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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증권사 생활-458화 (458/650)

458화 방법이 없다면 만들기라도 해야 한다

레이 젠슨은 앉은 채 들어온 니시다 장관을 맞았다.

그런 레이 젠슨과 달리 바비 힉스는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니시다 장관 쪽으로 걸어가며 반갑게 인사했다.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습니까?”

조금은 비굴하게 느껴지는 모습의 바비 힉스를 향해 니시다 장관은 얼굴을 찌푸렸다.

그리고 가볍게 인사를 받은 후 앉아 있는 레이 젠슨과 바비 힉스를 번갈아 바라보고 말했다.

“오늘 두 분을 뵙자고 한 건 다름이 아닙니다. 두 분께 각각 지원한 자금 5,000억 엔의 상환을 요구하기 위해서입니다.”

“네?”

바비 힉스는 니시다의 말에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니시다 장관은 바비 힉스를 힐끗 돌아보고 레이 젠슨에게 말했다.

“젠슨 회장님께서는 제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시겠죠?”

“그럴 줄 알았어.”

레이 젠슨은 자리에서 일어나고는 무릎을 손으로 털었다.

“그 이야기 하려고 바쁜 사람 여기까지 부른 겁니까?”

“일본 정부에서는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난 것에 유감을 표하는 바입니다.”

“유감으로 끝날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바비 힉스는 격앙된 말투로 소리를 질렀다.

“이게 이렇게 끝낼 일입니까?”

호텔 방 안을 쩌렁쩌렁 울리는 바비 힉스의 목소리에 니시다 장관은 인상을 찌푸렸다.

“힉스 CIO께서는 그럼 다른 결말을 생각하고 계셨던 겁니까?”

“돈을 지원해준 지 얼마나 됐다고 그걸 벌써 회수하려 한다는 말입니까? 아직 일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말입니다.”

“조만간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의 관계자들이 만나 무역 제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로 되어 있습니다. 일은 이미 끝이 났습니다.”

니시다 장관의 말에 바비 힉스는 몸 안의 힘이 모두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조금 전 니시다 장관의 발언은 바비 힉스에게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일본 놈들과 사업을 할 때마다 느끼지만 언제나 결말이 좋지 않아. 개운한 맛이 없어.”

레이 젠슨은 니시다 장관을 바라보고 말했다.

“뭐 일본 정부의 결정을 반대할 생각은 없는데, 나도 힉스 이 친구와 생각이 같아요. 돈을 지원해준다고 한 지 이제 겨우 반년이 됐고, 실제로 돈이 입금되어 집행된 지 몇 달 되지도 않았는데 자금을 회수한다니요? 이건 도의적으로 맞는 이야기가 아니지 않습니까?”

“어쩔 수 없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원금을 보존해야 하니까요. 이건 모두 일본 국민들의 피와 같은 세금이니까요.”

“하하하.”

레이 젠슨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얼굴로 니시다를 바라봤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하얗게 질린 얼굴을 하는 바비 힉스에게 말했다.

“꼼짝없이 우리가 당한 것 같아. 그러게, 내가 뭐랬나? 투자금 상환 시점을 계약서에 명시하자고 하지 않았나?”

“저는 믿었습니다. 이번 일이 성공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일본 정부가 판을 깔았고 일본 정부가 돈을 대줬으니…… 그리고 상환 시점을 적으면 투자금이 작아질 거라고 이야기해서…….”

“믿을 걸 믿어야지. 쯧쯧.”

레이 젠슨은 고개를 저었다.

“Japs 놈들을 믿느니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가 무덤에서 깨어났다는 것을 믿는 게 낫지.”

레이 젠슨은 코웃음을 치고 니시다 장관에게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뭐가 됐건 우리는 실수를 했고, 실수에 대한 책임을 지기는 해야겠지요. 좋습니다. 언제까지 반환하면 됩니까?”

“죄송합니다. 저희로서도 어쩔 수가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이제와서 미안하다고 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상환 날짜나 알려주시오. 거기에 맞춰 돈을 돌려드릴 테니 말이오.”

레이 젠슨의 날 선 말투에 니시다는 미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이야기했다.

“저희가 드릴 수 있는 기한은 두 달입니다.”

“두 달이요?”

