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회
두 누나에 대해 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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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예의 교육에 대해서는 알베르토가 맡는다고 한다.
수많은 검술과 격투술의 유파를 익히고 있기에, 에우드에게 걸맞을 기술들을 전수해줄 수 있을 거라고.
에우드도 거기에 납득하면서 알겠다고 답했다.
“게다가 이 저택에선 알베르토 정도만이 네 상대가 될 거니까.”
그 말을 들은 에우드는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방금 무예를 배우라는 말에도 바로 수긍한 에우드다. 그런 식으로 표하는 궁금증에, 가레스는 흥미롭다는 듯 시선을 준다.
“에우드, 무슨 일이지?”
가레스는 지금 든 흥미를 바로 에우드에게 물었다.
“.......가레스 님이 이 저택에서 가장 강하시지 않나요?”
그 말에 가레스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에우드.”
설마 건들면 안 되는 내용일까.
갑작스레 조여 온 분위기에 에우드는 압박감을 살짝 느낀다.
“-아빠라고 부르랬지?!”
아니, 아쉬움 때문인 듯하다.
곧바로 알베르토가 뒤에서 “가레스님, 제발 체통을.”이라며 권고한다. 이어서 조안이 헛기침을 하자 가레스와 알베르토가 히끅하며 행동을 거뒀다.
조안의 엄격함은 나이를 불문하고 통하고 있다.
“아하하, 사실 틀린 말은 아닌데 또 맞는 말도 아니야.”
서둘러 분위기를 바꾸며 가레스가 말했다.
“난 입장 상 함부로 힘을 써서는 안 되거든.”
“입장인가요?”
“여기에 대해선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만큼 무방한 거라. 뭐 설령 힘을 쓴다 해도 너나 알베르토를 쉽게 제압할 수 있다는 생각은 절대 안 들지만.”
에우드는 알베르토의 반응을 살짝 살폈다.
알베르토가 어깨를 아주 조금 으쓱이는 것이 아무래도 방금 말은 거짓말인 듯하다.
물론 에우드가 보기엔 알베르토도 여전히 괴물같이 느껴지고 있다.
에우드가 어제 마차에서 느꼈던 감각은 절대 틀리지 않았으리라.
“그럼, 교육방침에 대해선 얼추 설명이 끝났고, 납득도 해줬으니.”
가레스의 말에 조안이 기다렸다는 듯 에우드에게 다가왔다.
“조안.”
덜컹!
조안은 어제 에우드의 짐을 담았던 가방보다도 더 큰 가방을 들었다. 그것을 에우드의 앞에서 열었다.
에우드는 순간 흠칫 놀라버렸다. 곧 그 가방의 내용물이 뭔지를 알아챈다.
여러 서적과 종이들.
글씨를 읽을 수 있는 에우드이기에 서적에 적힌 제목이 뭔지 알 수 있었다. 아마 교재용 서적일 테지.
조안은 외 안경을 살짝 만지더니 순식간에 어떤 종이를 꺼냈다.
“글을 읽을 수 있다니, 덕분에 수고가 줄었습니다. 지금부터 1시간.”
여러 문제가 적혀 있는 종이였다.
“전력을 다해 풀어주시죠.”
이날 에우드는 살면서 처음으로 시험이라는 것을 치렀다.
결론부터 말하면 시험 결과는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었다.
처음 겪는 시험임에도, 에우드는 문제에 대한 답을 적지 못하는 게 얼마나 답답한 일인지를 실감했다.
애초에 갑자기 역사 같은 걸 물어봐도, 또 문법 같은 걸 물어봐도 어떻게 대답하느냔 말인가.
지식과 교양의 질문이 가득한 시험지는 솔직히 미노타우로스조차 ‘따위’로 말해야 할 만큼 두려웠다.
써볼 수 있는 말은 어떻게든 다 써봤지만 역시 빈칸이 대부분.
한계는 명확하다.
에우드가 헛손질하듯 답을 적은 시험지를 조안은 자세히 들여다봤다.
사실 채점 자체는 엄청 빨리 끝났다. 푼 시간 1시간. 채점엔 5분.
하지만 조안은 계속해서 시험지를 보고 있었다.
그게 어떤 의도인지는 에우드만이 몰랐던 걸까.
가레스와 알베르토는 당연하다는 듯이 기다리고 있었다.
30분 정도가 흘렀으리라.
조안은 외안경을 내리곤 뻐근해진 눈을 누른다.
“어떤가?”
“끔찍하군요. 글을 알고 있다고 해서 너무 방심하고 있었습니다.”
“아하하하!”
조안의 에우드에 대한 평가는 꽤 신랄했다.
가레스는 웃음을 터트려버린다.
“뭐, 전 솔직히 바로 얼마 전까진 글씨부터 전부 가르쳐야 한다고 각오하고 있었으니 말이죠. 이 정도면 충분히 해결 가능합니다.”
