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증권사 생활-588화 (588/650)

588화 탐욕이 시대가 열린다

“함께 하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노아 스미스는 단도직입적으로 한진영에게 제안했다.

“이미 많은 사람이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블랙 코인이 바닥을 잡아주고 있으니만큼 알론 코인의 상승은 계속 이어질 겁니다. 자금은 끊임없이 들어올 테니 걱정할 것도 없습니다. 그저 한 회장님은 저와 함께 코인 시장을 펌프질하기만 하면 됩니다.”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는 노아 스미스의 말에 한진영은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노아 스미스는 그런 한진영의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졌는지 앉은 자세에서 한진영을 향해 몸을 기울이고 말했다.

“한 회장님과 제가 펌프질을 하는데 시장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시장에 들어와 우리 뒤를 따르게 될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저도 분명히 그렇게 될 거로 생각합니다.”

한진영이 동의하는 말을 꺼내자 노아 스미스는 한껏 신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펌핑 했을 때를 보셨습니까? 단숨에 대표 코인이 3%, 알론 코인은 10%가 넘게 올랐습니다. 여기에 한 회장님께서 도와주시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상승 폭은 제가 감히 예상하기 어려운 정도까지 오를 게 분명합니다.”

노아 스미스는 손짓하여 비서를 불렀다.

미리 이야기되어 있었던 것인지 비서는 자연스럽게 태블릿을 들고 세 사람이 앉아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세 사람은 비서가 내려놓은 태블릿을 내려다봤다.

그곳에는 알론 코인의 차트가 그려져 있었다.

“현재 코인 그라운드에 상장되어 있는 알론 코인의 차트입니다. 보이십니까? 처음 상장했을 때보다 5배가 올라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 상승곡선은 더욱 가팔라질 겁니다. 블랙 코인이라는 든든하게 받쳐주는 코인이 있으니까요. 여기에 블랙문이 발행에 참여했고, 저와 한 회장님이 함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100배? 1,000배? 꿈이 아닙니다.”

노아 스미스는 여전히 고민하는 듯한 한진영의 얼굴을 바라보고 계속 이야기했다.

“주식과 달리 발행에 한도도 없습니다. 10억 달러, 100억 달러, 1,000억 달러 마음대로 넣어도 됩니다. 그뿐입니까?”

노아 스미스는 이번에는 함께 찾아온 이성우를 바라보고 말했다.

“블랙 코인이라는 안전판이 있어 하락할 일도 없습니다. 하락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블랙 코인이 잡아주게 설계되어 있으니까요.”

“어떻게 설계된 겁니까?”

이성우가 참지 못하고 질문을 던졌다.

노아 스미스는 아무런 반응이 없는 한진영보다 자기의 말에 바로 반응해주는 이성우가 마음에 들었던지 계속 이성우를 바라보고 말했다.

“그게 알고리즘의 힘입니다.”

“알고리즘의 힘이요?”

노아 스미스는 손을 들어 올리고 설명했다.

“인공지능이 자연스럽게 두 개의 코인의 균형을 맞춰줍니다. 알론 코인이 떨어지면 블랙 코인을 팔고 알론 코인을 사서 가격을 안정화해주죠.”

“블랙 코인 가격이 내려가면 어떻게 됩니까?”

“블랙 코인은 가격이 내려갈 일이 없습니다. 영원히 1달러는 1블랙 코인으로 맞추어져 있으니까요.”

“맞추어져 있다고요? 그게 어떻게…… 영원할 수 있는 건가요?”

이해가 가지 않아 계속 질문을 던지려는 이성우의 모습에 살짝 기분이 나빠진 노아 스미스가 대답했다.

“블랙 코인으로 들어온 자금이 지금 얼마인지 아십니까? 그리고 앞으로 더 들어올 자금이 얼마인지는 혹시 아십니까?”

이성우는 노아 스미스의 말에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노아 스미스는 그런 이성우를 향해 비웃음이 가득 담긴 얼굴로 말했다.

“블랙 코인이 흔들릴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습니다.”

노아 스미스는 한진영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오늘 설득해야 하는 사람이 한진영이기에 한진영에게 집중하려 한 것이었다.

