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마검사 도련님-4화 (4/264)

?4회

팔려가다 004.

“나에게는 딸들이 있다네. 한 살 터울에, 서로 사이가 좋은 아이들이지. 우드 자네 나이가 열이었나?”

딸이 있다. 그 말에 우드는 다소 놀랐을까.

꽤나 젊어 보였는데, 벌써 자식이 둘이나 있다는 거다.

“네....... 맞습니다.”

“딸애들은 첫째가 열둘, 둘째가 열하나라네. 그래, 자네의 누나들이지. 그리고 그 아이들은, 3년 후에는 어느 교육기관에 가게 될 예정이라네.”

우드는 지금 이 말과 양자로 들이겠다는 말의 관계성을 이해치 못했다.

“교육기관 이름은 아카데미. 아마 자네도 충분히 알고 있을 거라네.”

아카데미.

세계에서 공인하는 교육기관이자, 내로라하는 마법학교다.

마법사들의 육성은 물론 문관, 무관의 교육, 의술 및 특수한 마법기술자들까지 배출하는 최고교육기관.

입학시험 및 추천과 초청제도를 통해 입학생들을 받아들이고, 다방면에서 재능 있는 이들을 모집하는 유그라시아 굴지의 대학이다.

“우리 포에닉스 말고도, 여러 가문이 아이들을 보내오려나. 이미 보낸 이들도 있고. 똑같이 10대 귀족의 자제들도 올 거라네. 그래서 말이야, 조금 불안하다네.”

“위험하다고요?”

“두 딸만을 보내기엔 아카데미는 너무 다사다난하거든. 아카데미는 그 특성상, 유력가문의 아이들이 많이 입학하지. 그렇기에 당연하게도, 그곳은 ‘작은 정치판’이 된다네.”

우드도 있는 놈들이 많이 오니 당연한 거겠다 싶었다.

있는 놈들은, 당연히 그런 복잡한 것들에 연관되니까.

“요컨대, 생각하려면 할 수 있는 모든 위협이 다가온다는 거지. 그리고 아카데미는 원칙상 재학생에게 절대 종자나 호위를 붙여선 안 되네. 아카데미는 전원 기숙사제.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두 자신들의 재량껏 처리해야 하지. 도와주는 직원들이야 있지만....... 적어도 3년 뒤엔 누구도 손을 써줄 수 없다는 거지.”

가레스는 실눈을 거뒀다.

남자의 열기가 서린 금색 눈동자가, 우드를 향한다.

“종자도 못 데려오고, 호위도 못 데려오고. 그럼 그곳에서 딸들을 지킬 수 있는 건, ‘딸들과 함께 입학하고, 또한 강한 재능을 가진, 믿을 수 있는 형제’이지 않겠나.”

즉, 우드를 형제라는 이름의 ‘방패’로 삼겠다는 의미다.

“그래서, 우리는 아카데미에 들어가기까지 3년간, 자네에게 귀족자제로서 교육을 진행할 거라네. 거짓말을 진짜로 만드는 과정이란 걸세.”

우드는 여러 가지로 빈틈이 많은 계획이 아닌가 싶었다만.

가레스는 곧바로 “어차피 복잡한 절차나 소문 같은 건 전부 내 선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우리가 자네를 귀족자제로 만든다고 말해도....... 자네가 그걸 받아들일지는 다른 이야기지. 그렇기에 우선, 우린 서로의 신뢰를 위한 첫 번째 저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네, 우드.”

가레스의 눈이 계산적인 빛을 띠었다.

“첫 번째 신뢰의 저축은 계약이라네.”

“계약......?”

“사온 주인과 팔려온 노예가 아닌, 개인 대 개인의 계약. 거래. 종교보다도 더욱 이 세상을 성립되게 해주는, 신뢰활동이자 경제활동이지.”

가레스는 자신의 업무용 책상에서 어떤 종이를 새로이 꺼냈다.

알베르토가 그것을 받아 우드 앞의 테이블에 올린다. 우드는 재빨리 그것을 읽어갔다.

“글씨는....... 허어, 읽을 수 있던 것이군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글씨를 대신 읽어주려 했던 알베르토가, 솔직하게 우드에게 놀랐다.

노예 중에서는 글씨를 읽지 못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비단 노예만이 아니다.

이 나라의 문맹률은 높진 않지만, 그렇다고 낮지도 않았다. 하물며 열 살 남자아이다. 모르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으리라.

우드는 천천히 종이에 적힌 글을 읽었다.

그 내용은-

“합리적인 제안이라고 생각하네.”

자신을 다시 돌아보는 우드에게, 가레스는 싱긋 웃음을 전한다.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러했다.

