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7화 실패하지 않기 위해 바닥을 다지는 중이다
세이지와 엑슨모빌의 소식이 10달러 선마저 깨지게 했다.
이제 원유선물과 연계한 파생상품의 손실이 시장의 화두가 되었다.
-현재 WTI 가격을 기초로 한 대부분의 DLS가 모두 손실 조건에 해당하는 녹인(knock-in)이 발생했습니다. 현재 손실 기준액은 약 200억 달러이며 이에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방송에서는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투자자가 어쩔 방법이 없었다.
문제는 DLS만이 아니었다.
관련된 상품은 여러 가지가 있었고 그것들 ‘모두’가 손실 구간에 들어갔다는 것이 문제였다.
미국 재무부가 파악한 유가 관련 파생상품의 시장은 대략 600억 달러를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알려진 것만 600억 달러일 뿐 복합상품까지 더한다면 그 규모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거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그리고 이런 폭탄이 유예가 안 된다는 것이 문제였다.
증권시장의 경우에는 만기가 없었다.
회사가 파산 절차에 들어가거나 상장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여 거래소에서 퇴출이 되지 않는 한 휴짓조각이 되는 일은 흔하지 않았다.
빚내서 투자하지만 않는다면 손해가 있을 뿐이지, 모든 돈을 잃거나 내가 투자한 금액 이상의 돈을 잃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만기가 있는 원유선물 시장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랐다.
매달 만기가 있었으며 그것으로 그달의 거래가 끝이 나는 파생시장이었다.
이론적으로만 매달 거래가 마감이 된다는 것이었지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대부분 롤오버를 진행하여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상품을 다음 달로 넘기며 기간을 연장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안에서 근월물과 차월물 간의 가격 차만큼의 수수료가 지급되지만, 그 정도는 수수료 이상의 가격이 아니기에 대부분의 펀드 회사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었다.
그랬던 것이 이번에는 완전히 달라졌다.
롤오버를 하려 해도 정유사 등 실수요자가 아예 자취를 감춰 거래 자체가 안되어 버린 것이었다.
이제 만기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매수자들은 현물을 인수하거나 선물을 청산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고 말았다.
그리고 이런 선택이 원유 가격을 더욱 짓눌렀다.
현물로 물건을 받고 싶다고 하더라도 물건을 받아 저장할 공간이 없었다.
세이지의 저장소까지 엑슨모빌의 원유로 가득 차게 된 순간 이제 일반인들이 저장할 공간은 남아있지 않게 된 것이었다.
선물거래자에게는 이제 선택권이 하나밖에 남아있지 않게 됐다.
“8달러입니다.”
조지훈은 한진영의 곁에서 끝없이 떨어지는 선물가격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날 자산운용사에 모여 확인할 때는 차라리 양반이었다.
지금은 장이 시작하자마자 몰락해 가는 과정이 호러영화를 보는 것만 같았다.
“어제가 지옥인 줄 알았는데 진짜 지옥은 시작도 하지 않은 것이었군.”
수십 년 동안 시장에 있으면서 한 번도 보지 못한 광경에 레이 젠슨도 한탄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인지 뭔지 하는 게 대단하다 대단하다 했는데…… 이건 대단한 수준을 넘어섰네. 한 회장은 어떻게 생각해?”
레이 젠슨이 한진영의 생각을 물었다.
한진영은 이제 7달러 선까지 물러난 차트를 바라보고 말했다.
“괜찮아야지요. 선물이야 그렇다 쳐도 이제 우리도 기름을 가득 채우고 있지 않습니까? 안 그래도 궁금했는데…… 조 실장.”
한진영은 조지훈을 돌아보고 물었다.
“우리 기름은 잘 들어오고 있어?”
조지훈은 레이 젠슨을 슬쩍 돌아보고 대답했다.
“고문님께서 돌아오시기 전부터 기름이 탱크에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탱크는 모두 기름을 채웠고, 배는 1/3 정도가 찼습니다. 늦어도 사흘 뒤면 모두 기름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빨리도 찼네.”
“들리는 이야기로는 협상이 시작됐을 때부터 기름을 채울 준비를 마쳐놓은 상태였다고 합니다.”
조지훈의 말에 레이 젠슨이 쓴웃음을 지었다.
“애초에 엑슨모빌은 협상을 무조건 타결할 생각으로 테이블에 나왔었구먼.”
협상이 잘못될까 마음 졸였던 시간이 허투루 쓰였다는 사실에 레이 젠슨은 씁쓸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자기와 달리 그런 상황이 펼쳐질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은 한진영을 향해 물었다.
