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증권사 생활-622화 (622/650)

622화 내년엔 우리가 1등이다

16,000과 16,400의 좁은 바운더리에서 치열한 공방전이 이루어졌다.

오르지도 그렇다고 떨어지지 않는 증시의 모습에 사람들은 지난 12,000과 14,000의 박스권을 떠올렸다.

-당시도 많은 투자자가 14,000 돌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떻습니다. 결국 14,000을 뚫고 16,000마저도 뚫었습니다. 시장은 언제나 그렇듯이 조정이라는 구간을 지나야만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게 가격이 됐든 조정이 됐든 말입니다. 지금 시장은 기간 조정을 거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시장의 많은 전문가는 현재의 구간을 기간 조정 구간으로 생각했다.

부정적인 이야기를 내놓는 사람은 누구도 없었다.

모두 지난 12,000과 14,000 시점을 겪었기 때문에 지금도 전과 마찬가지로 기간 조정 후에 새로운 구간으로 점프할 것으로 생각한 것이었다.

이런 기간 조정 속에서도 눈에 부시도록 상승하는 종목이 있기 마련이었다.

-정말 대단합니다. 테라. 어디까지 오른다고 분석하던가요?

앵커의 질문에 기자는 가지고 온 서류를 내려다보고 말했다.

-매수 추천 리포트가 오늘만 해도 일곱 군데의 증권사에서 나왔습니다. 지난주에 나온 열두 곳까지 더한다면 이번 달에만 벌써 열아홉 곳의 증권사에서 매수 추천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한참 오른다는 이야기겠군요.

-얼마 전 시총 1조 달러를 넘겼습니다. 시장은 2조 달러 달성도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1조 달러…… 웬만한 국가의 한 해 예산을 훌쩍 넘기는 금액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만큼 테라의 가치가 높다는 뜻입니다.

앵커는 놀랐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1조 달러를 뚫은 것도 놀라울 따름인데 시장에서는 2조 달러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했기 때문이다.

-테라와 함께 시장을 끌어가는 종목으로 유명한 것이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인데요. 세이지 인베스트먼트는 어떻게 분석하고 있습니까?

-전문가들은 테라와 달리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부정적이라고요? 의외인데요?

-자세히 살펴보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기자는 여러 투자사에서 수집한 자료를 근거로 앵커와 화면을 바라보고 있을 시청자에게 세이지 인베스트먼트가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이유를 이야기했다.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의 장점은 여러 뛰어난 회사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그런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의 행보에 여러 변화가 생겼습니다.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큰 자회사를 정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게 영향을 줬을까요?

-그뿐이 아닙니다. 현재 100달러를 넘어 120달러까지 올라간 원유를 100달러에 전부 처분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20달러를 손해 봤다고 할 수 있겠군요.

-현재 상태에서 20달러의 손해입니다. 금액적으로 따지면 약 10억 달러에 달하는 물량이지요. 그리고 계속 오르는 유가를 생각했을 때 그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엄연히 따지면 수익이 줄었다는 표현이 맞지만 기자는 손해라고 이야기했다.

마치 괜히 팔았다는 뜻을 알려주기 위해 억지로 꾸며낸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기자는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최근에는 SOOM에 대한 매각 절차에도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SOOM까지요? SOOM이라고 하면 코로나 수혜주로 유명한 곳 아닙니까?

-맞습니다. 어떤 판단으로 그러는지 모르지만 세이지 인베스트먼트는 마치 사업을 철수하겠다는 듯이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에서 발표한 내용은 무엇인가요?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의 나창운 사장은 포트폴리오 변경으로 인한 정리라고 이야기했지만 시장은 다르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어떤 분석이 나왔나요.

기자는 마치 지금 이야기를 하기 위해 앞에 이야기했다는 듯이 말하기 시작했다.

-급격히 불어난 자산을 제대로 운용할 자신이 없어서 재빠르게 발을 빼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합니다.

기자는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코로나19로 큰 수혜를 받은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입니다. 투자한 것들마다 큰 수익을 올렸지요. 하지만 그 수익의 크기가 이제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는 세이지 인베스트먼트가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지고 있다가 그 무게에 짓눌리기보다 정리를 택했나 보군요.