“한 회장님이 코인에 관심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일반 개인이 아니기에 관심이 많아도 쉽게 발을 담그지 못한다는 것 저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으니까요.”

노아 스미스는 한진영을 향해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이건 놓칠 수 없는 기회입니다. 이런 기회를 정녕 그냥 지켜만 보고 지나치실 생각이십니까? 세계에서 다섯 번째 부자 자리가 내년에는 첫 번째 자리로 바꿀 기회가 눈앞에 찾아왔는데도요?”

노아 스미스의 말에 한진영보다 이성우가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말로 쉽게 오지 않는 기회가 찾아온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진영은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생각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노아 스미스는 그런 한진영의 모습에 답답했던지 몇 차례 같은 말을 던졌다.

지금이 얼마나 좋은 기회이고 얼마나 찾아오기 힘든 상황인지 곁에서 이야기 듣던 이성우조차 외울 정도로 노아 스미스는 한진영을 향해 계속 강조하여 이야기했다.

하지만 한진영은 그런 말을 들으면서도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똑같은 이야기가 계속 이어져 답답함에 이성우의 숨이 막혀 올 때쯤 한진영의 입이 열렸다.

“이제 기풍 이야기를 해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오늘 자리가 기풍 이야기를 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니까요.”

이성우는 한진영의 말에 답답함을 미뤄두고 고개를 돌려 노아 스미스를 바라봤다.

이제서야 이곳에 온 이유가 떠오른 이성우였다.

이성우의 기대와 달리 노아 스미스는 이성우에게 눈길도 건네지 않았다.

오직 노아 스미스의 눈앞에는 한진영 한 사람만 존재한다는 듯이 한진영을 바라본 채로 말했다.

“그건 나중에 이야기해도 괜찮습니다.”

“니켈 광산을 원하신 것 아니셨습니까?”

“그러니까 그건 나중에 이야기해도 괜찮습니다.”

노아 스미스는 관심이 없다는 듯이 손까지 휘저었다.

오늘 자리에서 더는 기풍의 니켈 광산은 안중에 없다는 듯한 태도였다.

이성우는 놀란 눈으로 한진영을 돌아봤다.

이곳에 바짝 긴장하고 찾아왔는데 듣기조차 싫다는 듯이 움직이는 노아 스미스의 모습에 당황한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한진영은 마치 노아 스미스의 대답을 예상하기라도 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그러십니까?”

노아 스미스가 어정쩡하게 한진영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한진영은 자기를 따라 일어나는 노아 스미스를 바라보고 말했다.

“돌아가 깊게 생각해보려 합니다. 지금 자리에서는 아무래도 결론을 낼 수는 없으니까요.”

“뭘 돌아가서까지 생각합니까? 그냥 이 자리에서 생각을 정리하셔도 될 일 아닙니까?”

“지금 여기서 결정하기에는…… 규모가 너무 커서요.”

“규모가 너무 크다?”

노아 스미스는 한진영의 말을 잠시 곱씹고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이 감탄사를 크게 내뱉었다.

“아~”

노아 스미스는 한진영을 마주하고 서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이해합니다. 그럴 수 있지요. 아무렴 한두 푼도 아니고 수백억 아니 수천억 달러가 집행될지도 모르는 일인데 쉽게 결정해서는 안 되지요. 하지만 그전에…….”

노아 스미스는 혹시라도 한진영이 걸어 나갈까 걱정됐던지 한진영의 앞을 손으로 막아 세우고는 한진영의 의중을 직접 물었다.

“그것만 말씀해주십시오. 투자에 관심이 있으신 건 맞으십니까?”

한진영은 노아 스미스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가만히 바라보며 말했다.

“코인에 대한 저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한진영과 노아 스미스는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그렇게 시선을 주고받던 노아 스미스는 한진영을 막았던 손을 내려뜨렸다.

“좋은 대답 기대합니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한진영은 말을 마치고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네고는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이성우는 앞서가는 한진영을 바라보고는 급히 노아 스미스를 향해 인사했다.

그리고 한진영의 뒤를 빠르게 쫓았다.

