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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자의 증권사 생활-197화 (197/650)

197화 곁에 있으면 돈을 많이 버니 무조건 함께한다

한진영은 슬슬 이정훈 회장의 시각도 바뀌었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전까지 이정훈에게 한진영은 반드시 잡고 있어야 하는 존재였다.

하지만 이제는 밖으로 내보냈을 때 더 도움이 될 존재로 볼 것이었다.

한진영이 지금까지 한 일도 바로 그런 것을 알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이정훈 회장의 시각이 바뀌었다면 이제는 기풍증권을 나올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

여기서 더 늦으면 앞으로 있을 이벤트에 대처하기에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한진영이었다.

여기서 더 늦으면 앞으로 있을 이벤트에 대처하기에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한진영이었다.

한진영은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새롭게 생긴 IB 본부를 맡아 달라는 이성우를 끌고 회의실로 향했다.

“왜? 마음이 바뀌었어? 그래 잘 생각했다. 네가 IB 본부를 맡아주기만 한다면…….”

“와서 앉아서 내 말부터 들어.”

“어? 그래. 알았어. 알았어. 네 이야기부터 들을게.”

이성우는 한진영이 마음을 바꿨다고 생각하여 웃으며 한진영의 곁에 앉았다.

그러나 한진영의 입에서 나온 다음 말에 이성우의 웃고 있던 얼굴이 굳어지고 말았다.

“나 이제 기풍증권을 나갈 생각이다.”

“어?”

이성우는 웃던 것을 멈추고 미간을 좁히며 한진영에게 다시 물었다.

“뭐라고? 뭘 한다고?”

“기풍증권 나가서 이제 내 회사를 차릴 생각이라고.”

“누가? 네가? 네가 기풍증권을 나간다고? 왜?”

자기가 잘못들은 게 아님을 깨달은 이성우는 앉아 있던 의자에서 팔짝 뛰어오르듯이 일어나 한진영을 향해 소리쳤다.

“네가 왜 나가? 어? 누가 마음에 안 들게 했어? 말만 해. 내가 이제 사장 아니냐? 사장이니까 누구든 내가 다 처리해줄 수 있어. 누구야? 장 본부장이 그러든? 아니면 김 본부장? 그것도 아니면…… 회장님?”

누구든지 다 처리해주겠다고 큰소리치던 이성우는 혹시 아버지인 이정훈 회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말을 할까 걱정하는 눈초리로 한진영에게 물었다.

한진영은 그런 이성우를 올려다보며 슬며시 웃었다.

“그분들은 다 나에게 잘해주니까 걱정하지 마.”

“그럼 누군데?”

“누구 때문이 아니야. 나가야 할 때가 돼서 나가는 거지.”

“너 설마…….”

이성우는 얼마 전부터 회사에 돌던 소문을 떠올렸다.

그리고 다급한 표정으로 다시 자리에 앉은 후 한진영의 손을 잡고 물었다.

“내가 얼마 전에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어. 네가 다른 곳의 투자를 받아 독립한다는 소리 말이야.”

“그래? 그런 소문이 돌았어?”

“너 정말이냐? 너한테 투자한다는 곳이 생겨서 독립하는 거야?”

제발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이 얼굴을 통해 그대로 드러난 이성우였다.

한진영은 이성우에게서 잡힌 손을 빼 어깨를 두드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걱정하지 마. 누가 나한테 투자한다고 해서 나가는 건 아니니까.”

“그럼? 왜 갑자기 나간다는 건데?”

이성우는 열심히 한진영의 등을 쫓아 시선을 돌리며 이야기했다.

“너 없으면 안 돼. 이제 막 뭘 좀 해보려고 했는데 네가 없으면 나 혼자 어떻게 하라고?”

“왜 혼자야? 주변에 좋은 사람 많으면서.”

“좋은 사람 누구?”

“아까 이야기한 대로 나를 괴롭혔을지도 모르는 본부장님들. 게다가 이제는 심복처럼 움직이는 최 본부장님도 있잖아.”

“야야. 그 사람들 다 합쳐봐야 너 반도 안 돼.”

이성우는 자기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애처로운 목소리로 한진영을 불렀다.

“네가 나 기풍철강 제일 꼭대기에 올려준다고 했잖아. 아니야?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나간다고 하면 나는 어떡해? 나 버리고 갈 거야?”

비 맞은 강아지처럼 애처로운 눈으로 이성우가 한진영을 올려다봤다.

이성우는 한진영이 마음이 약하다는 것을 알고 자기가 지을 수 있는 최대한의 불쌍한 표정을 지은 것이었다.

한진영은 이성우의 표정에 웃음을 참으며 이성우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머리 위에 손을 얹은 채 말했다.

