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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증권사 생활-426화 (425/650)

426화 최대한 빨리 만나 대책을 세우자

한진영이 집에 돌아오자 가장 먼저 반긴 것은 역시나 아래층에 살고 있는 이성우 부부였다.

그들은 한진영이 집에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아래층에서 바람처럼 한진영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이야~ 이게 누구야. 정말 오랜만이다. 잘 살아 있었냐?”

이성우가 반갑다는 얼굴로 한진영을 부둥켜안자 한진영이 이성우를 슬쩍 밀어냈다.

“우리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뭘 몇 년 만에 본 사람처럼 왜 그래?”

“진영 씨. 놔두세요. 저 사람 진영 씨 없다고 아주 심심해 어쩔 줄 몰라 했으니까요.”

문서영이 아이를 안은 채 이성우를 바라보고 혀를 찼다.

“그렇게 진영 씨, 진영 씨 노래를 부르더니 드디어 당신의 반쪽 왔네요. 잘해보세요.”

문서영이 삐친 듯한 모습을 보이자 한진영이 웃으며 조지훈을 향해 손짓했다.

조지훈은 한진영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바로 눈치채고 가방에서 자그마한 보석상자를 꺼냈다.

한진영은 조지훈에게 보석상자를 받아 든 뒤 아이를 향해 보석상자를 내밀며 웃었다.

“이건 삼촌이 주는 선물이에요. 백일 때도 와보지도 못하고 생일 때도 찾지 못해 미안해서 그러는 거니 용서해주세요.”

문서영은 아이에게 보석상자를 건네는 한진영의 모습에 화들짝 놀랐다.

“아니 애한테 뭘 주세요? 됐어요.”

“이건 제가 우리 서율이에게 주는 선물이에요. 보세요. 좋아하네요.”

이성우와 문서영의 딸인 이서율은 문서영의 품에서 한진영이 건넨 보석함을 받아 들고 즐거워했다.

보석함을 어떻게 여는지도 모르는 아이는 보석함의 겉면이 마음에 들었던지 왼손과 오른손으로 쓰다듬으며 깔깔거렸다.

문서영은 좋아하는 이서율의 손을 덮어 보석함을 열었다.

이서율은 자기가 열었다고 느끼는 것인지 더욱 좋아하며 안에 번쩍이는 것에 관심을 가졌다.

문서영은 이서율이 팔찌를 만지지 못하게 한 후 한진영을 향해 놀란 얼굴로 물었다.

“이게 뭐예요?”

한진영은 직접 팔찌를 들어 이서율의 팔에 걸어주며 대답했다.

“조금 전에 말씀드렸듯이 서율이 선물입니다.”

“이건 아이가 하기에는…….”

아이가 하기에 크지 않느냐고 말을 하려던 문서영은 팔찌를 세 번 돌리자 그럴듯하게 아이의 손목에 걸리는 것을 보고 말을 끝까지 하지 못했다.

한진영은 아이에게 너무 비싼 선물을 한 게 아니냐는 생각에 당황한 문서영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서율이 삼촌이 그 정도는 해야죠.”

“친 외삼촌도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는데…….”

문서영은 자기 오빠인 문동우는 백일이고 돌이고 모두 모른 척하고 넘겼던 것을 떠올리고 오히려 부끄러워했다.

한진영은 문서영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눈치채고 이성우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우리는 친형제보다 더 가까우니 괜찮습니다.”

한진영의 모습에 그제야 문서영은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고마워요. 서율이가 크면 꼭 진영 삼촌이 줬다고 이야기할 거예요.”

문서영은 팔찌가 나온 보석함을 한 손에 들고 다른 손에는 팔목에 걸린 팔찌가 신기한지 연신 만지작거리는 딸을 데리고 몸을 돌렸다.

“그럼 저는 선물까지 받았으니 이만 가볼게요.”

“여보. 벌써 가려고?”

이성우가 떠나려는 문서영을 잡으려 했다.

오랜만에 만난 한진영과 회포도 풀고 싶고 하고 싶은 말도 많았기 때문이다.

문서영은 이성우를 향해 턱짓했다.

“저는 갈 테니까 당신은 진영이 삼촌하고 조금 더 놀다 와요.”

