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3화 약속은 잊지 않았다
“괜찮을까?”
“괜찮으니까 나만 믿어.”
긴장한 표정의 이성우는 손바닥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냥 하지 말까? 처음 이야기했을 때 회장님 반응이 별로였는데 말이야.”
고민하는 이성우를 향해 한진영은 어깨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너 언제까지 아버지 그늘 아래 있을 거야? 너도 어엿한 두 아이의 아빠야. 이제 회장님 그늘에서 벗어날 때도 되지 않았어?”
한진영은 이성우의 어깨를 둘러메고 가슴팍을 손바닥으로 두드리며 말했다.
“그리고 네가 도와달라고 한 일이잖아. 안 그래? 그런데 인제 와서 그렇게 못 하겠다고 그러면 안 되지. 여기까지 왔으면 못 먹어도 고 아니냐?”
“그렇긴 하지. 그렇긴 한데…….”
한진영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이성우는 결심한 듯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래.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는 없지. 내 나이가 몇이냐? 이제는 집사람 보기도 부끄럽다. 처가에 가서도 어깨 펴기 어렵고…… 언제까지나 아버지 그늘 아래서 테스트나 받으면서 살 수는 없지. 좋아.”
이성우가 마음을 다잡는 모습을 보이자 잘했다는 듯이 한진영은 이성우의 등을 두드렸다.
“그래. 잘 생각했다. 너는 그냥 내가 알려준 대로 이야기하면 돼. 그 이후의 일은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너만 믿는다.”
“나만 믿어. 내가 예전부터 너한테 약속한 대로 기풍그룹의 꼭대기 자리에 앉혀줄 테니까.”
한진영의 말에 이성우는 살짝 감동한 눈빛을 보였다.
뉴욕으로 건너간 뒤 한진영은 다른 사람이 되어 대한민국으로 돌아왔다.
사는 세상이 이제 자기와도 달라져 버릴 정도로 거물이 되어 돌아온 것이었다.
그래서 한진영이 모른 척하더라도 한진영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저 친구로 봐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진영과의 격차는 현격히 벌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올라선 곳이 달라지고,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으니 생각하는 것도 달라졌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한진영은 잊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이정훈 회장이 만나자는 것을 이용하여 한진영이 대한민국에서 머무를 때 확실하게 도장을 찍어주려 오히려 이성우를 설득하기까지 한 것이었다.
이성우는 생각할수록 감동이 깊어져 갔는지 한진영을 그윽한 눈으로 바라봤다.
한진영은 느끼하게 느껴지는 이성우의 눈을 손으로 가렸다.
한진영이 계속 그렇게 쳐다보다가는 눈을 찌르겠다고 말했을 때쯤 이정훈 회장이 도착했다.
“오랜만이네.”
“잘 지내셨습니까?”
“나야 잘 지냈지.”
이정훈 회장은 가볍게 악수를 하고는 한진영을 위아래로 살폈다.
“그런데 나보다 자네가 더 잘 지낸 거 같아. 원래 키가 그렇게 컸나? 자네 나이에 키가 컸을 리는 없고……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니 키도 함께 큰 거 같아.”
“하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이정훈 회장의 농담을 가볍게 받아넘긴 한진영은 이정훈 회장에게 자리에 앉을 것을 권했다.
그리고 곁에 이성우까지 않는 것을 보고 이정훈 회장의 맞은편에 가서 앉았다.
세 사람이 모두 자리에 앉자 방으로 종업원이 음식을 가지고 들어왔다.
탁자 위에 음식과 술이 놓이자 한진영이 먼저 술병을 들어 이정훈 회장의 술잔에 술을 채웠다.
한진영의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고, 초대를 한 곳이 기풍임에도 우리나라 정서상 손아랫사람이 손윗사람에게 술을 먼저 따라야 했기 때문이다.
이정훈 회장은 달라진 위상에도 깎듯이 예의를 차리는 한진영의 모습에 기분 좋은 미소를 보였다.
세 사람은 몇 잔의 술과 음식을 먼저 먹으며 가벼운 이야기로 자리를 시작했다.