“일이 잘못되면 우리가 지금 가득 담아낸 저 기름이 문제가 되는 건가?”
한진영은 레이 젠슨을 돌아보고 웃으며 말했다.
“일이 잘못된다면 그렇겠지요. 5,000만 배럴은 작은 숫자가 아니니까요. 미국 같은 나라도 과거라면 하루, 지금은 이틀에서 사흘 정도는 버틸 사용량이니까요.”
“그래. 어쩌면 지금 자네가 가지고 있는 양이 전세계에서 개인 혹은 한 단체가 가지고 있는 양 중에 가장 많은 양일 거야.”
“맞습니다. 그래서 절대 잘못되면 안 되지요. 그리고 저는 잘못될 거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 저걸 보고도 같은 생각인가?”
레이 젠슨은 손가락으로 화면을 가리켰다.
이야기하는 사이에 어느새 유가는 5달러까지 깨버렸다.
이제는 매수 잔량조차 더는 보이지 않았다.
“매도하고 싶어도 매수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없어서 매도를 못 하는 상황이야. 저런데도 생각이 바뀌지 않은 건가?”
레이 젠슨의 말에 한진영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바로 저게 선물과 현물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차이 아니겠습니까?”
한진영은 누군가가 매수하겠다고 호가에 들어오기만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대기 매수호가에 물량을 던져대는 모습을 바라보고 말했다.
“만기가 있는 선물은 만기일 안에 무언가 결론을 내야 하지요. 뭐 만기 결제를 받아도 되지만, 그건 우리같이 65달러에서 매도 잡은 곳이나 가능한 이야기이고 최근에 잡은 곳은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일 겁니다. 하지만 현물은 그렇지 않지요.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는 오르게 되어있습니다. 썩어 문드러지는 식료품도 아니고 쓰일 곳이 무궁무진한 기름이라면 가격이 지금보다 더 위에 있을 거라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한진영의 말에 레이 젠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자네 말이 맞아. 언제가 됐든 시간의 문제일 뿐 지금보다 가격이 더 높은 곳에 있을 거야.”
“지금 상황이 특이하게 돌아가다 보니 가격이 이런 것일 뿐이죠.”
가격은 단숨에 4달러도 깨졌다.
원유선물에서 보기 어려운 빈 호가까지 생겨났다.
어설픈 자리에서 매수를 하느니 그냥 0.01달러에 잡겠다며 중간에 호가를 다 빼버린 것이었다.
섣불리 잡아서 물리고 싶지 않다는 매수자들의 모습으로 대한민국같이 상하한가가 존재하는 곳에서나 나오는 하한가 물량이 원유선물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하락 속도는 가격이 낮아질수록 점점 빨라졌다.
달려가던 것이 뛰어가고 이제는 날아가며 0.01을 향해 쏟아져 내렸기 때문이다.
“저는 저장소가 5,000만 배럴밖에 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더 많았다면 더 쓸어 담았을 텐데 말입니다.”
한진영의 아쉬움에 레이 젠슨은 이해가 간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우리는 공짜로 물건을 담은 거니까.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오히려 돈을 받고 물건을 담은 거지. 하하. 그래. 저장할 공간만 있다면 지금 담고 버티면 무조건 먹기는 할 거야. 이렇게 리스크 없는 상황은 흔하게 나오는 게 아니지.”
레이 젠슨이 한진영의 생각에 동의하자 한진영은 살며시 미소 지었다.
“그래서 아쉬운 김에 홍 사장에게 지시했습니다.”
“지시? 무슨 지시?”
“슬슬 차월물과 차차월물 등을 잡아가라고 말입니다.”
“차월물과 차차월물을 잡으라고? 지금 콘탱고(contango, 근원물보다 원원물이 가격이 높은 경우)가 심각하게 나 있는 상황 아닌가?”
“맞습니다. 콘탱고가 심각하게 나 있는 상황이지요. 하지만 차월물도 근원물로 인해 함께 가격이 낮아지고 있기는 합니다. 영향을 안 받을 수가 없지요. 그래서 10달러 이하에서 잡아가라고 했습니다.”
“허허. 이 상황에서 자네는 현물에 선물까지 잡아가는 건가? 하여튼 배포 하나는 알아줘야 해. 제시 리버모어가 살아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자네만큼 배포가 있지는 못했을 거야.”