조안은 에우드의 시험지를 가방에 넣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우드님의 수준은 파악이 되었으니, 오늘부터 거기에 맞게 수업을 진행하겠습니다.”
에우드는 조안의 뒤를 따라 이동했다.
조안은 아까 가지고 있던 거대한 가방을 여유롭게 들곤 에우드를 안내하며 걸어간다.
“저희가 수업을 진행할 곳은 저택에서 다목적으로 사용하는 교실입니다. 저택 전반으로 우선 10개 정도가 배치되어 있죠.”
저택이 매우 넓다 보니 딱히 특이할 일은 없겠지. 의문이 드는 점은 그 다음이다.
“......저택인데, 수업을 받는 사람이 많은 건가요?”
“그렇게 느끼실 수 있겠군요. 하지만 전부 쓰는 건 아닙니다. 보통 사용되는 것이 넷. 그중 셋은, 일반적으로 조례와 종례로 사용인들에게 업무지시를 하는 것에 사용합니다.”
저택에 있는 사용인들의 수를 다 합치면 총 100명 정도.
이 저택에만 있는 것은 아니며 포에닉스 저택 부지 전반에 걸쳐 퍼져 있다고 한다.
포에닉스 일가는 물론 사용인들의 식사를 책임지는 요리사들.
가사를 돕는 집사나 메이드들부터 하여 경호 및 원정 전문의 헌터 팀들.
그리고 그 헌터 부대의 지원과 그 외 저택의 여러 마법가구들을 조정하는 기술자들.
이외에도 미화 담당이나 회계 담당 등.
이 포에닉스 저택은 상당한 인원의 유기적인 활동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덕분에 아침 근무가 시작될 때는 꽤나 장관인 듯하다.
그리고 이 조안이 바로 그 사용인들을 관리하는 총괄자이자, 저택 최고참 메이드.
최고참 메이드가 동시에 교육담당이라는 것은 역시 이 여성의 능력을 시사하는 부분이겠지.
“또 신입 사용인이 있을 땐 그런 사용인들의 교육용으로도 겸하고 있습니다. 페리아도 사실 얼마 전에 교육이 끝났답니다.”
페리아의 경우 다른 사용인들보다도 어린 나이에 들어왔다고 한다.
원래 포에닉스 저택의 최소 지원 나이는 13세라고 한다.
페리아의 경우 11세에 포에닉스 저택에 들어온 것이다.
헌터 대의 멤버 중 한 명이 그녀의 언니라고.
어떠한 사정이 있다 보니 특별히 언니와 함께 생활하도록 근무를 인정해줬다고 한다.
“그 외에도, 3개월에 한 번은 집사나 메이드의 연수를 받으러 오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들이 오는 경우, 저택 교실의 대부분이 사용됩니다. 사실상, 그런 외부의 손님들을 맞이하는 목적이죠.”
외부에서 사용인 교육을 받으러 온다는 건 에우드로선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만큼 포에닉스의 위상은 높다고 한다.
도시의 지배자인 포에닉스 가문에서 사용인이나 헌터로 활동하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 따르는 일이라고.
방문 앞에 도착해 조안이 문을 열자 넓은 교실이 펼쳐졌다.
확실히 이 정도라면 사용인들이 모이기엔 충분하고도 남았다.
에우드가 교실 내부에 감탄하며 둘러볼 때였다.
........묘한 약품 냄새와 함께 돌이나 철 따위의 냄새가 풍겨왔다.
“음......? 저런, 티아나 님! 또 무슨 실험을 하고 계시는 겁니까!”
“으익?! 조안, 벌써 왔어?!”
조안이 누군가를 발견하더니 빠른 걸음으로 향해갔다.
그리곤 머리로 꽂히는 딱콩.
백금색의 단발을 찰랑거리면서 아픔을 호소한다.
“아, 진짜! 왜 먼저 때리고 보는 거야!”
“폭력이 사용되어야 할 때까지 행동을 안 고치시니까 그렇죠!”
에우드가 슬쩍 고개를 돌리자 교실 안엔 여러 실험도구가 있었다.
아마 그건- 마법에서도 연금술에 가까웠을까.
티아나는 그것을 대략 3m 정도의 범위로 펼쳐두고 있었다.
물론 교실은 넓기에 전혀 문제는 없다만.
“실험하는 걸 부정하는 게 아닙니다! 적어도 불을 다룰 땐 이런 데에서 하지 말라는 겁니다!”
“아, 알게써, 아게흐히까! 그히고 이헤흥 불 안 써!!!”
조안이 뺨을 잡아당기자 티아나가 벗어나기 위해 격하게 저항했다.
“아아아!?”
이어서 티아나가 에우드를 발견하자 크게 소리를 냈고, 조안은 순간 뺨을 놓쳐버린다.
“어, 어쩐지?! 얘랑 같이 수업하겠다고 여기로 오라 한 거야?!”
