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화 폭락, 붕괴, 충격, 위기가 찾아온다
전고점을 갭으로 넘겨 신고가를 작성한 다음 날 지수는 조심하는 듯한 모습으로 약보합인 채로 시작했다.
지수가 이렇게 조심하는 모습 속에서도 테라만은 강세를 이어갔다.
305달러까지 기어코 장악한 테라는 장중 숨 고르기 이후 재차 상승할 여력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시장이 시작한 지 2시간이 흘렀을 무렵이었다.
타임스 인터넷판에서 중국의 통계에 의문이 든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 전역의 확진자 수는 줄었지만, 세계적인 확산세가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확진자 통계가 신뢰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는 이야기였다.
기사가 나온 이후 잠시 시장이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밑으로 쏟아져 내렸다.
“현재 다우는 300포인트 하락, 나스닥은 9,700을 하향 이탈했습니다.”
한진영은 올라오는 보고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순식간에 빠져 내려간 지수는 결국 다우지수 기준 고점 대비 400포인트가 넘는 하락으로까지 이어졌다.
나스닥도 -1.8%의 하락을 보이며 3대 지수 모두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약보합인 -0.2%에서 -1.8%까지 떨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단 2분에 불과했다.
“항상 이렇단 말이지.”
레이 젠슨은 마감한 지수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이야기했다.
“내가 이 바닥에 수십 년 동안 자리하고 있으면서 얻은 교훈이 뭔지 아는가?”
“뭡니까?”
한진영은 책상에 앉은 채로 레이 젠슨의 말을 받았다.
레이 젠슨은 여전히 화면을 바라본 채로 말했다.
“상승과 하락의 종점을 예측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신호는 항상 교과서에 나와 있는 신호로 추세전환이 나온다는 것이라네. 저기 보게. 전형적인 행잉맨 아닌가? 2분 동안 다우 기준 고점 대비 400포인트가 빠져 내려간 지수가 나머지 시간 동안 300포인트를 회복했어. 그래서 만들어낸 모습이 고점에서의 교수형 모양이야.”
레이 젠슨은 화면에 보이는 그래프 모양을 보고 감탄했다.
“교수형 모습이 나오면 상승추세는 끝이 난다는 말은 내가 처음 주식시장에 발을 들였을 때부터 있던 말이야. 교과서에 나오는 말이라는 거지. 그런데 저렇게 고점에서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모습이 나왔으니…… 나는 끝났다는 자네의 말이 이제 이해가 가네. 저렇게 전형적인 모습이 나온 뒤에 추세 전환이 되지 않았던 적이 없어.”
레이 젠슨은 반쯤 몸을 틀어 한진영을 돌아봤다.
레이 젠슨이 이해가 간다고 말했지만, 말속에는 상승 추세가 끝이 났다는 한진영의 의견에 동의한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음을 한진영은 알아들었다.
한진영은 자기를 바라보는 레이 젠슨을 향해 가만히 웃으며 말했다.
“이제 천천히 지켜보십시오. 재미있는 광경이 앞으로 펼쳐질 테니 말입니다.”
“자네가 재미있다고 이야기하는 정도라면 기대해도 되겠는가?”
“기대 그 이상일 겁니다.”
한진영의 자신 있는 말에 레이 젠슨이 다시 몸을 돌려 화면을 바라봤다.
그곳에 떠 있는 지수 그래프를 바라보고 어림짐작으로 하락의 끝부분을 이야기했다.
“대충 조정이 온다고 하면 9,200에서 다시 한번 걸리는 것일 테고…… 하락이 깊게 온다고 하면 8,500? 그것도 아니라 하락이 더욱 깊게 찾아와 시장을 되돌린다고 한다면 순간적으로 8,200에서 8,300 사이까지도 보이기는 하는구먼. 자네는 어디까지 보고 있나?”
“말씀하신 8,200에서 8,300이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생각하는 가장 깊은 하락으로 생각하는 자리라는 데 동의합니다. 하지만 저는 더 깊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더 깊게?”
레이 젠슨은 돌려 앉은 몸으로 소파에 팔을 걸친 채 책상에 앉아 있는 한진영을 바라봤다.
한진영은 궁금증이 가득 담겨 있는 레이 젠슨의 눈을 똑바로 바라본 채 말했다.
“7,000이 깨지는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어? 얼마? 7,000? 내가 7,000을 들은 게 맞나? 자네 7이란 숫자가 영어로 무엇인지는 알고 하는 말이지? Seven. Seven 맞지?”