그렇게 술이 몇 순배쯤 돌았을 때 이정훈 회장이 이성우의 어깨를 손으로 두드리고 한진영을 향해 말했다.
“이 녀석이 가장 잘한 일이 장가를 가서 우리 집안의 기둥인 손주를 낳아준 것이고, 두 번째가 자네하고 친구를 한 것이네.”
이정훈 회장은 술을 마셔 가볍게 얼굴이 붉어진 상태에서 계속 말했다.
“이 녀석 덕분에 만나기 어려운 자네하고 이렇게 식사도 함께할 수 있게 됐으니까.”
이정훈 회장의 손길에 이성우는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한진영을 바라보고 눈빛으로 머쓱한 듯이 웃었다.
아들로서 잘한 일이라는 것이 이런 것밖에 없다는 것이 창피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성우가 어떤 마음인지 한진영이 모르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이정훈 회장에게 이성우에 대한 인식을 바꿔주러 했던 것이었다.
한진영은 이성우의 시선에 가볍게 웃고는 이정훈 회장에게 말했다.
“저도 성우 도움을 많이 받으니 그렇게 말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고 저와 회장님의 인연은 오래됐으니 다른 사람들과는 달라야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그렇게 이야기해주니 내가 다 고맙구먼.”
이정훈 회장은 술잔을 들어 올리고 한진영에게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한잔하세.”
한진영과 이성우가 뒤를 이어 잔을 들자 이정훈 회장은 기분 좋게 술을 들어 입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 빈 잔을 기운차게 탁자에 내려놓고는 한진영을 향해 말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자네를 보자고 한 이유를 이야기하겠네.”
“말씀하십시오.”
한진영이 반쯤 비워진 잔을 탁자에 올려놓자 이정훈 회장은 한진영을 향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지금 분위기가 좋지 않아 광산 투자를 철수할 생각을 하고 있네.”
한진영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만 이야기해도 이정훈 회장이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지 예상할 수가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저희에게 그 지분을 사달라는 말씀을 하려고 만나고 싶다고 하신 겁니까?”
“사달라기보다는 잠시 맡아 달라는 거네.”
이정훈 회장의 말에 한진영은 가만히 웃었다.
뻔뻔함이 느껴지는 말이지만 반대로 그만큼 기풍 입장에서는 절실하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자네라면 믿고 맡길 수 있어서 부탁하는 거네. 세이지에서 가지고 있다가 우리에게 원하는 때에 다시 넘겨주면 되네.”
“그만큼 좋지 못한 겁니까? 아니면 미래를 위해 미리 움직이시는 겁니까?”
“두 가지가 차이가 있나?”
“네. 차이가 있습니다.”
한진영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술잔을 손에 잡았다.
그리고 술잔의 주둥이 부분을 손가락을 쓸어내며 말했다.
“전자라면 당연히 도와드려야지요. 기풍과 세이지는 기업 대 기업뿐만 아니라 저와 회장님, 저와 성우의 관계가 있으니 도와드리는 게 당연하지요.”
도와주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는 말에 이성우와 이정훈 모두 감동하는 얼굴을 보였다.
한진영은 맞은 편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고 말했다.
“하지만 후자라면…… 기다리십시오.”
“기다리라고? 그게 무슨 말인가?”
한진영은 잡은 술잔을 들어 올려 잔에 남아있던 나머지 술을 마셨다.
그리고 술잔을 내려놓은 뒤 이정훈을 향해 이야기했다.
“만약 기풍이 아니라 다른 회사였다면 얼씨구나 하고 회장님의 제안을 받아들였을 겁니다.”
이정훈은 한진영의 말에 조금 전 술잔을 들이킨 것이 욕심을 참아내기 위한 모습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만큼 자기의 제안이 매력적이었다는 뜻이었다.
이정훈 회장은 한진영의 모습에 마른침을 삼키고는 한진영의 얼굴을 뚫어지라 쳐다봤다.
“하지만 기풍이기에 참는 겁니다. 지금 미래를 준비한다면 광산과 원자재 쪽을 정리할 타이밍이 아니라 나온 것을 마구마구 주워담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마구 주워담으라고?”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원유를 5,000만 배럴 들고 있다는 사실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그건…… 원유라서…… 가능한 거 아닌가?”
