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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마검사 도련님-3화 (3/264)

?3회

팔려가다 003.

그로부터 1시간, 어느 도시에 도착했다.

도시의 이름은 포에닉시안.

현재 포에닉스 가문이 맡고 있는 도시라 한다. 나라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대도시라고.

“10가문은 모두 자신들의 도시를 관리하고 있네. 나와 같은 당주들은, 동시에 도시의 장 역할까지 하고 있지. 이 나라 유그라시아는 10개의 대도시, 즉 10가문의 도시를 기둥으로 이뤄져 있고.”

유그라시아의 도시에 대해서는 잘 몰랐기에, 우드는 가레스에게 조용히 “그렇습니까.”라고 답했다.

얼마 뒤, 마차가 완전히 멈췄다.

짐칸의 바깥에서 문이 열린다. 아까 전 헌터들이 열어준 것이었다.

“알베르토, 우드를 내려주게.”

“알겠습니다.”

“아뇨, 혼자서 충분히 내릴 수- 우왁.......”

가레스의 명령에, 알베르토는 자신의 옆구리에 우드를 짊어졌다.

우드는 가지고 있던 옷들을 붙잡았다.

저항도 못하고 들리는 게, 짐칸에서 내리는 짐짝 같았다.

1시간 전 단편적으로밖에 보지 못했던 햇빛은 꽤나 쨍쨍했다.

알베르토에게 잡힌 채 고개를 돌리자, 새하얀 벽이 보였다.

드넓으면서도 끝이 없는 벽.

우드도 그게 ‘저택의 한 부분’이라는 걸 알아채는 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거대한 저택.

새하얗고, 황금빛을 품고, 정열적이면서도 활기찬 저택이었다.

저택은 한 채만이 아니었으며, 여러 별채들이 주변에 넓게 퍼져 있었다.

솔직히 저택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주거지구 급의 규모로 보였다. 대체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지 예측할 수 없다.

저택에 감탄하는 것과 동시에, 여러 명의 발소리가 들렸다.

인원수는 아마 일곱 명 정도.

우드는 그것이 단련된 발소리는 아니란 걸 알아챈다. 옆에 있는 헌터들과는 다른 무게. 그러면서도 상당히 가벼운, 예절을 갖춘 발소리다.

알베르토에게 붙잡힌 채로 고개를 올리자, 거기엔 메이드들이 있었다.

우드와 또래부터 하여 여러 연령대로 이뤄져 있다.

그러나 얼마 안 있자 메이드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각이 잡혀 있던 것이 잠시 흐트러진다.

아무래도 짐칸에서 내린 가레스와 알베르토 때문으로 보인다.

메이드들 사이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한 중년여성이 뛰쳐나왔다.

외안경과 희끗한 머리칼에 연륜이 담겼으며, 동시에 나이를 넘는 상당한 기품이 있었다.

“가레스 님!? 왜 거기서 나오시는 겁니까! 품위도 없이 화물용 마차에서 내리면 어떡합니까, 당주라는 분이!!”

“아, 아아, 그게.......”

“알베르토 님도! 가레스 님이 화물용 마차에 타겠다고 하면 그걸 말려야지, 그 와중에 같이 타고 계시는 겁니까!? 거기 호위역이라던 디안 팀! 당신들은 뭘 하고 있었습니까!”

“그, 그것이 말이네!”

“아뇨아뇨, 조안 님! 저희는 그.......!”

중년 여성- 조안의 말은, 헌터들은 물론 가레스와 알베르토에게도 마냥 가볍지 않아보였다. 헌터들은 허둥지둥 결백을 주장해보려 하고 있었다.

순간 우드를 제외한 모두가 선생님에게 혼나는 표정이 되어버렸다.

가레스의 능글맞았던 웃음이 한순간에 깨진다.

“어흠....... 미, 미안하네, 조안. 저번에 말한 아이를 여기에 태워 오다 보니.......”

“아이라고요? ........아!”

조안은 알베르토의 말에 갸웃하다, 뒤늦게 그의 팔에 붙잡힌 우드를 보았다.

우드는 조안의 날카로운 시선을 온몸으로 받았다.

말 한마디 안 하는 데도, 시선에서 따끔따끔함이 느껴졌다.

위압과는 다른.......

그래, 이건 엄격함이다.

“이 아이가 말씀하셨던 아이로군요.”

“되도록 다른 고용인들에겐, 그 이야기가 퍼지지 않게 해주게.”

“알겠습니다, 가레스 님.”

조안이 눈을 돌리자, 다섯 명의 메이드가 질서 정연 고개를 숙였다.

방금 전 가레스가 한 말에 대한 대답 같았다.

“그럼 잠시만 기다려주시길. 지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가레스 님.”

가레스에게 고개를 숙인 조안은 서둘러 뒤로 물러났다.

이어서 조안에게 무언가 명령을 받은 메이드들은, 힘찬 대답과 함께 저택으로 이동했다.

“오오... 일단 화물용에 타고 온 건은 어떻게 잘 넘어갔군!”

“조안 님이라면 안 잊었을 겁니다. 지난 20년간 그렇지 않았습니까. 언제라도 혼내러 오시겠군요.”