니켈 광산 이야기를 하자고 하여 온 것에 정작 한마디도 하지 못한 이성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진영의 뒤를 조용히 따랐다.

노아 스미스의 집에서 한진영 등을 태운 차가 주차장에서 나왔을 때쯤 한진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내가 노파심에서 이야기하는 건데…….”

한진영의 말에 옆에 앉아 있던 이성우는 고개를 돌렸고, 운전대를 잡고 있던 이성우는 룸미러를 통해 뒷자리의 한진영을 바라봤다.

한진영은 그런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고는 말했다.

“코인에 관심 두지 마.”

“어?”

“네?”

한진영은 놀란 듯한 두 사람을 향해 다시 이야기했다.

“코인의 ‘C’자에도 관심 두지 마.”

이성우는 한진영의 말에 찔렸는지 찔끔하는 표정을 지었다.

한진영은 그런 이성우의 표정을 보고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다시 한번 말했다.

“코인으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벌든 관심 두지 마. 특히 너. 너는 절대 코인을 할 생각일랑 하지 마.”

“살짝 맛만 보고 나오는 것도 안 되냐?”

이성우는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닌 말로 블랙문이 발행하고 테라의 노아 스미스가 저렇게 의욕적으로 나오는데…… 살짝 발만 담그고 맛만 보고 나와도 괜찮지 않을까 해서 말이야.”

말을 할수록 이성우의 목소리에도 노아 스미스와 마찬가지로 탐욕이 담기기 시작했다.

“지금 가격에서 딱 2배만 먹고 나와도 괜찮잖아. 그래. 뭐 알론 코인이 좀 그렇다면 대표 코인으로다가…… 그건 괜찮잖아. 거기에 투자해서 대충 먹고 나와도…… 야 너도 알다시피 지금 금리가 개판이야. 현금 가지고 있는 거 어디다 쓸 데도 없어. 그렇다고 들고 있으면 그대로 가치가 박살이 나고 있으니 오히려 뒷걸음질 치는 상황이야. 이런 때 뭐라도 투자를 해야 하는데…… 코인 괜찮지 않아? 요즘 제일 핫하기도 하고…….”

이성우는 말을 하며 한진영의 표정을 살폈다.

한진영은 이성우의 말에 고개를 돌리고 창밖을 바라본 채로 말했다.

“나는 분명히 이야기했다. 그리고 가기 전에 나하고 계약서 한 장만 쓰자.”

“계약서? 무슨 계약서? 코인 건드리지 않겠다는 계약서 쓰자고?”

“아니. 그건 뭐 네가 알아서 할 문제지. 나는 분명 관심 두지 말라고 두 번이나 이야기했어. 그런데도 관심 두고 건드린다는 데 뭐 내가 어떻게 하겠냐? 애를 둘이나 낳은 성인 남자에게 잔소리하는 것도 한계가 있지.”

이성우는 한진영이 알아서 하라고 이야기하자 혀로 입술에 침을 발랐다.

블랙문과 테라 그리고 세계 최고의 거래소인 코인 그라운드가 보장하는 코인에 투자할 생각을 하자 입술이 마르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여전히 고개를 돌린 채로 말했다.

“그거 말고 너희 기풍이 니켈과 리튬 광산을 매각할 때 무조건 우리에게 먼저 팔겠다는 계약. 그거 한 장만 쓰고 가.”

“그게 무슨 말이야? 광산을 매각할 때 무조건 세이지에 먼저 팔겠다는 계약서를 쓰자니?”

“별거 아니야.”

한진영은 고개를 돌려 이성우를 돌아봤다.

그리고 이성우를 향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만약의 경우 기풍이 잘못돼서 돈이 급하게 필요하게 될 때가 있을 거 아냐? 그때 우리를 찾아오라는 뜻으로 하는 말이야.”

한진영은 이성우의 어깨를 두드렸다.

“너하고 나 사이에 그 정도 편의는 봐줘야 하지 않겠냐? 근데 그러기 전에 혹시 모르니까 다른 곳이 아닌 세이지에 가장 먼저 찾아온다는 약속 하나 해달라는 거지.”

