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4화 피해자가 진정 원하는 것
홍대민은 자기의 생각이 충분히 전달된 것을 확인하고 한진영을 다시 설득했다.
“회장님께서 과감하게 전기차에 투자하신 대로 현재 시장은 전기차로 완전히 재편되어 가고 있습니다. 기존 자동차 회사들도 본격적으로 전기차를 개발하여 출시하며 전기차 시대가 열린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런 때 가장 앞서있는 전기차 기술을 가지고 있는 테라를 인수한다면 우리가 전기차 시대의 주도권을 확실히 쥘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자금이 얼마나 소요될 것 같습니까?”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한진영이 관심을 보이는 듯하자 홍대민은 신난 얼굴로 대답했다.
“현재 테라의 주가는 500달러에 들어가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약 2억 주입니다. 단순 계산으로는 약 1,000억 달러의 자금이 필요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많은 1,200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홍대민은 한진영을 바라보고 기대에 부푼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1,200억 달러를 더 투자한다면 시장을 이끌어가는 업체를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1,200억 달러. 만만치 않은 금액이네요. 게다가 그 돈으로 인수되는 것도 아니라 이제 인수합병을 노릴 수 있다는 수준이 1,200억 달러 아닙니까? 실제로 진행이 된다면 그보다 훨씬 많은 돈이 들어갈 것 같은데요?”
금액을 이야기 들은 한진영이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자 홍대민이 급히 이야기했다.
“회장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십시오. 테라를 인수하면서 알론 코인이 함께 들어온다.”
홍대민은 자리에 있던 사람들을 다시 훑어본 뒤 말했다.
“테라가 가지고 있는 알론 코인의 가치가 현재 기준으로 500억 달러에 달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것조차 정확하게 알려진 것이 아니기에 어쩌면 더 많은 가상화폐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계속 성장하는 가상화폐 시장을 생각한다면 그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높아질 게 분명합니다.”
잠시 말을 멈춘 홍대민은 한진영을 향해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계산하기 어려운 자산을 생각한다면 1,200억 달러를 통해 M&A를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게 알려지면 주가가 오르게 될 게 분명합니다. M&A에 실패하더라도 우리에게 나쁜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확실히 도움이 되기는 할 겁니다.”
나창운도 홍대민의 말에 동의하는 말을 건넸다.
“해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홍대민은 예상대로 자기의 제안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인 나창운을 향해 가볍게 웃어 보이고는 한진영을 향해 말했다.
“만약 부담된다면 우리가 직접 M&A와 관련된 이야기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만 흘려도 되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이면 테라의 경영권이 흔들릴 수도 있다. 뭐 이 정도의 이야기만 언론을 통해 흘리고 반응을 봐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홍대민의 말에 나창운도 좋은 생각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언론을 통해 이야기만 흘리고 분위기를 살핀다고 해서 세이지에 나쁠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런 언론플레이를 통해 오히려 이득을 볼 수도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적대적 인수합병은 주식 시장의 최대 호재거리였기 때문이다.
이미 세이지가 보유하고 있는 테라의 주식만 해도 엄청난 양이었다.
적대적 인수합병 소식이 전해지면 보유하고 있는 지분가치도 튀어 오를 것이 분명했다.
이것을 통해 세이지는 큰 이득을 볼 게 확실했다.
홍대민의 제안이 세이지에는 나쁠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었다.
나창운은 동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생각했고 한진영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 찾아오면 자기도 홍대민을 거들어 한진영을 설득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한진영은 설득의 범주 내에 자리하고 있지 않았다.
“돈이 많이 드는군요.”
M&A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M&A에 들어가는 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말을 내뱉은 한진영이었다.
테라와 M&A를 했을 때의 장점을 이야기하려던 홍대민과 나창운은 잠시 말문이 막혀버렸다.
한진영의 뜻밖의 말에 갈피를 잃고 만 것이었다.
한진영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조금 기다리도록 하죠.”
“역시 테라를 인수한다는 생각에는 반대하시는 겁니까?”
“아니요. 인수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가격이 마음에 안 든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한진영은 홍대민이 뽑아온 데이터를 내려다보고 말했다.