첫째, 우드는 가레스의 두 딸과 함께 아카데미를 졸업할 때까지, 방패역으로서 임무를 수행할 것.

둘째, 우드가 이 저택에서 사는 동안 귀족 자제급의 교육을 보장하고(이것은 방금 전 이야기와 같았다.), 우드에게 자신의 친자식에 걸맞은 대우와 지원을 해주겠다는 것.

셋째, 3년의 저택 생활. 그리고 이후 아카데미의 생활. 그동안 급료로서, 독립 시 필요한 자금을 모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

넷째, 모든 일이 끝났을 때, 그땐 우드의 모든 노예 신분을 없었던 것으로 해준다는 것. 그 경우, 노예 신분을 없애는 동시에 포에닉스가 수많은 지원을 약속하겠다는 것.

마지막으로 다섯째.......

이 조건을 모두 받아들일 시, ‘갈레아 고아원 사건의 진상조사를 도와주겠다는 것.’

‘갈레아 고아원의 사건’.

우드는 자신의 이름과 같은 그 고아원의 이름을 보며, 순간 숨을 죽였다.

“즉, 자네에게 동기를 부여해주는 것일세, 그 계약서는.”

가레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조용히 붉은 깃털 펜 한 자루를 우드의 앞에 놓았다.

“아카데미는 기본 5년제. 즉 이제부터 3년, 아카데미에서의 5년- 적어도 8년 동안 우리의 가족이 되어 임무를 수행해준다면, 내 모든 권력으로 자네의 노예 신분을 없던 것으로 하고, 새로운 인생을 사는 데에 전면적인 지원을 주겠네.”

“.......이런 번거로운 게 없어도, 저한테 명령하시면 다 되는 거 아닌가요?”

“아하하하, ‘고아원’ 이야기를 하면 당장이라도 펜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다만.”

“하지만-”

“난 아까 말했듯이 자네를 가족으로 거두고 싶은 거네. 포에닉스의 새로운 일원으로서. 그리고 나의 딸들을 지켜줄 듬직한 형제로서.”

가레스는 우드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단순 명령체계로 이뤄진 방패는 원하지 않네. 자네와 같이 ‘많은 것을’ 봐버린 아이는, 아마 주종관계로 인한 명령에 그리 얽매이지 못하겠고. 무엇보다 자네는 그럴만한 힘을 가지고 있네. 또 나는 그 힘을 높이 평가하고 있지.”

가레스의 황금빛 눈동자는, 우드의 눈을 파고드는 것만 같았다.

“즉 난 자네와의 신뢰를 끝까지 쌓아, 우리의 진짜 가족이 되어주길 바라는 거지. 이 계약서는 그 시작이자, 신뢰에 대한 보답을 명시한 것이고.”

우드가 계약서를 수차례 읽어봤지만, 거기에 딱히 함정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애초에 설령 사인을 하지 않는다 해도, 가레스는 여러 수단을 동원해 우드를 이용할 것이다.

“첫 저축, 받아주겠는가?”

“........”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고민을 거듭한 우드는, 펜을 들었다.

붉은색 깃털을 단 펜은 참으로 가벼웠다.

언젠가 배운 정자체의 글씨로 계약서에 글씨를 새겨간다.

‘우드 갈레아’.

더 이상 고향에선 쓸 수 없는 이름을 적어간다.

이것으로, 가레스와 우드 사이의 계약이 성립되었다.

“-좋네. 이걸로 우리 둘 사이에, 그리고 양아버지와 양아들 사이의 첫 저축이 행해진 것이지. 그럼 바로 다음 단계로 가겠네, 우드- 아니, ‘에우드 홀라이트 포에닉스’.”

“에우드?”

“자네가 앞으로 포에닉스의 일원으로서 사용할 이름이네. ‘갈레아’는, 계속 사용하긴 힘들겠지.”

가레스의 말은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역시 이름의 의미를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레스가 설명하길 포에닉스 일가를 제외하고, 우드가 드림랜드 출신임을 아는 사람은 일곱이라 한다.

알베르토와 조안.

그리고 아까 마차에서부터 봤던 ‘디안 팀’이라는 헌터팀이다.

일가 네 명과 사용인 일곱. 즉, 저택에선 총 열 한 명이 알고 있는 것이다.

아까 전 우드를 씻겨줬던 메이드들은, 그가 드림랜드 출신이라는 건 모른다고 한다. 사연이 있는 먼 친척 아이 정도로 알고 있다고.

그래서 그리도 정성을 다해준 걸까. 분명 가레스의 직접 지령이 있기 때문이기도 할 테지만.

