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마검사 도련님-1화 (1/264)

1회

팔려가다 001.

이곳은 지하 도시 드림랜드.

사실상 하나의 치외법권으로 이뤄진 거대 지하도박장이다.

말이 도박장이지 실제로는 도박에만 국한되진 않는다. 그보다도 훨씬 많은 불법이 자행되고 있는 장소였다.

크고 작은, 목숨이 오가는 불법 도박장은 기본.

사창가와 노예시장이 만연하며 금지된 약물이나 몬스터의 거래까지 이뤄진다.

물론 이곳의 존재는 어디까지나 비공식.

일반적인 삶을 사는 이들은 이 지하 도시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한다.

그런 만큼 이 지하 도시의 존재가 공공연히 밝혀진다면 사람들도 믿기 힘드리라.

이러한 인륜에서 벗어난 장소를, 국가가 묵인하는 만큼 더더욱.

이 드림랜드에는 도시 곳곳에 투기장이 존재한다.

온갖 비윤리적인 범죄가 벌어지고 있는 만큼, 내기를 건 살육의 투기장은 드림랜드의 기본. 그 이상으로 드림랜드의 가장 주된 사업이었다.

그중에서도 최심부의 투기장은 세계 각국의 VIP들만이 출입을 허락받는 곳이었다.

동시에, 드림랜드의 어떤 투기장보다도 살육이 넘쳐나는 장소였다.

현재 최심부 VIP투기장의 자리는 모두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대성황, 만석이라 해야 할 테지.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서 투기장 위에선 살육전이 펼쳐지리라.

투기장의 싸움은 보통 셋으로 구별된다.

‘노예의 신분으로 몰락한 이들의 싸움.’

‘흉악한 몬스터들의 싸움.’

‘혹은 그들 둘 사이 사냥하고 사냥당하는 싸움.’

또한 이곳 최심부의 투기장에 오르는 건 노예뿐만이 아닌 흉악범.

단순 몬스터가 아닌, 수십 수백 명의 사람을 죽인 금수(禁獸)였다.

결코 다뤄서는 안 되는 괴물들의 천지.

때로는 아예 승부의 형태조차도 띄지 않았다. 일방적인 살육만을 자아낼 때도 상당하다.

그럼 여기까지 들은 누군가는 이렇게 되물을 것이다.

(“그런 위험한 도박장을 누가 바라는가?”)

하지만 매우 어리석은 질문이다.

당연히 그걸 세계 곳곳에서 바라고 있으니까.

천문학적인 돈이 움직이는 것이 그걸 증명하고 있다.

수요는 곧 공급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여기에 찾아온 VIP들 모두가 더 강한 자극’이라는 수요를 쥐고 있다.

이 돈과 시간이 넘치는 높으신 분들은 언제나 엔터테인먼트를 갈구하고 있다.

VIP들이 바라보는 무대는 강력한 결계의 쇠창살로 보호된다.

당장이라도 죽음이 흩날리는 무대.

그것을 안전하기 짝이 없는 공간에서 느긋이 즐겨가는 것이다.

촤라라라라라락!

최심부의 투기장 한쪽의 쇠창살 문이 열렸다.

거대한 사람 같은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무대에 오르는 건 괴성의 울음과 거대한 도끼를 휘두르는 괴물.

광분한 황소의 머리를 단 ‘미노타우로스’라 불리는 몬스터였다.

“저 괴물의 단단한 육체를 봐!”

“이미 몇을 먹어치우고 왔나 봐!”

“허허, 저리도 광분에 찌든 눈빛이라니.......!”

“오늘도 피바다가 될 게 분명하잖아, 이건!”

몬스터, 마수- 그 이상으로 존재하는 인외적 괴물들에게 붙는 위험도.

미노타우로스라는 몬스터는 기본적으로 랭크B를 넘나드는 마수였다.

게다가 이 미노타우로스는 벌써 몇 주간 수많은 몬스터와 인간을 살육했다.

죽인 시체는 뼈채 씹어 게걸스레 먹어치워 왔다.

즉, 상당한 성장을 거친 상태다.

현재 이 미노타우로스의 랭크는 A에 필적하리라.

도심에 나타나 날뛰는 순간 그 즉시 수십 명은 죽게 될 랭크였다.

말했듯이 이곳은 투기장이며 살육의 무대.

얼마 지나지 않아, 미노타우로스의 상대가 무대 위로 올라올 것이다.

철그러러러러렁-!!

반대편의 쇠창살이 열렸다.

훅훅거리며, 다음 살육의 상대를 찾는 미노타우로스의 코가 그것을 눈치챈다.

