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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마검사 도련님-8화 (8/264)

?8회

두 누나에 대해 008.

사실 침입이라고 할 것도 없겠지. 문은 잠겨있지 않았으니까.

그렇지만, 보통 메이드들이나 집사들은 용무가 없는 한 이 시간에 방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게 교육받고 있다고 에우드는 조안에게 들었다.

메이드가 아니라면 누구란 말인가.

기척의 기운으론 가레스나 알베르토도 아닌데.

그 순간 에우드-

우드에게 드림랜드에서 겪었던 기억이 스쳐지나갔다.

([“오늘의 투기장은, 새로 온 드림랜드 노예들의 ‘살아남기’다!!”])

(“““------!!”””)

최근 느꼈던 시선. 그리고 드림랜드에 막 끌려갔을 때의 기억.

그것들을 떠올려버리자 온 감각을 곤두세워 침입자의 위치를 파악한다.

유예는 없다. 파악이 끝난 순간 곧바로 행동은 개시된다.

재빨리 책상 위의 펜을 움켜쥐어 뛰어들었다.

파아아아앗!!

“꺄아아아악!?”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상대를 제압하는 데까지는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우드는 단숨에 맹수처럼 뛰어들어, 기척을 내는 이에게 몸을 날렸다.

펜촉 끝을 상대의 목 끝 가까이 가져다 댔다.

경계심과 흥분에 숨을 거칠게 쉬었다.

우드는 자신의 공간에 침입한 존재를 번뜩이는 눈으로 바라봤다.

“.......어?”

“아야........ 야, 뭐 하는 거야, 너!!”

우드가 깔고 앉아버린 인물이 서둘러 우드를 밀쳐냈다.

어느새 방에 달린 마석등이 켜진다. 우드와 방문자의 그림자가 거둬졌다.

“뭐냐고?! 아프다고 진짜! 그렇구나, 어쩐지 한동안 얌전하다 했는데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어!”

“왜, 왜, 티아나 님이.......?”

우드에게 깔린 인물은 티아나 알라이트 포에닉스.

2주 전, 우드의 작은 누나가 된 소녀였다.

“아빠한테 이를 거야!”

우드는 그제야 지금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를 이해했다.

백금색 단발머리의 소녀에게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드림랜드에 있을 땐 수면 시간에 방에 누군가 들어온다는 건 위험경보와 같다.

그건 ‘죽을 게 분명한 상황에 놓인다.’는 의미다.

주로 ‘살아남기’같은 것에 나가는 노예들은 새벽 중에 먼저 끌려나간다. 그들의 냄새를 몬스터에게 알려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노예의 냄새를 먹이로 인식시키고, 이어서 몬스터를 강렬하게 흥분시키는 의도인 것이다.

그리고 드림랜드의 근 2년간 새벽 중에 끌려나간 노예 중 누구도 돌아온 적 없다.

우드와 ‘어떤 소녀’를 제외하고 말이다.

살아남기를 당하고 죽음의 줄타기에 오락가락하던 기억.

살아남았음에도 고통스러운 기억.

그건 아직도 우드의 깊은 곳에 박혀 있다.

우드가 오로지 살기 위해 그 힘이 점점 규격 외로 강해져 갔음에도 똑같다.

수차례를 줄타기에 올라탄 적 있기에 두려움을 계속 느낀다.

“죄송해요.......”

그러나 더는 드림랜드가 아니다.

여기는 포에닉스의 저택.

적어도 현재의 자신은 우드 갈레아가 아닌 ‘에우드 홀라이트 포에닉스’.

안도와 함께, 에우드는 고개 숙여 티아나에게 사과했다.

“뭐, 뭐냐고........”

순식간에 고개 숙이고 침울해진 ‘동생’을 보며 티아나는 화내던 것을 멈췄다.

“아파라........ 너 정말로 힘세네.”

“.......죄송합니다.”

“언니보다 더 셀지도 몰라.”

“.......죄송합니다.”

“아, 됐어! 이제 화 안 낼 테니까 좀 그만 사과해!”

그렇게 말하면서도 또 티아나가 화를 내자, 에우드는 “죄송합니다.......”라고 한 마디 더 해버렸다.

에우드의 머리 위로 귀여운 손바닥이 찰싹 내리친다.

겨우 상황이 진정된 두 사람은 방바닥에 쪼그려 서로 마주 앉고 있었다.

티아나로서는 정말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방금까진 분명 무서울 정도로 덤벼들었는데.

막상 불이 켜지고서 엄청 놀라더니 이번엔 계속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티아나는 이미 8살부터 포에닉스 가에서 여러 처세나 사교를 배워왔다.

또한, 어머니인 로로나에게서 ‘보는 법’ 또한 조금은 배우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 에우드의 행동이 연기가 아님은 티아나도 알 수 있었다.

너무 침울하다 보니 역으로 티아나 쪽에서 잘못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 분명 자고 있는데 몰래 방에 들어간 티아나가 먼저 잘못했지만.