“조금 더 싸게 인수할 순간이 올 수도 있으니 지금은 그냥 지나가자는 뜻입니다.”
“싸게요?”
나창운이 놀란 듯이 한진영을 향해 물었다.
“액면분할을 진행해서 가격이 더 오를 것이 예상되는데…… 여기서 더 싸게 인수하는 순간이 온다는 말씀이십니까?”
“올 겁니다.”
한진영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조만간이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그때가 올 겁니다. 그리고 그때가 오면 우리는 오히려 인수해야 하는 것인지 말아야 하는지를 놓고 고민하게 될 겁니다.”
한진영의 말에 두 사람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가격이 더 싸지는 때가 올 것이고 그때가 된다면 오히려 인수를 놓고 고민해야 할 거라는 말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몰랐던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가격이 너무 비싸고 여러 가지로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
한진영은 홍대민을 바라보고 말했다.
“처음 이야기한 대로 매수는 자제한 상황에서 주시만 하도록 하세요. 그리고…….”
홍대민에게 지시를 내린 한진영은 나창운을 향해 말했다.
“나 사장님께서는 테라 측과 논의하여 액면분할에 관련된 일을 진행해 주시고요.”
“네. 알겠습니다.”
한진영이 결론을 내려버렸기에 두 사람은 더는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한진영은 순순히 자기 의견을 받아들이는 나창운과 홍대민을 번갈아 바라본 후 나창운에게 물었다.
“마사오카와의 협상은 어떻게 됐습니까?”
나창운은 한진영의 질문에 정신을 차리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
마사오카 그룹과 이야기를 하기 위해 왔던 것을 한진영의 말을 듣고 떠올렸던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정작 인베스트먼트 이야기를 하지 못했습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테라 이야기를 정리하는 것도 중요했으니까요. 자 그럼 이제 어떻게 됐는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한진영의 말에 나창운은 마사오카 그룹 이야기를 시작으로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의 사업과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놨다.
***
나창운과 홍대민이 나간 사무실에 한진영과 레이 젠슨만이 남아 있었다.
한진영은 나창운이 건넨 서류를 확인하며 맞은편에 앉아 있는 레이 젠슨을 향해 말했다.
“생각보다 나 사장이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해 왔습니다. 그만큼 마사오카 그룹이 급했던 거겠죠?”
한진영은 마사오카 그룹으로부터 38억 달러에 콜옵션을 받아온 나창운을 칭찬하는 말을 계속했다.
“마이너스 프리미엄으로 12억 달러까지는 저도 기대하지 않은 건데 나 사장이 기대 이상을 해냈습니다. 이거로 우리가 얼마나 많은 수익을 볼지 기대가 큽니다.”
한진영이 계속 말을 건넸지만, 레이 젠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한진영을 바라보기만 했다.
한진영은 그런 레이 젠슨의 시선을 느끼지 못한 것인지 연신 나창운이 건넨 데이터들을 살피고는 감탄을 내뱉었다.
“실적이 좋습니다. 투자했던 기업들이 속속 성과를 내놓고 있군요. 이대로 나간다면 이번 실적발표 때 기대를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진영이 보던 것을 모두 마친 것인지 서류를 덮고 고개를 들었다.
그때까지도 한진영을 바라보던 레이 젠슨의 시선과 마주하자 한진영은 가볍게 웃었다.
“왜 그러십니까? 혹시 마음에 안 드시는 부분이라도 있으십니까?”
“마음에 안 드는 부분?”
“네. 그래서 조금 전 회의 때도 아무 말씀 하지 않으셨던 것 아니십니까?”
한진영은 서류를 옆으로 치우고 레이 젠슨에게 말했다.
“이제 말씀해 보십시오. 무엇이 고문님을 화나게 만들었습니까?”
“그걸 몰라서 물어보는 건가?”
레이 젠슨은 버럭 한진영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한진영은 레이 젠슨의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는 듯이 귀를 어루만졌다.