........하지만, 정작 모습을 드러낸 그림자는 참으로 작았다.

미노타우로스에게 맞서기 위해 나타난 건, 작은 몸에 투구를 쓴 소년.

얼굴을 전부 가린, 풀 페이스의 회색 투구를 쓴 빈약하고도 자그만 소년이었다.

“큐루루루루라라라라!!!”

자신의 앞에 나타난 소년을 향해 미노타우로스는 울음소리를 퍼트려갔다.

몬스터였음에도 비웃음에 가까운 울음이었다.

비웃음을 품은 건 미노타우로스뿐만이 아니었다.

“뭐야, 저 꼬맹이는?”

“오늘은 살아남기였나? 그런 것 치고는 인원이 너무 적은데. 한 명뿐이잖아?”

“꼴랑 투구 하나에 맨손? 꼴에 저것도 무장이라고 쓰고 있는 거냐.”

“시시하군. 이래서야 얼마나 도망쳐줄지가 관건이 아닌가.......”

투기장의 관객들 또한 비웃음을 품는다.

분명 수십의 노예들이 올라와 살육자에게 쫓기는 ‘살아남기’라 불리는 종목도 있긴 하다. 그러나 오늘 VIP들에게 예고된 일정에 그 종목은 들어있지 않았다.

이 미노타우로스는 당장이라도 수십 명을 찢어발길 수 있는 괴물이다.

저런 조그만 소년 따위 미노타우로스 쪽에선 찢을 살점조차도 감질나게 느껴지리라.

조금 뒤 첫 비웃음에 반응하듯 다른 VIP들 또한 뒤늦게 비웃음을 이어간다.

그러나 사실 뒤늦은 비웃음은 그 의도가 조금 달랐다.

그 비웃음의 진짜 의도는 ‘앞서 들려온 비웃음’을 비웃는 것이었다.

콰아아아아앙!!

양측의 쇠창살이 완전히 닫힌다.

더 이상 도망칠 구석이 없는 살육장이 완성된다.

이제부터 어느 한쪽이 죽지 않는 한 무대는 절대 문을 열지 않는다.

승자만이 탈출할 수 있으며 또다시 끝나지 않을 살육전에 등을 떠밀린다.

패자는 그저 시체 혹은 승자의 영양분이 되어 함께 나가는 것뿐.

철컥 소리와 함께 양측의 다리를 묶고 있던 쇠사슬이 풀렸다.

“크누워어어어어어어!!”

미노타우로스는 도끼를 휘두르며 포효를 끌어올린다.

차마 다 가시지 않은 피비린내는 관객들에게까지도 퍼져간다.

이미 승부는 시작된 것과 마찬가지.

미노타우로스는 질질 흘리는 타액과 함께 광분의 돌진을 준비한다.

훅훅거리는 거친 숨을 내뿜으며 투구의 소년을 어떻게 죽일지 생각한다.

땅을 몇 번이고 발굽으로 박차며, 이제부터 먹어치울 부드러운 살점을 기대한다.

콰아아아아앙!!

미노타우로스의 돌진이 시작됐다.

도끼와 함께 날카로운 미노타우로스의 뿔이 들이닥친다.

투구 소년의 몸보다도 거대한 뿔이다. 거기에 꿰뚫리는 순간 끝.

인간의 뼈는 가루로 변하고 살점은 단순 고기 조각으로 변할 것이다.

“““휘유우우우우우-!!!”””

“““와아아아아아아-!!!”””

미노타우로스의 돌진 소리와 함께 환호성이 울려간다.

퍼어어어어어어억!!!

미노타우로스의 뿔은 투구 소년을 그대로 꿰뚫어 쇠창살 벽을 들이받았다.

수 겹의 벽을 무너트릴 기세였다.

강력한 결계가 쳐져 안전이 보장됨에도, 바로 앞에서 보는 이들은 순간적인 공포에 소름이 돋아났으리라. 곧바로 아무렇지 않은 척 휘파람을 불지만.

이러한 안전한 공포마저 이곳 투기장을 즐기는 법 중 하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처음 투구 소년이 나타났을 때 비웃던 관객들은 어딘가 이상한 점을 깨닫는다.

투기장엔 소년의 육편 하나 튀지 않았다.

피의 분수는 일어나지도 않았다.

투구는 하늘을 날지 않는다.

애초에 뿔에 당한 게 맞는가.

“.......!!!”

“아닛!!”

“설마!!”

그제야 그들은 자신들의 뒤를 이었던 비웃음의 의도를 이해한다.

꽈가가각........!! 끼기기기긱.......!!!

