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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증권사 생활-529화 (529/650)

529화 미래를 볼 수 있다면 믿을 텐가?

코로나19 악재는 지나가는 소나기가 아니라 봄장마의 전조라는 평가가 나왔다.

한 달에도 몇 번씩 나오는 악재 수준이 아니라 10년에 한 번씩 시장을 뒤흔드는 악재라는 것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흔들리고 아시아가 오금이 저려 주저앉았으며 유럽이 머리를 감쌌다.

전세계가 코로나19라는 악재에 폭락을 이어가고 있었다.

WHO가 팬더믹을 인정했다는 소식에 코스피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무너져 내렸다.

코스피시장에서 약 8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유가증권시장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기까지 했다.

2,000에서 무너져 내려 1,900대에 자리하고 있던 코스피는 시작하자마자 1,900을 깨고 시작했다.

그리고 점심이 지났을 때는 오후 매도까지 겹쳐 1,800선이 위협받는 1,808까지 지수가 빠져 내리고 말았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5분간 유가증권시장에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시켜 지수를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외국인의 매도 물량은 9조 원을 넘겼다.

일방적인 셀코리아 행진에 코스피는 힘든 시절을 보냈다.

이날도 9,000억 치의 물량을 집어 던지며 시장을 무너뜨렸다.

개인과 기관이 열심히 외국인의 물량을 받아냈지만, 뒤 없이 던져대는 외국인의 매도세에 개인과 기관도 역부족인 모습이었다.

코스피 시장은 힘든 시간을 보냈다.

“코스피와 코스닥도 뉴욕시장의 계획에 맞춰 움직이라고 해.”

한진영은 코스피 지수의 움직임을 확인하고 조지훈에게 지시했다.

조지훈운 한진영의 말을 받아 대한민국에 자리하고 있는 세이지 증권에 지시할 사항을 정리했다.

“회장님 CNBC의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뭐라고 요청이 들어왔어?”

한진영의 질문에 조지훈은 CNBC의 부탁이 적힌 태블릿을 내려다보고 말했다.

“현재의 추세를 정확히 예측한 세이지의 대표로 회장님을 초대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향후의 시장 움직임과 예측 등을 이야기해달라고 했습니다.”

“최근에 우리 이름이 많이 오르내린다며?”

한진영의 말에 조지훈은 들고 있는 태블릿을 내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전략분석가들 사이에서 세이지의 이름이 많이 언급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인터뷰에서는 지금 사태를 예측한 건 세이지의 한진영 회장님밖에 없었다며 이야기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래. 점점 유명해지고 있구나.”

“어떻게 할까요? 비서실에서는 방송에 나가는 것은 세이지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회장님께서 직접 출연하시는 건 부담이 되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내가 직접 나가면 부담이 된다는 의견은 조 실장이 내놨지?”

한진영을 누구보다 잘 아는 조지훈이었기에 한진영이 직접 나가는 것만큼은 반기지 않았다.

중요한 순간에만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 한진영의 마음을 헤아렸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말없이 웃는 조지훈을 보고 같이 웃으며 말했다.

“조 실장 생각은 어때? 내가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한진영의 질문에 조지훈이 생각한 것을 대답했다.

“우리에게는 회장님 외에 이쪽 분야에 특화된 사람이 한 사람 더 있지 않습니까?”

조지훈의 말에 한진영은 최석영을 떠올렸다.

“최 부사장님?”

“네. 얼마 전에도 저에게 연락해서 영어 공부 열심히 했다고 시켜만 달라는 말을 했었습니다.”

“그 양반이 몸이 근질거리나 보구나.”

“우리를 따라 미국에 진출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한 것 같습니다.”

“월드 스타가 되고 싶다고 하던가?”

“네.”

최석영을 누구보다 잘 아는 한진영이었기에 최석영이 한 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한진영은 조지훈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굳이 내가 나갈 필요 없이 그 부문에 확실하게 준비된 사람을 내보내는 게 내가 나가는 것보다 더 확실하겠지. 최 부사장님 짐 싸서 넘어오라고 해. 그리고 CNBC하고 약속 잡도록 해. 나는 아니지만 세이지증권 사람을 내보내서 확실한 우리의 생각을 이야기하겠다고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한진영과 세이지가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은둔 생활하는 것은 아니었다.

