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자의 증권사 생활-482화 (482/650)

482화 고등어도 아닌 갈치다

80달러에 상장한 코인 그라운드의 이야기가 일주일 내내 시장을 강타했다.

상장하자마자 100달러를 넘어가는 기세에 사람들의 예상대로 150달러로 가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게 했다.

코인 그라운드의 공모에 성공한 사람들은 축포를 쏘아 올렸다.

공모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상장하자마자 매수한 사람들은 진입 가격이 아쉽지만 150달러 이상 오른다면 큰 차이가 없다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이렇게 코인 그라운드에 들어온 사람 중 상당수는 코인과 함께 거래하는 사람들로 그들은 코인만큼이나 코인 그라운드에 긍정적인 시간을 보냈다.

코인이 4차 산업혁명을 일으킬 자원이라면 그 자원을 거래하는 코인 그라운드도 혁명적인 기업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이런 생각도 점심시간을 채 넘기지 못했다.

105달러에서 막힌 주가가 단숨에 100달러는 물론이고, 90달러까지 무너뜨리며 공모가 근처까지 떨어져 내린 것이었다.

오후 무렵에는 하락 폭을 더욱 키워 공모가를 하회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75달러에 거래가 되며 시장에 공포를 몰아넣기도 했다.

이런 하락의 이유에는 갑작스러운 코인 가격의 하락이 첫 번째로 꼽혔다.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없지만 코인 가격이 20,000달러를 달성하지 못하고 빠져 내려오며 코인 그라운드의 가격 또한 끄집어 내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세이지가 두 번째 이유로 꼽혔다.

세이지와 세이지의 주인인 한진영은 20%가 넘는 물량을 쥐고 있던 코인 그라운드의 대주주 중 하나였다.

그들이 물량을 쥐고 있는 것만으로 시중에 물량이 20%가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코인 그라운드는 세이지의 물량을 거둬들여 시장에 풀었고, 시장은 그 물량을 부담스러워했다는 것이 이유로 꼽혔다.

마지막으로 코인 그라운드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과하게 책정됐다는 것이 이유로 꼽혔다.

코인 그라운드의 초기 공모 예상가는 20달러였다.

20달러 가격에 시가총액 300억 달러 정도가 코인 그라운드의 초기 적정가였던 것이었다.

그러던 것이 코인 가격이 오르며 예상가도 함께 올랐다.

실적에 대한 가중치가 붙었으며 미래에 대한 가격이 다시 매겨졌다.

그렇게 나온 가격이 40달러에 시가총액 600억 달러였다.

그런데 공모가가 60달러를 넘어 80달러까지 올라가 버렸다.

순식간에 시총 300억 달러짜리 금액의 회사가 1,000억을 훌쩍 넘기는 가격표를 달고 시장에 나온 것이었다.

그래도 시장은 긍정적인 미래를 생각하며 공모에 많은 자금이 몰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공모 이후에도 상승하며 100달러에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회사에 대한 장밋빛 희망이 사람들의 눈을 가린 것이었다.

그러나 시가총액이 1,500억 달러에 자리하자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있던 장막이 걷혔다는 것이 이유로 꼽은 사람들의 주장이었다.

1,500억 달러라면 per로 따졌을 때 100배가 훌쩍 넘어가는 수준으로 사람들의 정신을 차리게 할 정도였다는 이야기였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어쨌든 결과는 장 막판 회복하여 82달러로 마감했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105달러까지 올랐던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오자 사람들은 코인 그라운드에 투자하는 것을 꺼렸다.

공모받은 물량은 물론이고 상장 후 들어온 엄청난 물량이 모두 고점에서 물려 있다는 것이 그래프 속에서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가를 찍어 누르는 모습은 다른 곳에서도 나왔다.

한진영은 책상 앞에 놓인 보고서들을 훑어보고는 리모컨을 들었다.