“알베르토도 자주 같이 혼났잖아.”

“덕분에 혼날 때마다 저도 젊어지는 기분입니다.”

알베르토의 건조한 농담에, 가레스는 목 뒤를 긁적이며 난처하게 웃었다.

“그럼 다른 팀들이 원정에서 돌아오는 건 더 걸릴 테니....... 디안 팀은 모두 그때까진 푹 쉬게. 정말 수고했네. 그리고 이전부터 말했듯이, 이 아이의 내막에 대한 것은 모두 함구하고.”

“““알겠습니다!”””

가레스와 알베르토에게 우렁찬 대답을 준 후, 디안과 그 헌터 팀들은 서둘러 자리를 비켰다.

저택의 내부는 역시나 외부 못지않았다.

붉으면서도 적갈색의 목재구조. 바닥으로 얼음장같이 번쩍번쩍 전개된 대리석 바닥.

무엇 하나 값나가지 않아 보이는 데가 없었다.

이어서 가레스와 알베르토는 어느 방으로 들어섰다. 응접실 역할의 방인 듯했다.

우드는 여전히 데롱데롱 잡혀 있었다만.

곧 방에 들어온 알베르토가 우드를 내려둔다.

우드의 투박한 발이 매끈한 목재 바닥 위를 디뎠다.

마차도 그렇고, 밟은 것만으로도 호화스러움이 전해졌다.

다만 우드가 그 감각을 만끽할 시간은 많지 않았다.

똑똑.

“가레스 님. 준비가 끝났습니다.”

가볍게 울리는 노크 소리와 뒤이어 들리는 조안의 목소리.

문이 열리자, 조안과 함께 방금 봤던 다섯 명의 메이드가 들어오더니-

우드를 붙잡았다.

“어?!”

곧이어 메이드들은 순식간에 우드를 들어 올렸다.

“?????”

“잘 부탁하겠네~”

“““예, 가레스 님!”””

“잠, 잠깐만요, 대체 뭔 일을 하려는 거야!!”

“당연하지 않겠나.”

가레스는 뻔한 걸 물어본다는 듯 말했다.

“일단 씻어야지.”

그 말과 함께, 우드는 그대로 욕실에 배송되었다.

메이드들 중 가장 조그만 한 소녀가, 우드가 갖고 있던 옷을 들곤 쫑쫑 따라온다.

욕실에 도착하자마자, 메이드들은 우드의 너덜너덜한 옷가지를 다짜고짜 벗겨냈다.

신발을 훌렁. 상의를 훌렁. 하의를 훌렁. .......속옷도 훌렁.

그리곤 우드가 저항도 하기 전에, 뜨거운 물과 비눗방울 가득한 욕조에 풍덩 빠졌다.

“푸헉!!”

이후부터는 메이드들의 전력이 펼쳐졌다. 처음엔 저항해보려 했지만 도중부터 통하지 않는다.

“부그르르르르르-!”

거칠다 싶을 만큼 벅벅 문질러지는 솔과 수건.

정말 구석구석, 안 만져진 데도 없을 만큼 빡빡.

우드가 맨몸이란 수치심도 느끼지 못할 만큼, 한시바삐 열심히 씻겼다.

“닦아드리겠습니다.”

“팔을 들어주시길.”

“뒤로 돌아주세요.”

“눈을 감고 계시길.”

“발을 잠시 들겠습니다.”

“““완료되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마치 수도에 있다는 대신전의 회복을 받은 것 같았을까.

우드가 그걸 본 적은 없긴 하다만.

우드의 몸은 처음 어두운 빛을 띠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반짝반짝. 뽀득뽀득했다.

그야말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으리라.

어쩔 수 없었다. 우드가 3개월 만에 하는 목욕이었으니까.

오히려 묵어 있던 온갖 더러움을 닦는 데 한 시간이라는 건, 상당히 빠른 축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3개월 만에 하는 목욕이라지만, 3개월 전이라고 똑바로 목욕한 것도 아니었다.

욕조에 들어가서 하는 목욕은 허락되지 않는다.

하물며 인생의 종점이라 불리는 드림랜드의 노예다.

그곳에선 고급 창부가 아닌 이상, 그런 혜택은 거의 없다고 봐야 했다.

그나마 가능한 게 물로 적신 수건. 그나마 뜨거운 물로 적시는 건, 한 달에 한 번 있을까 말까였다.

메이드들 중 한 여성이 우드의 머리를 박박 수건으로 닦았다.

투구로 덮여있던, 피로 떡 진 머리가 본래의 색을 찾은 뒤였다.

남색 빛의 검은 머리.

아마 이 유그라시아에서는 상당히 드문 머리 색이다.

“이제 좀 인물이 사네요!”

“피부색이 밝아졌어요!”

“머리도 자르도록 하죠. 바로 이발 도구를 가져올게요, 페리아도 따라오렴.”

“네, 넵!”

우드의 옷을 가지고 있는 소녀- 페리아는 허둥지둥 다른 메이드를 따라갔다.