과거 몇 번의 중요한 순간에 인터뷰 요청을 받았으며 실제로 최석영 또한 CNBC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과 상황이 달랐다.

과거는 아시아지역의 유망한 증권사의 직원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었다면 지금은 뉴욕의 주류 투자업체로서 지금의 상황을 분석하기 위해 자리에 나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자리에서 정확한 분석을 해낸다면 시장에서 받아들이는 세이지에 대한 시선이 한 번에 몇 단계는 상승할 것이 분명했다.

‘어쩌면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빨리 자리를 잡을지도 모르겠어.’

한진영은 가만히 CNBC 뉴스 화면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유력한 방송에 나와 시장 예측을 정확하게 해냈을 때의 시장 반응이 어떻게 될지 한진영은 가만히 머릿속으로 그려갔다.

***

과거 1987년 다우존스가 하루 만에 22% 하락한 ‘검은 월요일’ 이후 증시가 대폭락을 보였던 달에는 항상 ‘검은’이라는 글자가 쓰이고는 했다.

‘검은 월요일’, ‘검은 화요일’, ‘검은 수요일’ 등등 폭락에 가까운 모습을 보일 때마다 시장에서는 ‘검은’이라는 말을 쓰며 두려움에 떨고는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검은’이라는 말을 쓴 이후 오리지널 ‘검은’에 유사한 폭락을 보여준 사례는 많지 않았다.

그저 언론과 시장 초보자들의 호들갑에 가까운 수준에도 ‘검은’이라는 말을 쓰는 수준에 볼과 했다.

“내 평생 이런 날을 또 볼 거로 생각하지 못했는데…….”

레이 젠슨은 허탈한 표정으로 빨갛다 못해 너무나 짙어 검붉은 빛마저 보이는 S&P 500 맵(MAP)을 바라봤다.

각 종목을 섹터별로 나눠 시가총액에 따라 크기 별 사각형으로 이미지화한 MAP은 하락을 표시하는 빨간색을 어둡게 표현하고 있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어떻게 된 일이긴요. 우리가 돈을 버는 일이지요.”

당황한 표정의 레이 젠슨과 달리 한진영은 지금의 하락이 너무나 즐거워 보이는 것처럼 보였다.

레이 젠슨은 모니터링 화면을 손으로 가리키고 한진영을 향해 소리쳤다.

“자네는 이게 즐거운가?”

레이 젠슨은 화면을 바라보고 계속 소리쳤다.

“블랙 먼데이인 1987년 이후 최대 폭락이야. 다우는 9.99%, S&P 500은 9.51% 그리고 나스닥은 9.43%. 역사상 두 번째 폭락이라고…….”

“그래서 우리가 목표로 한 지점에 아주 바짝 다가설 수 있는 것 아닙니까? 7,201. 거의 다 왔습니다. 우리가 목표로 한 7,000언더가 말입니다.”

레이 젠슨은 즐거워하는 한진영을 보고 눈을 감았다.

오랜 시간 시장에 있으며 미친놈들은 셀 수 없이 많이 봤지만, 한진영처럼 미친 사람은 처음 본 레이 젠슨이었다.

“자네는…… 이런 상황을 예상한 건가?”

“예상했지요. 그러니 저~ 머리 꼭대기에서 잡고 지금까지 버틴 것 아니겠습니까?”

“어떻게? 어떻게 예상했나?”

“글쎄요. 미래를 볼 수 있다고 말하면 믿으시겠습니까?”

한진영의 말에 레이 젠슨은 천천히 눈꺼풀을 끌어 올렸다.

다른 사람이 혹은 한진영이 말했더라도 다른 시간에 이야기했다면 농담하지 말라고 일갈했을 만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에서는 한진영의 말을 마냥 농담처럼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정말…… 미래를 보는 건가? 자네…… 점성술사 뭐 그런 건가?”

“하하하. 그렇겠네요. 여기서는 점성술사로 불릴 수도 있겠네요.”

대한민국에서 무당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뉴욕에서는 점성술사로 불린다는 것을 떠올리고 한진영은 크게 웃었다.

“하지만 저는 점성술사와는 다른 게 한 가지 있습니다.”

“그게 뭔가? 그들과 달리 더 먼 곳은 보이지 않는 건가?”

“아닙니다.”

이제는 한진영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레이 젠슨을 바라보고 가만히 웃으며 화면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화면을 손바닥으로 두드리며 말했다.

