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증권사 생활-564화 (564/650)

564화 더 가까운 자리를 내놓아라

“인사하게. 여기가 솔트 자산운용의 깁슨 CEO, 여기는 캘리포니아 투자은행의 무스라니 은행장, 여기는…….”

밥을 먹자고 데리고 간 레스토랑에는 먼저 온 손님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들은 게리 챈슬러와 한진영을 기다리고 있었던 컨퍼런스의 멤버들이었다.

한진영은 게리 챈슬러의 소개를 따라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한진영의 인사를 받으며 한진영의 위아래를 살폈다.

“자네가 세이지의 미스터 한이군.”

“나이가 어리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는데…… 우리 손자 나이밖에 되지 않아 보여.”

“동양인들은 보기보다 어려 보인다던데…… 고등학교는 마친 게 맞나?”

“잘 봐야 대학생 신입생 정도로밖에 안 보이는데…… 미스터 한이 맞기는 한 건가?”

한진영에게 인사를 받은 노인들은 놀란 얼굴로 한진영을 살폈다.

몇몇은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한진영을 만지기까지 한 것이 그들이 얼마나 크게 놀랐는지를 잘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노인들이 한진영을 살피는 사이 비어 있던 자리에 앉은 게리 챈슬러는 서 있는 한진영을 자기 쪽으로 불렀다.

“나머지는 앉아서 이야기하도록 할 테니 자네는 이리로 오게.”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한진영과 게리 챈슬러를 흥미롭다는 시선으로 바라봤다.

좋게 봐야 아이와 부모 관계이며 나쁘게 보면 반려견과 주인의 관계처럼 보이는 모습에 둘 사이가 어떤 사이인지 알고 싶다는 눈치였다.

‘이걸 보여주고 싶어서 비행장까지 찾아온 거였군.’

굳이 비행기가 도착하는 곳까지 찾아와 자기가 직접 사람들에게 한진영을 소개하고 싶다고 했던 게리 챈슬러였다.

30명만 모이는 자리였다.

직접 소개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눌 정도로 이번 컨퍼런스는 소규모였다.

그런데도 직접 자기가 소개한다고 이야기한 게리 챈슬러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했던 한진영은 소개를 마치고 나서야 게리 챈슬러의 생각을 알게 됐다.

‘확실하게 나와의 관계에서 자기가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컨퍼런스 멤버들에게 보여주겠다? 재미있는 사람이야.’

한진영은 가볍게 고개 숙여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인사한 후 게리 챈슬러의 곁으로 다가갔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한진영의 모습에 눈에서 이채를 발했다.

아무런 반발도 하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 그대로 한진영과 게리 챈슬러의 관계가 정리된 것으로 생각한 것이었다.

게리 챈슬러도 의외라는 시선으로 한진영을 바라봤다.

심하게 반발하지는 못하더라도 불쾌한 빛을 보일 거로 생각했다.

그래서 한진영을 향해 할 말도 준비했던 게리 챈슬러였다.

이곳에 처음 왔으니 내 곁에서 분위기를 파악해라.

이곳에 있는 늙은이들 사이에서 네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내 그늘에 있을 때만이 네가 안전할 수 있다.

게리 챈슬러는 설득과 협박을 반반 섞은 말로 한진영을 설득하려 했다.

그러나 순순히 자기 곁으로 다가와 앉는 모습을 보고 게리 챈슬러는 은근한 미소를 지었다.

눈치 빠른 한진영이 스스로 수그리고 자기 그늘로 들어왔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잘 생각했어.”

게리 챈슬러는 곁에 앉은 한진영을 향해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한진영은 그런 게리 챈슬러를 향해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실상 한진영이 이런 모습을 보인 것은 게리 챈슬러 밑으로 숙이고 들어가기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칼을 찌르려고 해도 가까이 다가가야 치명상을 줄 수 있으니까’

한진영은 지난 시절을 잊지 않고 있었다.

