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증권사 생활-539화 (539/650)

539화 지금이 기회이다

미국의 실업대란이 현실로 나타났다.

매주 발표하는 신규실업수당 청구 건수에서 폭발적인 신규실업자 숫자를 나타낸 것이었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전주 실업수당 신청 건수가 328만 건이 훌쩍 넘는다는 발표가 나왔다.

2차 오일쇼크 당시 세웠던 종전 기록 69만 건을 아득히 넘는 역대 최대치로 미국의 실업 사태가 현실이 되었다는 것을 숫자로 알려주었다.

경기침체가 현실로 나타났지만, 지수는 지난 저점을 기준으로 상승을 계속 이어갔다.

미 상원이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0%에 달하는 2조 2,000억 달러의 경기 부양책을 통과한 데 따른 경기 회복 기대감이 실업난의 불안감을 압도한 덕분이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 지수는 최근 3거래일 동안 21%가 폭등하며 사상 최단기간 약세장에서 강세장으로 진입하는 특이한 모습을 보였다.

1931년 이후 처음 있는 기록으로 시장은 저점 대비 20%가 상승할 때 강세장으로 분류하는 지금의 시스템이 맞는 것인지 의문을 가질 정도였다.

그리고 이런 의문은 구체적으로 시장에 나왔다.

-지금의 상승은 속임수 상승에 불과합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의 유명 교수는 방송에 나와 노골적인 이야기를 쏟아냈다.

-다우존스 지수가 최근 3거래일 사이에 21%가 올랐으나 올해 초로 기간을 늘려 본다면 아직도 21%가 더 떨어진 상태입니다. 깊은 하락에서 나온 반등에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닥터 둠이라고 불리며 비관론자인 교수는 시장의 호들갑이 마음에 들지 않는듯한 얼굴로 이야기했다.

-지난주 실업보험 청구자 수는 전주보다 300만 명이 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청구자 수의 증가는 실업률을 직접적으로 건드리게 될 겁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대규모 실업난이 현실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일부 투자은행에서는 2분기 미국 경제의 성장률을 -25%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증시가 조금 반등했다고 강세장으로의 전환을 이야기하는 것은 모두 함께 사지로 들어가 같이 죽자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습니다.

교수의 비판적인 이야기에 앵커는 잠시 눈치를 살피고는 조용히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교수님께서는 증시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앵커의 질문에 교수는 깊은 한숨과 함께 잠시 눈을 감았다.

화면에서 보이는 교수의 암울함이 입을 통해 이야기가 나오지 않아도 다음 말을 알 수 있게 만들었다.

눈을 뜬 교수는 천천히 앵커를 향해 고개를 돌려 똑바로 바라보고 말했다.

-여기서 최소 30%. 저는 30%의 하락을 더 보고 있습니다.

-지금 자리에서 30%가 더 빠진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그것도 최소로 봤을 때 30% 하락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로 진행이 된다면 2000년대 초반은 물론이고 1990년대로의 회귀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990년대로의 회귀요?

앵커는 잠시 1990년대의 주가를 확인했다.

나스닥 지수로 1,000대 아래 세 자릿수에서 지수가 움직이는 모습에 잠시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만 것이었다.

노벨상을 받은 교수의 말에 시장은 이번 상승이 가짜 상승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의 말대로 데드 캣 바운스 수준에 불과한 반등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교수의 말에 전면으로 부인하는 사람이 있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최석영은 노벨 경제학상을 탄 교수의 말이 맞지 않는다며 고개를 저었다.

-코로나19는 전세계를 위협하는 매우 위험한 전염병이기는 합니다. 당장 치료제가 없으며 전염성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속도로 빠르게 퍼지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건 의료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 위험한 것이고 경제학적으로 봤을 때는 오히려 코로나19로 인해 얻는 것이 많은 시간이 될 거라 믿습니다.

-얻는 것이 많다고요?

-일종의 기회이지요. 10년에 한 번, 100년에 한 번 오는 기회 말입니다.

최석영은 단호한 목소리로 계속 이야기했다.

-살아가며 자산을 늘릴 기회는 몇 번 찾아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왔어도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이번은 그렇지 않습니다. 세이지가 알려드리겠습니다. 지금이 기회입니다.

최석영의 말에 앵커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방송에 나와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을 처음 봤기 때문이다.

앵커는 가만히 최석영을 바라보고 물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말입니다.

