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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마검사 도련님-9화 (9/264)

?9회

두 누나에 대해 009.

밤이 되었기에 저택 복도는 그 밝기가 상당히 줄어있다.

물론 앞을 보기 힘든 건 아니다.

오히려 은은한 주황색으로 드문드문 켜진 마석등이 차분한 분위기를 이루고 있었다.

2년간 어두운 곳에만 박혔던 에우드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복도 끝까지 보는 데 무리가 없었다.

티아나는 에우드의 손을 꼭 붙잡고는 복도를 쫑쫑 걸어갔다.

방에서 나올 때 붙잡았던 상태에서 그대로였다.

도착한 곳은 저택의 가장 위층- 5층에 있는 방이었다.

문 앞에는 의외로 깔끔한 글씨로 ‘티아나 공방’이라 적힌 문패가 있었다.

티아나 본인이 글씨를 새긴 걸까.

티아나가 문을 열자 에우드의 코에 잔잔한 약품 냄새가 느껴졌다.

기억났다. 분명 2주 전에 저택 교실에서 느낀 냄새다.

두 사람을 감지한 건지 곧바로 마석등이 켜졌다. 센서형 마석등은 사람을 감지하면 자동적으로 켜진다.

“여기가 바로 내 작업실! 티아나 알라이트 포에닉스의 연금술 공방이야!”

티아나는 백금색 단발을 찰랑이며 자신 있게 에우드에게 말했다.

티아나의 공방은 전체적으로 꽤 푸근한 분위기였다.

곳곳에 보이는 각종 유리병과 램프, 그리고 실린더.

그 외에도 연금술의 결과물인지 여러 액체 같은 것이 채워져 있다.

그러한 유리 재질의 병들을 꽂아두는 홀더들도 즐비했다.

또 저택의 다른 방들과는 달리 매끈한 회색 벽돌로 이뤄져 있다. 아무래도 공방전용으로 만든 것 같았다. 에우드에겐 이런 아늑함이 마음에 안정을 가져다주었다.

주변을 둘러보자 벽을 둘러싼 가구들은 여러 작은 서랍들로 이뤄져 있었다.

얼핏 봐도 100칸은 넘어 보였다.

에우드가 그곳에 새겨진 글씨들을 보자, 그게 약초나 재료들을 보관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연금술에 대해 잘 모르는 에우드지만, 적어도 자신과 또래의 여자아이가 다룰만한 장소론 보이지 않았다.

다만 키에 맞춘 건지 여러 가구가 아기자기하게 느껴지기도 했다만.

“-맞다, 미안! 한참 못 만지던 게 있어서, 그거 먼저 가열시켜 두고.......”

티아나는 방에 들어가 서랍을 척척 열어갔다. 거기서 푸르고 황색인 약초들을 꺼내 어떤 램프에다 집어넣는다. 몇 가지 조작을 하더니 램프에 작은 불을 지폈다.

티아나는 마법 또한 사용할 수 있는 듯했다. 손가락 끝에 아주 작은 불길이 보인다.

처음엔 아무 변화가 없었지만 조금 뒤 보글보글 소리가 들려온다.

공방 전체에 가득한 약품 냄새에 다소 상쾌한 박하 향이 돌았다.

에우드는 슬쩍 다가와 티아나의 표정을 살핀다. 재밌어 죽겠다는 표정.

요 2주간은 거의 으르릉거리는 것만 봤는데 참으로 달라 보였다.

고개를 돌리다 어느새 가까이 와 있는 에우드에게 티아나가 순간 놀라버린다.

그새 집중한 건지 에우드가 옆에 다가온 걸 몰랐던 것 같다.

“역시 공방을 비울 때는 가열하면 위험하니까. 그래서 내가 직접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데, 최근엔 많이 오질 못했거든.”

에우드는 가열을 시작한 램프를 유심히 바라봤다.

“이건....... 포션을 만들고 있는 건가요?”

“일단 그건 포션. 그래도 전문 약사들이랑은 조금 다른 포션이라. 아, 만드는 건 다른 것도 많아. 마석같은 걸로 결정도 만들고. 맞다, 여기 마석등이랑, 저택에 쓰는 마석등 몇 개는 내 결정으로 만든 거야!”