리모컨을 눌러 화면을 켜자 익숙한 진행자가 나와 시청자를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매드스톡의 머치 버치킨스입니다.

화면 속의 진행자는 인사를 마치자마자 야구 배트를 들고 찢어질 듯한 목소리로 코인 그라운드를 맹비난했다.

-세상에 어디서 이런 쓰레기 같은 주식이 나왔는지 나스닥 거래소 관계자들은 머리를 박고 사과해야 합니다. 이 xx들 분명 돈을 받아먹었을 게 분명합니다. 코인 그라운드에 돈을 받아 처먹었고, 코인 발행사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훔쳤을 게 뻔합니다. 그러니 이런 쓰레기 같은 주식이 상장한 것도 모자라 아주 좋은 기업이라고 방방 뛰고 다녔겠지요. 코인 그라운드? 이건 쓰레기만도 못한 놈입니다.

쾅!

들고 있던 나무 배트로 코인 그라운드 이름이 적혀져 있는 머그잔을 때려 부쉈다.

머치 버치킨스는 머그잔이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부서지고 나서야 나무 배트를 휘두르는 것을 멈췄다.

그리고 나무 배트를 어깨에 둘러메고는 카메라를 향해 소리쳤다.

-우리 방송을 보는 사람 중에 이런 쓰레기 같은 기업에 돈을 넣은 사람이 없을 거로 생각합니다. 있다면…… 당장 팔아 이 xx들아! 너희 머리에 똥이 들어 있지 않은 한 이런 건 사는 게 아니야!

한진영은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도 없는 자극적인 증권방송을 보고 헛웃음을 내뱉었다.

똑똑.

한진영은 보고 있던 티비를 끄자 조지훈이 노크하고 안으로 들어왔다.

“홍 사장이 화상으로 연결되어 대기하고 있습니다.”

“연결해.”

한진영은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화상회의용 화면이 걸려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이번에도 의자가 아닌 탁자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화면을 바라봤다.

-회장님. 홍대민입니다.

“홍 사장님. 오늘도 새벽까지 고생하십니다.”

-이런 고생이라면 매일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홍대민은 얼굴 가득 웃는 모습으로 한진영을 향해 말했다.

기업 오너에게 하는 사탕발림의 말이 아니라 정말로 재미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 화면을 통해 전해져 올 정도였다.

홍대민은 웃음을 머금은 채로 한진영을 향해 보고했다.

-평균 104달러, 총액 5,100억 집행됐습니다. 중간에 조금 실수가 있어서 평균가가 104달러로 잡혔습니다.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한진영은 사과하는 홍대민을 향해 웃으며 손을 저었다.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욕하겠습니다. 104달러면 아주 준수합니다. 아니. 준수하기보다 오히려 머리 정수리 여드름 자리에서 잡았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주 잘하셨습니다.”

한진영의 칭찬에 홍대민은 기분이 좋아졌는지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다음 움직임에 대한 지시를 받기 위해 질문했다.

-우선 현재 단가가 공모가인 80달러 근방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코인 가격도 18,000원을 지키고 있는 모양새고요. 언제까지 들고 갈까요?

평소라면 홍대민이 전략실과 상의하여 판단할 것들이었다.

그러나 이번 건은 한진영이 직접 지시를 내린 것이었기에 한진영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최고점에서 공매도를 잡으라는 지시가 나왔다면 분명 청산 자리 또한 한진영이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좀 길게 가지고 갑시다.”

-네? 길게요?

“네. 코인은 여기서 꺾였습니다.”

-꺾였다는 것이 뭘 말씀하시는 건지…….

홍대민이 정확하게 한진영이 말하는 바를 파악하지 못해 말을 얼버무렸다.

한진영은 그런 홍대민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6,000달러 자리로 회귀할 겁니다.”

-6,000달러로요? 지금 18,000달러인데…… 거기까지 빠진다는 말씀이십니까?

“길게 보면 3,000대도 보게 될 겁니다.”

