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1화 지금 정리한 이유
이무용 부회장은 한진영 앞에서 쩔쩔맸다.
“한 회장님. 괜찮다면 저희가 넘긴 가격에 되돌려 받을 수는 없겠습니까?”
“이 부회장님.”
한진영은 한심하다는 얼굴로 이무용 부회장을 바라보고 말했다.
“그게 지금 가능할 것으로 믿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제가 이렇게 이 부회장님을 위해 시간을 낸 것을 후회하지 않게 해주십시오.”
거래를 진행하는 사이에 보일 수 없는 예를 벗어난 모습이었지만 이무용 부회장은 이런 한진영의 모습을 탓할 수가 없었다.
삼선전자가 내놓은 제안부터가 예의와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이무용 부회장이 모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알면서도 제안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BSML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태였다.
삼선전자가 세이지에 넘겼을 때보다 50배가 넘게 주가가 오른 상태였던 것이었다.
이무용은 안 될 줄 알면서도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가격을 이야기한 것은 그래야 최종 협상가가 그래도 낮은 가격에 형성될 것을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무용은 잠시 민망한 표정을 거둔 뒤 다시 협상을 시작하기 위해 말을 건넸다.
“회장님. 그럼 세이지에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저는 기본적으로 현재 주가의 20% 프리미엄을 붙인 가격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 가격에 20%의 프리미엄을 붙인다고요?”
“너무 많다고 느껴지십니까?”
“너무 비쌉니다.”
이무용 부회장은 난감한 표정을 지울 수가 없었다.
독대를 청해서 둘만 만나자는 부탁을 한 게 후회가 될 정도로 지금 한진영의 제안에 할 말이 없어진 이무용 부회장이었다.
한진영은 놀란 얼굴의 이무용 부회장을 향해 말했다.
“저는 강요하지 않습니다. 반도체 호황으로 장비 수주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지금, 저희는 굳이 BSML 지분을 매각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래도 세이지는 언젠가는 지분을 매각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렇기는 하죠.”
“지금같이 상황이 좋을 때 매각하고 투자금을 회수하는 편이 좋지 않습니까?”
“그것도 맞는 말씀입니다.”
한진영은 이무용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모두 맞는 말이라며 오히려 호응하는 모습에 이무용이 당황했다.
한진영은 그런 당황한 이무용을 향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굳이 싸게 팔 이유는 없습니다. 이미 다른 걸 매각하여 큰 이득을 얻은 상황에 BSML을 인수가격에 매각하는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매각이라면 어떤 걸…….”
“그건 삼선과 상관이 없는 일이니 BSML 이야기만 하도록 하시지요.”
한진영의 말에 이무용이 머쓱해졌다.
그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 한진영에게 말했다.
“저희는 BSML을 매수했을 때 가격으로 세이지에 매각했습니다.”
“당시 삼선전자는 저희에게 부탁하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BSML을 산 덕분에 삼선전자는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이 바뀌었다고 그때 일까지 잊어버리신다면…… 이 자리에서 계속 이야기 나누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느껴집니다.”
한진영은 이무용을 빤히 바라보고 말했다.
“저는 진심으로 이곳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한진영의 말에 이무용의 얼굴이 빨갛게 변했다.
한진영의 뒤에서 가만히 이야기를 듣기만 하던 조지훈은 가슴이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몇 년 전 큰소리치던 이무용의 모습을 떠올리자 그는 더욱 당해도 싸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이렇게 하시죠.”
한진영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며 말했다.
“돌아가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도록 하시죠.”
“돌아가라고요?”
“네. 지금 여기서는 이야기가 더는 진행되지 않으니까요. 생각해 보십시오. 50조짜리를 1조에 팔라고 하면 어떤 미친놈이 팔겠다고 하겠습니까?”
한진영이 어이없다는 눈으로 이무용을 내려다봤다.
“그래도 명색이 제가 월스트리트에서 활동하는 사람입니다. 숫자 계산도 못 하면서 이 자리에 앉아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조지훈은 한진영의 말에 웃음이 터지려는 것을 참았다.
한진영이 졸지에 숫자 계산도 하지 못하고 자리에 찾아온 사람으로 이무용을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다시 생각해 보시고 찾아오십시오. 저는 20%의 프리미엄 외에는 팔 생각이 없습니다.”