“우리가 왜 돈이 갑자기 필요한데?”

이성우는 한진영의 말에 발끈하는 모습으로 소리를 질렀다.

그러다 무언가를 떠올리고 한진영을 향해 물었다.

“설마 코인…… 내가 코인에 관심을 둬서 그러는 거냐?”

이성우는 한진영의 얼굴을 살핀 뒤 다시 물었다.

“그렇구나. 코인 때문에 그렇구나. 코인 건드리면…… 회사 날아갈 수도 있냐? 그런 거야? 그래도 우리 회사가 규모가 있는데 코인을 건드렸다고 회사가 날아가겠어?”

한진영은 이성우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로 이성우를 똑바로 바라보고 짧게 말했다.

“블랙문도 날아갈 텐데 기풍이라고 멀쩡하겠냐?”

한진영은 말을 하고 이성우를 잠시 바라본 뒤 어깨에 올린 손을 내리고는 고개를 돌렸다.

이성우는 한진영이 조금 전 한 말이 메아리치는 바람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는 한진영의 뒤통수를 바라보기만 했다.

***

게이트를 통해 들어간 이성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조지훈은 곁에 서 있는 한진영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정말 코인을 하지 않을까요?”

“글쎄?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저 녀석이 어떤 생각을 하고 대한민국에 가서 어떤 행동을 할지는 나도 모르겠어.”

“혹시 모르는 일이니 서준일보 이사님께 말씀드리는 게 좋지 않을까요?”

“서준일보 이사? 성우 와이프 말하는 거야?”

한진영은 이성우가 들어갔던 곳에서 시선을 돌려 조지훈을 바라봤다.

조지훈은 걱정이 가득한 눈으로 말했다.

“이 사장님 성격상 안 한다고 말했다고 해서 믿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게다가 회장님도 곁에 없는 상태라…….”

“안성우가 코인을 건드릴까 봐 걱정이야?”

“네. 말로는 안 건드린다고 하셔도 또 어떻게 마음이 바뀔지 모르는 분이라…….”

조지훈은 이성우가 들어간 게이트 안쪽을 바라보고 말했다.

“서준일보 이사님께라도 이야기해서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생각해서 말입니다. 그래서 말씀드린 겁니다.”

“놔둬.”

“네?”

한진영은 몸을 돌렸다.

그리고 천천히 공항 밖을 향해 걸어 나가며 말했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할 일이야. 나머지는 자기가 알아서 할 문제지 이 이상을 할 필요는 없어. 다 큰 성인한테 우리가 부모도 아니고 이래라저래라할 필요는 없어. 그리고 애초에 그런다고 들어먹을 것도 아니고…….”

“회장님.”

조지훈은 급히 한진영의 뒤를 따랐다.

“그래도 다른 사람도 아니라 이 사장님 아니십니까? 회장님의 가장 친한 친구분 말입니다.”

가장 친한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조지훈은 이성우가 한진영의 유일한 친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유일한 친구가 잘못된 선택을 하려 하는 것을 이렇게 그냥 두고 보려 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평소의 한진영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때였으면 주의를 주는 것만으로 끝내지는 않으셨을 텐데 이번은 어째서 그러신 겁니까?”

“인간의 탐욕은 막는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탐욕이요?”

“그래. 욕심까지야 어떻게든 막을 수 있어. 하지만 탐욕은…… 막을 수 없어. 그저 피해가 최소화하기만을 바라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야.”

한진영은 터미널 밖으로 나오자 바로 앞에 멈춰 선 차 앞에 서서 조지훈을 향해 몸을 돌렸다.

“이제부터 탐욕의 시대가 펼쳐질 거야. 그러니 조 실장도 정신 바짝 차리도록 해. 이 폭풍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말이야.”

한진영은 말을 마치고 차를 향해 턱짓했다.

조지훈은 한진영의 턱짓에 정신을 차리고 급히 차 문을 열었다.

그리고 차에 올라타는 한진영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생각했다.

‘탐욕의 시대가 열린다고?’

조지훈은 조심스럽게 차 문을 닫고 탐욕의 시대가 무얼 말하는지 생각하며 차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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