투구 소년은 미노타우로스의 뿔을 그대로 양손으로 잡아 태연히 버텨내고 있었다.

“말도 안 돼!!”

“저 조그만 애가!?”

“미노타우로스의 힘을 버텼다고?!”

혼란. 이어서 관중석에 역으로 전해지는 위압감.

설마 투기장에 스릴을 넣으려 한 주최 측의 조작일까.

다만 그런 생각도, 미노타우로스의 진심 어린 난색을 본다면 당장에 부정하겠지.

우드드드드득........

쩌그그그그그그적-!!

콰자자자자자자작!!!

미노타우로스의 뿔이 부서진다.

피와 육편이 더럽게 묻은 뿔 한쪽이 돌조각처럼 터져간다.

“““뭣이---?!”””

“누쿠오오오아아아아아!!!”

미노타우로스의 비명이 터졌다.

상상도 못 한 위력을 가진 투구 소년의 손아귀에 미노타우로스가 비틀거려간다.

소년을 처음 보는 관객들 또한 이젠 경악의 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자그만 소년은 손에 남은 미노타우로스의 뿔을 쓰레기처럼 버렸다.

순식간에 한쪽 뿔을 잃은 몬스터가 힘겹게 균형을 잡아간다.

그리곤 눈앞의 존재에게 더는 없을 적개심과 광기를 드러냈다.

“쿠오오오오와아아아아!!!”

부우우우우우우우웅!!!

피가 한 것 묻은 도끼는 단순히 적을 내리찍는 둔기로써 휘둘러진다.

그러나-

파아아아아앙!!

콰드드드드드득!!!

이번에는 투구 소년이 내지른 주먹이 도끼를 부쉈다.

수십의 목숨을 앗았던 무기가 순식간에 고철 덩어리로 변했다.

“-------”

소년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콰아아아아앙!!

콰지지지지직-!!!!

풀 페이스의 투구를 넘어서 귀를 찢어가는 포효가 울린다.

이젠 누가 진짜 몬스터인지 구별되지 않는 거대한 살기였다.

소년은 단숨에 미노타우로스에게로 달려나갔다.

퍼어어어억!!

곧바로 소년의 주먹이 미노타우로스의 안면에 꽂힌다.

미노타우로스의 콧등은 방금 부서진 도끼와도 같이 가차 없이 찌그러졌다.

이어지는 타격.

주먹, 다리, 심지어 투구를 이용한 박치기.

혹시 소년의 모습 그대로 짐승이 된다면 이런 모습일까.

그야말로 먹이사슬의 역전.

이곳을 자주 온 이들은 처음부터 전부 알고 있었으리라.

무대 위에 오른 미노타우로스는 살육자 역할이 아니다.

지금까지 미노타우로스가 치렀던 살육은, 그저 최후를 앞둔 ‘만찬’에 불과했을 뿐.

“오오오오, 이거야!”

“역시, 기대했던 대로의 힘이야!”

“프로 헌터들도 쉽사리 손을 대지 못하는 몬스터를, 이렇게도!!”

단순 피식자.

미노타우로스는 소년에게 죽을 운명으로 올라온 처량한 제물일 뿐이다.

푸우우우우우욱-!!

촤아아아아아아악-!!!

마침내 소년의 손날이 미노타우로스의 목을 꿰뚫었다.

피범벅이 된 미노타우로스의 목 아래로, 마치 주스가 흐르듯 피가 쏟아져 내린다.

이 이상 볼 것도 없었으리라.

일방적인 살육은 끝이 났다.

.

.

.

“저 애입니까, 가레스님.”

“그래, 내가 말했던 대로지?”

시합이 끝난 뒤, 관객석의 한쪽.

은밀히 자리를 잡은 두 남성이 경기장을 보고 있다.

젊은 금발의 남성과 은발에 수염을 기른 중년남성.

이 나라의 10대 귀족 중 하나, ‘포에닉스’의 가주인 ‘가레스 알라이트 포에닉스’.

그리고 그를 보필하며 오른팔로서 행동하는 ‘알베르토 체로스’였다.

알베르토는 훌륭하게 다듬어진 수염을 매만졌다.

경기장에 남아있는 건 미노타우로스의 잔해뿐이다.

이제 열 살 안팎인 소년일 것이다.

그러나 그 힘은 아이의 것이 아니었다.

근력이 남다른 것도 맞다. 하지만 그 이전에 마력부터 규격 이상으로 활성화되어 있었다.

“이전부터 쭉 봤는데 정말 장난 아니더군. 그리고 오늘도 훌륭히 기준을 넘어줬어.”