-맞습니다. 어찌 보면 현명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는 현명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목소리에서는 아쉬움이 담겨 있었다.

앵커도 그런 아쉬움을 놓치지 않았다.

바로 이야기를 이어가며 아쉬움의 이유를 끄집어내려 했다.

-자기의 그릇 크기를 빨리 알아챈 게 현명하다는 뜻인가요?

-그렇지요. 그릇 크기를 잘못 알고 있다가 무너져 내린 곳이 월스트리트 역사에 무수히 많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기간 조정 뒤에 다시 한번 세차게 오를 시장을 세이지 인베스트먼트는 바라보기만 해야 하니 말입니다.

생각대로 기자의 말속에 아쉬움이 담겨 있었음을 확인한 앵커였다.

그리고 아쉬움이 이유에 앵커도 동의했다.

지금 자리는 매도가 아니라 매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를 넘어 모두의 입을 통해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세이지는 제외한 모두였다.

-세이지는 생각보다 투자자의 압박이 덜한 곳입니다. 그동안 올린 뛰어난 실적 덕분에 자유로운 투자가 가능한 월스트리트에서 몇 없는 투자사이지요. 그런 곳이…… 굳이…… 정리를 해야 했나. 아쉬울 따름입니다.

기자는 말을 하면서도 아쉬움이 컸던지 중간중간 말을 쉬며 한숨을 내쉬었다.

앵커도 마찬가지로 안타까운 모습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한숨을 내쉬던 앵커가 무언가를 떠올린 듯한 표정으로 기자에게 물었다.

-그런데 기자님. 혹시 세이지가 주요 회사들을 매각해야 할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앵커의 말에 기자는 그 말이 나올 줄 알았다는 듯이 웃었다.

-일각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주장하는 곳이 있기는 했습니다. 가장 좋은 가격에 매각하여 수익을 확정한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하지만…….

기자는 고개를 저었다.

-가능성이 매우 낮은 이야기입니다.

-지금 상황에서 시장이 꺾일 이유가 없다는 말씀인가요?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그 정도입니까?

확신에 가까운 기자의 말에 앵커가 되물었다.

그러나 기자는 자기의 생각이 틀리지 않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제가 여러 투자사의 관계자들을 만나 나눈 대화를 종합해 보자면 지금 여기서 하락할 이유는 없다고 다들 입을 모아 이야기했습니다. 전쟁이 나지 않는 한 말입니다.

-전쟁이 나지 않는 한이요?

-그만큼 가능성이 났다는 이야기지요. 아시겠지만 전쟁의 경우에도 어떤 전쟁이냐에 따라 시장이 오르기도 하기 때문에 전쟁으로 인한 시장 하락은…… 교과서 속에서나 있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의 말에 앵커 또한 동의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전쟁이라는 게 쉽게 일어나지도 않으며 어떤 전쟁이냐에 따라 시장에 호재를 안겨 줄 수도 있기에 그만큼 시장이 떨어지기 어려운 자리라는 이야기를 표현한 것으로 생각했다.

지금 자리는 세이지 외에 모든 이들이 상승을 외치는 구간이었다.

***

한진영은 비어있는 자리들을 살피고 아쉬운 듯이 입을 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득 찼던 자리가 많이 비었습니다.”

한진영의 말에 최석영도 빈자리를 살피고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미래해운의 이인정 사장의 얼굴이 보이는 것만 같습니다. SOOM CEO도 기억나고…… 자리가 많이 비어서 아쉽습니다. 지난 달만해도 북적북적했는데 말입니다.”

한진영 또한 이인정 사장의 얼굴을 떠올리고는 마이크를 향해 이야기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또 채워질 날이 올 겁니다. 그때를 위해서 다 같이 열심히 해주시길 바라고…… 이제 시작해 볼까요?”

한진영의 말에 최수찬이 앞으로 나갔다.

매달 있는 사장단 회의와 달리 오늘은 특별한 자리였다.

올 한 해 있었던 성과를 정리하고 내년을 준비하는 자리였던 것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세이지 자산운용의 최수찬입니다. 그럼 자산운용의 올해 실적발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최수찬은 입술에 침을 묻히고는 화면을 전환했다.

벽을 가득 메우는 화면에는 자산운용의 실적이 숫자로 가득 적혀 있었다.