“디안 팀은 아까 과한 면모도 보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들의 임무 때문. 실제론 정말 믿을 만한 이들이라네. 그래서 내가 이번 호위로도 골랐던 거고.”

우드의 첫인상과는 달리, 그들은 꽤 신뢰받고 있는 듯했다.

그보다도 우드가 놀랐던 건, 헌터 팀은 디안 팀 말고도 많다는 거다.

헌터란 이 세계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들은 말 그대로 ‘국가에서 공인된 몬스터잡이’.

몬스터를 사냥하면 나오는 소재를 위해, 직접 사냥을 다니는 전투원들이다.

유그라시아를 포함한 여러 국가들이, 상당한 산업을 몬스터의 소재에서 얻고 있다.

특히나 시시각각 발생하는 ‘던전’의 공략을 하는 것 또한 헌터들이 주력이라고.

던전은 일정 시간 내에 공략하지 않으면 ‘붕괴’로 이어져, 수많은 몬스터 군세가 쏟아져 나온다. 현시대의 국가에서, 던전의 신속한 발견과 공략은 정말 중요한 일이었다.

그런 큰 역할로 인해, 헌터는 국가에서도 많은 보장을 해주는 인재들이다.

헌터의 대부분은 길드에 속해있지만, 일부 실력자들은 이렇게 ‘가문’에 소속되어 활동했다. 사실 상, 그런 헌터들은 유력가문의 사병이라 불러야할 것이다.

이 포에닉스는 그런 ‘헌터팀’들을 가용하는 걸 가업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현재 저택에 소속되어있는 헌터 팀은 디안 팀을 포함하여 여덟.

그 중 여섯 팀은 모두 헌터활동으로 원정을 떠나있었다.

디안 팀을 제외한 남은 한 팀은, 사교회에 간 가레스의 부인과 딸들을 호위하는 중이라 한다.

이 포에닉스 저택이란 곳은, 우드가 본 그대로 주거단지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럼 조금 이르지만...... 신뢰의 저축, 그 두 번째 단계로 가보도록 할까.”

다시 자리로 돌아온 가레스가 우드를 날카롭게 바라봤다.

우드도 그 끝을 알 수 없는 눈빛을 정면에서 받아낸다.

첫 번째 저축이 양자 계약의 체결.

가레스가 우드를 향해 보여주는, 신뢰의 표시였다.

그렇다면 두 번째 저축은, 아마 우드가 보여야할 신뢰의 표시다.

또한 그에 걸맞거나, 만만치 않은 내용일 터.

냉정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우드는 싸움을 앞둘 때처럼 긴장을 머금는다.

이윽고, 가레스의 입이 열렸다.

“-오늘부터 나를 아빠라 부르게.”

“........네?”

“아니, 불러라. 에우드!”

상상 이상의 내용이 날아왔다.

가레스의 뒤에서, 알베르토가 머리를 쥐며 한숨을 내쉬어간다.

알베르토는 서둘러 가레스를 진정시켜간다.

“당주님, 아무리 그래도 이제 얼굴 본 지 얼마 안 된 아이에게 아버지라 부르라니. 무리가 아니신지.”

“방금 규정하지 않았나 친자식처럼 대하기로 했다고! ........아들 갖고 싶었다고! 딸만 둘이라 너무 처지가 힘들었다고!”

갑작스런 가장의 비애와 떼쓰기에, 우드는 최대한 눈을 피했다.

이 사람, 분위기가 상당히 바뀌었다.

“시간을 좀 천천히 들이십시오. 저축이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건 아니라 하시지 않았습니까.”

“난 1년 전부터 봤어!!”

“거 보쇼, 말을 바꾸시지 않았습니까.”

알베르토는 우드를 구입하기 직전 했던 대화를 되새긴다.

물론 가레스는 신경도 안 쓴다.

그때부터, 가레스는 우드에게 격식 차린 말투를 관뒀다.

“자, 어서 나를 아빠라고 불러!!”

웬 생각지도 못한 떼쓰기에, 우드도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가레스 님. 안주인님과 아가씨들이 돌아오셨습니다.”

가레스가 겨우 진정된 때였다. 조안이 응접실로 들어왔다.

에우드가 수 시간 만에 보는 중년 메이드지만, 역시 행동이나 시선에서부터 엄격함이 느껴진다.

“에우드에 대해서는 말해뒀나?”

“네. 정리를 끝내시고 다들 이곳에 오신다 합니다.”

가레스는 조안에게 알겠다고 답하며, 진정된 고개를 의자 등받이로 젖혔다.

“.......혼나지 않겠지?”

“당주님, 이제 와서 그러시면 어떡합니까.”

어째서인지 가레스가 불안함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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