“그래도 될까?”

“이렇게 좋은 선물까지 받았으니 제가 어쩌겠어요. 너무 늦게까지 놀지는 말아요. 비행기에서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시차 적응도 되지 않은 사람 잡고 귀찮게 하지 말고 일찍 들어와요.”

“그럴게. 걱정하지 마. 나도 오래 있을 생각은 안 했어. 그래. 서율이는 얼른 가야겠다. 서율이 잘 시간 다 됐잖아. 가서 서율이 재우고 당신도 좀 쉬어. 나는 여기서 아주 잠깐만 이야기하고 내려갈 테니까.”

이성우는 먼저 내려가겠다는 문서영을 직접 문밖에까지 안내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모습까지 지켜보고는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휴우~”

이성우는 땀을 닦고 거실로 걸어와 소파에 널브러지듯이 몸을 뉘었다.

“죽는 줄 알았네. 지훈아. 나 음료수 좀 하나 줘.”

이성우가 조지훈에게 음료수를 말하자 부탁받은 조지훈이나 집의 주인인 한진영 모두 제자리에 서서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이성우를 내려다봤다.

이성우는 따가운 두 쌍의 눈빛에 뉘었던 몸을 천천히 일으켜 세우고는 물었다.

“왜? 내가 일부러 지훈이 시켜 먹으려고 이야기한 거 아니야. 그냥 고단해서 좀 쉬고 싶어서 그래서 지훈이한테 가져다 달라고 부탁한 거야. 지시가 아니라 부탁.”

“너는 내가 지금 어디서 얼마나 있다가 온 줄 모르는 거냐?”

“어?”

“여기에 음료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

조지훈은 한진영의 말을 듣고 나서야 두 사람이 왜 어처구니없어한 것인지 깨달았다.

“아~ 맞다. 너희 집에 뭐 아무것도 없겠구나. 나는 집이 너무 깨끗해서 네가 어디 잠깐 나갔다 온 줄로만 알았다. 네가 1년 만에 집에 왔다고는 생각도 못 했어.”

“제가 잠시 나가서 마실 것 몇 가지 사서 올까요?”

“아니야. 됐어. 수돗물이나 따라서 가져다줘.”

“야야. 수돗물이라니? 됐다. 안 줘도 돼. 이따 내려가서 알아서 먹을 테니까 아무것도 주지 마.”

수돗물을 따라 가져다주려는 조지훈을 향해 이성우가 급히 손을 들어서 막았다.

한진영은 이성우를 향해 웃으며 곁으로 다가가 앉았다.

그리고 이성우의 어깨를 한번 두드리고 물었다.

“회장님께서는 요새 잘 지내시냐?”

“잘 지내시지. 그 양반 너 때문에 배불리 먹고 있다고 아주 즐거워하시더라. 너 만나면 좀 전해달래.”

“뭘?”

“소화되거든 밀어 넣으라고…… 소화가 되지도 않았는데 마구 밀어 넣어서 오히려 지금 소화하기 힘들 지경이라고 아주 죽는 소리하시더라.”

“회장님 요즘 즐거우시겠네.”

“즐겁지. 왜 안 즐겁겠어? 네 덕분에 그룹 매출이 3년 만에 2배가 늘었는데…… 덕분에 주가도 고공 상승 중이고 아주 살판나셨어.”

이성우는 이정훈 회장이 콧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떠올리고 몸서리를 쳤다.

한진영은 이성우가 질색하는 모습을 보고 생각보다 더 이정훈 회장이 즐거운 상태인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잘됐네. 마침 좀 꺼리는 이야기를 해야 했는데 기분이 좋으시다니 잘 됐어.”

“꺼리는 이야기라니? 무슨 꺼리는 이야기?”

“그건 그때 같이 들으면 되고…… 회장님에게 내가 좀 뵈었으면 한다는 이야기 좀 전해줘.”

“그거야 내가 전해줄 것 없이 네가 직접 아버지 사무실에 가면 되잖아. 왜 나한테 전해달라고 하는 거야?”

이성우가 뭐 하러 자기가 이야기를 전하냐는 얼굴로 한진영을 향해 물었다.