요 2주간 티아나는 에우드를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첫날에 그 난리를 피었던 탓일까. 조안은 그 이후로 에우드와 함께 수업을 진행치 않았다.

처음엔 아이고 잘됐다 했는데.

그러고 나서 보니 웬걸, 역으로 ‘드림랜드 출신의 소년’을 감시할 기회를 잃은 것이다.

분개한 나머지 중요한 걸 놓쳐버렸다.

언제 본색을 드러낼지 모르는데 그걸 지켜볼 수 없게 되다니.

그나마 만나는 건 가족끼리의 저녁 식사 정도였다.

하지만, 겨우 식사 시간 조금 가지곤 감시가 가능할 리 없다. 먹는 중 에우드를 노려보고 있으면 혼나기도 했고.

그렇다고 뒤늦게 다시 합방 수업을 해달라고 하기엔 또 좀 그랬다.

엄격한 조안이다. 분명 왜 갑자기 말을 바꿨는지에 대해 올바른 설명을 요구하겠지.

게다가 또 노려봤다간 뺨을 잡아 당겨지리라.

......티아나는 솔직히 혼나기 싫었다. 혼날 짓은 많이 하지만 그렇다고 혼나고 싶다는 건 아니다.

결국 티아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에우드의 뒤를 쫓아 감시해갔다.

그렇게도 좋아하는 연금술 실험을 잠시 뒤로 미룰 정도였다.

도중 언니인 셀레나에게도 협력을 요구했지만-

(“.......패스.”)

자신의 언니지만 정말 도움 안 된다고, 티아나는 감추는 것 없이 셀레나에게 소리쳤었다.

당연히 셀레나는 어떤 반응도 없다. 그냥 쿠키나 뽀샥뽀샥 먹고 있을 뿐.

검을 들 때는 참으로 믿음직한 언니인데.

이렇게 침대 위에 있으면 그냥 먹기 좋아하는 답답이일 뿐이다.

(“답답이! 언니 답답이답답이답답이!”)

(딱콩!)

(“히약!!”)

그런 주제에 놀리면 또 바로 반응한다.

티아나는 셀레나의 방에 있는 목검으로 머리를 한 대 맞았다. 엄청 빨라서 목검을 쥐는 줄도 몰랐다.

이어서 셀레나는 “검에 관련되는 거면 생각해볼게.”라고 말을 더했다만, 티아나는 거기에 “흥!”하고 답할 뿐이다.

게다가 아빠인 가레스의 경우,

(“어휴, 괜찮다니깐.”)

.......라고 말했다.

하여튼 그 언니에 그 아빠다. 대충대충인 건 똑같다니깐.

사실 티아나는 자신의 아빠에 대해 조금 못 미더운 느낌을 가지고 있다. 존경하지 않는 건 아닌데 그래도 속기는 쉬워 보인다고 해야 할까.

아마 가레스가 들으면 웃으면서 울 것 같다만.

어쨌든 가장 중요한 건 알베르토와 조안, 그 두 사람이 없을 때다.

그때 가면 분명히 본색을 드러낼 거라고 티아나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고서 2주가 지났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라. 별 나쁜 생각은 안 하는 거 같은데........ 아니, 아직 속으면 안 돼!’

물론 이런 건 오랜 시간을 두고 간을 봐야 하는 게 맞다.

겨우 2주 가지고 판단하긴 너무 섣부르다.

그렇지만...... 의외로 에우드의 2주간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그 깐깐한 엄마가 아무 말도 안 할 정도다.

저택에 연수를 오는 메이드들이 조안보다도 더 공포에 떠는 게, 바로 티아나와 셀레나의 엄마인데.

특히 사용인들 사이에서 평이 좋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메이드들에게 다가가, 수상한 일 없냐고 묻자-

(“으으음- 아마, 아닐 거예요. 첫날부터 봤지만, 나쁜 일을 꾸밀 분은 아니에요.”)

(“숙제 열심히 하고.”)

(“씻길 때도 참 얌전했죠.”)

(“잔근육 의외로 많았지?”)

(“후후, 만지는 맛이 있었죠.”)

(“!?!?”)

.......도중에 성희롱이 들리긴 했다만, 어쨌든 평가는 전반적으로 좋았다.

심지어 지금 ‘포에닉스’의 이름을 받은 후임에도, 메이드들을 돕는 때도 있다.

티아나도 몇 번 봤었다.

그래도 보이는 것만 믿으면 안 된다.

‘외관에 속지 말라’- 연금술을 하는 이들이라면 마음 깊이 새겨야 할 격언이다.

연금술이라 속이고 도금처럼 겉만 바꾸는 일이 있으니, 내면을 볼 때까지 판단을 유보하란 의미다.

그런데 이 애는 보면 볼수록 도금조차도 아니라 그냥 꾸밈도 없는 철 세공품 같았다.

