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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증권사 생활-226화 (226/650)

226화 추측이 논리를 갖추었다

한진영을 비롯한 세이지 자산운용의 사람들이 열심히 유가에 관한 자료를 모으는 사이에도 유가는 계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배럴당 100달러 부근에서 눈치를 살피던 유가는 어느새 100달러 부근의 저항을 다 뚫어내고 110달러대까지 오르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제 유가는 전 고점에 해당한 140달러 후반대까지 열려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서브프라임 이전 한번 시도했던 150달러 도전도 어쩌면 이번에는 가능할지 모른다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그만큼 시장은 호의적이었으며 유가의 상승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로 흘러가는 중이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와 다르게 세이지 자산운용의 회의실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한진영은 앞에 보이는 자료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셰일오일의 생산원가가 배럴당 40달러라는 이야기인가요?”

“네. 하지만 이게 손익분기점은 아닙니다.”

“손익분기점은 아니다? 그렇다면 뭐가 또 있다는 이야기입니까?”

“네. 순수하게 뽑아내는 데 들어가는 돈만 40달러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시추 전에 유정을 찾는 것과 금융 비용 그리고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사업 비용 등이 더해지지 않은 가격입니다.”

한진영은 김준하의 보고에 웃고 말았다.

“비싸게 보이지 않기 위해 애썼군요.”

“아무래도 생산비용이 비싸다는 것이 알려지면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어려워져서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손익분기점은 어디입니까?”

한진영의 말에 김준하가 그래프의 오른쪽 축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현재 업계에서는 70달러 선이 아닐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보수적인 예측입니까?”

“최하 70달러. 이게 정유업계의 예측이었습니다.”

김준하의 말에 한진영이 알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니까 유가가 70달러 아래에 들어간다면 셰일오일을 뽑아내면 뽑아내는 대로 적자를 본다는 것이겠군요.”

“맞습니다.”

김준하는 한진영의 알겠다는 표정에 셰일오일에 가있던 시선을 기존 유가 쪽으로 옮겼다.

그리고 셰일오일 그래프 한참 밑에 있는 기존 유가 그래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에 비해 산유국들의 손익분기점은 셰일오일에 비해 한참 아래에 위치해 있습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에는 10달러 부근에 손익분기점이 위치해 있다는 것이 업계 많은 관계자의 예상입니다.”

김준하는 말을 마치고 살짝 한진영의 눈치를 살폈다.

놀랄만한 이야기에 한진영의 표정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한진영은 그저 웃고만 있을 뿐, 표정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익히 알고 있던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가 않았다.

“10달러요?”

홍대민은 놀란 얼굴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

“정말 10달러가 맞습니까? 아니 그럼 도대체 얼마를 남겨 먹는다는 말입니까?”

“그게…….”

홍대민의 놀란 말에 잠시 김준하가 버벅이자 한진영이 김준하를 대신해서 대답했다.

“단순하게 생산단가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중동은 석유를 팔아 국가재정을 메우는 구조기 때문에 국가재정까지 고려한다면 100달러가 넘어야 실제로 나라가 굴러간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홍대민은 김준하를 대신하여 대답한 한진영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럼…….”

“미국 셰일오일의 손익분기점이 비록 70달러에 형성되어 있지만, 미국은 기업과 나라가 분리되어 있으니 70달러 아래에 유가가 위치하여 기업이 도산해도 정부에는 타격이 없습니다. 하지만 중동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유가가 하락하면 정부가 타격을 받게 되는 겁니다.”

김준하는 한진영을 놀란 얼굴로 바라봤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한진영은 놀란 표정의 김준하를 바라보고 웃었다.

“그게 그렇게 놀랄만한 일입니까?”

“네. 놀랄만한 일입니다. 보통은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정부의 예산까지 고려하여 계산하는 것은…… 저도 박 팀장님이 긁어온 자료를 토대로 겨우 유추한 겁니다. 그런데 대표님께서는…… 미리 알고 계셨습니까?”

“네. 알고 있었습니다.”

한진영은 웃으며 대답했다.

2번의 유가 폭락사태로 인해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사실을 당사자인 중동국가들도 크게 생각하지 않을만한 시점이었다.

단순히 셰일오일의 손익분기점은 70달러에 위치해 있고, 자기들은 10달러에 위치해 있다는 것만을 신경 쓴 채 헤게모니 싸움을 감히 미국에 걸려고 하는 것이 지금 중동의 현실이었다.

한진영은 이런 터무니없는 중동국가들의 선택을 경험을 통해 미리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를 당사자들도 잘 모르고 있을 겁니다. 아니. 어쩌면 알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를 죽이기 위해서라면 내가 상처 입는 것쯤은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요.”

“그렇다면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헤게모니 싸움이 벌어질 가능성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한진영이 고개를 돌려 박도하 팀장을 향해 물었다.

박도하 팀장은 가지고 온 노트북의 화면을 잠시 바라본 채로 대답했다.