“오늘부터 에우드님도 제 수업을 받기로 했습니다.”
티아나는 속았다는 표정으로 에우드와 조안을 번갈아 봤다.
그러다 에우드의 시선을 느끼더니 눈을 부릅뜬다.
“뭘 봐!?”
“티아나님, 왜 에우드님께 싸움을 거시는 겁니까!”
“드림랜드 출신이잖아! 거긴 다들 무서운 사람들 투성이라며! 방심하면 당할 거라니깐?!”
티아나는 적대적인 눈빛을 에우드에게 쏘았다. 에우드는 발걸음을 살짝 뒤로 했다.
에우드는 최대한 심기 건드리는 일은 없게 하려고 했다.
뭐든지 평화로운게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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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조안이 에우드를 티아나와 같은 곳에 데려온 건 가레스의 부탁이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 가레스는 어제 아이들이 마주했을 때가 마음에 걸렸겠지.
설마 그렇게 적대에 무관심일 줄은.
그렇기에 차근차근 딸아이들이 새 동생과 친하게 지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부탁한 것이리라.
하지만 애초에 티아나 쪽에서 경계하고 있는데 어떻게 친해지랴.
다행히 에우드는 그저 최대한 분쟁을 피하며 눈을 돌릴 뿐이다. 우드까지 성격이 날카로웠다면 즉시 싸움이 일어나도 이상할 거 없었겠지.
사실 조안이라고 티아나를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조안도 처음 드림랜드 출신의 소년을 거둔다는 것에 큰 반대를 외쳤었으니까.
그러다 수개월에 걸쳐 결국 가레스에게 설득당해 결국 인정해버렸다만.
솔직히 조안은 아까까지도 이 소년이 가진 힘에 조금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다만 막상 오늘 반응이나 행동을 보니 기우였다.
1년간 가레스가 지켜보고 데려온 만큼 함부로 힘을 휘두르는 쪽은 아닌 듯하다.
시험지를 풀 때도 정답률은 둘째 치고 매우 열심히 하기도 했고.
과거 조안이 자주 봤던 힘만 믿는 꼬맹이들에겐 결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정답율은 정말로 눈물 났지만.
분명 여러가지를 봤기에 이 소년이 이런 성격인 거겠지.
조안은 현재로선 에우드가 누군가에게 위해를 끼칠 아이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어제 가문의 안주인인 로로나가 ‘허락’을 내린 것 또한, 그 안도를 더해줬다.
거짓말이나 처세를 꿰뚫는 게 로로나 알라이트 포에닉스의 눈이다.
로로나는 이 소년을 해는 입힐 아이가 아니라고 여긴 것이리라.
‘다만 티아나님이 이래서야 다 꽝입니다, 가레스님.’
에우드에게 계속 으르렁거리는 티아나를 보며 조안은 이마를 살짝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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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안님의 수업은 어땠나.”
알베르토는 꽂혀 있는 목검들을 손질하며 에우드에게 물었다.
현재 에우드가 온 장소는 저택에 있는 훈련장.
교실이 여럿 있는 것처럼 이 연습장 또한 여러 장소가 구비되어 있다고 한다.
주로 사용하는 인원은 바로 헌터 팀.
몬스터 사냥은 물론 저택의 경비역이기도 한 그들의 훈련장이라 한다.
“수업이 엄격했어요. 그리고....... 티아나님이 무서웠어요.”
에우드는 자신이 느낀 것을 그대로 말했다. 소녀의 폭력성 전달엔 가감을 가하지 않는다.
“자네에게 무섭다는 말을 들을 정도면 포에닉스의 교육은 틀리지 않았나 보군.”
알베르토는 허허허 소리로 웃었다.
조안의 수업은 엄격하긴 했지만 그리 힘들게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에우드가 느끼기엔 생각보다 차분했다고 해야 할까.
뭔가 행동을 할 때마다 혼날 거 같았는데 의외로 조안은 그것을 지긋이 보고 있었다.
그리고 에우드가 종이에서 펜을 떼면 그때부터 하나하나 알려줬다.
연금술 장비를 쭈욱 늘어놨던 티아나도 막상 조안이 수업을 진행하자 빠르게 집중해갔다.
에우드에게 보이는 적개심도 여전했다만.
덕분에 수업이 끝날 때까지 티아나는 조안에게 머리를 다섯 번 정도 쥐어 박혔다.
“티아나님은, 혹시 연금술사인가요?”
알베르토는 에우드의 질문에, “아, 그걸 펼쳐놨었나 보군.”이라 중얼거렸다.
[작품후기]코멘트를 보니 초반에 오해소지가 있어 적어봅니다.
포에닉스 저택에는,
포에닉스 일가 + 디안 헌터팀 다섯 + 조안 + 알베르토.
이렇게가 에우드가 드림랜드 출신임을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