굳이 그런 귀찮은 방법을 건너뛰고 직접 찾아가도 될 정도로 한진영은 기풍이 반기는 손님이었다.

지금 상태라면 이정훈 회장이 이성우를 버리고 한진영을 아들로 두겠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걸 한진영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자기에게 대신 전해달라고 하는 것이 이상하게만 느껴진 이성우는 고개를 갸웃하며 한진영을 바라봤다.

한진영의 부탁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 분명했고, 이성우는 그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이상하다는 표정의 이성우를 향해 이야기했다.

“기풍 회장님만 보는 거라면 그렇겠지.”

“그럼? 다른 사람도 본다는 이야기야?”

“맞아.”

“다른 사람 누구?”

“이차전지 연합이라고 부르는 LZ 회장님하고 대한정유 회장님. 그리고 너를 비롯한 차기 급들까지 모두 만났으면 해.”

“각 그룹 회장님들에 나 같은 차기 그룹들까지 다 모아서 만나겠다고?”

“그래. 모아서 한 번에 다 만나고 싶어. 그러기에는 내가 소집하는 것보다 회장님이 소집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부탁한 거야.”

한진영은 놀라서 누워있던 몸을 일으킨 이성우를 향해 계속 이야기했다.

“외부에 연락하면 안 되고 조용히 만나고 싶어. 어때? 할 수 있겠어?”

“내가 하는 건 아니라서 할 수 있다고 대답하지는 못하지만…… 언제 보고 싶은데? 우선 언제 볼 건지부터 알아야 이야기를 해보든지 하지.”

“최대한 빨리.”

“최대한 빨리?”

이성우는 이제 피곤은 더는 문제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최대한 빨리라는 말을 듣는 순간 한진영이 테라 연합의 그룹 회장들을 모으는 것이 심상치가 않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눈을 끔벅거리며 복잡한 머리를 정리하는 이성우를 향해 말했다.

“최대한 빨리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야 대책을 세울 수 있어.”

“대책? 대책까지 세워야 하는 일이야?”

“그래.”

한진영 짧게 대답하고 이성우를 바라봤다.

이성우는 오랫동안 한진영과 알고 지내며 한진영의 표정만 봐도 대충 한진영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한진영의 표정은 이번 일은 절대 작지 않은 일이라는 말과 함께 빨리 움직이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이성우는 몸을 점차 소파에서 일으켜 세웠다.

***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사장을 세이지증권의 직원들은 열렬한 환호로 반갑게 맞았다.

“사장님. 보고 싶었습니다.”

각 본부의 본부장부터 시작해서 팀장들 그리고 함께 세이지증권을 일으켜 세운 사람들은 눈까지 붉히며 돌아온 한진영을 반가워했다.

그들은 오너가 돌아옴으로써 지난 시절 찬란한 창공을 날아다녔던 경험을 다시 하고 싶어 했다.

그리고 이번의 경험은 분명 더 넓은 곳이 될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이제 코스피는 그들에게 작은 시장과 같았기 때문이다.

이제 막 회사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직원과 합류한 옛 경기증권의 직원들도 한진영의 등장에 가슴이 뜨거워지기는 마찬가지였다.

세이지증권의 상징적인 존재가 없었음에도 폭발적인 성적을 올리던 것을 직접 봐왔던 그들이었다.

그런데 전설과 같은 한진영까지 더한다면 상상하기도 어려운 성적을 직접 두 눈으로 볼 수도 있다는 기대가 들었다.

직원들은 한진영까지 가세한 세이지증권의 미래에 큰 기대를 걸었다.

한진영은 세이지증권의 모든 직원을 옛 경기증권의 본사이자 지금은 세이지증권의 본사로 사용하는 건물 지하에 자리한 대강당에 모았다.

그리고 뉴욕에 다녀온 이야기를 직원들에게 이야기했다.

“테라의 유상증자 건은 모든 직원이 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세한 진행 상황과 어떤 이유로 유상증자를 진행했는지 그리고 이것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에 관해 궁금하신 분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걸 지금 이 자리에서 모두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한진영은 직원들 앞에서 뉴욕에서 이루었던 성과를 이야기하기 위해 직원들을 모은 것이었다.