알베르토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가레스에게 묻는다.

“말씀하신 대로 실행하시려는 겁니까?”

“알베르토. 언제 내가 말 바꾸는 거 봤나?”

잠시 기억을 되새기는 알베르토.

“바꾸는 거야 많이.”

“.......어흠.”

이 남자의 말 바꾸기는 자주 있던 일이다.

물론 그건 가레스가 사소한 일에서 보여주는 변덕.

적어도 중대한 결정에선, 이 가레스라는 남자는 번복하지 않는다.

가레스는 무안했던 표정을 감추며 웃음 짓는다.

“계획했던 대로 할 걸세. 1년간의 내 판단은 그게 정답이라고 말하고 있어.”

“컨트롤할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습니다. 보통 소년이 아닙니다.”

“알베르토 자네라면. 그리고 나라면 충분히 컨트롤은 가능하겠지.”

‘자신’의 힘까지 언급한 보장.

그렇다는 건 이 이상 설득해봤자 통하지 않는다.

알베르토는 골치 아파하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난 분명 저 애가 딸애들의 성장을 이끌어줄 거라 믿는다네.”

피 냄새가 전해지는 호화로운 관객석에서 가레스는 확신에 찬 미소를 머금었다.

가레스는 손을 들었다.

자신들의 곁을 수행하던 드림랜드 요원을 부르는 것이었다.

“저 소년을 사도록 하지. 준비해주게.”

.

.

.

경기장의 뒤편.

미로처럼 이어진 길을 쭉 걸어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노예들이 모이는 장소가 나타난다.

대단한 장소는 아니다. 말이 모이는 장소지 철창으로 되어 있는 감옥이다.

이 투구 소년은 그래도 그 중에선 조금 나은 장소에 있었다.

그래봤자 여럿이서 생활하느냐 홀로 생활하느냐의 차이이지만.

간간히 달아둔 등들이 흐릿하게나마 발끝을 비춘다.

친절한 불빛은 아니다. 넘어지지 않으려면 알아서 앞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방금 싸움을 끝낸 투구 소년은 피를 뚝뚝 흘리며 그 복도를 걸었다.

흘리는 건 자신의 피가 아닌 미노타우로스의 피.

그 살육의 장소에서 투구 소년은 생채기 하나 입지 않았다.

투구의 뒤로는 이곳 드림랜드의 요원 둘이 동행하고 있다.

그들은 한 명 한 명이 S랭크의 마법사다.

바깥이었다면 프로 헌터로서 이름을 알릴 실력이었을 테지.

아무리 미노타우로스를 물리친 소년이라도 홀몸으로는 돌파할 수 없다.

작정하고 결사의 싸움을 한다면 어떨진 모르지만.

그러나 드림랜드는 미노타우로스 급의 몬스터를 수도 없이 보유한 장소였다.

그보다 강한 마수들은 물론, 그 외에도 극악한 사형수들도 많다.

즉 도망자를 제압할 장치는 드림랜드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것이다.

홀로 도망쳐봤자 한계가 드러난다.

덕분에 투구 소년은 옛 저녁에 탈출을 단념한 상태였다.

딱히 나가야 할 이유도 없고.

희미한 불빛에 의존해 복도를 걸어간다.

소년의 뒤로 두 요원의 발소리가 정확히 겹쳐진다.

이제 30걸음 후면 나올 갈래 길에서 오른쪽.

거기가 소년이 생활하는 곳으로 이어지는 방향이다.

항상 똑같은 패턴.

질리다 못해 눈 감고도 행할 수 있다.

도착하면 이 더러운 피부터 닦아내자고 소년은 투구 아래에서 독백했다.

뚜벅뚜벅뚜벅-

.........

........요원들의 걸음이 멈췄다.

이변.

지금껏 단 한 번도 일어난 적 없는 일이다.

“뭐야?”

“-여기까지다, 우드 갈레아.”

“아까 소식이 들어왔다.”

“........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투구 소년- 우드는 숨을 죽이며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우드가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이었다.

퍼어억!!

“어윽........?!”

무방비한 뒷목으로 강렬한 충격.

요원 한 명이 손날을 내리 찍은 것이다.

정신이 끊겨간다.

눈앞이 흐려져 간다.

“우드 갈레아. 오늘부로 너는 드림랜드에서 팔렸다.”

“드림랜드는 너를 10대 귀족 가문 중 하나, 포에닉스에게 넘기는 것으로 결정.”

““축하한다. 오늘부로 넌 새로운 곳의 노예가 된 거다.””

그게 우드 갈레아가 이 시꺼먼 통로에서 듣는 마지막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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