“가능성은 70% 정도로 보입니다.”

“70%. 흐음~”

한진영은 예상보다 낮은 숫자에 잠시 짧은 신음을 내뱉었다.

그러나 이어 나온 박도하의 말에 한진영의 신음은 웃음소리로 바뀌고 말았다.

“그런데 확률과 달리 조금 이상한 것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유가 하락을 용인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증거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유가 하락을 용인한다고요? 유가가 하락하면 피해를 입는다는 것을 뻔히 아는데도 불구하고요?”

홍대민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박도하에게 물었다.

박도하는 모니터를 바라보던 것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저도 이유는 잘 모릅니다. 저는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료를 수집하고 분류하여 가능성이 높은 쪽을 찾아내는 사람이죠.”

한진영은 박도하를 대신해서 대답했다.

그리고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이야기했다.

“미국 정부가 유가 하락을 눈감아 줄 거로 보이는 확률은 어떻습니까?”

“데이터를 취합하여 나온 값은…… 80%에 육박합니다.”

“그럼 두 가지 확률을 더한다면요?”

“95%입니다.”

“좋습니다.”

한진영은 만족스러운 답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추측이 논리를 갖추었군요.”

한진영은 뒤쪽에 앉아있는 비서인 조지훈에게 지시했다.

“팀장급들 이상 모두 회의실로 지금 당장 오라고 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조지훈은 한진영이 어떤 이유로 사람들을 모으는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알겠다는 대답 후 바로 나가 팀장급 이상의 직원들을 모두 회의실로 모이게 했다.

한진영은 회의실에 팀장들이 모두 모이자 김준하를 향해 다시 한번 브리핑을 하도록 지시했다.

어떤 이유로 회의실에 모이라고 했는지 알지 못했던 팀장들은 김준하와 박도하의 브리핑을 들으며 이곳에 온 이유를 알게 됐다.

그들은 이야기를 들으며 홍대민을 슬쩍 돌아봤다.

회사 내에서 리스크 관리에 가장 빡빡하게 구는 홍대민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95%의 확률은 그런 리스크를 가장 최우선으로 하는 홍대민의 입도 다물게 만들었다.

인간의 감정이 담겨있지 않은 컴퓨터의 분석이었기에 실제로 피부로 느끼는 확률보다 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브리핑을 다 들은 뒤 탁자를 양손으로 내리치고 말했다.

“유가의 하방 베팅에 들어갑니다. 베팅 금액은…… 우리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금 전부입니다.”

“전부요?”

홍대민은 깜짝 놀라 한진영을 향해 말했다.

하지만 놀란 것 다음에 어떤 액션도 취할 수가 없었다.

홍대민이 보기에도 지금 자리는 위험하지만 그만큼 확실해 보이기도 한 자리였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홍대민이 놀라기만 할 뿐 말리지 못하는 것을 확인하고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다.

“유가에 대한 하방 베팅을 시작할 겁니다. 원유선물 근월물과 차월물에 더해 차차월물까지 담을 수 있는 건 모두 담아 하방 쪽에 힘을 싣습니다. 파생팀은 스프레드를 신경 쓰지 말고 최대한 많은 물량을 담을 수 있도록 힘을 써 주시기 바랍니다.”

한진영은 파생팀에 이어 홍대민을 바라보고 지시했다.

“홍 팀장님.”

“네.”

“유가 하락 시에 수혜를 받는 종목들 위주로 구성해주세요. 예를 들면 항공주 같은 것들 말입니다.”

한진영의 말에 홍대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미리 선별하여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중이었습니다. 바로 매집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아닙니다. 바로는 아니고…….”

한진영은 화면에 떠 있는 유가차트를 바라보고 말했다.

“120달러 돌파를 시도하는 시점을 타겟 타이밍으로 잡도록 하지요.”

“120달러 돌파 시도요? 그렇게 되면 하방보다는 상방이 열리는 것 아닙니까? 전고점까지 열리는 자리처럼 보이는데요.”

“모두가 그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하방 베팅을 하기 좋은 자리입니다. 헤게모니 싸움을 걸기에 그 자리보다 더 좋은 자리가 없으니까요.”

한진영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기에 타겟 지점 또한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120달러 자리를 보고 고개를 갸웃할 뿐이었다.

홍대민은 우선 타겟 지점에 대한 것을 머리에서 지웠다.

리스크 관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홍대민의 입장에서 오히려 지금 자리에서 무턱대고 매수를 하는 것보다 확실하게 더 올라온 상태에서 하방을 바라보는 것이 더 나은 판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홍대민에게는 매집 자리보다 더 궁금한 것이 있었다.

“매집 지점을 120달러로 정한 것은 이해하겠습니다. 그럼 목표 지점은 어디까지 보도록 할까요? 70달러가 셰일오일의 손익분기점이라고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본다면 그보다 더 위인 80달러까지 보는 게 맞는 것 같은데 말입니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80달러라는 말에 놀라는 모습을 숨기지 못했다.

