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화 가격을 올릴 이유를 만들어 주겠다
세계 유명 투자자들이 가상화폐에 뛰어들었다.
시장을 뒤엎을 정도의 금액을 집어넣은 것은 아니지만 투자에 나섰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제 가상화폐 시장도 주요 투자처로 투자자들에게 공인받게 된 것이었다.
대표코인 가격이 40,000달러를 돌파했다.
알론 코인 또한 500달러를 넘어서고 말았다.
대표코인의 10만 달러 설이 시장에 의미 있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지금 사도 2배는 먹을 수 있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올 정도로 현재 시장은 과열로 치달았다.
증시 또한 가상화폐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14,700을 넘긴 나스닥 지수는 너무나 당연하게 15,000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었다.
이런 양대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른 것에는 개인 투자자의 과감한 배팅이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고용지표가 긍정적으로 나왔다는 소식에도 연준의 조기 긴축을 촉발할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에 발 빠르게 움직였다.
종목을 가리지 않고 매수했으며 지난 고점을 까마득히 넘어선 종목을 사는 것에도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개인 투자자에게 부족한 것은 시간이지 돈이 아닌 것처럼 움직였다.
기관 투자자들의 공매도가 무시무시하게 나왔다는 것도 더는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공매도가 숏스퀴즈로 바뀌는 순간 폭등이 나올 거라며 기관 투자자들을 털어먹겠다는 듯이 마구잡이로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런 개인 투자자의 움직임에 기관 투자자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14,000에 근접했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공매도를 진행해오던 것이 이제는 상당한 타격으로 기관 투자자를 공격해 들어왔다.
손실이 급격하게 늘어났고, 견디기 어려운 지점에 바짝 근접하는 모습으로 치달았다.
몇몇 종목의 경우에는 견딜 수 있는 손실 구간을 넘어서기도 했다.
“테라가 대표적입니다.”
조지훈이 한진영을 향해 보고했다.
“다른 곳보다 일찍 공매도를 치기 시작했던 칼혼 자산운용의 경우에는 어제 날짜로 2억 달러의 손실을 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금주 중으로 공매도에 대한 손실을 확정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시장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르코 투자회사와 그로브 증권 또한 테라에 대한 손실이 천문학적인 숫자로 치솟아 올라 손실을 확정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욕심냈구먼.”
한진영은 사무실에 새롭게 꾸며 놓은 난을 수건으로 닦아내며 말했다.
“하긴 나라도 그랬을 거야. 과거의 나라면…….”
과거의 지표로 설명이 안 될 정도로 폭등한 주가에 희한한 잣대를 들이밀어 설명할 정도였다.
이런 종목을 공매도 치지 않는다면 직무 유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만큼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테라를 공매도 치는 게 당연했고, 테라의 주가 상승은 황당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황당한 상황이 상식이 된 세상이었다.
“꿈이라는 이상한 파라미터로 계산하고 앉아있으니 공매도 치고 싶지 왜 안치고 싶겠어? 게다가 14,000이라는 박스권 고점이 떡 하니 자리하고 있으니 더 자신감이 있었겠지.”
한진영은 닦아낸 난을 이리저리 햇볕에 살피고는 말했다.
“그런데 그게 자기들 발목을 잡을 줄은 몰랐겠지.”
한진영은 고개를 돌려 조지훈을 돌아봤다.
책상 앞에 서 있는 조지훈은 태블릿을 든 채로 한진영을 향해 보고하는 중이었다.
“다른 곳은 어때?”
“테라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곳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기는 마찬가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특히, IT주에 대한 공매도가 기관 투자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여기서 얼마나 더 오르면 발목이 잘린다고 하던가?”
한진영의 질문에 조지훈은 가지고 온 태블릿을 내려다보고 대답했다.
“현재 상황으로 미루어 짐작한 바에 따르면…… 지수가 15,000을 넘어가는 시점부터가 폭탄이 터져 나갈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테라를 기준으로 하면…… 500달러가 바로 임계점이 되지 않을까 판단하고 있습니다.”
“좋아.”
조지훈은 무엇이 좋다는 것인지 알지 못하게는 얼굴로 한진영을 바라봤다.
한진영은 조지훈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와 조지훈의 어깨를 두드리고 말했다.