원래 마석등은 품질 좋은 돌과 여러 마력 광원체를 이용해 전문 연금술사들이 만든다고 한다. 티아나 또한 그런 기술을 직접 다룰 수 있다는 것이다.

티아나 말로는 가레스와 저택 기술자에게 떼를 써 시범 사용할 수 있게 했다고.

그 외에도, 티아나 자신의 방이나 셀레나의 방에다가도 수제 마석등을 설치한 모양이다.

“후흐흥. 언니한테는 허락 안 받고 교체했는데 못 알아채는 걸 보면 성공작이지.”

셀레나 쪽은 독단적인 교체인듯했다.

방 주인이 그 변화를 못 느끼고 있다는 건 전문가들의 기성품에 맞먹는 품질이란 것.

이건 대단한 게 맞다.

에우드가 순수하게 놀라는 모습을 보이자 티아나의 입꼬리가 조금씩 올라갔다.

“자, 어때! 난 이렇게 번듯한 취미를 가지고 있지!”

티아나는 오른손으로 한 번 백금색 단발을 튕기곤 자랑하듯 콧대를 높인다.

솔직히 에우드도 대단하다고는 생각했다.

“대단하시네요, 티아나님.”

“응!? 대, 대단!?”

“네, 정말로.”

갑자기 들어온 동생의 칭찬에 티아나가 깜짝 놀라버렸다.

티아나가 에우드의 표정을 보자 아까와 같이 거짓없는 표정이 보였다.

자랑은 잘 하지만 칭찬에는 의외로 약한 티아나다.

티아나는 자신도 모르게 배시시 웃어버렸다.

“포에닉스가 무가, 무가, 이런 식으로 주변에서 불리지만, 난 영 몸 움직이는 건 취향이 아니란 말이야. 포에닉스가 원하는 인재가 아니란 거지.”

에우드는 티아나가 준 막대사탕을 핥으며 이야기를 들었다.

책상 위에 놓인 가열램프를 지켜보기 위해 두 사람은 책상 앞에 의자를 놓고 함께 앉았다.

티아나의 공방에는 달달한 사탕들이 여럿 있다.

단 음식이란 것은 사치품에 속하는 것일 텐데 티아나는 연금술로 그걸 만들 수 있다고.

덕분에 에우드의 마음속에서 연금술에 대한 평가가 수직 상승하고 있었다.

단것을 많이 먹어보지 못한 에우드인 만큼 큰 가산점이다.

이런 달콤한 사탕은, 가족들이나 저택의 사용인들에게 자주 나눠준다고 한다.

티아나의 말투는 다소 고압적일 수 있는데, 역시 이런 여러 면모로 인해 오히려 귀엽게 느껴지는 것이겠지.

에우드가 계속 가까이에서 보자 티아나는 참 표정이 다양했다.

“그래서 알베르토의 수업도 그리 심하게 받지는 않아. 대략 체력단련 정도로만. 엄마는 별로 안 좋아하지만.”

“하지만 셀레나님은 알베르토님의 수업을 매일 들으셨죠.”

“언니는 나랑 다르게 완전히 포에닉스 체질이니까. 엄청 세다고~ 과자 먹을 때는 오히려 덜 떨어져 보이는데!”

언니인 셀레나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했다만, 그 또한 서로 친하기에 하는 말 같았다.

“그런데 그보다-”

티아나는 물고 있던 막대사탕을 입에서 떼고 에우드에게 말했다.

“그 ‘님’ 좀 그만두면 안 돼?”

“네?”

“그리고 존댓말도.”

“아니 어떻게, 전 그럴 수 없어요.”

“사용인들한테도 존댓말 쓰는 건 나도 알고 있는데.”

공방에 놓인 작은 나무 의자에서, 티아나는 다리를 붕붕 흔들었다.

“네가 임시적인 거든 원래 드림랜드 출신이든, 지금은 가족이니까. 내가 누나고. .......존댓말 하지 마. 그리고 ‘티아나 누나’라고 부르고.”