바비 힉스가 깜짝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니시다 장관은 바비 힉스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레이 젠슨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였다.

“이해해주십시오. 저희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두 달이라니 이게 무슨 말씀입니까? 저희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바비 힉스가 펄쩍 뛰며 니시다 장관의 말에 반발했다.

그러나 여전히 니시다 장관은 바비 힉스를 바라보지 않았다.

니시다 장관은 이 자리에 오직 레이 젠슨 밖에 없다는 듯이 레이 젠슨만 바라봤다.

레이 젠슨 회장은 바비 힉스를 돌아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자네도 이제 그만하게.”

“그만한다고 될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이건 상도덕에 맞지 않습니다.”

“우리가 한 일은 상도덕에 맞고?”

레이 젠슨의 호통에 바비 힉스는 말문을 닫았다.

그가 말한 상도덕에 맞지 않다는 뜻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바비 힉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레이 젠슨은 바비 힉스가 입을 닫은 것을 확인한 후 니시다 장관을 바라보고 말했다.

“좋습니다. 두 달. 브릿지랜드는 기한을 넘기지 않겠습니다.”

“저희도 브릿지랜드가 약속을 지킬 거라는 것을 믿습니다. 다만…….”

말끝을 흐린 니시다 장관은 천천히 바비 힉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희가 걱정하는 것은 홀리스 인베스트먼트입니다.”

니시다 장관이 겨우 자기에게 시선을 돌린 것을 확인한 바비 힉스는 닫았던 말문을 열었다.

“브릿지랜드는 어떨지 몰라도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두 달이라니요? 이건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왜 한국을 공격했는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장관은 알지 않습니까? 일본에서 뭐라고 했습니까? 믿을 수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제와서 손해를 보기 싫으니 돈을 물어내라니요? 우리는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못 갚습니다.”

바비 힉스는 니시다 장관의 대답도 듣지 않고 말을 쏟아낸 뒤 양손을 펼쳐 할 수 없다는 뜻을 전했다.

니시다 장관은 그런 바비 힉스를 향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할 수 없어도 해야 합니다. 만약 돈을 갚지 않는다면 일본에 들어와 있는 홀리스 인베스트먼트의 자금을 동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동결이라니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저희가 드린 기한은 두 달입니다. 두 달 내에 5,000억 엔을 갚지 않으면 일본 내에 들어와 있는 자금을 동결하여 청산절차에 들어갈 겁니다. 그리고 갚아야 할 돈을 제외한 자금을 내어드릴 수밖에 없음을 알아주십시오.”

“그걸 청산하면 우리는 망합니다.”

“그건 저희와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이…….”

바비 힉스는 니시다 장관을 향해 덤벼들 것처럼 몸을 기울였다.

그러자 니시다 장관과 함께 들어온 보좌진들이 니시다 장관과 바비 힉스 사이를 막아섰다.

가만히 이 광경을 지켜보던 레이 젠슨이 함께 온 비서에게 문을 가리켰다.

레이 젠슨의 비서의 비서가 문 앞으로 걸어가 문을 열자 레이 젠슨이 문을 가리키고 니시다 장관에게 말했다.

“일본 측의 생각을 알았으니 이제 그만 가주십시오.”

일본의 초대에 의해 방문한 레이 젠슨이었지만 지금만큼은 방의 주인처럼 행세했다.

니시다 장관은 레이 젠슨의 말에 살짝 기분 좋지 않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표정을 지우고 고개를 끄덕였다.

“제 말의 뜻을 이해하셨다고 생각하고 그럼 저는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또 볼 날은 올 것 같지 않군요.”

레이 젠슨이 노골적인 말을 던졌지만 니시다 장관은 레이 젠슨의 말에 인사로 답한 후 몸을 돌려 방을 나갔다.

바비 힉스는 떠나는 니시다 장관을 향해 손을 내보이고는 레이 젠슨을 바라봤다.

“저대로 가게 놔두실 생각이십니까?”

“아니면? 다른 방도가 있나?”

“방도가 없다고 해도…… 저렇게 막무가내로 돈을 내놓으라고 하는 걸 그냥 두고 보실 생각이십니까?”

“허허.”

레이 젠슨이 비어있는 소파로 다시 돌아가 앉았다.