어쩌면 한진영 마음속에는 동우로펌 이상의 적의가 게리 챈슬러와 블랙문을 향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런 그와 블랙문을 단숨에 처리할 수 있는 게 어떤 방법일지 지난 만남 이후 계속 고민했던 한진영이었다.

그리고 치명타를 주기 위해서는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진영은 지금 어떤 오해를 받든지 상관하지 않은 채 게리 챈슬러가 하자는 대로 우선 따르기로 마음먹었다.

게리 챈슬러는 가볍게 한진영의 어깨를 두드리고 난 후 솔트 자산운용의 깁슨 CEO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제가 나가 있는 사이 어디까지 이야기하셨습니까?”

“제로 금리를 어디까지 유지할지를 이야기 나눴습니다.”

게리 챈슬러는 고개를 끄덕이고 무스라니 은행장에게 물었다.

“연준에서는 생각이 어떻다고 합니까?”

“우선 올해까지는 유지하는 것이 어떻겠냐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부담이 있다고도 하더군요.”

“너무 급격하게 내린 것에 대한 부담 말입니까?”

“그렇죠. 한 방에 제로까지 왔으니 왜 안 그렇겠습니까? 그래서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싶다는 것이 연준의 생각이라고 합니다.”

“그럼 곤란한데…….”

게리 챈슬러는 무스라니 은행장의 말에 불편한 듯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 모습을 본 깁슨 CEO가 게리 챈슬러를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회장님께서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게리 챈슬러에게 동의를 구하는 깁슨 CEO의 말에 자리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모두 숨을 죽인 채 게리 챈슬러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한동안 생각에 잠겨있던 게리 챈슬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뒤 입을 열었다.

“이제 겨우 시장이 살아나고 있는데 금리를 다시 올린다니 그건 안 될 말이죠.”

“맞습니다. 다시 금리를 올린다니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깁슨 CEO는 속이 시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게리 챈슬러는 깁슨 CEO를 비롯하여 자리에 있던 사람들을 둘러보고 말했다.

“제로금리는 적어도 내년 길면 후년까지 연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동의합니다.”

“회장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후년은 물론이고 그 다음, 다음다음 해까지도 계속 이어져야 합니다.”

게리 챈슬러의 말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한진영은 종업원이 가지고 온 음식을 앞에 놓으며 가만히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

그들은 앞에 놓인 음식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이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다.

“강력하게 우리 의사를 전하도록 하시죠.”

“그게 좋겠습니다. 챈슬러 회장님께서 금리 인상에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계시는 만큼 우리 의사를 확실히 전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게리 챈슬러가 제로금리의 유지 쪽에 힘을 얹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연준에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게리 챈슬러는 자리에 있던 사람들을 한차례 둘러본 뒤 곁에 앉아 나온 음식을 천천히 맛보고 있는 한진영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미스터 한은 어떻게 생각하나?”

썰은 고기를 입에 넣던 한진영은 입을 몇 차례 오물거린 뒤 대답했다.

“의견이야 누구나 내놓을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들어주고 말고는 저쪽이 알아서 할 문제이고요.”

한진영의 말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신기한 동물을 보듯이 한진영을 바라봤다.

너무나 여유로운 모습에 그가 말로만 듣던 나이가 맞는 것인지 의심까지 들 지경이었다.

물론 세이지라는 회사가 가지는 이름값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 모자라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 기세로만 봤을 때는 곁에 앉아있는 블랙문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세이지에 비할 바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그건 최근 몇 년간의 일이었다.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최소한 20년 이상 시장의 절대적인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이었다.

기세는 세이지에 밀릴지 몰라도 영향력은 감히 비교하는 게 우스울 정도로 차이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런 사람들을 앞에 놓고 긴장하는 빛 하나 보이지 않는 것이 신기하게만 느껴진 것이었다.

게리 챈슬러 또한 자리에 있던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시선으로 한진영을 바라보고 물었다.

“어떻게 되든 자네는 상관이 없다는 말인가?”

“네.”

짧게 대답한 한진영은 들고 있던 포크를 내려놓은 채 주변을 둘러보고 이유를 이야기했다.

“금리가 오르면 오르는 대로 돈을 벌 구멍이 있을 테니까요.”

