었지만, 가레스로서는 여러 득실을 고려했을 때 승낙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가레스는 얼마 전 빌려줬던 붉은 깃털펜으로 에우드를 가리켰다.
“너도 그 정치놀이 대상이 될 수 있겠지. 꽤 끈적한 시선으로 각 세력들이 널 바라볼 거다.”
에우드로선 그리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에우드가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자, 집무실의 방에 노크가 울렸다.
똑똑똑, 덜컹-!
“아빠, 에우드 언제까지 붙잡고 있을 거야?!”
티아나가 상당히 헐떡이며 집무실에 들어왔다.
그런 딸의 모습에 가레스는 반갑게 활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티아나. 웬일이니, 네가 집무실에 다 오고.”
아무래도, 티아나가 집무실에 직접 찾아오는 건 많이 없던 일인 듯하다.
다만 티아나는 정작 가레스 쪽엔 시선을 안 주고, 그 앞에 있던 에우드만을 볼뿐이다.
“그래, 우리 작은 딸. 아빠한테 무슨 일이-”
“어, 아빠 보러 온 건 아닌데........ 그보다 오늘부터 얘랑 다시 같이 수업받을 거야! 그니까 빨리 말 끝내고 에우드 돌려줘, 아빠!”
“그, 그러니.......”
딸 아이에게 선택받지 못한 가장.
순식간에 침울한 표정이 전해진다.
........그런 눈으로 봐도 에우드는 억울할 뿐이다.
에우드는 최대한 가레스와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꼬옥.
금세 다가온 티아나가, 에우드의 손을 붙잡았다.
“자, 가자?”
“아, 넵.”
티아나의 이끔에 에우드도 저항 없이 거기에 따랐다.
“맞다, 에우드. 잠깐만.”
두 아이가 나가려고 할 때 가레스는 잊었던 걸 떠올렸는지 에우드를 불러세웠다.
티아나도 그걸 듣고 잠시 에우드를 당기던 걸 멈춘다.
“혹시 ‘머더 메이지’라는 이름, 알고 있니?”
“머더 메이지........?”
그건 에우드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죄송해요, 무슨 말인지 잘.........”
에우드가 모호한 표정을 보이자 가레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활동 시기가 다르니까 어쩔 수 없나.”
“아빠, 그게 무슨 말이야?”
“음, 우리 애들은 아직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
“뭐야, 그게.”
티아나는 가레스에게 혀를 삐죽 내밀었다.
가레스는 그것마저도 귀엽다고 느끼는지 허허 웃을 뿐이다.
다시 원래 분위기로 돌아온 가레스가 두 사람에게 손은 흔들며 배웅한다.
“오늘도 다들 힘내렴~”
집무실을 나오고서 얼마 뒤.
에우드를 붙잡고 성큼성큼 복도를 걷던 티아나가 에우드 쪽으로 고개를 휙 돌렸다.
갑자기 돌아본 것에 에우드도 잠시 깜짝 놀라버렸다.
티아나의 얼굴이 약간 빨개져 있는 건 아마 창밖의 햇빛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티아나, 누나?”
에우드는 또 실수로 ‘님’자를 붙일 뻔한 걸 겨우 참았다.
티아나가 못 알아챈 것에 마음속으로 안도한다. 자칫 찰싹찰싹이 날아올 뻔했다.
“어, 어제.”
“응?”
“어제 고마웠다고!”
조금 뒤늦게 티아나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한다.
에우드는 거기에 어떻게 답할까 하다가 곧바로 입을 열었다.
“나도 재밌었어, 티아나 누나.”
딱히 거짓말 같은 것 없이 자신이 어제 느꼈던 것 그대로 전한다.
그러자 티아나의 얼굴이 좀 더 빨개졌다.
“흐....... 흥. ........빨리 가자, 조안이 기다리고 있을걸!?”
그 말을 하곤 다시 앞으로 성큼성큼.
에우드도 군말 없이 그 이끌림에 따라간다.
........사실 교실에 막상 도착해보니 조안이 기다리기는커녕 아직 오지도 않았다.
여기에 대해서 에우드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건드리지 않는 것이 지금 ‘동생’으로서 옳은 행동.
“웬, 웬일이시죠, 티아나 님?! 그것도 에우드 님을 옆에 꼭 붙여두고.......!”
뒤늦게- 정확히는 정시에 맞춰 교실에 들어온 조안이 놀란 듯한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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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아나와 에우드의 수업이 다시 합동으로 재개된 덕에, 조안은 상당히 여유로워졌다.
원래라면 두 명을 동시에 가르치는 조안 쪽이 힘들 수도 있을 테지. 수업 진행이 꼬일 수도 있고.
그러나 조안은 수업 병행 정도야 눈도 깜짝 않는 수완의 교육자.
아무 문제 없이 효율적인 컨트롤로 두 아이를 가르쳐간다.
티아나도 에우드도 수업태도는 좋은 편이다.
때문에 두 수업의 병렬 진행은 조안에게 큰 시간적 여유를 부여해줬다.
또 이제 남매가 된 두 아이가 친해진 것을 보며 안도 또한 했으리라.
처음엔 불안했지만 티아나도 나름 누나 노릇을 잘 하고 있었고.
그리고 그로부터 며칠 뒤였다.
웅성웅성웅성-
수업이 끝난 에우드가 복도를 걷던 중 창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