그러나 여전히 얼굴은 웃는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레이 젠슨이 무엇 때문에 이러는 것인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게 말씀하셔도 다 알아듣습니다. 작게 이야기해주세요. 여기 고문님과 저 둘밖에 없지 않습니까?”
능청스러운 한진영의 말에 레이 젠슨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레이 젠슨은 손가락을 들어 한진영을 향해 삿대질하며 말했다.
“지금 그렇게 말할 정신이 있는 건가? 안젤라 랜스 여사를 만났다면서도 지금 내 앞에서 그렇게 이야기하는 건가?”
“아~ 랜스 여사님 때문에 그러시군요. 이해합니다.”
한진영은 삿대질하고 있는 레이 젠슨의 손가락을 손으로 슬며시 누르며 말했다.
“그렇게 흥분하지 마시고 차분히 말씀해 보십시오. 제가 고문님께 아무런 말 없이 여사님을 만나러 간 게 기분이 안 좋으셨던 겁니까?”
“랜스 여사를 왜 찾아간 건가? 뭘 얻어먹겠다고 찾아가?”
“얻어먹는다니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레이 젠슨은 한진영의 손에 삿대질하는 손을 내렸다.
그러나 여전히 벌게진 얼굴을 한 채로 한진영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내가 모를 거로 생각하나? 랜스 여사에게 연락을 받았네.”
“그렇군요.”
한진영은 놀라는 기색 없이 고개를 들어 시계를 바라봤다.
몇 시나 됐는지 확인하는 한진영의 모습에 레이 젠슨의 얼굴은 더욱 빨개졌다.
자기를 앞에 놓고 시간이나 확인하는 모습이 마치 놀리는 기분마저 들었기 때문이다.
“나 모르게 찾아가 랜스 여사를 찾아간 것도 모자라 랜스 여사를 흔들다니 자네는 제정신인가? 남편과 자식을 모두 잃은 미망인이네. 여생의 마지막을 요양원에서 편안히 보내도 모자랄 분의 과거를 꺼내서 도대체 뭘 할 생각인가? 자네는 정말 그 정도로 매몰찬 사람이었던가?”
“고문님께서는 잘못 생각하고 계시는군요.”
“그게 무슨 말인가?”
자기에게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말에 레이 젠슨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지금 이 이야기에서 자기가 지적당해야 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잘못했다면 한진영이 했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한진영은 오히려 레이 젠슨을 향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럴 수도 있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확실히 고문님은 제3자라서 분노가 옅을 수밖에 없었겠습니다.”
“내가 왜 분노가 옅단 말인가? 나야말로 화가 나는 사람이란 말일세.”
“고문님께서 직접 당하지 않은 일이니 랜스 여사께서 요양원에서 편안히 지낸다고 생각하시는 거겠죠.”
“뭐?”
“모두를 잃고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원망과 분노는 이제 내려놓고 편안하게 남은 생을 마무리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시는 것 아닙니까?”
한진영의 말에 레이 젠슨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불편하다는 듯이 코끝을 찡그리고는 말했다.
“내 말이 잘못됐단 말인가? 그게 현실이야. 40년이 지났는데도 법원에서 먼지만 쌓여가는 걸 보게나. 설혹 재판이 다시 열려 이긴다고 하더라도 이미 회사의 지분은 섞이고 섞여 되찾을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네. 그건 자네도 잘 아는 사실 아닌가?”
“알고 있지요. 하지만 그건 그거고 분노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다른 이야기라고?”
한진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사무실을 잠시 서성이며 말했다.
“40년이 지나고 400년이 지났다고 하더라도 원수에 대한 마음은 잊히지 않습니다. 당사자가 아닌 제3자나 잊고 편하게 살라고 말하지, 당사자는 잊고 싶다고 해서 잊을 수 있는 게 아니지요.”
마치 잘 알고 있다는 듯이 이야기한 한진영의 모습에 레이 젠슨은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느냐고 묻지 못했다.
한진영에게서 분노가 엿보이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제일 무책임한 말이 뭔 줄 아십니까? 뒤돌아보지 마라. 앞만 보고 나아가라는 말입니다. 앞에 더 희망찬 미래가 놓여 있으니 과거는 접어두고 미래를 위해 살아가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그겁니다.”