“금리와 돈을 버는 건 상관이 없다는 말인가?”

“그건 저보다 회장님께서 더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오히려 게리 챈슬러에게 되물은 한진영은 자리에 앉아 있는 노인들을 쓸어봤다.

60대로 보이기 위해 애를 쓴 것 같기는 하지만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하나같이 가볍게 70대는 넘긴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얼마 전에 있었던 코로나19 사태는 물론이고 서브프라임과 닷컴 버블 사태 등등 시장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온몸으로 맞았을 만한 나이들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중동에서 있었던 오일쇼크 사태 또한 겪었을 것이 분명해 보였다.

한진영은 바로 그 이야기한 것이었다.

“오일쇼크 사태 때 금리가 20%를 넘나들었다고 이야기 들었었습니다. 그때도 돈을 벌 구멍이 있었는데 지금이라고 없겠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한진영이 게리 챈슬러에게 오히려 되묻고는 내려놓은 포크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금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금리가 중요하지 않다면? 무엇이 중요하다는 말인가?”

한진영은 접시 위에 놓여 있는 고기를 포크로 찍어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 뒤 나이프를 들어 천천히 고기를 썰었다.

리조트에 자리한 고급 레스토랑에 한진영을 포함한 일곱 명의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그들의 앞에는 음식이 놓여 있는 접시가 모두 놓여 있었다.

그러나 접시를 향해 손을 움직이는 사람은 한진영만이 유일했다.

한진영은 잘린 고기를 포크로 찍은 뒤 게리 챈슬러의 질문에 대답했다.

“금리보다 무제한 유동성 공급이 더 중요한 것 아닙니까?”

한진영의 입을 바라보던 이들은 한진영의 말에 모두 잊고 있던 것을 떠올렸다는 듯이 짧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래. 무제한 유동성 공급. 그걸 잊고 있었군.”

“그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대로 계속 끌고 갈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바로 멈춰버린다면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채권 시장이 요동칠 겁니다.”

“맞습니다. 정부에서 채권을 무제한으로 매수해준다고 하여 버티고 있는 시장인데…… 유동성 공급을 끊는다면 많이 아플 겁니다.”

한진영은 자기들끼리 이리저리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며 음식을 계속 먹었다.

게리 챈슬러는 그런 한진영을 가만히 바라보다 한진영의 귀에 낮은 목소리로 한진영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식사 다한 뒤 나하고 잠시 산책 좀 하겠나?”

한진영은 게리 챈슬러의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

한진영이 접시를 깨끗이 비웠을 때쯤에야 비로소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그들은 음식을 먹으면서도 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끊임없이 나눴다.

“우리는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게리 챈슬러의 말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하던 말을 멈췄다.

그리고 한진영과 게리 챈슬러를 번갈아 바라본 뒤 말했다.

“챈슬러 회장님도 먼저 가십니까?”

“여기 처음 온 친구에게 리조트 안내 좀 해주려 합니다.”

게리 챈슬러의 말에 자리에 있는 이들은 모두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이곳에 처음 온 것이 아니지만 한진영은 이번 방문이 처음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럼 식사 맛있게 하시고 조금 뒤 만찬 자리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게리 챈슬러가 인사하고 자리를 떠나자 한진영이 뒤따라 자리에 있던 사람들에게 인사했다.

철저히 게리 챈슬러에 의해 움직인다는 인상을 강하게 주는 한진영의 모습이었다.

먼저 앞서 걷는 게리 챈슬러는 한진영의 이런 모습에 말없이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한진영은 게리 챈슬러가 즐거워한다는 것을 뒤통수를 통해서도 느낄 수가 있었다.

‘더 가까운 자리를 내놓아라’

한진영은 만족해하는 게리 챈슬러의 곁에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시키지 않아도 게리 챈슬러가 즐거워하는 행동을 알아서 하는 중이었다.