따라가던 도중 자신이 옷을 가지고 가면 안 된다는 걸 깨달은 듯했다.

호다닥 돌아와 우드의 옷을 놓더니, 다시 호다닥 눈앞에서 사라진다.

아무래도 자주 있던 일인 걸까.

메이드들은 그런 페리아를 보며, 저마다 한숨이나 웃음을 주고받는다.

이후 더벅더벅 정신없이 자랐던 머리카락까지 썩둑 잘렸다.

곧바로 새옷을 우드에게 입혀간다.

대체 얼마나 돈을 들여 만든 것인지, 촉감 좋은 옷이 우드의 몸 위를 덮어갔다.

모든 작업이 끝나자 메이드들은 우드를 다시 응접실로 데려왔다.

인사를 한 후 일제히 자리에서 떠난다.

페리아라는 또래 메이드는, 인사를 하는 것도 한 박자 늦는 게 눈에 띄었다.

“몰라보겠네. 정말 말끔해졌어!”

우드의 모습을 보며 가레스는 감탄을 보냈다. 소파에 앉아 가벼운 박수를 짝짝.

알베르토의 경우 무미건조했지만, 그래도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 말에, 우드 또한 응접실 한 편의 거울을 바라봤다.

환골탈태다.

솔직히 말해 우드 본인조차, 본인이 맞는지 헷갈릴 모습이 그 거울 너머에 비춰지고 있었다. 현실성 없다는 생각이 더욱 들었다.

대체 어떤 목적을 가졌기에 이렇게까지 해주는 걸까.

귀족이 노예를 사와 잘 대해주다가, 질려서 버린다는 건 흔히 있는 일이다.

드림랜드에도 그런 식으로 ‘두 번’이나 떨궈진 이들이 많았다.

자신의 삶이 드디어 나아진다고 착각한 후, 재차 인생 끝자락으로 몰리는 것이다.

귀족들 사이에선 최악의 취미일 테지.

다만 가레스가 그를 상상 못 할 금액으로 산 것 또한 사실이다.

대체 뭘 위해서?

뭘 위해 그 가격을 들여서 우드를 입양하겠다고 하는 건가.

우드는 혹시라도 모를 상황을 각오하며 경계를 곤두세웠다.

아무리 드림랜드에서 살아남았어도, 이 눈앞의 두 남자가 마음만 먹는다면 우드도 한 번에 제압당할 것이다.

입장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우드는, 한낱 호화로운 복장과 목욕 가지고 모든 걸 믿을 생각은 없다.

“먼저 할 이야기는 따로 있겠지.”

우드의 경계를 알고 있긴 한 걸까.

가레스는 편안한 웃음으로 잡담을 하듯 말을 이었다.

아니, 가레스의 눈을 보자 우드는 생각을 고쳤다.

이 남자는 옛 저녁에 우드의 경계를 알아채고 있다.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 뒤엔, 확실한 이해타산이 존재하고 있었다.

“아직 안 믿고 있지?”

그 질문에, 우드는 바로 답할 수 없었다.

마음속에선 벌써 “Yes, Yes.”로 대답이 끝났다.

그래도 세상 어느 누가, 대귀족의 앞에서 “네, 솔직히 못 믿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열 살인 우드라 해도, 상황과 신분의 파악은 할 줄 안다.

알베르토는 가레스 앞에 놓인 찻잔에, 차 한 잔을 채웠다.

우드에게 시선을 준다. 우드 또한 소파 자리에 앉으란 의도였다.

소파에 앉자 알베르토가 어느새 차가 채워진 찻잔을 내려줬다.

어린 우드를 배려한 걸까, 뜨거운 김 사이로 달달한 향이 올라온다.

다만, 이미 2년간 미각이 어긋나버린 우드로선 다소 그 맛을 못 느끼겠지.

“어차피 바로 믿으라곤 안 하겠네. 난 자네를 1년 전부터 봤지만, 자네는 오늘 처음 날 본 거니까. 신뢰란 건 결과가 저축되어가며 생기는 것. 우리 사이에 결과가 저축되기엔, 아직 너무나도 짧지.”

가레스는 차를 한 모금 했다.

“하지만 자네가 아무리 믿지 않을 생각이더라도, 난 자네를 양자로 삼을 생각이라네. 아니지, 사실 이미 삼았다네.”

‘이미’라는 말에 우드가 눈을 휘둥그레 했다.

알베르토가 가레스의 말을 받았다.

“우드, 자네를 살 때 이미 당주님은 입양절차를 받았다. 즉, 서류상으로도, 유그라시아의 법적으로도, 우드 자네는 이미 포에닉스의 일원이란 이야기지.”

“뭐, 약간의 조작은 들어갔지만. 그건 신경 쓸 점이 아니네.”

조작이라는 건 우드의 출신에 대해서라고.

드림랜드 출신이자 노예신분인 우드의 정보를 그대로 담을 순 없던 건지, 우드는 어느새 ‘어딘가 다른 나라의 몰락한 가문’의 자제로 되었다고 한다.

“그럼 자네가 가장 궁금해할 것- ‘뭘 시키려고 하는가’에 대해 말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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