“과찬이십니다. 제가 어떻게 공매도의 전설인 제시 리버모어만 하겠습니까?”
한진영이 고개를 살짝 숙이고 겸연쩍어하는 모습에 레이 젠슨은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그의 배포는 닮아도 좋지만, 말로까지 닮아서는 안 되네.”
한진영은 레이 젠슨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이해했다.
20세기 초 월스트리트의 ‘큰 곰(Big Bear)’으로 불리었던 그였지만, 말로는 모든 재산과 가족까지 날리고는 호텔 방에서 인생을 쓸쓸히 마감했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 실패하지 않도록 바닥을 탄탄히 다지는 중입니다. 바닥만 제대로 다진다면 제시 리버모어처럼 실패를 하지 않을 테니까요.”
“허허. 바닥을 다지는 중이라고? 원유를 현물로 5,000만 배럴을 들고 있는 사람이 아직도 바닥을 다지고 있어? 남들이 자네 이야기를 들으면 기절하겠어.”
“그래서 고문님께만 드리는 이야기입니다. 어디 가서 이야기하시면 안 됩니다.”
“넉살은…….”
레이 젠슨은 넉살 좋은 한진영의 말에 헛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이제 점점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원유선물 호가창으로 시선을 돌렸다.
“3달러까지 깨졌어. 도대체 뭐 얼마나 떨어지려고 이러는 건가?”
“오늘 재미있는 걸 보시게 될 겁니다.”
“자네가 말하는 마이너스 호가를 본다는 이야기야?”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잘 보십시오.”
레이 젠슨은 한진영의 말에 호가창에 눈을 고정했다.
한진영이 저렇게 자신만만하게 재미있는 광경이 펼쳐진다고 호언장담하니 분명 무슨 일이 벌어지든 벌어질 거로 생각 들었기 때문이다.
호가가 1달러대가 보이자 더는 기다리지 못하겠다는 듯이 단숨에 0.05달러 대까지 1분도 되지 않아 빠져 내려갔다.
괜히 중간에 시간만 끄는 것이 지겹다는 듯이 중간 호가를 치워버리고 본 게임을 향해 선물가격이 움직인 것이었다.
***
0.01에 도착한 원유선물은 오르지도 그렇다고 떨어지지도 않은 채 그대로 문이 닫힌 것처럼 꼼짝없이 그 자리에 붙어버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0.01 이하로는 대부분의 거래프로그램이 호가제시가 들어가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마이너스로는 호가제시가 되지 않고 더 비싼 가격에는 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맞부딪힌 결과였다.
“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는 거라고?”
한진영은 이해할 수가 없다는 얼굴로 조지훈을 바라봤다.
곁에 앉아있는 레이 젠슨은 도대체 지금 무슨 대화를 하는 건지 알 수 없다는 얼굴로 두 사람의 대화를 가만히 듣기만 했다.
조지훈은 조로를 대신하여 한진영의 질문에 대답했다.
“네. 이미 시스템은 다 만들어 놓은 상황이라고 합니다. 테스트도 끝이 났고요. 하지만 아직 거래소에서 검증이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거래소의 대답을 듣기 전까지는 임의대로 마이너스 호가를 띄울 수는 없다고 합니다.”
“도대체 그게 무슨 헛소리야?”
한진영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호가창을 바라봤다.
마이너스에 대한 모든 준비를 마친 상황이었다.
하지만 거래소에서 마이너스 호가를 띄우지 말고 우선 대기하라는 지시에 마이너스 호가가 화면에 적용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조지훈은 한진영이 바라보고 있는 호가창을 잠시 돌아보고는 말했다.
“아무래도 몇몇 증권사들이 반발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반발? 무슨 반발?”
“아직 자체적으로 마이너스 호가에 대한 시스템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진영은 그제야 이해가 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자기들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니 시간을 달라는 말인가 보네?”
“네. 그런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거래소에서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미 몇 달 전에 마이너스 호가에 대한 통보가 이루어졌고, 거래소조차도 시스템을 완비해놓은 상황인데 중간에 끼어 있는 증권사들이 준비가 미비하여 호가 제시를 하지 못한다? 하하.”
한진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시간을 준다고 달라지나? 어차피 이미 상황은 기울어지고, 배는 가라앉고 있는데 말이야.”
한진영은 다시 조지훈을 돌아보고 물었다.
“우리는 어때? 우리는 호가 제시되나?”
“네. 호가 제시뿐만 아니라 매수와 매도 모두 가능합니다.”