“하지만 티아나님-”

티아나가 아까처럼 손을 위로 들기에, 에우드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

여기서 더 따졌다간 또 찰싹찰싹 맞으리라.

“티아나....... 누나.”

“좋아.”

티아나가 그 손을 에우드의 머리에 올리더니, 다시 쓰담쓰담한다.

“언니는 검을 되게 좋아해. 뭐, 그만큼 먹는 것도 좋아하지만. 아마, 지금도 연습하고 있을 걸?”

“이 시간에도 연습하는 건가요-”

“-존댓말.”

“......이, 이 시간에도 연습하는 거야?”

에우드는 재빨리 말을 바꿨다.

“좋아하는 거 할 때는 시간 같은 거 신경 안 쓰잖아?”

에우드가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보이자 티아나는 “맞다, 그랬지.”라는 말을 했다.

취미가 없는 아이한테 취미에 대해 말하면 공감을 얻기 힘들겠지.

“언니는 매일 저녁 먹고 나면 알베르토 없이 한 번 더 검을 연습해.”

실제로 에우드와 시간이 겹치지 않을 뿐 셀레나는 자주 홀로 훈련장에 간다고 한다.

헌터들과의 모의전 또한 자주 있다고.

치이이이익-

공방에 막 들어왔을 때 가열을 시작했던 램프에서 끓는 소리가 강하게 났다.

티아나는 투명한 유리관에 비치는 내용물을 보더니, “좋아, 좋아.”라고 혼잣말.

그리곤 무언가의 재료를 더 집어넣는다.

방금전까지 살짝 씁쓸하고 달달한 냄새가 났던 것이 청량한 향으로 변해간다.

“연금술을 하는 거에 엄마 아빠도 그리 반기는 분위기가 아닌 거 같아서, 처음엔 방에서 했어.”

“그렇구나.”

“그리고 한 번 불났어.”

“.......어어어?”

지금 엄청난 말이 지나갔다.

“엄청 혼났지~!”

에우드는 왜 2주 전에 조안이 그리 격하게 반응했는지 이제야 이해했다.

이 누님, 전과가 있던 것이다.

에우드가 비교적 나중에 알게 되는 사실이지만, 그 뒤로 저택 곳곳에 화재가 즉각 진압되는 마법이 걸려 있다나. 포에닉스 헌터대의 화재 대응 훈련까지 있다고.

........당연히 이 전과범(티아나)에 대한 조치겠다.

그래도 티아나는 이제 공방 밖에선 불을 다루지 않는다고 한다.

저번 실험 때는 티아나도 불이 아닌, 순수 마력열을 이용한 간단한 과정만 했다고 한다.

또 자신이 보는 앞에서만 불을 다루는 듯하다.

지금도 계속 램프의 불을 확인하고 있었다. 반성은 확실히 하는 걸까.

“뭐 결국 그런 사건으로 아빠가 공방을 만들어줬다는 거지. 아하하, 내 승리!”

푸근함을 물씬 풍기는 공방의 벽돌도 분명 화재 방지가 목적이리라.

티아나는 ‘내 승리’라고 말했지만, 분명 모두 가레스가 티아나를 생각해서 조치해준 것이리라.

그 뒤로 에우드는 티아나와 꽤 오랜 시간을 이야기했다.

물론 에우드가 이야기를 하기보단 대부분이 티아나의 이야기.

연금술에 꽤 신기함을 느낀 에우드가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반짝인 덕일까.

티아나는 정말 기쁜 듯 입을 꼭 다물다가도 얼굴을 상기시키며 말을 이어갔다.

지금껏 다른 사람한텐 많이 말하지 못한 연금술에 대한 이야기를, 쉴 새 없이 에우드에게 전한다.

“저번에 돌아온 우리 저택 헌터팀들 봤지?! 우리 헌터팀들은 여러 소재를 많이 가져오거든! 거기서 엘리리한테- 아, 페리아의 언니야! 엘리리한테, 연금술 소재가 될 수 있는 약초나 몬스터 소재 같은 것도 받아!”