최수찬은 이 중 중요한 부분만을 들고 있는 포인터로 가리키고 말했다.

“작년 자산운용으로 들어온 고객자금은 약 1,900억 달러입니다. 이벤트를 통한 고객 유치가 없었음에도 순유입은 작년의 2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늘어난 순유입을 더한 총자산은 1조 3,000억 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까지 성장했습니다.”

최수찬의 발표에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최수찬이 가지고 온 자료들을 집중해서 바라봤다.

최수찬은 실적발표를 계속 이어갔다.

“작년 세이지 자산운용의 수익률은 120%를 조금 넘는 수준인 122.27%입니다. 이는 작년 시장 평균 수익률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으로 저점 대비 비교해도 시장 수익률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그럼 월별 수익률을 보시겠습니다.”

최수찬의 말이 끝나자 자리에 있던 이들은 감탄사를 낮게 흘렸다.

세이지 자산운용의 수익률이 높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무시무시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높은 수준인 것에 같은 세이지 직원임에도 무섭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세이지 자산운용에 이어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의 발표가 뒤를 이었다.

“현재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의 자산 규모는 현금 970억 달러를 더하여 4,270달러를 달성했습니다. 연간 매출 200억 달러 목표를 무난히 달성한 230억 달러로 마감이 될 것이 기대됩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기대치를 상회한 수준입니다.”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의 발표까지 이어지자 자리에 있던 사장단은 한진영의 안색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세이지 자산운용과 인베스트먼트의 자산 합계만 2조 달러에 근접한 수준이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라는 블랙문에는 아직 모자란 수준이지만 그 외의 회사들은 모두 세이지가 내려다볼 수 있는 수준으로까지 올라섰다고 볼 수 있었다.

뉴욕에 진출한 지 몇 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짧다는 표현조차 모자랄 만한 시간이었다.

대부분의 회사라면 이정도 기간 동안 자리를 잡고 이제 겨우 사업을 시작해 볼 만한 시점이었다.

그런 짧은 시간 동안 세이지는 자산을 2조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높은 수익률과 상식적인 수익배분을 통해 많은 투자자를 모집하여 자산을 끌어올린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투자에 성공하여 자산을 높인 것이 놀랄만한 자산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었다.

“시장에 이런 결과가 발표되면 기절할 사람 많겠습니다.”

최석영은 혀를 내두르며 솔직하게 평가했다.

“방송이나 여러 언론인과 만나면 제일 먼저 하는 말이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에 그렇게 현금을 모아놓고 뭘 할 거냐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총자산의 20%도 안 되는 수준밖에 안 들고 있으니…… 오히려 그동안 풀베팅으로 현금이 없었다가 이제 정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보입니다.”

한진영은 최석영의 평가에 동의하는 표정을 지었다.

“다들 놀라기는 할 겁니다. 몇 번의 대형 계약을 체결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들고 있는 물량이 많으니까요.”

한진영의 말에 자리에 있던 모든 사장단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진영은 그런 사장단을 살피고 말했다.

“현금 외 우리가 들고 있는 투자회사의 가치는 단순 계산으로 약 3,300억 달러라고 보입니다. 그리고 이중 큰 부분이 테라를 비롯한 전기차에 쏠려 있지요.”

한진영의 말에 나창운 세이지 인베스트먼트 사장이 동의했다.

“네. 미래해운 등을 매각하고 나니 테라의 비중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저는 그래서 이 비중을 조정하려 합니다.”

“안 그래도 저도 말씀드리려 했습니다. 테라에 비중이 너무 쏠린 상황이라 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세이지 인베스트먼트가 들고 있는 게 테라 전체 지분의 10%이죠?”

“네. 지난 투자로 인해 취득한 10%의 지분을 그대로 들고 있습니다.”

나창운은 한진영의 질문에 대답하고는 이곳에 오기 전에 생각해 뒀던 것을 이야기했다.

“제 생각에는 약 2% 정도의 지분을 블록딜 형태로 시장에 내놓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2%라고 해도 200억 달러입니다. 이 정도만 정리해도 쏠렸던 비중이 조금은 제자리로 돌아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다르다면…… 얼마나 내놓으실 생각인지…….”