“50조는…… 아니 60조는 너무 비쌉니다.”
이무용이 한진영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며 애원했다.
그러나 한진영은 단호하기만 했다.
“부회장님은 이곳에 오셔서 판 가격에 다시 사겠다는 말과 너무 비싸다는 말만 하셨습니다. 도대체 뉴욕까지 왜 오신 겁니까?”
한진영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젓고는 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조지훈을 향해 문을 열라는 손짓을 하고 이무용에게 말했다.
“저는 다른 스케줄이 있어서 부회장님과 더 이야기를 나누지 못할 것 같습니다. 돌아가서 차분히 참모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시고 제 제안을 받아들이실 것 같으면 그땐 제가 아닌 세이지 인베스트먼트 쪽과 이야기를 나누시면 됩니다. 어쨌든 BSML의 지분을 관리하는 곳은 세이지 인베스트먼트 쪽이니 말입니다.”
한진영의 말에 이무용은 머뭇머뭇 문 쪽으로 다가갔다.
아무런 소득도 못 얻은 데다 다음은 만나주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까지 듣자 이무용은 난감해하는 표정을 지어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한진영은 그런 이무용의 모습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채 어서 나가라는 뜻의 손짓만 이무용에게 해 보일 뿐이었다.
이무용은 더는 한진영과 대화를 나누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무거운 발걸음을 밖으로 내디뎠다.
한진영은 떠나는 이무용을 배웅도 하지 않은 채 문을 닫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고 이성우가 안으로 들어왔다.
“이무용 부회장 얼굴이 왜 저러냐?”
“만나서 인사했냐?”
“인사해야지. 한국에서도 만나기 쉽지 않은 사람을 여기서 만났으니 인사하는 건 당연하기는 한데…… 무슨 물에 빠진 생쥐처럼 어깨가 축 처진 채로 차에 타더라. 왜 그래?”
이성우가 이무용을 향해 적절한 표현을 했을 때 조지훈이 뒤를 이어 안으로 들어왔다.
한진영은 들어온 조지훈을 향해 물었다.
“다들 갔나?”
“네. 떠나는 것을 조금 전 확인하고 올라왔습니다.”
“이무용 부회장이 떠난 게 그렇게 좋아?”
한진영이 웃는 얼굴의 조지훈을 향해 물었다.
이성우도 조지훈의 표정이 이상하게 보여 마침 물으려던 이야기였다.
조지훈은 이성우가 있음에도 개의치 않고 기분 좋은 이유를 이야기했다.
“떠난 게 기분 좋다기보다는 코가 납작해진 게 기분이 좋습니다.”
“코가 납작해져? 누가? 왜?”
이성우가 조지훈과 한진영을 번갈아 바라봤다.
한진영은 궁금해하는 이성우를 향해 조금 전 이곳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간단하게 이성우에게 알려줬다.
이야기를 들은 이성우는 놀란 얼굴로 한진영에게 물었다.
“야 완전히 대놓고 물 먹인 거잖아.”
“그 이야기는 내가 하고 싶은데?”
한진영은 조지훈에게 그렇게 서 있지 말고 앉으라는 뜻으로 손짓하고 말했다.
“60조짜리를 1조에 넘기라고 찾아왔으면 나를 물 먹이려고 온 거 아니겠냐? 아니면 한국에서 만났었던 나를 기억하고 찾아왔던가. 뭐가 됐건 무시한 건 저쪽이고 난 거기에 맞게 대응해 준 거다. 안 그래?”
“맞습니다.
조지훈이 한진영의 말에 동의했다.
“한국에서 보였던 이무용 부회장의 모습을 보면 우리 회장님이 오히려 예의를 차렸다고 생각합니다.”
이성우는 죽이 척척 맞는 한진영과 조지훈을 번갈아 바라본 뒤 한진영을 향해 말했다.
“야 그래도 살살 구슬려야 사지 않겠냐? 솔직히 나 같아도 1조에 내가 판 물건을 60조에 되산다는 건…… 못할 거 같아. 적당히 할인해서 줘야 사지 않겠어? 설마 저쪽도 1조에 사겠다고 마음먹고 이곳에 온 건 아닐 테니 말이야.”
“나야말로 굳이 그 물건을 삼선에 팔 이유가 없어.”