그리고 비서를 향해 손짓하자 비서가 품에서 담배 케이스에서 담배를 꺼내 레이 젠슨에게 건넸다.

레이 젠슨은 담배를 입에 문 채로 불을 붙인 뒤 길게 담배 연기를 들이마셨다.

“후우~”

담배 연기가 길게 방안을 자욱이 메워 코끝이 매워질 때쯤 레이 젠슨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 잘못이야.”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우리 잘못이라니요?”

“Japs 놈들을 너무 믿은 게 첫 번째 잘못, 무조건 돈을 벌 수 있을 거로 확신한 게 두 번째 잘못 그리고 계약서를 허술하게 작성한 게 마지막 잘못.”

레이 젠슨은 담배 연기를 바비 힉스 쪽으로 내뿜으며 말했다.

“자네도 분명 동의하지 않았나? 상환 날짜를 명시하지 않는 조건 말일세.”

“그건…….”

바비 힉스가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다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변명했다.

“그렇게 한다면 돈을 더 지원해주겠다고 하니 그런 거 아닙니까?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당연히 그런 터무니없는 조건에 사인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래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당연히 사인하지 않았을 일이지. 하지만 결국 이렇게 되지 않았나?”

레이 젠슨은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양손을 펼쳐 비서가 옷을 가다듬을 수 있도록 해줬다.

레이 젠슨은 비서가 옷을 가다듬는 것을 내려다본 후 바비 힉스에게 말했다.

“싸운다고 이길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저들이 계약서를 내민다면 우리는 이길 수가 없어.”

“하지만…….”

“하지만이고 뭐고 간에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우리는 이 바닥에서 살아남을 수 없어.”

“돈을 갚아도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바비 힉스는 발로 바닥을 굴렀다.

“지금 손실만으로도 회사가 공중분해 되기 일보 직전입니다. 그런데 일본 놈들의 돈까지 갚게 된다면 파산은 확정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할 수 없습니다.”

“방법을 찾아야지 그렇게 무턱대고 할 수가 없다고 하면 되나?”

“방법이요? 방법이 어디 있습니까?”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해야지.”

바비 힉스는 얼토당토않은 레이 젠슨의 말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해야 한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세.”

“어디를 말씀입니까?”

“어디긴 어디야? 돈 찾으러 가야지.”

“돈이요? 돈이 어디 있다고…….”

멍한 얼굴로 가만히 서 있는 바비 힉스를 잠시 돌아본 레이 젠슨은 한심하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고 열린 문을 통해 방을 빠져나갔다.

바비 힉스는 잠시 멀어지는 레이 젠슨을 바라보다 급히 레이 젠슨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만…… 같이 가시죠.”

바비 힉스마저 방을 빠져나가자 방은 자욱한 담배 연기만이 남게 됐다.

***

일본이 한국 정부와 무역 제재에 관한 논의를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 정부가 오해하고 있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주장으로 한국이 아닌 자국의 기업들에 제재를 가하기 위해 펼친 정책이라는 설명하기 위해 만남의 자리를 가진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한국이 받았을 피해에 대해 사과하고 무역 제재를 풀겠다는 말을 전하겠다는 내용이 공식 채널을 통해 시장에 퍼졌다.

시장은 일본의 이런 행동을 변명으로 받아들였다.

이미 상황이 극도로 일본에 안 좋게 흘러가는 것에 일본이 부랴부랴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으로 봤다.

한국 정부도 시장의 예상과 마찬가지로 생각했다.

만나기는 할 테지만 그냥 묵과할 수 없는 사항으로 철저하게 일본의 잘못을 따지겠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태도였다.

더는 일본 제품에 종속되는 것이 없기에 한국 정부는 당당한 모습으로 일본과 마주 앉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일본의 항복선언과 마찬가지의 모습에 시장은 일제히 환호를 보였다.

1,900을 넘겼던 지수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2,000 돌파를 향해 달려 나갔고, 특히 반도체 관련주 그중에서도 하이식스는 6만 원까지 단번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저점 대비 약 70%가 넘는 상승으로 하이식스의 상승은 코스피 여러 종목 중 단연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여주었다.

이런 상승의 바탕에는 실적이 자리하고 있었다.