-아니. 그게 무슨…….

아무리 아무런 가치를 지니고 있지 않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코인 시장에 쏠린 자금들을 생각했을 때 3,000달러까지 간다는 것이 쉽사리 상상되지 않은 홍대민이었다.

홍대민은 우선 중요한 것은 코인이 아닌 코인 그라운드였기에 생각을 털고 다시 질문했다.

-그럼 코인 그라운드는 어디까지 보고 계신 겁니까?

“20달러 선까지 우선 보시면 됩니다.”

-우선…… 20달러요?

105달러에 잡았으니 1/5토막 자리를 목표로 계속 들고 가자는 이야기였다.

-어릴 때 어머니가 시장에 가서 고등어를 사면 시장 상인이 세 토막을 내서 검은 봉지에 담아줬는데…… 이건 고등어도 아니라…… 갈치? 갈치처럼 토막이 난다는 말씀인 건가요?

“하하하.”

홍대민의 말에 한진영은 큰 소리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갈치. 좋은 표현이네요. 갈치. 갈치가 될 겁니다. 그들의 진정한 기업 가치는 그 정도가 적당하니까요.”

한진영은 그렇게 한참 동안을 웃고는 계획을 정리했다.

“코인 그라운드에 공매도 진입한 물량은 20달러가 될 때까지 버팁니다. 아마 올해는 힘들 것 같고 내년쯤 가면 목표가에 도달할 것 같으니 모니터링하면서 추세를 지켜보도록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홍대민이 화면에서 사라지자 한진영은 다시 티비 화면을 켰다.

-이 쓰레기 같은 회사! 죽어! 죽어!

이번에는 커다란 얼음덩어리에 코인 그라운드라는 이름이 적힌 것을 매드스톡의 진행자가 골프채를 휘두르고 있었다.

얼음 파편이 날아다니고 코인 그라운드라는 이름이 부서져 나가는 것이 보는 사람까지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방송이었다.

“하여튼 미국 놈들은 참 대단해.”

대한민국이었으면 이렇게 심하게 해야 하냐며 비난받았을 만한 방송이었다.

코인 그라운드에 투자한 사람들까지 싸잡아 욕하는 게 아니냐며 진행자를 향한 비난이 쏟아졌을 게 분명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코인 그라운드에 투자한 너희가 바보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이 노골적으로 행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놈들을 부숴버리겠다는 듯이 방송에서 더욱 강렬하게 행동했다.

-다 죽어버려라!

매드스톡의 머치 버치킨스는 코인 그라운드의 이름까지 산산조각이 나버린 얼음덩어리를 발로 차 버리고 골프채를 들어 카메라를 가리켰다.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코인 그라운드를 들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부우웅~.

카메라를 향해 골프채를 휘둘렀다.

화면 안에서 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눈이 질끈 감길 정도로 위협적인 행동이었다.

한진영도 놀라 눈을 질끈 감았다 뜰 정도였다.

-머리통을 후려쳐 버릴 테니까 알아서들 처신해. 지금이라도 바로 팔아버리라고 xx들아!

한진영은 매드스톡의 매운맛에 박장대소를 터트리고는 고개를 돌려 코인 그라운드의 그래프를 바라봤다.

매드스톡 때문은 아니겠지만 교묘하게 코인 그라운드의 가격은 하락세로 전환되어 흘러내려 갔다.

80달러 선이 다시 붕괴하였으며 75달러 선을 향해 계속 떨어져 내렸다.

“하여튼 미국 놈들은 재미있다니까. 여기 아주 마음에 들어.”

한진영은 탁자에 걸치고 있던 엉덩이를 떼 의자에 제대로 자리를 잡고 예능 방송 저리 가라는 증권방송에 시선을 고정했다.

***

코인 그라운드가 상장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는 이제 어디서도 볼 수 없게 됐다.