레이 젠슨이 몇 번이나 되물었을 정도로 한진영이 말한 숫자는 얼토당토않은 숫자였다.
레이 젠슨은 한진영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뭐 하락장이 걸리면 언더슈팅이 심하게 나올 수도 있지. 그리고 시장이 침체에 들어간다면…… 뭐 그럴 수도 있어. 깊은 하락장이 안 나왔던 것도 아니고…….”
최대한 이해를 해보려 노력한 레이 젠슨은 한진영을 돌아보고 다시 물었다.
“그래서? 기간은 얼마나 보고 있나? 올해 최저점이 7,000언더로 보고 있는 건가?”
“네.”
“그래. 그렇다면…… 그럴 가능성도 있어. 4분기쯤에 시장이 침체에 빠져든다면…….”
한창 혼자 납득하고 있는 레이 젠슨을 향해 한진영이 확실히 알려주겠다는 듯이 말을 던졌다.
“올해 말이 아니라 저는 한두 달 내에 일어날 일을 생각하고 말씀드린 겁니다.”
“뭐? 한두 달? 지금 한두 달이라고 한 것 맞나?”
“고문님. 제 영어가 아직도 못미더우십니까? 저는 정확히 표현한 것 같은데 말입니다.”
한진영의 말에 레이 젠슨은 입을 벌리고 말았다.
“여기서 그럼 한두 달 만에 30%가 빠진다는 말인가? 그런 폭락이 나와?”
“네.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펀드 계좌를 비우고 인버스와 풋옵션 그리고 선물 매도 등을 때린 것 아닙니까? 저는 단순한 하락이 올 거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폭락. 시장붕괴를 걱정할 정도의 충격. 지난 서브프라임 사태가 가벼워 보일 정도의 위기가 찾아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무슨 이유로?”
“무슨 이유이기는요? 바로 저거 때문이죠.”
한진영이 손가락으로 화면을 가리키자 화면 속에는 뉴욕 거리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장면이 나왔다.
그리고 화면 아래에는 미국 확진자 숫자가 나오고 있었다.
이제 미국에서도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위기감이 점차 퍼져나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
중국에서의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2,000명 이상이라는 보고가 CNBC를 통해 나왔다.
한국에서의 확진자가 200명으로 증가해 주변국으로의 전파까지 확인이 됐다.
코로나19 확산은 기정사실이 됐으며 이제 이로 인한 경기 침체는 중국만의 문제가 아닌 게 되어 버렸다.
S&P 500과 다우지수가 1% 넘게 하락했다.
나스닥 또한 1.8% 하락하며 전일 힘겹게 메운 밑꼬리를 몸통으로 다시 색칠한 모습이 되고 말았다.
이제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고점 신호가 나왔다는 것은 반박할 수가 없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이런 고점 신호가 명확하게 뜨자 바로 다음 날 시장은 붕괴하는 모습을 보였다.
‘팬더믹’이라는 말이 증시에까지 쓰이기 시작했다.
얼마 전만 해도 WHO에서 세계적 대유행은 없다는 말이 무색하게 느껴질 만하게 코로나19의 확산세는 무섭게 번져나갔다.
이탈리아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229명이 발견되며 아시아를 넘어 유럽에까지 공포가 전해졌다.
유럽은 파랗게 질려버리고 말았다.
영국 런던의 FTSE100 지수가 전날보다 3.34% 하락했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DAX 지수도 4.01% 하락을 기록했다.
중국과 지리적으로 거리가 먼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이제 코로나19를 피할 길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이런 유럽의 공포가 뉴욕에까지 전해졌다.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3.56%, S&P 500 지수는 3.35% 그리고 나스닥 지수 역시 3.71% 하락하며 지난 조정에서 만들어낸 9,200라인을 종가 상으로 단번에 무너뜨려 버렸다.
시장의 전문가들은 10~15% 수준의 증시 조정이 시장 된 것으로 판단했다.
앞으로 악재가 더 많이 나올 것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특히 그간 시장을 견인해온 기술주들이 방향을 바꾸어 글로벌 증시의 움직임보다 훨씬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 기술주에 대한 시장참여자들의 시각이 바뀐 신호라고 이야기했다.
이제 트렌드가 바뀌어 모멘텀 중심의 투자에서 신속하게 발을 빼는 양상으로 관측된다는 이야기가 시장을 지배했다.