앵커의 질문에 최석영은 좋은 질문을 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만한 것을 손에 넣으십시오. 그게 주식이 될 수도 있고, 부동산이 될 수도 있으며, 미술품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는 의구심이 드는 암호화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무엇이 됐건 자기가 생각하기에 인플레이션에 가장 영향을 받을 만한 것을 손에 넣으시면 됩니다. 지금은 현금을 가지고 있는 게 가장 멍청한 시기입니다.

-몇몇 학자분은 부사장님과 다른 생각을 하고 있으시던데요?

앵커는 최석영이 혹시 모를까 싶어 노벨 경제학상을 탄 교수의 말을 정리하여 알려줬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위기에 처한 만큼 자산가치의 하락은 명명백백한 상황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연준이 억지로라도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기 위해 무제한 유동성 공급을 한다고 발표한 것이고요. 즉, 무제한 유동성을 공급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고, 그조차 자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 유명 교수님의 주장이었습니다. 이 의견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앵커의 질문에 최석영이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굉장히 논리적이고 타당한 의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대다수의 생각이고 가장 그럴듯한 이야기일 것입니다. 실제로 자산 가치의 하락은 일어나는 중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무제한 유동성 공급에 대한 무서움을 아직 제대로 느끼지 못해 그렇게 이야기하는 겁니다.

-무서움이요?

-네. 저는 그렇게 표현하고 싶습니다. 무제한 유동성 공급은 시장을 뒤흔들 정도로 파괴적인 정책이니까요.

-지난 금융위기 때 시행했기에 대부분 알고 있는 것 아닙니까?

최석영은 앵커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것이 맞습니다. 왜냐하면 당시와 달리 지금은 융단폭격식으로 시장의 모든 곳에 돈을 ‘직접’ 뿌리고 있으니까요. 국민의 주머니에 돈을 직접 집어넣고, 모든 시장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세금을 유예하거나 깎아주기까지 하고 있고요. 또한 부양책의 규모도 과거와는 수준이 다릅니다. 게다가 이런 정책이 단기적이 아니라는 시그널을 시장에 계속 주고 있습니다.

잠시 말을 멈춘 최석영은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고 말했다.

-기회가 왔으니 잡으셔야 합니다. 시장붕괴를 걱정하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시장에 뛰어드시도록 하십시오. 뭘 사야 할지 잘 모르겠으면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저희 펀드에 가입하시고 조로를 통해 정보를 받으시면 됩니다.

앵커는 잠시의 빈틈을 이용하여 광고하려는 최석영을 향해 주의를 주려 했다.

그러나 지난번 저점 선언 이후 20%가 넘게 오른 증시를 떠올리고는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최석영의 말처럼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앵커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최석영이 방송에 나와 이야기한 내용으로 시장은 떠들썩해졌다.

그리고 실제로 세이지가 나스닥지수 7,000 이하에서 엄청난 물량을 받아냈다는 사실에 세이지는 말과 행동을 같이하고 있다는 사실에 시장은 더욱 크게 들썩이게 됐다.

그러나 이런 세이지의 이야기에 비관론을 펼치던 이들은 세이지를 비난했다.

-사람들을 속이지 말기를 부탁합니다.

노벨 경제학상을 탄 교수는 인터뷰에서 공식적으로 세이지를 지칭하여 이야기했다.

-세이지는 실물 경제가 무너지는 상황인데, 주식과 부동산을 구입하라며 제정신이 아닌 투자사가 시장을 교란하고 있습니다. 이런 곳은 시장에서 퇴출당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숨죽이고 코로나19가 잘 지나가기를 바라는 것이 최선인 상황입니다. 주식의 경우 앞으로 최소 30% 많게는 60~70%까지의 폭락이 올 겁니다. 대공황(Great Depression)이 아니라 대대공황(Great Great Depression)이 덮쳐 올 겁니다.

노벨 경제학상을 탄 교수를 필두로 한 학자들은 세이지를 맹비난했다.

자기들의 펀드를 팔아먹기 위해 세이지가 얼토당토않은 말로 투자자들을 현혹한다고 이야기했다.

학자들의 비난에 이어 같은 투자사 중 일부 또한 세이지를 비난하는 데 앞장섰다.

브릿지랜드를 품기는 했지만,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활동한 투자사가 아닌 아시아 그것도 변방에 위치한 대한민국의 투자사가 미국 경제에 대해 아는 척하는 것이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었다.

지금과 같은 대위기는 미국의 투자사들조차 처음 겪는 일인데 세이지 같은 곳이 인플레이션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같잖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세이지는 시장의 주류라 불리는 이들에게 둘러싸여 공격당했다.