하도 투박해서 도금이라도 해주고 싶을 정도다.

“깜, 깜짝 놀랐던 거야........?”

티아나가 자주 틱틱대긴 해도 결국 착한 아이.

티아나는 역시 생각해보니 자기 잘못이 컸나 싶어, 에우드에게 슬쩍 물어봤다.

그야 자신도 자다가 누가 오면 깜짝 놀라긴 하지 않겠는가.

“자고 있을 때........ 누군가가 접근하면 위험해요. ......그래 왔어요.”

“위험해?”

하지만 티아나에게 에우드의 대답은 ‘놀랐다’보단 ‘경계’로 들렸다.

“드림랜드에선 밤에 끌려가면, 나쁜 일이 일어나요.”

“나, 나쁜 일이 뭔데?”

“돌아오지 못해요. 웬만해서는.”

돌아오지 못한다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당연했겠지.

그제야 티아나는 자신이 상당히 미안한 행동을 저질렀음을 이해한다.

본의 아니게 겁을 줘버렸다.

드림랜드에 대해 사실 티아나도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그래도 그곳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는 알고 있다.

정말 무섭고, 무서운 몬스터들로 가득한 장소.

진짜로 이 소년 또한 무서운 사람 중 하나일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소년이 뭔가에 계속 두려워하고 있다는 건 사실이다.

“.......미안해.”

아까는 찰싹 내리쳤던 손으로 티아나는 동생의 머리를 쓰담쓰담했다.

에우드는 오랜만에 받아보는 쓰다듬을 저항 없이 받아들였다.

겨우 진정이 되자, 에우드는 당연하게 떠오르는 질문을 전한다.

“그런데 티아나님은 무슨 일로 오셨나요?”

“어?! 아........”

티아나의 쓰담거리던 손이 멈춰버렸다.

입술이 물결치듯 난감을 표한다.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걸까.

결국 한숨과 함께 에우드의 물음에 답했다.

“맨, 맨날 일찍 들어가길래. ........뭘 꾸미고 있나 해서.”

에우드는 거기서 지금껏 느끼던 시선의 주인이 누구인지 안 기분이었다.

다만 구태여 말하진 않는다.

티아나는 벌써 몇 차례나 사과를 전하고 있으니, 에우드도 더 몰아가길 바라지 않았다.

“꾸미지 않아요, 티아나님.”

“......흥.”

에우드가 고개를 들고 쓴웃음으로 말하자 티아나는 고개를 슬쩍 돌렸다.

“그리고 빨리 들어가는 건 별 이유가 있던 건 아니에요.”

“그럼, 맨날 뭘 하고 있는 건데?”

“숙제가 많아서요.”

“숙제? 조안이 주는?”

“네.”

에우드는 자리에서 일어나 수 시간 전 끝낸 조안의 숙제를 가져왔다.

“뭐야 이거, 왜 이렇게 많- .......근데 왜 이렇게 쉬워?”

“쉬, 쉬운가요.”

에우드가 진행하고 있는 부분은 아무래도 티아나에겐 상당히 수준 낮은 레벨인 듯하다.

에우드는 아까까지 낑낑거리며 풀은 문제였다.

이어서 에우드의 숙제를 보던 티아나가, “응? 이거 틀렸는데?”라고 말했다.

.........오래는 걸렸어도 정답률엔 자신 있었는데. 에우드로서는 꽤 충격적인 제보였다.

티아나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다시 풀었다.

“흐응........”

티아나는 신기함과 불만스런 반응을 요리조리 번 갈아간다.

“숙제 끝나고 바로 자면 너무 심심하지 않아? 여기 오기 전엔, 취미 같은 거 없었어?”

“없었어요.”

“하나도?”

“.......할 수 있던 게 없었어요.”

“으으.”

티아나는 아까부터 계속되는 안타까움에, 몸부림 가까운 움직임을 자주 보여 버렸다.

아무리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 해도, 소년의 출신을 고려하면 모두 납득된다.

“2주 동안 숙제만 하고, 다시 자고를 반복했다니. 나 같으면 벌써 도망쳤을 거야. 그래, 이제부터는 취미를 찾는 거야! 공부에 숙제에 수련만 하고 잠들다니, 그런 삭막함은 너무 일러!”

그 기세에 압도되어버려, 에우드는 자신도 모르게 티아나에게 고개를 두어 번 끄덕였다.

그러다가 2주 전에 봤었던 것을 떠올린다.

“티아나님은 그럼 취미가 연금술인 건가요?”

그러자 그 순간 티아나의 눈이 크게 떠졌다.

“티아나님?”

“......후후훗.”

의미심장한 웃음. 이어서 눈을 반짝거리더니 그 눈을 에우드에게 바짝 가까이한다.

가레스와 비슷한 행동이었다. 에우드는 순간 ‘정말 친딸 맞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아주 좋은 질문이야. 이제 잠 깼지?!”

티아나는 에우드의 손을 잡아 자리에서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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