조지훈은 안절부절못한 모습으로 한진영을 바라봤다.
그러나 그런 조지훈의 모습과는 달리 한진영은 태연하기만 했다.
“준비되셨으면 들어가시겠습니다.”
스텝이 한진영의 대기실로 찾아와 조금 뒤 방송이 시작되니 준비하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그럼 가볼까?”
마치 자기 사무실에 있는 것처럼 태연한 모습의 한진영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조지훈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한진영의 옷을 손으로 쓸어내며 말했다.
“굳이 나오셔야 했습니까?”
“또 물어보네. 괜찮다니까.”
“그래도 분위기가…….”
쾅! 쾅! 쾅!
스튜디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조지훈은 눈살을 찌푸렸다.
소리가 마치 한진영을 노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보고 말했다.
“한 번 더 나와달라고 요청했고 지금이 딱 시기가 알맞아 나온 거니까 그렇게 걱정할 이유 없어.”
“아무리 그래도…….”
굳이 나오지 않아도 될 곳에 나온 것 같은 느낌에 조지훈이 께름칙한 표정을 지었다.
“자 그러면 들어가시겠습니다.”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한진영을 향해 스텝이 손을 들어 들어갈 타이밍을 알려줬다.
“지금 들어가세요.”
한진영은 스텝의 신호에 따라 스튜디오로 들어가며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조지훈에게 괜찮다는 뜻의 손짓을 건넸다.
“세이지의 한진영! 세이지의 한진영! 마스크맨! 드디어 우리 스튜디오에 또다시 나왔습니다.”
매드스톡의 머치 버치킨스는 방망이를 둘러멘 채로 스튜디오로 들어온 한진영에게 다가갔다.
이미 한진영이 오기 전에 한바탕 한 것인지 온몸이 얼룩덜룩하게 색칠되어 있었다.
그는 쓰고 있던 고글을 벗어내고는 한진영을 향해 야구 방망이를 들어 가리켰다.
그리고 단숨에 방망이를 휘두를 것처럼 폼을 잡으며 한진영을 향해 소리쳤다.
“이 코로나19 같은 놈! 시장에 암 덩어리. 너 때문에 시장이 무너진 것 아니냐?”
머치 버치킨스의 말에 한진영은 양손을 들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이상하군요. 저는 분명 경고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세이지의 포지션을 공개하기도 했고요. 우리 세이지는 공시의 의무가 있는 곳입니다. 펀드가 보유하고 있는 종목에 일정 비율 이상 변화가 생기면 시장에 공개해야 할 법적인 의무가 있는 곳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저희는 그런 공시의 의무를 충실히 지켰고요. 보시지 않으셨습니까?”
한진영의 말에 머치 버치킨스는 잠시 움찔했다.
한진영은 이것저것이 많이 묻어 있는 머치 버치킨스의 야구 방망이를 손가락으로 눌렀다.
“잘못하다가는 옷에 묻겠습니다.”
지난번에 방문했을 때와 달리 양복을 잘 차려입고 나온 한진영은 엉덩이를 걸쳐 앉을 수 있게 생긴 의자로 걸어갔다.
그리고 앉으라는 소리가 들리지도 않았는데 의자에 엉덩이를 걸치고 머치 버치킨스를 향해 말했다.
“시장이 계속 오를 거라고 이야기했던 지난 방송 잘 봤습니다. 테라는 물론이고 나스닥의 10,000포인트 주장을 하시며 저를 언급하셨던 것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이렇게 나온 것이기도 하고요.”
“그것 때문에 나왔다고? 당신은 당신이 맞았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 나온 것 아닌가?”
“자랑이라니요? 이게 뭐 자랑거리라고 그럽니까?”
“뭐라고?”
머치 버치킨스가 한진영 앞에 다가와 야구 방망이로 다시 한진영을 가리켰다.
그리고 큰 소리로 한진영에게 소리쳤다.
“이게 자랑거리가 안 된다니? 똑똑히 이야기해! 시청자들을 현혹할 생각일랑 하지 말고!”
“거참. 왜 자꾸 야구 방망이로 사람을 위협하십니까? 설마 그거로 제 머리통을 부서뜨리려고 그러는 겁니까?”
“내가 못 할 것 같아?”
“하겠지요. 하지만 그렇게 되다가는 중요한 말을 듣지 못할 텐데……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차분한 목소리에 머치 버치킨스는 잠시 카메라를 바라봤다.