“가만히 있어도 발목이 잘려 나가겠지만 나는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당기고 싶어.”
“어떻게 당기실 생각이신지…….”
“조금 전 조 실장이 그러지 않았나? 테라 기준 500달러가 되면 공매도친 기관 놈들이 손을 털 수밖에 없다고 말이야.”
조지훈은 여전히 자기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는 한진영을 돌아보고 물었다.
“그러니까 회장님 말씀은…… 테라의 가격을 500달러까지 올리시겠다는 말씀인가요?”
“그래. 정확하게 봤어.”
한진영이 자기 뜻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조지훈의 모습에 만족하는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두드렸다.
조지훈은 천천히 자기 뒤로 걸어가고 있는 한진영을 돌아보며 계속 물었다.
“어떻게 만드신다는 건지…… 혹시 자산운용에 지시해서 테라 주가를 끌어올리실 생각이십니까?”
“그것도 한 방법이지.”
한진영은 조지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내 끄덕이던 고개를 멈추고 말했다.
“하지만 최선의 방법은 아니야. 그리고 그런 식으로 일을 진행하면 테라에 공매도 친 다른 기관 투자자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겠나?”
“공공의 적이 되겠지요.”
“그래.”
한진영은 조지훈의 대답에 몸서리를 치고 모니터링 화면 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다른 곳에 안 좋은 모습으로 비치기 싫어. 내가 그들과 다른 포지션을 잡고 있다고 그들을 사지로 몰 수는 없지. 이 바닥에서 이번 일만 마무리하고 떠나는 것도 아니고 계속 얼굴 마주쳐야 하는 곳들인데 그런 식으로 안 좋은 인상을 남길 수는 없잖아.”
조지훈은 한진영의 말이 엄살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마 더 좋은 방법을 알고 있어서 그렇겠지.’
다른 곳의 시선은 한진영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오랜 시간 곁에 있으며 잘 알고 있었다.
오히려 조지훈의 말한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면 조지훈이 말하기 전에 이미 진행했을 것이 분명했다.
한진영에게 다른 투자사들은 경쟁 관계조차도 되지 못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조지훈은 가만히 다음에 나올 한진영이 생각한 더 좋은 방법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런 조지훈을 향해 한진영은 더 좋은 방법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것보다는…… 우리 대신 주가를 끌어올릴 이들에게 올릴 이유를 만들어 주는 편이 좋겠지.”
“네? 그게 무슨…….”
어떤 방법이 있을까 기다리던 조지훈은 주가를 올릴 이유를 만들어 준다는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한진영이 말하는 뜻이 무엇인지조차 가늠이 안 됐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몸을 돌려 조지훈을 바라보고 말했다.
“나 사장 들어오라고 해. 이유를 만들어 줄 방법을 알려주려 하니까.”
조지훈은 한진영의 지시에 고개를 숙이고 나창운을 부르기 위해 사무실에서 나갔다.
전혀 예상이 안 되는 상황에 한진영의 지시를 따를 뿐이었다.
‘나 사장이 오면 알 수 있겠지.’
조지훈은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주가를 끌어올릴 이유를 만들어 주겠다는 것인지 궁금한 마음을 숨긴 채 나창운에게 연락을 넣었다.
***
“네?”
나창운은 자기가 이야기를 잘못 들은 게 아니냐는 생각에 한진영을 향해 다시 물었다.
“렌터카 업체 허스에 돈을 빌려주라는 말씀이십니까?”
“돈을 빌려주는 게 아니라 투자를 하겠다는 것이지요.”
“투자를 요청하지도 않은 곳인데요?”
“네. 우리가 먼저 가서 투자를 진행하십시오. 투자금은 약 1억 달러를 상한선으로 잡고 5,000만 달러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5,000만 달러나 진행하는 겁니까? 첫 번째 투자에 말입니까?”
나창운은 전혀 접촉이 없는 곳에 먼저 찾아가 5,000만 달러에서 1억 달러를 투자하라는 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평소 한진영은 나창운에게 전적으로 투자를 맡기고는 했다.
대형 계약의 경우 나창운이 보고하고는 하지만 대부분 보고를 받기만 할 뿐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네지는 않던 한진영이었다.