105달러까지 치솟았던 주가가 지금은 공모가 아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오히려 시장은 어디까지 떨어질지 모르는 코인 그라운드의 모습에 우려하는 시간을 보낼 정도였다.

상장한 지 일주일 만에 70달러 선이 붕괴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코인 그라운드는 떨어지는 주가를 잡기 위해 코인 발행 스케줄을 당기겠다는 발표를 했다.

코인을 발행하여 확보된 자금을 통해 사업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이런 발표는 코인 그라운드의 주가 하락에 오히려 힘을 보태는 발언이 되고 말았다.

코인 시장이 코인 그라운드의 발표로 인해 폭락을 보여주고 말았기 때문이다.

코인 시장이 아무리 탈중앙화와 탈달러화를 노린다지만 어쨌든 코인을 거래할 때 사용되는 것은 달러였다.

한정된 자원에 달러가 유입되어 움직이는 시장에서 갑작스럽게 1,000억 달러에 달하는 물량이 폭탄처럼 공급된다고 하니 가격이 내려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18,000달러를 지키던 대표 코인의 가격이 단숨에 16,000달러로 떨어져 내렸다.

한때 시장에 충격을 줬던 세이지 쇼크는 쇼크라고 부르지도 못할 정도의 타격이었다.

세이지 쇼크 때는 금방 회복이 되었지만 코인 그라운드 발 쇼크는 다음날에도 계속 이어졌기 때문이다.

16,000달러에서 14,000달러까지 가는데 사흘이 걸리지 않았다.

그 뒤에도 코인 가격은 회복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정도로 시장의 침체는 가속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코인 시장의 거래자들은 코인 그라운드를 맹비난했다.

자기들이 살기 위해 물량을 갑작스럽게 푸는 결정을 하는 법이 어디 있냐며 코인 그라운드의 결정에 비판의 목소리를 키운 것이었다.

얼마 전만 해도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손잡고 올라가던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살기 위해서라면 잡은 손을 놓고 상대를 비난해야 한다는 듯이 서로를 향해 강도 높은 목소리를 내놓았다.

코인 그라운드는 정책을 바꿀 생각이 없다며 코인 발행에 박차를 가했다.

일정을 공시했고 이미 사전에 100억 달러의 자금을 유치했다며 믿지 못할 소식을 시장에 내놓았다.

굽히지 않는 코인 그라운드의 모습에 코인 시장은 힘을 잃어버렸다.

14,000달러 선도 힘없이 무너뜨리고 12,000달러 선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이제 코인의 상승세를 기대하기보다 그만 떨어지기를 바라야 하는 상황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코인 시장이 죽어 나가는 상황에서 코인 그라운드라도 살아났냐고 한다면 그것도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수수료로 먹고사는 코인 그라운드의 회사 특성상 가격이 내려가면 안 좋은 게 당연했기 때문이다.

거래대금이 떨어져 내리자 수수료도 함께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미친 영업이익률을 보여주는 코인 그라운드라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매출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수익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수익이 줄면 코인 그라운드의 목표주가는 자연스럽게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각 증권사는 코인 그라운드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하향했으며 고객들에게 건네는 리포트에 일제히 매도 사인을 넣어 발송했다.

코인 그라운드의 주가는 코인과 마찬가지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코인 그라운드의 가격이 급락하자 한진영이 자리한 사무실로 레이 젠슨과 바비 힉스가 모였다.

“한 회장.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바비 힉스는 한진영을 향해 사정하는 말투로 부탁했다.

“지금이라도 코인 그라운드의 지분을 세이지가 획득했다는…… 그런 발표라도 하면 안 됩니까?”

“저희는 코인 그라운드의 지분이 없는데 어떻게 획득했다고 이야기하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러니까 획득하고…… 그러고 이야기하면 되지 않습니까? 네? 한 회장.”

바비 힉스가 한진영을 향해 애원하는 모습을 보며 레이 젠슨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들도 방법이 없어서 한진영을 향해 찾아왔을 정도로 지금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