2분기 실적 발표가 나온 시점에 3분기 예상 실적에서 큰 폭의 상승을 예고했던 것이었다.

시장은 반도체의 슈퍼사이클 돌입을 예상했고 하이식스의 폭발적인 상승을 기대하기 시작했다.

실적이 바탕이 된 상승은 쉽사리 꺾이지 않는다는 말이 시장에 있듯이 하이식스의 주가 상승은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탄탄히 자리를 지키며 오르는 것이 실적을 바탕으로 주가가 레벨업을 도모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이식스를 필두로 한 반도체 관련주들과 지난 무역 제재로 빠졌던 주식들이 본래의 자리를 찾아가며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기쁨을 나눴다.

세이지증권이 방송에 나와 노골적으로 매수를 이야기하며 손해를 본 사람들에게는 견딜 수 있는 희망과 여유자금을 든 채 시장 진입을 노리던 사람들에게는 매수 타이밍을 알려줬기 때문이다.

세이지증권은 기존 기관투자자들과 달리 개인투자자들을 동업자로 생각하고 갈피를 잡기 어려운 시장이라는 바다에서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하는 존재로 여겨졌다.

또한 나라가 어려움에 빠졌을 때 헤쳐나갈 길을 만들어 줬으며, 사람들의 손가락질에도 꿋꿋이 확신에 따라 움직이는 뚝심까지 보여주어 사람들의 마음속에 시장의 선지자로 깊이 각인됐다.

세이지증권은 증권사 이상의 가치로 성장했다.

조지훈은 한진영을 따라 회사 안을 돌아보며 보고를 이어갔다.

“방송사와 신문에서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다 최 상무님에게 넘겨.”

조지훈은 들고 있던 태블릿에서 슬며시 고개를 들어 한진영을 바라보고 말했다.

“대통령실에서도 방송 한두 개는 나가줬으면 한다는 말을 전해왔습니다. 정책홍보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고요.”

조지훈의 말에 한진영은 입꼬리를 실룩거렸다.

“언제부터 대통령실 말을 잘 들었다고 그래? 놔둬. 대통령 정책홍보에 얼굴 팔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

“사장님. 그래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어서요.”

“무슨 도움?”

“앞으로 우리가 진행하는 사업 등에 말입니다.”

“우리가 무슨 사업을 하는데?”

한진영이 기운찬 모습으로 일하는 직원들에서 조지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조지훈은 한진영의 시선에 조심스럽게 자기 생각을 이야기했다.

“앞으로 계획하신 사업들이 많지 않으십니까? 기업인수합병을 비롯하여 부동산 개발 사업 등에도 진출하실 생각이시고 하다못해 정부에서 시행하는 대규모 토목사업에도 투자자로 참여하실 계획을 하고 있으시니까요. 그렇다면 정부와 친하게 지내는 편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서 드리는 말입니다.”

차분히 자기 생각을 이야기한 조지훈을 향해 한진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조 실장 말대로 앞으로 국내에서 일하려면 지금 정부와 친해질 필요는 있지. 그렇게 되면 5년은 편하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테니까.”

한진영이 자기 말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자 조지훈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맞습니다. 지난 정부와 달리 중간에 부러질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요. 그리고 이번 일로 인해 정부에서도 호의적이니 해볼 만한 일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떻게 생각하고 말고 할 게 있나? 조금 전에 이야기한 대로 국내에서 일하려고 한다면 정부와 친해질 필요가 있어. 하지만…….”

조지훈은 한진영이 ‘하지만’이라는 단어를 꺼내자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논리적으로 따지면 자기 말이 맞지만 아무래도 한진영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조지훈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한진영이 다음 말을 통해 알렸다.

“하지만 난 국내 사업에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거야.”

“국내 사업에 크게 신경 쓰지 않으시다면 어디에…….”

“어디긴 어디야? 내가 어디 있다 왔어? 일본 놈들 때문에 일을 제대로 처리 하지도 못하고 왔으니 다시 돌아가서 할 일을 마저 해야지. 거기 우리가 남겨놓고 온 조 실장 자식들도 있잖아.”

“아!”

조지훈은 가슴에 손을 대고 그제야 뉴욕에 두고 온 비서실 직원들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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