“또 이건 내가 발견한 건데, 이 ‘악시아 나무 잎’이랑 ‘카바나 열매 씨앗’이랑 같이 달이고 달이면-”

“10대 귀족 중에서도 ‘라그나릴’이라는 가문이 연금술에 전문적이야! 그래서 아빠한테 부탁해서, 가끔씩 만나서 이야기도 들어!”

다만 거의 3시간을 이야기했음에도 이야기는 다 끝낼 수 없었다.

에우드는 한 번 자다 일어난 덕에 덜 졸렸지만, 티아나는 도중부터 꾸벅꾸벅거리기 시작했다.

티아나로선 정말 오랜만에 만난, 연금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상대다.

3시간 만이 아니라, 하루 종일 떠들고 싶었으리라. 그러나 그녀의 어린 몸이 그걸 허락지 않는다.

물론 새벽이 가까워진 만큼 어린아이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졸릴 것이다.

“티아나 님- 티아나 누나, 자는 게 좋지 않아?”

“으아아아....... 아직, 아직....... 아직 할 말 많은 데에에........”

꾸벅꾸벅 졸던 티아나는 자리에서 손을 뻗어, 램프의 불을 껐다.

티아나 또한 자신이 한계인 것을 안 것 같다. 졸음 때문에 방금 전 에우드의 존댓말에도 반응하지 못했다.

휘청거리는 팔로 램프 위에 놓았던 유리관을 코르크 마개로 막는다. 그리곤 홀더에 집어넣는다. 졸면서도 위험할 수 있는 건 본능적으로 치워가고 있다.

꾸벅꾸벅.

결국 에우드의 몸에 기대 잠들어버린다.

“.......티아나 누나?”

에우드는 한 번 깨울까 하다가 지금 상태를 보니 깨워도 제 발론 못 걸을 것처럼 보였다.

조금 더 기다려봤지만 티아나가 일어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잠시동안의 고민 후 에우드는 티아나를 양손으로 들어 올렸다.

똑똑-

급탕실의 문으로 노크가 들려오자, 메이드인 마리와 매디는 무슨 일인가 싶었다.

“셀레나님인가?”

“셀레나님이면 지금쯤 자고 있을걸?”

“티아나님도 이 시간까진 못 버티시고. .......혹시 안주인님?”

갸웃하면서 매디는 급탕실의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방문자의 눈높이는 상당히 낮았다.

“에우드님! 어머, 그리고....... 티아나님!?”

“밤중에 죄송해요. .......티아나 누나 방이 어디죠?”

에우드가 티아나를 양손에 들어 안고 있었다.

아무리 티아나라 해도 아이에겐 무게가 상당할 텐데, 무리 없이 드는 모습에 두 메이드 모두 놀라버렸다.

“공방에 있다가 잠들었거든요.”

에우드가 상황을 전하자 두 사람은 꽤 깜짝 놀란 눈치였다.

그도 그럴 게 티아나의 공방은 이 저택에서 가장 높은 5층에 있다. 그리고 이 급탕실은 건물의 2층. 3층이나 차이 나는 거리다.

그런데 이런 조그만 아이가, 자신이랑 별 차이 안 나는 티아나를 거기서부터 들고 내려온 것이다.

“티, 티아나님 어서 저희에게 주세요, 에우드님!”

“저희가 들고 모실 테니까요!”

“괜찮아요. 방만 안내해주시면 제가 들고 갈게요.”

그러면서 에우드는, “가벼운걸요.”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놀라면서도 이 소년이 그 알베르토의 수련을 받고 있단 걸 기억해낸다.

포에닉스 헌터대 총괄자의 수련을 수 시간도 버티는 데, 티아나의 무게를 못 버틸 리가 없을 테지. 게다가 씻길 때 봤던 근육도 있었고.

곧바로 두 사람 중 매디가 앞서 에우드에게 티아나의 방을 안내해준다.

티아나의 방인 3층에 도착할 때까지도, 에우드는 어떤 휘청거림도 없이 담담히 걸어갔다.

참으로 든든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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