이런 류의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고 하여 직원들이 불만을 내보일 이유는 없었다.

일개 직원 입장에서 사내 정보망을 통해 공지된 이야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진영은 달랐다.

직원 앞에서 브리핑을 직접 사장이 함으로써 회사 미래를 함께 공유하려 했다.

이런 모습은 직원들에게 신뢰를 안겨줬다.

단순히 뉴욕에서 세이지증권의 사장이 회삿돈을 써가며 놀다 온 것이 아니라는 것만 알려줘도 믿음이 생길만한 일이었다.

그런데 놀다 온 것이 아니라는 것에 더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서 왔다는 사실에 직원들의 가슴이 끓어오른 것이었다.

직원들은 한진영의 말에 의욕이 불타올랐다.

“블랙문과 미국 진출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마쳤고 미국 진출 시에 도움을 주기로 협의를 마친 상태입니다. 그리고 약속의 대가로 테라의 유상증자 참여에 제가 동의 한 것이 이번 유상증자 건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입니다.”

직원들은 블랙문이라는 이름에 눈이 불타올랐다.

그리고 다음 말에 금방이라도 소리를 지를 것 같은 모습을 보였다.

바로 한진영이 미국 진출에 브릿지랜드 어소시에이츠와 홀리스 인베스트먼트의 참여를 약속받았으며, 브릿지랜드와 홀리스에서 각각 1억 달러의 투자와 함께 고객을 공유할 것을 약속했다는 이야기를 직원 앞에서 발표한 것이었다.

블랙문과 브릿지랜드 그리고 홀리스를 모르는 증권사 직원은 없었다.

모두 세계 최고의 회사들로 그곳에서 일하거나 아니면 함께 일하기를 바랄만한 존재들이었다.

그렇게 모두가 선망하는 세 곳 중 하나가 아닌 세 곳 모두와 협약했다는 것에 세이지증권의 직원들은 환호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대한민국 시장에서 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엄청난 일을 이룬 것에 다들 꿈이 아닌지 얼굴을 꼬집을 지경이었다.

한진영은 뜨거운 열기가 대강당을 가득 채우고도 남아 건물 전체에까지 뿜어져 올라가는 것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시작입니다. 우리는 세계로 뻗어가 언젠가는 미국 뉴욕거래소에 상장하는 한국 최초의 증권사가 될 겁니다. 제가 그렇게 만들 것이고 여러분과 함께 그 기쁨을 함께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여러분께 큰 행복을 안겨드릴 것을 약속합니다.”

한진영의 말에 직원들의 얼굴 가득 홍조가 자리 잡았다.

한진영이 말한 행복이라는 것이 바로 돈을 말한다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자신 있게 한진영이 말하는 수준이라면 지금까지와는 수준이 다른 금액을 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인센티브로 웬만한 직장인의 연봉을 받아 가는 그들에게 인생이 바뀔만한 금액을 안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기대에 찬 모습을 보였다.

한진영은 직원들에게 이렇게 밝은 미래를 앞두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국내 상황을 먼저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게 이곳에 돌아온 이유라는 것을 밝히는 것으로 직원들 앞에서의 브리핑을 마쳤다.

“사장님.”

직원들에게 브리핑을 마치고 자리에서 내려온 한진영을 향해 조지훈이 살며시 다가왔다.

한진영은 열렬한 박수를 보내는 직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가까이 다가온 조지훈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조지훈은 한진영의 귀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사장님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오늘 저녁에 모이기로 했다고 합니다.”

“나 신경 쓰지 말고 최대한 빨리 시간을 잡으라고 했더니 바로 잡았네.”

한진영은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고 전해. 그리고 자리 잡은 뒤 알려주면 거기로 넘어가겠다고 전하고 약속 장소 잘 받아놔.”

“네. 알겠습니다.”

조지훈이 한진영의 지시를 받고 슬며시 뒤로 한 걸음 물러나자 한진영이 혼잣말을 내뱉었다.

“이런 일일수록 빨리 준비하는 편이 좋지. 잘됐어.”

미국에서 돌아온 지 사흘밖에 되지 않아 아직 시차 적응도 다 마치지 못한 한진영이었지만 빠르게 이차전지 연합의 회장들과 자리를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감을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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