“좋아. 이참에 시스템이 다른 곳보다 더 좋다는 것을 보여줘야지. 지금을 특별 프로모션 자리라고 생각하도록 하자.”
“회장님 그럼…….”
“우리는 호가 제시하도록 해.”
“거래소의 결정을 기다리지 않고 말입니까?”
“결정을 왜 기다려? 우리는 이미 준비를 마쳐 놓은 상황인데 준비 안 된 곳을 기다릴 이유가 없잖아.”
한진영은 팔짱을 끼고 몸을 뒤로 누이며 말했다.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에너지 관련 상품에 마이너스 호가 제시가 된다는 이야기는 이미 뉴스를 통해 나온 상태야. 우리는 그 소식을 접한 고객들이 왜 호가 제시를 못 하게 막아놨냐는 불만에 어쩔 수 없이 먼저 호가창을 열었다고 이야기하면 돼. 물론 이야기는 언론을 통해 먼저 이야기하도록 하고…….”
“언론을 통해 거래소를 압박하려고 하시는군요.”
“압박이 아니라 사실을 이야기하는 거지. 안 그렇습니까?”
한진영이 레이 젠슨을 향해 묻자 레이 젠슨은 가볍게 웃고는 대답했다.
“그래. 어차피 공문은 나온 상황이고 시스템도 테스트까지 마친 상태야. 이런데도 계속 호가 제시를 하지 않는다면 그건 기만이지.”
“그러니까요. 이제와서 마이너스 호가 제시는 없던 일입니다 할 수도 없는 것 아닙니까? 그러니 우리는 하라는 대로 일을 진행하게 되는 것이니 아무 문제 없습니다.”
한진영은 레이 젠슨의 말에 맞장구를 치고 조지훈을 돌아봤다.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지?”
“네. 그대로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조지훈이 한진영의 뜻을 조로에게 전하기 위해 사무실을 나갔다.
언론에서 크게 다루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대다수의 투자자는 0.01을 더는 내려갈 수 없는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호가로 생각했다.
그래서 0.01에 잡아 0.02에만 팔아도 2배 남는 장사라며 0.01에 물량을 쌓아놓기 시작했다.
매도자들도 0.01에는 물량을 던지기 어려웠다.
손절치고 쳐다보기도 싫은 사람이 아니라면 0.01에 물량을 던지는 일은 미친 짓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저 신규 매도자들이 0.02에 매도가 잡히면 0.01에 매수 청산을 하겠다며 0.02에 매도 벽을 세워놓을 뿐이었다.
0.01과 0.02에 매수 벽과 매도 벽이 쌓여 2시간 정도 흘렀을 무렵이었다.
“배고프지 않나?”
레이 젠슨이 지루하게 움직이는 호가창을 바라보고 한진영에게 물었다.
이대로 마감 때까지 가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거래조차 말라붙은 시장이었다.
계속 지켜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모습에 레이 젠슨은 차라리 밥이나 먹으러 가자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었다.
그때 조지훈이 안으로 들어왔다.
“5분 뒤부터 마이너스 호가가 적용된다고 합니다.”
조지훈의 보고에 한진영은 레이 젠슨에게 잠시만 기다려달라는 말을 건넸다.
레이 젠슨 또한 여기까지 기다렸는데 결과를 보지 않고 갈 수는 없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고 마이너스 호가가 적용되는 것을 기다렸다.
아래로 보이지 않던 호가들이 조지훈의 보고대로 5분 뒤 화면에 보이기 시작했다.
-0.01, -0.02, -0.03…….
아래로 내려갈수록 점점 숫자가 커지는 호가창은 익숙하지 않은 모습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것은 보는 사람만 그런 것이 아닌 듯했다.
조로의 프로그램에서 마이너스 호가가 제시된 것이 무슨 뜻을 의미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투자자들은 자체적인 서킷브레이커라도 당한 것처럼 거래가 멈춘 채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그리고 이해하지 못할 때는 먼저 피하고 봐야 한다는 격언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0.01에 걸어 놓았던 매수자들이 우선 매수취소를 하며 걸어놓은 물량을 치웠다.
지금까지 매도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던 이들도 우선 0.01에 던지고 사태를 확인하려 했다.
0.01에 걸려있던 8만 계약의 물량이 3분 만에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오히려 매도 물량이 0.01에 쌓여갔다.
0.01의 매수 벽이 치워지자 다음은 -0.01이었다.
-0.01 계약체결
보이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계약이 체결되고 가격도 마이너스가 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시장은 혼돈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