“제가 생각한 비중 조정은 테라가 우리 포트폴리오에 없는 것입니다.”

“네?”

나창운은 놀란 눈으로 한진영을 바라봤다.

한진영은 시선을 돌려 홍대민을 바라보고 말했다.

“세이지 자산운용은 얼마나 정리를 했지요?”

“부지런히 정리해서 현재 2% 수준만 남은 상황입니다.”

홍대민이 대답하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오늘 전에 있었던 회의에서 분명 자산운용의 테라 보유 지분율이 10%에 육박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랬던 것이 이제는 2%만 남았다는 이야기에 자리에 있던 사장단들은 놀란 눈으로 한진영과 홍대민을 돌아봤다.

한진영은 홍대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속도를 높여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자산운용에 원하는 것은 테라를 계좌에서 비우는 것만이 아니라 공매도 포지션을 잡기를 원하니까요.”

“테라를…… 공매도를 친다는 말입니까?”

최석영이 참지 못하고 한진영에게 말했다.

한진영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살피고 말했다.

“오늘은 올 한해 있었던 실적을 정리하는 자리면서 내년에 우리가 목표로 해야 할 것을 이야기하는 자리입니다.”

한진영의 말에 사장단은 마른침을 삼켰다.

단순하게 올 한해 있었던 일을 칭찬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책상에 양팔을 걸치고 마이크에 바짝 대고 앉아 말했다.

“내년은 초반부터 매우 어려운 상황에 부닥칠 것이 예상됩니다. 국제 정세는 한 치 앞을 바라볼 수 없는 상황에 빠질 겁니다. 경제는 연준의 자신감과는 달리 인플레를 잡지 못해 생각보다 빨리 금리 인상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상황이 펼쳐진다면 주식 시장을 비롯한 투자 시장에 찬바람이 불 게 분명합니다.”

한진영의 말이 끝나자 자리에 있던 이들은 빠르게 앞에 놓인 회의자료를 살폈다.

전략분석실에서 나온 내년 전망을 찾아 읽어보기 시작한 것이었다.

전략분석실에서 나온 내년 전망에는 조금 전 한진영이 했던 말들이 그대로 적혀 있었다.

그리고 동유럽 분위기가 좋지 못하다는 이야기까지 더하여 위기가 단순하지 않다는 분석이 쓰여 있었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올해 폭발적인 상승을 보인 시장이 내년에는 갑작스럽게 주저앉을 수도 있다는 생각하게 됐다.

한진영은 사장단들이 전략분석실의 보고서를 살피는 것을 기다렸다 입을 열었다.

“우리는 다른 곳들보다 한걸음 빠르게 움직여야 합니다. 들고 있는 물량도 다른 곳들보다 많으니까요. 그리고 우리는 위기에서 돈을 버는 사람들 아닙니까?”

“오히려 위기가 온다니 더 기대됩니다.”

한진영의 말에 최석영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

“누구나 다 돈을 버는 상승장보다 하락장이 펼쳐졌을 때 누가 진정한 고수인지 잘 알 수 있지 않습니까? 저는 오히려 기대됩니다. 이제 드디어 우리의 본 실력을 보여줄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믿고 맡겨주십시오. 안 그래도 최 사장님 말씀대로 누구나 돈을 버는 시장이 펼쳐져서 아쉬워하던 참이었습니다.”

“호황 속에서는 어떤 회사가 좋은 회사인지 옥석 가리기가 어려웠는데 잘 됐습니다. 겉만 번지르르한 회사들이 정리가 되고 정말 좋은 회사만 남게 될 테니 투자하기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최석영에 이어 홍대민과 나창운 모두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오히려 하락장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즐거워하는 모습이 어서 빨리 그런 날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어쩌면 잘 쉬어야 할 연말이 더 바쁠 수도 있습니다. 정리할 것도 많고 결정해야 할 일도 많아질 테니까요. 하지만 이것 하나만 기억하시고 내년을 준비해주시기를 바랍니다.”

한진영은 자리에 앉아있는 사장단을 살피고는 오른손 검지를 들어 올리고는 말했다.

“내년에는 우리가 1등이 될 겁니다.”

한진영의 말이 끝나자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눈이 불타올랐다.

한진영이 말한 1등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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