***

“보고하겠습니다.”

세이지 인베스트먼트 산하 자회사인 조로의 미하엘 퍼터 사장이 한진영에게 현재 조로의 상황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조로의 가입 계좌는 7,000만 개를 돌파했습니다. 이 상태로 진행이 된다면 올해 안에 9,000만 계좌까지 늘 것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순조롭군요.”

한진영은 미하엘 퍼터가 내놓은 자료들을 훑어보며 말했다.

미하엘 퍼터는 자신감이 가득 담긴 어깻짓을 하며 계속 이야기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현재 유료 회원이 2,000만 계좌까지 늘었다는 것입니다. 일반 유료 회원인 월간 5달러짜리 회원이 1,500만, 프리미엄 월 30달러짜리 회원이 500만 계좌입니다. 이것으로 인한 수익이 한 달에 약 2억 3,000만 달러입니다. 그리고 세이지 자산운용으로부터 얻는 데이터 사용료가 월간 1억 달러, 광고로 얻는 수익까지 더한다면 현재 조로의 매출은 월 3억 7,000만 달러 수준입니다.”

“좋군요. 올해 9,000만 계좌까지 고객이 늘고 트래픽이 올라간다면 광고료와 데이터 사용료 등으로 얻는 수익이 더욱 늘어날 겁니다. 물론 조로의 기본을 다지는 유료 회원들 또한 늘어날 테고요. 조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한진영의 질문은 가만히 있어도 수익이 늘 것이 보이는 상황이지만 더욱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준비한 것이 있냐는 질문이었다.

미하엘 퍼터는 한진영의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네. 유료 회원을 조금 더 세분화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기존에 나뉘어 있는 베이식과 프리미엄에 위 단계인 VIP 등급을 두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미하엘 퍼터는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VIP 등급의 경우 정보 제공의 질을 조금 더 높인 것으로 기존 프리미엄이 받아보지 못한 레포트와 세이지 자산운용의 포지션 등을 정보로 제공할 계획입니다.”

“가격은 얼마로 정할 생각입니까?”

“내부적으론 월 100달러 선이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100달러…….”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조지훈은 자기도 모르게 미하엘 퍼터의 말에 반응하고 말았다.

그만큼 100달러라는 금액이 예상을 한참 뛰어넘는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조지훈은 괜히 자기가 탄식을 저지른 것 때문에 이야기가 끊긴 것을 급히 사과했다.

한진영이 조지훈에게서 미하엘 퍼터에게 시선을 돌리자 미하엘 퍼터는 조지훈에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VIP 혜택을 잘 모른다면 조 실장님과 같은 반응이 나오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 테니까요. 월 100달러는 절대 작은 금액이 아니니까요.”

“VIP 혜택을 알게 된다면 고객들의 지갑에서 100달러가 나올 거라는 자신감이 있다는 뜻처럼 들립니다. 맞습니까?”

“네. 저희 조로의 모든 식구들은 자신하고 있습니다.”

미하엘 퍼터는 한 점 의심도 없다는 듯이 말했다.

“내부에서의 평가에서는 VIP 등급이 출시 된다면 많은 프리미엄 고객이 VIP 고객으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약 200만에서 300만까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절반 정도의 고객이 VIP 고객으로 전환된다는 소리인데…… 그 정도로 혜택이 좋은 겁니까?”

“네. 기존 프리미엄 고객들의 사용 용도를 정밀 분석하여 책정한 것입니다.”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미하엘 퍼터는 한진영에게 설명하는 지금이 VIP 등급 출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잠시 입술에 침을 묻히고 한진영을 향해 설명했다.

“세이지 자산운용의 포지션 부분이 고객들을 불러 모으는 키 포인트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시간으로 자산운용의 포지션을 모두 공개하는 것은 아니지만 펀드 가입자에게 보내는 분기마다 한 번의 공개가 아닌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의 펀드의 포지션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고객들의 관심을 끌어모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지금 세이지 자산운용의 포지션은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것이니까요. 이게 저희가 분석한 자료입니다.”

미하엘 퍼터는 가지고 온 분석자료를 한진영 앞에 내보였다.

말로 충분히 설명했지만 그래도 직접 숫자로 보는 편이 설득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재 조로에서 제공하는 것은 세이지 자산운용이 좋다고 평가하는 기업들의 리스트를 보여주는 정도였다.