한진영의 입가에는 비릿한 웃음이 어렸다.
“보통 그런 이야기는 가해자들 처지에서 하는 이야기입니다. 과거에 자기들이 한 일은 잊으라고 하고 싶어 미래를 먼저 이야기한 뒤 과거를 잊으라고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피해자들은 과거를 잊을 수 없습니다. 아니. 잊고 싶지도 않습니다. 왜 과거를 잊어야 하는 겁니까?”
조금 전까지만 해도 조용히 이야기해달라고 말하던 한진영의 목소리가 지금은 더욱 커져 있었다.
그만큼 흥분했으며, 그만큼 분노한 모습이었다.
“과거를 먼저 청산해야 밝은 미래로 갈 수 있는 겁니다. 복수는 허무하다? 그건 가해자들이 만들어낸 말이지요. 복수만큼 짜릿하고 즐거운 일은 없습니다.”
한진영은 말을 마치고 책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노트를 하나 들어 보였다.
“하지만 가끔 정말 가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잊어버릴 때가 있기는 합니다. 시간이 흘러 마음이 치유됐다기보다는 노화되어 기억력이 떨어져 잊어버리는 것이지요. 그럴 땐 이렇게 직접 손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적어보면 그때의 감정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이 솟아난다면 복수에 대한 마음을 더욱 키울 수 있습니다.”
“자네…….”
레이 젠슨은 한진영에게서 무섭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도대체 무엇에 대한 분노인지 알지 못하겠지만, 분노의 대상에 대한 마음이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소름이 돋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똑똑.
레이 젠슨이 한진영에게 질문을 던지려 할 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도착하셨나 봅니다.”
“도착?”
한진영이 평소와 다르게 직접 문 앞으로 다가갔다.
레이 젠슨은 앉은 채로 천천히 문 앞으로 다가가는 한진영을 바라봤다.
한진영은 조금 전까지 분노하던 표정을 지우고는 밝게 웃으며 문을 열었다.
레이 젠슨은 열린 문을 통해 드러난 모습의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문앞에는 휠체어를 탄 안젤라 랜스가 모습을 보였다.
레이 젠슨이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자 조지훈에 의해 휠체어에 탄 채로 사무실로 들어온 안젤라 랜스는 레이 젠슨을 향해 반갑게 인사했다.
“오랜만이에요.”
“며칠 전에 통화할 때는 아무런 말씀도 없으시지 않았습니까? 여긴 어떻게 오신 겁니까?”
“여기 있는 미스터 한이 초대해서 오게 됐어요. 미스터 한 잘 지냈죠?”
“저야 여사님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
가벼운 인사를 나눈 안젤라 랜스는 사무실을 살펴본 뒤 한진영을 향해 말했다.
“사무실이 참 좋네요.”
“감사합니다.”
칭찬에 가볍게 대답한 한진영을 올려다본 안젤라 랜스는 손을 뒤로 돌려 휠체어에 걸려 있는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자그마한 공책을 꺼낸 안젤라 랜스는 한진영을 향해 들어 보이고는 말했다.
“확실히 미스터 한이 이야기한 방법이 효과가 있었어요.”
“어떠십니까? 잊었던 일들도 다 떠오르지 않습니까?”
“맞아요.”
안젤라 랜스는 공책을 흔들었다.
“내가 왜 게리 챈슬러에게 화가 났는지 직접 적어서 정리해보면 분노가 조금 더 명확해진다는 미스터 한의 말이 맞았어요. 그리고 확실히 알게 됐어요. 나는 게리 챈슬러의 몰락을 원해요. 미스터 한. 도와줘요.”
한진영은 안젤라 랜스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무릎을 살짝 꿇어 안젤라 랜스와 시선을 맞췄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여사님의 뜻을 이루어 드리겠습니다.”
레이 젠슨은 지난 40년 동안 본 적이 없는 밝은 얼굴의 안젤라 랜스를 바라보고 놀랐다.
피해자가 가장 원하는 것은 복수라는 한진영의 말이 레이 젠슨의 머리를 강하게 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