그러던 한진영이 직접 투자를 지시할 때가 있었다.
과거 테라가 그랬고 미래해운과 광산 그리고 지금 대서양에 떠 있는 유조선에 가득 채워져 있는 원유 등이 바로 그것들이었다.
한진영이 직접 투자할 때는 대규모 자금이 집행되는 일이었고, 그로 인해 벌어들이는 돈 또한 천문학적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시장을 뒤흔들 만한 일이 일어날 때만 한진영이 직접 나서서 지시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경우에는 과거 사례들과 완전히 달랐다.
자금 규모도 과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적었으며 투자처 또한 과거의 것들과 완전히 달랐다.
“렌터카 업체를 말씀하신 것 맞습니까?”
나창운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또 한 번 물었다.
한진영은 몇 번이고 묻더라도 대답은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렌터카 업체 허스. 그곳에 투자하십시오.”
“저는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렌터카 업체에 어째서…….”
나창운은 자기가 들은 게 맞는다는 것이 확인되자 고개를 이리저리 갸웃하며 말했다.
“물론 허스가 허술한 회사가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렌터카 업계에서는 1위와 2위를 다투는 곳이지요. 코로나 초창기에 어려움을 겪다가 최근에 실적이 성장세로 들어간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성장성을 놓고 보자면 우리가 좋아할 만한 곳은 아니지 않습니까? 기존에 진행하던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의 투자 방향과는 완전히 다른 업체입니다.”
이미 성장은 끝이 나서 완숙기에 돌입한 회사였다.
시장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한 이런 곳에서 투자를 통해 얻는 것은 제한되어 있다고 볼 수 있었다.
물론 완숙기에 돌입한 만큼 안정성은 이제 막 꽃봉오리를 피우려는 곳보다 낫기는 할 게 분명했다.
그러나 세이지는 안정성을 따지지 않았다.
오히려 위험을 떠안는 것을 즐겨 했고, 지금까지의 투자도 바로 이런 위험에 기대 높은 수익을 올릴만한 곳에 투자하는 것이 기존의 투자 방식이었다.
나창운은 도대체 왜 기존에 투자하는 곳들과 완전히 궤를 달리하는 곳에 투자하려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애초에 이곳에 온 이유와도 완전히 다른 한진영의 이야기에 나창운은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회장님. 분명 저를 부르실 때 테라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 위해 부른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저는 조 실장에게 그렇게 이야기를 듣고 이곳에 왔습니다.”
나창운은 말을 마치고 조지훈을 돌아봤다.
자기가 잘못 안 게 아닌지 조지훈을 통해 확인하려 한 것이었다.
“맞습니다.”
대답은 조지훈이 아닌 한진영에게서 나왔다.
“바로 허스에 투자하는 것이 테라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일이 될 겁니다.”
“그게 무슨…….”
나창운은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는 거냐고 말하려다 참았다.
이야기를 꺼낸 상대가 한진영임에 언제나 그렇듯이 끝까지 이야기를 들어봐야 정확하게 알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나창운을 확인하고 차분히 자기 계획을 이야기했다.
“테라의 주가를 띄울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액면분할을 단행하는 방법…….”
“또다시 말입니까? 액분을 한 지 이제 1년이 채 넘지 않았습니다.”
나창운이 한진영의 말에 펄쩍 뛰었다.
그러고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자기를 바라보는 한진영의 모습에 급히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놀라 회장님의 말씀을 끊었습니다. 조용히 말씀을 다 듣고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사과하는 나창운의 모습에 한진영은 괜찮다는 뜻으로 손을 들어 올렸다.
“이해합니다. 액면분할을 또다시 시행하기에는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은 상태이기는 하니까요. 아마 테라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겁니다. 비록 지난 액분 했을 때 가격에 다시 오기는 했더라도 말입니다.”
한진영이 말을 마치고 모니터링 화면에 뜬 테라의 주가를 바라보자 나창운도 한진영을 따라 테라 주가를 확인했다.
500달러에 도달하며 5대 1 액면분할을 단행했던 테라였다.
주가가 너무 비싸 개인 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것을 해소하기 위한 액면분할이었다.
그랬던 주가가 1년도 지나지 않아 액면분할을 했을 때 근접해 있었다.