레스토랑을 나온 게리 챈슬러와 한진영은 조금 전 들어왔던 문을 통해 리조트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도로 옆에 나 있는 샛길을 따라 리조트 뒤편으로 돌아간 게리 챈슬러는 잠시 서서 한진영이 자기 곁에 다가오길 기다렸다.

“어떤가?”

한진영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게리 챈슬러는 리조트 뒤편에 넓게 펼쳐진 초원을 바라보고 한진영에게 물었다.

한진영은 드넓게 펼쳐진 초원을 바라보고 말했다.

“좋습니다.”

“비행장에서 여기로 올 때와는 또 다르지 않나?”

“네.”

한진영은 게리 챈슬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초원이기는 하지만 바라보는 시야가 달라져서 그런 것인지 느낌이 다르기는 합니다.”

“그래. 같은 곳이라고 하더라도 서 있는 위치가 다르면 받아들이는 느낌이 달라지지.”

한진영은 게리 챈슬러가 하는 말의 의미를 알아들었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말을 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바로 이야기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한진영은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 정도 말에 내색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잠시 한진영의 반응을 기다리던 게리 챈슬러는 한진영에게서 아무런 반응이 나오지 않자 먼저 입을 열었다.

“조금 전에 만나 본 사람들은 어떤가?”

“어떻다는 의미가 무얼 말씀하시는 겁니까?”

게리 챈슬러는 고개를 돌려 슬쩍 한진영을 바라보고 말했다.

“솔직한 자네 생각을 그냥 이야기해주면 되네.”

“그냥 있는 그대로의 느낌 말씀입니까?”

“그래. 어디 어디의 누구와 같은 쓸데없는 글이 붙지 않은 느낌을 난 듣고 싶네.”

한진영은 게리 챈슬러의 말에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솔트 자산운용의 깁슨 CEO에서 솔트 자산운용과 CEO를 뺀 깁슨이라는 인물에 대한 느낌을 묻는 게리 챈슬러였다.

한진영은 게리 챈슬러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그래서 솔직한 그의 느낌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했다.

“노인분들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게리 챈슬러 또한 또래의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한진영은 그들을 표현할 때 노인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그게 솔직한 한진영이 받은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노인. 흐흐.”

게리 챈슬러는 드넓은 초원을 바라보던 시선을 떨구고 짧게 웃음소리를 흘렸다.

그리고 혼잣말과 같은 말을 내뱉었다.

“노인. 그렇지. 노인이긴 하지. 다들 70살을 넘었으니까. 흐흐.”

어깨를 들썩이며 웃던 게리 챈슬러는 한진영을 바라보고 사과했다.

“내가 미안하네.”

“네? 무엇이 말씀입니까?”

“우리 회사에 왔을 때 못난 모습을 보인 것 말일세.”

“아~.”

미국에 막 도착하여 블랙문에 찾아갔을 때를 이야기한 게리 챈슬러였다.

한진영은 가볍게 손과 고개를 같이 흔들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사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니야. 내가 몹쓸 모습을 보였어.”

괜찮다고 이야기하는 한진영을 향해 게리 챈슬러는 고개를 저었다.

“레이와 나와의 관계를 들었겠지?”

“자세히 듣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대충 두 분이 나누는 말씀을 듣고 예상할 수는 있었습니다.”

“그래. 뭐…… 서로 이야기하기 좀 껄끄러운 거니까.”

게리 챈슬러는 직접 자기 입으로 이야기할 생각이 없는 것인지 이야기하지 않은 레이 젠슨이 이해가 간다는 말만 남긴 채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대신 게리 챈슬러는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오늘 만난 사람들의 느낌은 이야기했고…… 혹시 오늘 만난 사람들의 공통점을 알겠나? 노인이라는 것 외에 말이야.”

“사실을 가지고 공통점을 말씀하라는 것입니까?”

“하하. 자네는 말을 참 잘 알아들어. 그래. 조금 전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 그게 무엇인 것 같나?”

“금융업에 종사하고 계시다는 것 말입니까?”

게리 챈슬러의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답한 한진영이었다.

그리고 이런 한진영의 반응에 웃고 있던 게리 챈슬러의 얼굴이 점차 굳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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