김준하와 박도하에게 충분히 설명을 들었지만 직접적으로 숫자로 이야기를 듣자 피부로 느껴지는 것이 달랐기 때문이다.

120달러에서 80달러까지 선물 포지션을 끌고 갈 수만 있다면 얻을 이득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러나 한진영은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80달러라니요. 조금 더 욕심내도 좋지 않겠습니까? 다른 것도 아니라 오일 시장을 놓고 헤게모니 싸움을 벌이는 건데 말입니다. 조금 더 쓰시지요.”

한진영의 말에 홍대민이 고개를 갸웃한 뒤에 다시 이야기했다.

“그럼 70달러까지 볼까요?”

“아니죠.”

이번에도 아쉽다는 듯한 한진영의 대답에 홍대민은 무언가를 떠올리고 알겠다는 듯이 말했다.

“아~ 떠올랐습니다. 60달러까지 보면 되겠군요. 70달러가 손익분기점이니 셰일오일 시장을 무너뜨리기 위한 자리로 60달러까지 가보자 이 생각이시죠?”

홍대민은 이번만큼은 맞췄다는 생각에 자신 있게 한진영에게 물었다.

그러나 한진영이 여전히 아쉽다는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홍대민은 60달러도 아니라는 한진영의 태도에 도저히 모르겠다는 얼굴로 한진영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어디까지 봐야 하는 건가요?”

“30달러. 그곳이 우리의 목표 지점입니다.”

“30달러요?”

홍대민은 자기가 잘못 들은 건지 확인하기 위해 자리에 있던 다른 팀장들을 둘러봤다.

그러나 자리에 있던 이들 모두 같은 표정을 짓는 것이 자기만 30달러라는 말을 들은 게 아닌 것처럼 보였다.

홍대민은 황당하다는 모습으로 한진영에게 말했다.

“대표님. 30달러라니요? 거기까지는…… 너무 멉니다.”

“그렇겠죠. 120달러에서 30달러까지 하락을 본다는 것은 미친 생각 같겠지요. 하지만 저는 30달러 자리까지 보입니다. 박 팀장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왜 갑자기 한진영이 박도하에게 의견을 묻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박도하는 비록 다른 IT 계열의 사람들보다 주식을 비롯하여 금융 관련 지식이 많을지 모르지만, 그가 이런 부류의 판단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네?”

박도하는 한진영의 질문에 잠시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진영은 그런 박도하를 향해 다시 물었다.

“30달러대까지 하락을 저는 보고 있는데 박 팀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 해서 물어봤습니다.”

“저는…….”

재차 박도하에게 물어보는 한진영의 모습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한진영과 박도하를 번갈아 바라봤다.

그리고 한진영이 박도하에게 목표 지점을 물어보는 이유를 알게 됐다.

한진영이 박도하에게 물은 것은 박도하의 개인 생각을 묻는 것이 아니었다.

박도하가 바라보고 있는 컴퓨터.

그 컴퓨터에 질문한 것이었고 어떤 대답이 나왔는지 박도하에게 컴퓨터를 대신하여 답을 하라는 뜻으로 물어보는 것이었다.

박도하는 한진영의 질문에 가만히 가지고 온 노트북의 화면을 바라본 채 한진영의 질문에 대답했다.

“제가 수집한 자료와 내용을 근거로 퀀트 프로그램상의 예측 모델을 돌려 산출한 결과…… 컴퓨터는 30달러 중반까지의 하락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박도하의 말에 모두 충격을 받고 말았다.

박도하는 그런 그들에게 또 하나 믿기 어려운 말을 하기 시작했다.

“30달러 중반까지 하락한다면 유가 하락을 주도했던 중동국가들이 견디지 못하고 감산을 할 거라고 컴퓨터가 예상하고 있습니다. 대표님의 지시를 따라 정보를 취합하여 숫자로 치환한 결과가 그렇습니다. 30달러대에서 OPEC의 감산 결정이…… 100%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박도하가 모니터에서 시선을 거두고 한진영을 바라봤다.

“120불대에서 헤게모니의 싸움이 벌어지고 30불대에서 산유국이 손을 들어 항복하는 것. 대표님께서 말씀하신 시나리오가 컴퓨터가 예측한 시나리오와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박도하의 눈에서는 감탄과 함께 감동마저 담겨있었다.

컴퓨터와 정확히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과 그게 한진영이라는 사실에 박도하는 벅찬 감정까지 느꼈다.

지금까지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한진영의 모습을 보아 자기가 만든 예측 모델 프로그램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박도하를 향해 환하게 웃어준 후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120달러에서 하방 구축. 이후 우리는 앞자리 3이 보일 때까지 끌고 갑니다. 그게 우리의 계획입니다. 이것에 맞춰 각 팀은 움직여 주십시오.”

한진영의 지시에 세이지 자산운용의 직원들은 더는 의문을 품지 않은 채 지시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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