쉽게 말해 주가가 액면분할 후 거의 5배가 올랐다는 것으로 그만큼 테라에 미친 상승이 나왔다는 뜻이었다.
한진영은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기서는 못할 겁니다. 하지만 1,000달러를 넘기면…… 뭐 생각이 달라지겠지요. 그땐 명분이 생기는 거니까요.”
“1,000달러요?”
1,000달러라는 말에 나창운이 깜짝 놀란 얼굴로 화면에서 시선을 돌려 한진영을 바라봤다.
한진영은 자기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나창운을 향해 가볍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건 나중 이야기니까 나중에 하시고…… 두 번째 방법을 이야기하도록 하지요.”
한진영은 나창운이 액면분할을 생각할 여유를 가지지 못하도록 바로 방법을 이야기했다.
“두 번째 방법이자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테라의 전기차에 의미를 부여하는 겁니다. 바로 전기차가 향후 주류에 들어가며 많은 구매자가 원하는 차량이라는 것을 부각해서 보여주면 되는 겁니다.”
한진영의 말에 액면분할 이야기를 잠시 접어둔 나창운은 한진영의 말을 곱씹었다.
“구매자들이 원하는 차량이라는 것을 알려준다면…… 확실히 테라의 주가 상승에 탄력을 받을 겁니다. 그런데 그게 허스와 무슨 상관인 거죠?”
“그 일을 허스를 통해 하려 하는 겁니다.”
한진영은 나창운을 바라보고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5,000만 불을 투자하며 조건을 거십시오. 테라에 차량을 구매하는 양해각서를 쓰도록 말입니다.”
“아~”
“렌터카 업체가 전기차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것을 보여주면 시장은 렌트 고객이 전기차를 많이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할 게 분명합니다. 그리고 이런 고객의 욕구는 렌트 시장을 넘어 직접 차량을 구입하려는 곳으로까지 번져 나갈 것으로 생각할 겁니다.”
“확실히 렌터카 업체가 전기차를 대량으로 구매한다면…… 유의미한 메시지가 시장에 퍼지게 될 겁니다.”
나창운은 감탄 섞인 표정으로 한진영을 바라봤다.
전혀 생각지 못한 방법을 통해 테라의 주가를 끌어 올리려 하는 한진영의 모습에 감탄만 나올 뿐이었다.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조지훈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주가를 올릴 이유를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 이런 식으로 나타날 줄은 꿈에도 몰랐던 조지훈은 벌레가 들어갈 정도로 입을 벌린 채로 한진영을 바라봤다.
한진영은 이런 두 사람의 시선을 받으면서도 차분한 표정을 유지한 채로 이야기했다.
“5,000만 달러에서 1억 달러를 쓰고 우리는 수백억 달러를 벌게 될 겁니다. 테라의 주가는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의 실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정도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니까요.”
“확실히 의미 있는 수준으로까지 테라의 주가가 튀어 오를 게 분명합니다.”
“그리고 테라의 주가 상승은 나스닥 전체에도 영향을 미칠 겁니다.”
“15,000이 뚫리겠군요.”
“그렇게 되겠지요?”
한진영이 그렇지 않겠냐고 말했지만 분명 그렇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든 나창운이었다.
14,000과 15,000은 10%도 안 되는 차이였지만 가지는 의미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있었다.
12,000과 14,000의 박스권이 충분히 시간을 보낸 만큼 15,000을 넘긴다면 확실히 다음 레벨로 상승을 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시장은 아직도 의심을 하고 있었다.
지난 고점을 벗기고 넘어서기는 했지만 여전히 박스권으로의 회귀를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특히, 기관 투자자들의 경우에는 공매도를 청산하지 않은 채 버티기 모드로 돌입했고 여차하면 시장을 찍어 누를 기회만 눈에 불을 켜고 바라보는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15,000까지 뚫어낸다면 공매도와 관련된 손절 물량이 튀어나올 게 분명했다.
박스권을 뚫어낸 것을 확실히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나창운은 본인의 손으로 새 시대를 만들려 하는 한진영을 바라보고 기가 찬다는 듯이 웃었다.
이제는 기업이 아니라 시장 자체를 손 위에 올려놓고 움직이려 하는 한진영의 모습에 기가 질릴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