한진영은 편안한 자세로 자리에 앉아 이야기했다.
“삼선이 아니더라도 팔면 사겠다는 곳이 너나 할 것 없이 많아.”
“그래? 몇 년 만에 50배나 오른 회사인데?”
“그만큼 반도체가 엄청난 호황을 보이고 있으니까.”
이성우는 반도체와 관련된 내용을 잘 모르기에 한진영에게 다시 물었다.
“그런데 삼선의 하청회사나 마찬가지인 곳인데 그걸 삼선이 왜 사겠다고 저런 거야?”
조지훈은 처음 BSML 주식을 사겠다고 했을 때 자기가 했던 질문과 같은 질문을 하는 이성우의 모습에 살며시 웃었다.
이성우는 그런 조지훈의 모습에 시선을 조지훈 쪽을 돌렸다.
“내가 너무 바보 같은 질문을 한 거냐?”
“아닙니다. 저도 똑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어서 웃은 겁니다.”
“그래? 그래서 진영이가 뭐라고 했는데?”
“슈퍼 을이라고 했습니다.”
“슈퍼 을? 그러니까 BSML이 슈퍼 을이라고?”
“네.”
이성우는 고개를 돌려 한진영을 바라봤다.
한진영은 궁금증이 가득 담긴 얼굴로 자기를 바라보는 이성우를 향해 친절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반도체가 초호황기에 들어가 있어. 너도 들어봤지?”
“그건 나도 알지. 지금 반도체 못 구해서 모든 산업이 난리가 났다는 말을 듣기는 했다. 자동차 같은 경우에는 지금 주문해도 1년 뒤에 나온다고 하더라. 나는 자동차에 반도체가 그렇게 많이 들어가는 줄 처음 알았다니까.”
“그래. 그래서 반도체 회사들이 라인을 증설하고 신규공장을 짓는 등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 그런 상황에서 신규 라인에 기계를 넣어줄 곳은 BSML이 유일해.”
“유일하다고? 전세계에서 BSML만 기계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이야?”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삼선과 하이식스 같은 곳이 원하는 최신 기술이 들어간 기계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곳이야.”
“그래? 그런 곳이 있었어?”
이성우는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유일한 납품처가 가진 위상과 파워는 리튬과 니켈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쥐고 있는 기풍도 잘 느끼고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풍조차도 업계 1위일 뿐이지 ‘유일’하다는 단어는 쓰지 못했다.
그래서 ‘유일’이라는 단어를 쓰는 곳의 위상은 예상만 할 뿐이었다.
“돈이 있어도 순번에서 밀리면 원하는 기계를 가지고 오지 못해. 공장을 아무리 빨리 지어도 기계가 없어서 반도체 생산을 못 한다는 이야기야.”
“호황기를 손 놓고 바라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네.”
“그냥 호황기가 아닌 초호황기를 지켜만 볼지 모른다는 거지.”
이성우는 한진영의 말에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지금 반도체가 좋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어. 그럼 장비 확보를 위해 BSML 지분이 꼭 필요하겠네. 삼선전자가 아니더라도 말이야.”
“그래. 그러니 우리가 급할 필요는 없어. 정 안 되겠으면 삼선전자가 아니라 다른 곳에 팔아도 될 일이니까.”
이성우는 한진영의 말에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걸 느꼈다.
‘진영이가 미래해운은 많이 봐준 거구나.’
다른 곳에 팔지 않고 오직 기풍에만 팔겠다는 말이 듣기 좋은 말인 줄로만 알았던 이성우였다.
그리고 프리미엄을 붙이지 않은 채 거래가 그대로 넘기겠다는 것에 조금 깎아줄 수 있지도 않겠냐는 생각까지 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진영은 다른 곳에 물건을 넘기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며, 물건을 넘길 때 당연하게 프리미엄을 붙여 넘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진영이 봐준다는 게 농담이 아닐 정도로 세이지와 기풍 간의 거래는 세이지가 크게 양보했던 것이었다.
‘빨리 돌아가서 서류를 보내셔야 하는데…….’
보낸 서류를 가지고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와 계약 체결을 위해 남아있던 이성우는 조바심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 느꼈던 이정훈 회장의 감정이 이성우도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
세이지를 중심으로 한 뉴스가 휘몰아쳐 나왔다.