원유선물이 미친 듯이 빠지며 시장이 혼란 속에 빠졌던 것을 이정훈 회장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건 특수한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갑작스럽게 터진 원유 재고 상황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자존심 싸움이 빚어낸 우스꽝스러운 이슈 속에 나온 일이라는 것이 시장의 평가였다.
이정훈 회장도 이런 평가에 동의했다.
그래서 원유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었다.
이정훈 회장이 한진영을 향해 질문을 던지고 답을 기다릴 때 이성우가 먼저 나섰다.
한진영이 알려준 타이밍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혹시 원자재 시장을 전체적으로 바라보라는 이야기야?”
이정훈 회장은 이성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성우는 그런 이정훈 회장의 시선에도 한진영을 바라보는 것을 멈추지 않고 계속 시선을 고정한 채로 질문했다.
“원유가 하락했던 이유 중의 하나인 원자재 시장의 폭락이 과한 모습이라고 판단한 거야? 현재 니켈이나 철광석의 하락도 원유처럼 시장의 과한 평가 속에 이루어진 하락이기에 잡고 버텨도 괜찮다고…… 아니. 오히려 지금을 기회로 삼아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한 거야?”
한진영은 이성우의 말에 가만히 웃으며 이정훈 회장을 돌아봤다.
“성우가 답을 다 알고 있네요.”
이정훈 회장은 이성우를 슬쩍 돌아본 뒤 한진영에게 물었다.
“정말 성우의 말이 맞는 건가?”
“혹시 성우가 지금 이야기를 회장님께 먼저 한 적이 있나요?”
“음…… 그게…… 며칠 전에 하기는 했었지.”
“그때 혹시 회장님께서 믿지 못하셔서 저에게 다시 물어보자 하신 거고요?”
“음…… 그렇지.”
이정훈 회장이 한진영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한진영은 이정훈 회장의 모습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이제 성우를 조금 더 믿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게 정말인가?”
“저를 믿으시는 것만큼 믿으셔도 될 것 같은데요? 제가 할 말을 그대로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허허. 그래?”
이정훈 회장은 이성우를 신기한 듯이 돌아봤다.
이성우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이정훈 회장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아들이기에 조금 더 엄격한 잣대로 이성우를 바라보는 중이었다.
그래야 밖에 나가서도 기풍이라는 이름에 먹칠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닌 한진영에게서 이성우에 대한 칭찬 이야기를 듣자 차가웠던 이정훈 회장의 마음도 점점 녹아 들어갔다.
아무리 아들과 친구 사이라지만 한진영의 위치는 이제 자기도 감히 바라보기 어려울 정도로 높이 성장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이정훈 회장은 한진영에게 다시 확인하는 말을 물었다.
“조금 인정을 해도 괜찮다는 이야기인가?”
“조금이 아닙니다.”
한진영은 이성우를 돌아보고 웃었다.
“저를 믿지 못하시면 성우를 믿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시장을 바라보는 눈이 같은데 성우라고 인정하지 못하고 저라고 하여 인정하고 할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믿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지금 이 단순한 이야기를 가지고 그래도 된다는 말인가?”
“하하하.”
한진영은 큰소리로 웃었다.
그리고 이정훈 회장을 향해 호탕하게 말했다.
“지금의 이야기만을 가지고 믿으라는 말씀을 드린 건 아닙니다. 지금까지 곁에 두고 테스트한 것들을 바탕으로 하여 믿음을 주셔도 된다는 말을 한 것입니다.”
“흐음…….”
짧게 신음을 내는 이정훈 회장을 바라보고 한진영이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알고 있는 회장님이라면 지금까지 성우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테스트하셨을 겁니다. 과연 기풍의 미래를 믿고 맡겨도 되는지를 여러 각도로 성우를 지켜보셨을 겁니다. 그리고 그 테스트를 통과하여 지금 이 자리까지 앉아 있는 것일 테고요. 그렇지 않습니까?”
“그래. 테스트한 것도 맞고 그 테스트를 통과하여 지금 자리에 앉아 있는 것도 맞아.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면 여기 있기 전에 먼저 내쫓았을 테니까.”