“점성술사는 수정구로 미래를 보지만 저는 바로 이것 우리 전략분석실의 분석을 보고 미래를 예측합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제가 점성술사보다는 조금 더 정확하고 확실한 미래를 볼 겁니다.”

“자네…… 이 상황에서도 농담이 나오나?”

한진영이 농담을 한다는 것을 깨달은 레이 젠슨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한진영을 바라봤다.

수십 년을 시장에서 살아온 자기도 이렇게 뼈가 녹는 느낌을 받는데, 아무리 원하는 방향으로 결과가 나왔다기로서니 이미 경험해본 사람처럼 태연한 모습의 한진영이 신기하기만 한 레이 젠슨이었다.

사실 한진영도 오늘과 같은 결과를 처음 봤다면 레이 젠슨과 같은 반응을 보였을 게 분명했다.

아니, 지난 시절의 한진영은 레이 젠슨보다 더 호들갑을 떨며 시장의 폭락에 강하게 반응했었다.

뉴욕시장이 10% 가까이 빠지자 유럽이 10%가 넘게 하락했다.

아시아 시장은 유럽보다 더 심했다.

코스피 시장은 한때 8%가 넘게 빠졌으며 코스닥은 13% 이상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일본 또한 약 10%의 하락을 보였다.

이는 ‘버블’이 꺼진 1990년의 대폭락 이후 30년 만의 최대 낙폭이었다.

미국만 아닌 유럽과 아시아의 대폭락에 지난 시절의 한진영은 손절조차 하지 못한 채로 시장을 멍하게 바라보기만 했을 정도로 그때의 충격은 상당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이미 한번 경험해본 것에 지금의 하락이 한진영에게는 수많은 이벤트 중에 하나밖에 되지 못했던 것이었다.

한진영은 팔짱을 낀 채로 화면을 바라보고 말했다.

“코로나19에 미국의 정치 불안. 그리고 이어진 미국의 유럽과의 통행을 금지한 대책. 이제 코로나19는 글로벌 경기둔화를 넘어 각국 간 갈등을 심화시키는 질병으로 한 단계 격상됐다고 볼 수 있겠네요.”

한진영의 분석에 레이 젠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진영의 말 그대로 이제 코로나19는 단순한 질병이 아니게 된 것이었다.

“통상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이 하락할 때면 국채와 금과 같은 안전자산은 오르기 마련이었죠. 하지만 이번은 다릅니다.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이라는 구분이 아무런 의미가 없게 모든 상품들이 폭락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분명 현재 극도의 공포 속에서 모든 자산이 급락하면서 대규모 마진콜과 청산 매매가 발생하고 있을 겁니다.”

“자네 말대로 나도 그 생각을 했네.”

한진영은 고개를 돌려 레이 젠슨을 돌아봤다.

아까까지 한진영의 농담에 이리저리 휘둘리던 모습은 더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전설의 투자자답게 분석이 시작되자 레이 젠슨의 시선도 강렬하게 변해 있었다.

“청산 매매가 들어가지 않은 이상 이렇게까지 큰 하락이 나올 수가 없어. 분명 기준값 이하로 가격이 떨어진 것을 확인하고 기계적인 청산 매매가 나오고 있는 걸 거야.”

레이 젠슨이 한진영의 말에 동의하자 한진영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는 말했다.

“이제 다 왔습니다. 이렇게 청산 매매가 터지고 있으니 우리가 원하는 자리에 거의 다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가지 자네에게 묻고 싶은 게 있네.”

“네. 말씀하세요.”

레이 젠슨은 한진영이 보고 있는 화면 옆에 떠 있는 지수 차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전일 전저점을 이탈한 뒤 오늘은 커다란 하락을 보인 그래프가 떠 있었다.

“이렇게 큰 하락 뒤에는 내일 분명 반등할 것이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내일 반등할 겁니다. 그리고 그게 사실이라는 듯이 현재 시간외 선물 시장에서는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큰 폭의 상승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 시장이 이 사달이 나 버렸으니 정치 싸움만 할 수는 없어. 이런 상황에서도 야당이 계속 정부의 부양책에 딴지를 건다면 모든 책임을 질 수밖에 없으니까. 부양책을 통과시키고 정치 싸움은 나중에 하겠지. 그리고 정부는 새로운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높아. 이미 알려진 부양책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는 것이 시장의 폭락으로 증명이 됐으니까.”