[세이지 인베스트먼트 대한에너지에 투자 결정]
[대한에너지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에서 투자받은 5,000만 달러의 투자금으로 제3 공장 건설 시작. 건설 완료된 시점에 생산량은 현재 기준 30%가 늘어날 것으로 파악돼]
[대한에너지의 시장 장악력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는 리포트가 쏟아져 나오며 일제히 목표가 상향]
[대한에너지는 세이지의 중요한 파트너로 부각되어 시장의 관심을 독차지 중]
세이지가 대한에너지에 투자했다는 이야기는 시장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현재 시장의 중심에 서 있는 세이지가 여전히 2차 전지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금액적으로 크지는 않지만, 세이지의 투자금을 끌어냈다는 것에 대한에너지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대한에너지와 관련된 이야기가 시장을 한차례 휘몰아친 뒤 미래해운 매각 발표가 나왔다.
[세이지와 기풍 간에 미래해운 매각 계약 체결]
[매각 대금은 한화로 약 10조에 달하는 것으로 발표]
[업계에서는 100억 달러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생각했을 때 10조는 기풍에 매우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이 체결됐다고 분석]
[초대형 M&A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조건에 체결된 것을 바탕으로 기풍의 가치가 훼손될 일이 없는 것으로 보여]
[기풍그룹 미래해운을 통해 원자재 수송 능력까지 확보]
[원자재 시장의 초강자로 급부상]
미래해운을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기풍에 대한 관심이 크게 올라갔다.
원자재 시장의 초대형 강자가 탄생했다는 시각으로 기풍을 전 세계가 주목했다.
이제 2차 전지 관련 원자재 가격은 기풍이 결정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미래해운의 M&A에 기풍이 주인공이 됐지만 세이지에 대한 관심 또한 계속 이어졌다.
[2조에 인수한 미래해운을 몇 년 만에 5배로 높여 매각한 세이지의 신들린 투자 성과에 월스트리트도 찬사 일색]
[미래해운 매각의 최우선 조건은 고용 보장인 것으로 알려져]
[매각 대금산정 시 프리미엄을 안 받는 대신 직원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해달라는 세이지의 비하인드 이야기가 전해지며 미래해운 직원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어]
[미래해운 임직원 일동은 세이지와 한진영 회장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
세이지와 한진영에 대한 미담이 전해졌다.
돈만을 생각하는 다른 곳들과 달리 인수 기업의 직원들과도 하나로 동화된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이었다.
처음 미래해운을 인수했을 때 받았던 계란 세례가 이제는 부끄러운 모습으로 비칠 정도로 미래해운 직원들은 한진영을 찬양했다.
몇몇 직원들은 차라리 그냥 세이지 밑에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말을 공공연히 할 정도였다.
미래해운 이야기 뒤에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큰 거래뉴스가 나왔다.
[세이지와 삼선전자 초대형 계약 체결, BSML 지분 1,800만 주 60조에 거래]
[삼선전자, 지분확보로 BSML의 최우선 업체로 등극 기대]
[반도체 호황 속에 반도체 장비 품귀 현상을 해소할 것으로 보여]
[세이지가 삼선전자의 손을 들어주며 반도체 전쟁은 삼선전자의 승리로 끝이 날 것으로 예상]
[삼선전자, 앞으로도 세이지와 좋은 관계를 계속 이어갈 것을 희망한다고 전해]
삼선전자가 BSML 지분을 확보하며 반도체 전쟁의 종지부를 찍게 됐다고 평했다.
반도체 산업은 누가 더 최신의 장비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냐의 싸움이었기에 BSML 지분을 확보한 삼선전자가 최종 승자가 될 것으로 예상한 것이었다.
시장은 이번에도 세이지의 탁월한 투자 수완에 크게 놀랐다.
BSML을 1조에 인수하여 60조에 팔아넘긴 것에 세이지의 놀랄만한 안목에 감탄한 것이었다.
BSML 뿐만이 아니었다.
미래해운과 원유 매각 소식까지 더해지며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의 높은 수익률에 사람들은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매각에 담긴 숨은 메시지를 발견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왜 세이지가 지금 이 시점에 이렇게 많은 물건을 정리하고 있는지 사람들은 깨닫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