VIP혜택에 들어있는 포지션까지 공개되는 것은 아직 프리미엄에 들어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프리미엄 고객들이 가장 오랫동안 머무는 곳이 세이지 자산운용이 추천하는 종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조로는 자신 있게 프리미엄에 이어 VIP등급을 새롭게 출시하려는 것이었다.

지금의 관심 정도라면 세이지 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펀드들의 포지션을 돈을 주고 확인할 수 있게 만든다면 고객들의 열광적인 관심을 끌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자료를 살핀 한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설득력이 있습니다.”

한진영은 서류에서 미하엘 퍼터로 시선을 돌리고 말했다.

“대신 시차에 대한 부분을 적당히 자산운용 측과 상의해야 합니다. 실시간은 당연히 해서는 안 될 일이고 너무 차이를 둔다면 관심도가 그만큼 떨어질 테니까요.”

“네. 안 그래도 그 부분에 있어서 이미 상의를 마친 상태입니다. 세이지 자산운용에서는 4일까지의 여유만 둔다면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대답해왔습니다.”

한진영은 세이지 자산운용의 홍대민의 자신 있는 얼굴이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4일 정도라면 세이지 자산운용의 공개된 포지션을 보고 따라붙으려 하는 이들을 모두 털어내거나, 반대로 잡아먹겠다고 덤비는 이들을 모두 눕힐 수 있다고 홍대민이 큰소리친 상황이 그대로 보이는 것만 같았다.

“그렇다면 그대로 진행하도록 하세요. 월 100달러에 200만 계좌라면 한 달에 2억 달러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의 상장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리고 조로의 상장까지도 문제없이 진행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될 겁니다.”

“저희도…… 상장이 가능한 겁니까?”

“저는 조로 또한 상장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한진영은 미하엘 퍼터가 건넨 서류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말했다.

“이렇게 실적이 좋고, 성장성도 좋은 기업을 그대로 놔둘 이유가 없습니다. 세이지 인베스트먼트의 상장이 성공한다면 조로를 인적분할하여 뉴욕 증시에 상장시킬 생각입니다. 미하엘 퍼터 CEO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렇게 되면…… 제가 대표가 되는 건가요?”

“당연하지요.”

미하엘 퍼터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기대하기는 했지만,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이 이렇게 빨리 올 거로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미하엘 퍼터의 표정을 보고 상장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해줬다.

자칫 오해할지도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당장 상장이 되지는 못할 겁니다. 이번 여름 인베스트먼트의 상장이 먼저 계획에 잡혀 있으니까요. 충분히 자리를 잡고 조로의 실적이 궤도에 올라섰을 때 상장을 추진할 생각입니다. 빨라야 2년에서 3년이 걸릴 것 같으니 조금은 마음을 놓고 계시는 편이 좋을 겁니다.”

“2년에서 3년이면 충분히 빠른 겁니다.”

한진영이 상장 시기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했음에도 미하엘 퍼터는 더욱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세지이의 품에 들어온 지 몇 해 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 저희를 세이지가 제대로 키워주어 상장까지 가능한 곳까지 이끌어 주셨습니다. 게다가 상장도 억지로 올라간 것이 아니라 제대로 실적을 올린 상태에서 하는 것이라 벌써 기대가 될 정도입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회장님 덕분입니다.”

미하엘 퍼터가 고개 숙여 인사했다.

조로의 실 소유주는 미하엘 퍼터에서 세이지로 그리고 한진영에게로 넘어간 상태이지만 미하엘 퍼터는 조로를 자기 자식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소유주만 넘어갔을 뿐이지 조로의 지분도 세이지 다음으로 많이 가지고 있었다.

약 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서 상장된다면 미하엘 퍼터는 빌리어네어의 반열에 어렵지 않게 오를 것이 분명했다.

미하엘 퍼터는 조로를 성장시키고 자기를 부자로 만들어준 한진영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자기가 했다면 여기까지 이렇게 빨리 올라올 거로 생각하지 않았다.

“상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조지훈은 이번에도 상장으로 인해 미하엘 퍼터에게 동기부여를 만든 한진영을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상장을 위해서라면 뼈라도 갈아서 일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었다.

조지훈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무실 한쪽에 자리한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서는 현재 나스닥 지수가 화면에 그려지고 있었다.

3.76% 상승.

7,784.

나스닥은 어제의 하락을 만회하고 다시 열심히 8,000선 돌파를 향해 달려 나가고 있었다.

증시는 세이지의 예상대로 움직이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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