레이 젠슨은 오랜 경험에서 나온 생각을 한진영 앞에서 늘어놨다.

그리고 한진영은 그런 레이 젠슨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미 지난 시절의 경험을 통해 앞으로 움직임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말씀대로 흐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저점이 잡힐 가능성도 있지 않나? 내일 반등 뒤 모레 살짝 조정을 주고는 시장을 돌려 버릴 가능성은 생각하지 않고 있나?”

레이 젠슨은 한진영을 향해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계속 이야기했다.

“시장이 천천히 빠졌다면 자네가 원하는 6,600이라는 자리가 왔을 수도 있어. 하지만 급하게 빠진 바람에 그 자리보다 더 위에서 저점이 잡힐 가능성이 커졌네. 자네는 그런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건가? 여전히 6,600을 믿고 7,000언더에서 정리할 생각을 하는 거야?”

레이 젠슨의 말에 한진영은 빙긋이 웃었다.

그리고 지수 차트를 돌아보고 찬찬히 차트의 움직임을 살피고는 말했다.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 일본, 독일 등 주요국이 침체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중국 같은 경우에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진영은 다른 나라의 증시들을 화면에 띄웠다.

차근차근 화면에 나오는 곳들 모두 폭포수처럼 아래로 쏟아진 모습이었다.

이렇게 모아보니 미국이 제일 조금 떨어진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타국의 하락은 길고도 깊었다.

“이번 위기는 다른 때와는 다릅니다. 다른 때는 위기가 지역별로 나왔었습니다. 얼마 전에 세계를 들썩이게 했던 유럽 위기가 그랬고 1997년의 아시아의 위기가 그랬습니다. 서브프라임도 미국의 위기였지 타국의 주택시장이 붕괴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한진영의 말에 레이 젠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처럼 전세계가 동시에 폭락한 적은 언제 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희귀한 모습이 맞았다.

한진영은 고개를 돌려 레이 젠슨을 바라보고 말했다.

“아직 과학자와 의학계도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보건 문제입니다. 과거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입니다.”

“자네 말이 맞네. 그런데 그것과 7,000언더를 고집하는 이유가 무슨 관계가 있는 건가?”

레이 젠슨의 말에 한진영은 화면 앞을 떠나 레이 젠슨 쪽으로 걸어왔다.

그리고 레이 젠슨 앞에 앉으며 레이 젠슨의 질문에 대답했다.

“대공황을 직접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대공황 시절이 어떤 식으로 흘러갔는지 많이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를 알게 됐습니다.”

“대공황? 지금 대공황을 왜 이야기하지? 뭐 그래. 대공황을 이야기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 그래 무엇을 알게 됐다는 건가?”

한진영의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대공황은 각국 간 무역장벽을 세워지는 것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한진영의 말에 레이 젠슨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게 무슨 말인가?”

“경제를 부흥하기 위해서 정책을 펼칠 때 우선 장벽을 세운다. 그 뒤 내부의 경제를 살릴 부양책을 펼친다. 고문님께서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과거 미국이 경제 대공황을 풀어낸 이야기는 유명하니까요.”

레이 젠슨은 한진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고등학생도 아는 이야기지. 위기가 오면 장벽을 세워 내부부터 해결하려 하는 것. 그리고 그 덕분에 해결이 되기도 했고…… 설마 이번에도 그렇게 된다는 말인가?”

레이 젠슨은 한진영의 말에 깜짝 놀랐다.

지금은 글로벌 시대라는 말이 이상하지 않은 때였다.

마치 전 세계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흘러가는 시절이었던 것이었다.

그런 시대에 장벽을 세운다면 모두가 파멸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과거와 같은 방법을 쓴다면 위기는 이제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르는 대혼돈의 시대가 펼쳐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한진영은 파랗게 질려버린 레이 젠슨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바로 그겁니다.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게 되면 반등은 쉽게 나오지 못합니다. 올라가더라도 다시 떨어져 내리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 상황이…….”

“실제로 일어나는지 안 일어나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마음속의 의심 한 덩이만 있으면 되는 거니까요.”

레이 젠슨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한진영이 가리킨 손가락을 따라 자기 가슴을 내려봤다.

그의 가슴에도 의심이 싹트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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