그리고 한결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여러분들을 위해 제가 잠시 참겠습니다. 하지만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이놈은 제가 기필코 가만히 놔두지 않겠습니다.”
말을 마친 머치 버치킨스는 한진영을 가리키고 있는 야구 방망이를 늘어뜨리고 한진영을 향해 말했다.
“그래. 어디 한번 씨불여봐라. 자랑거리도 되지 않는다는 게 무슨 뜻이냐?”
한진영은 손깍지를 끼고 머치 버치킨스를 올려다보고 질문했다.
“혹시 머치 버치킨스 씨께서는 아직도 시장에 낙관론을 가지고 계십니까?”
“하하. 말 잘했다.”
머치 버치킨스는 양손을 들어 올리고 카메라 쪽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2009년 이후 3월 이후 월요일 2%가 넘게 하락한 적은 19차례가 있었지. 하지만 다음날 평균 1% 이상의 반등을 보이며 하락을 만회하는 모습을 보였어. 이번에도 마찬가지가 될 가능성이 높아. 9,200이라는 지난 조정 자리를 살짝 깨고 마무리됐지만, 내일 다시 오르며 오늘의 하락은 지지대를 확인하는 모습이었다는 것을 시장 참여자들에게 알릴 게 분명하다. 그 이유를 알려줄까?”
머치 버치킨스는 한진영의 대답을 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이유를 이야기했다.
“너 같은 놈들은 신경 쓰고 있지 않겠지만 채권 스프레드가 지난해 범위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 그 이유다. 시장은 아직 무너질 자리에 와 있지 않아.”
머치 버치킨스는 스스로 이야기한 것에 만족감을 드러낸 모습으로 카메라를 응시했다.
한진영은 의자에 반쯤 걸터앉은 모습으로 머치 버치킨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듯하군요.”
“그럴듯해?”
한참 기분을 만끽하고 있던 머치 버치킨스는 한진영을 돌아보고 눈을 부릅떴다.
한진영은 그런 머치 버치킨스를 향해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저는 지금이 도망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뭐?”
한진영은 카메라를 돌아보고 이야기했다.
“단순하게 인명피해로만 국한하면 현재까지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은 2,618명입니다. 몇 년 전 중국에서 있었던 대지진으로 수만 명이 죽었던 것에 비하면 사망자가 작지요.”
“그래. 잘 알고 있구나.”
“하지만 문제는 지진의 경우 피해의 범위와 심각성이 예측할 수 있었지만 지금 코로나19는 전혀 가늠할 수 없다는 겁니다. 머치 버치킨스 씨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주식시장이 무얼 가장 싫어하는지 말입니다.”
“불확실성?”
“맞습니다.”
한진영은 잘 말했다며 칭찬이 담긴 미소를 지어 보인 후 계속 이야기했다.
“현재 중국에서의 대규모 조치는 그 전례가 없다고 이야기될 정도입니다. 몇몇 분석가들은 글로벌 경제의 성장이 0%에 가까울 것이라며 우려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만약 과거 아프리카 플루처럼 10억 명이 감염하는 사태까지 번져나간다면 족히 2,000만 명이 사망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들어보셨습니까?”
2,000만이라는 말에 머치 버치킨스는 그대로 굳어버린 채로 한진영의 질문에 반응하지 못했다.
한진영은 그런 머치 버치킨스의 모습이 이해가 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카메라를 바라보고 말했다.
“무엇이 됐건 앞으로 생필품 외에 수요가 증발해버리는 상황이 우리를 닥쳐올지도 모릅니다. 지난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혹은 더 심한 경기 위축이 올 것이 예상됩니다. 하지만 그때와 비교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폭은 1.75%에 불과합니다. 과거 금융위기 때 단번에 5% 이상 대폭 인하를 기대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한진영은 머치 버치킨스를 돌아보고 말했다.
“제가 왜 방송에 나온 줄 아십니까?”
머치 버치킨스는 고개만 좌우로 흔들 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한진영은 그런 머치 버치킨스를 향해 차분하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장을 똑바로 알려줄 사람이 한 사람쯤은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자리에 나왔습니다. 지금은 흥미와 재미를 찾는 시간이 아닙니다. 경고를 하고 대피할 수 있는 길을 시청자에게 알려야 할 때입니다. 지금이 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한진영은 마지막 말을 마치고 카메라를 응시했다.
난장판인 스튜디오에서 홀로 깔끔한 옷을 입고 있는 한진영은 카메라를 통해 시청자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