이정훈 회장은 이성우를 흘겨보고는 다시 한진영을 향해 물었다.
“이제 그만해도 된다는 말인가?”
“그건 회장님이 더 잘 아시겠지요. 제가 아는 건 이렇게 테스트만 하다가는 성우가 먼저 지쳐 쓰러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그래. 그건 나도 생각하고 있었어.”
이정훈 회장은 한진영의 말에 무언가 결심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성우는 이정훈 회장의 모습에 기쁨의 환호가 나오려던 것을 겨우 참고 한진영을 향해 고마움이 담긴 눈빛을 보냈다.
이정훈 회장의 모습으로 보아 조만간 공식적인 후계자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이정훈 회장의 의심 때문에 멈춰있던 지분 승계 작업이 다시 시작될 게 분명했다.
이제 기풍에 대한 지배체제가 이성우 쪽으로 재편되는 것이었다.
한진영은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정훈 회장과 기쁜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이성우를 번갈아 바라본 후 젓가락을 들어 앞에 놓인 요리를 입에 넣었다.
몇 마디 말로 굴지의 대기업의 미래를 움직이게 한 달라진 위상을 느끼며 한진영은 음식을 먹었다.
***
한진영의 위엄을 나타내는 장면은 재단 설립 축하를 준비하는 자리에서 잘 드러났다.
코로나19로 인해 대규모 집회가 금지된 만큼 설립 기념식은 취소되었다.
그저 재단과 관계가 깊은 사람 몇몇만이 모여 커팅 식과 축하 연설을 하는 것으로 기념식을 대신하려 했다.
그러나 이곳에 참석하겠다는 사람들 때문에 재단은 설립 전부터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었다.
“누굴 오라고 해야 하느냐?”
한진영의 아버지는 참석 의사를 타진해온 인물들의 리스트를 내려다보고 헛웃음을 터트렸다.
“허허. 이거 뭐…… 국회의사당을 우리 재단으로 옮긴다고 소문이 난 거야? 도대체 국회의원과 시도지사들이 왜 이렇게 참석하겠다고 난리인 거냐?”
“그걸 몰라서 물어요? 다 진영이 보려고 온다는 거 아니에요?”
“참나. 남의 자식 뭐 볼 거 있다고 이렇게들 열심히 인지 모르겠다. 정치나 잘할 것이지 말이야.”
한진영의 아버지는 더는 보기 귀찮다는 듯이 리스트를 한쪽으로 치웠다.
그러자 조지훈이 다른 리스트를 한진영의 아버지 앞에 내놓았다.
“이사장님. 이건 기업인들 명단입니다.”
“지금 저게 끝이 아니었어?”
“네. 저건 정치인들 명단이고 이건 기업 리스트입니다. 그리고 해외 인사들 명단까지 아직 남아있습니다.”
“아이고야.”
한진영의 아버지는 질렸다는 듯이 머리에 손을 올리고 고개를 저었다.
“나는 모르겠다. 그냥 너희가 알아서 해라. 내가 뭘 안다고 누군 오고 누군 오지 말라고 하겠냐? 마음 같아서는 싹 다 오지 말라고 하고 우리끼리만 하고 싶구나.”
“그렇게 하시죠.”
“어? 뭘 어떻게 하자고?”
무의식 중에 건넨 말이기에 한진영의 아버지는 자기가 뭘 어떻게 하자고 하는지 알지 못했다.
한진영은 자기가 한 말이 무엇인지 떠올리려 노력하는 아버지에게 웃으며 말했다.
“다들 오지 말라고 하고 우리끼리만 하자고요.”
“뭘? 기념식을?”
“네.”
한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생각하기에도 골라서 오게 하는 것보다 그게 나을 것 같아요.”
한진영은 조지훈을 올려다보고 말했다.
“참석 의사를 보낸 곳에 모두 시국이 이러하여 좋은 자리를 마련하지 못했다고 하고 미안하다는 메시지 보내. 그리고 기념식은 여기 가족들하고 재단에 새롭게 들어온 직원들 해서 간단하게 준비하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조지훈의 대답에 한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진영의 아버지는 단번에 결정을 내린 한진영의 모습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가만히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