“내가 너를 기풍철강의 여기. 머리에 앉히기 위해 나간다는 거야.”

“기풍철강의 머리에 앉히기 위해 나간다고?”

이성우는 뜻밖의 대답에 고개를 들어 한진영을 바라봤다.

한진영은 이성우의 시선을 받으며 앞으로 걸어갔다.

사실 이성우 때문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걸 이성우에게 굳이 알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좋은 분위기에서 많은 사람을 데리고 나가기 위해서는 이성우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래서 이성우에게 ‘너 때문이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래. 너를 바로 기풍철강의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 내가 나가려고 하는 거야.”

“왜? 왜 나가야 하는 건데?”

“여기 안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니까.”

“제한적이라고?”

여전히 모르겠다는 표정의 이성우는 회의실 주변을 걸어 다니는 한진영을 앉은 채로 바라볼 뿐이었다.

한진영은 심리적으로 자기와 이제 떨어질 때가 됐다는 뜻을 주기 위해 점점 더 이성우에게 멀어지며 말했다.

“그래. 내가 너한테서 이렇게 떨어져야 너를 제대로 도울 수 있어.”

한진영은 차분한 목소리로 이성우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내가 기풍증권에 소속되어 있으면 너를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주는 데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어. 쉬운 예로 기풍의 지분을 확보하여 너를 지지해주려고 해도 기풍증권에 소속되어 있는 이상 그런 일은 할 수가 없다는 거지.”

“지분 경쟁을 할 때 네가 외부에서 나를 지지해주겠다는 뜻이야?”

“그래. 역시 너도 주식시장에서 굴러먹어봐서 잘 알아듣는구나. 그래. 바로 그거야. 내가 밖에 나가야지만 지분 확보에 의미가 있다는 거야. 여기 기풍증권 안에서는 백날 해 봤자 소용이 없는 짓이라는 것 너도 잘 알지?”

한진영의 말에 조금 전까지 절대 안 된다고 이야기하던 이성우의 표정이 조금씩 바뀌었다.

한진영의 말대로 나중에 표 싸움과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는 한진영이 외부로 나가 지분을 확보한 뒤 이성우를 지원하는 편이 훨씬 나았다.

기풍증권 내에서는 지분 확보라는 것에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진영은 이성우가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설득하는 말을 계속 이었다.

“그뿐이 아니야. 내가 밖에 나간다면 다른 그룹이나 다른 투자자들의 지원도 끌어올 수가 있어. 그리고 그런 나의 행동을 네 동생이 견제할 방법도 없고…… 내가 기풍증권에 있다면 네 동생이 그런 나를 가만히 두고 볼까?”

“하긴. 그렇지. 네가 나간다면 너를 어찌할 방법이 없기는 해. 너는 타인이나 마찬가지니까.”

한진영은 벌써 마음이 많이 기울어진 이성우를 보고는 웃으며 다음 말을 건넸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나갈 때가 됐어. 벌써 네 동생이 손을 쓰기 시작했으니까.”

“내 동생이 벌써 손을 썼다고? 어떻게?”

“네가 들었다는 그 소문. 그게 어떻게 네 귀에 들어갔을까? 이상하지 않아?”

“그럼…….”

“너하고 내 사이를 이간질하기 위해 벌써 손을 쓰기 시작했다는 뜻이야. 그렇지 않다면 내가 그냥 나가는 것도 아니라 구체적으로 다른 곳의 투자를 받아 나간다는 소문이 돌 수가 없을 테니까.”

놀란 얼굴의 이성우였다.

한진영은 그런 이성우에게 다시 다가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크게 걱정할 필요 없어. 그만큼 네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뜻이니까 오히려 지금을 즐겨. 견제해야 할 정도로 네가 성장했다는 걸 네 동생이 증명해준 거니까.”

한진영은 잠시 말을 멈추고 이성우 앞에 다시 앉았다.

이제 이성우가 자기의 말을 얼추 알아들었다는 생각이 든 한진영이었다.

그리고 조금 전 이성우가 한진영의 손을 잡았던 것처럼 한진영이 이성우의 양손을 잡으며 말했다.

“내가 나가서 너를 지원할게. 내가 너를 꼭 기풍의 꼭대기에 앉혀줄 테니 날 믿어라.”

한진영의 말에 완전히 마음이 기운 이성우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한진영을 바라보고 물었다.

“혼자서 괜찮겠어?”

“아니. 혼자서는 힘들지.”

“그럼?”

이성우의 말에 한진영은 웃으며 대답했다.

“투자전략사업부와 함께 나갈 거야.”

“뭐?”

이성우는 한진영이 나간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보다 더 크게 놀란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

“안녕하세요?”

“어.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죠?”

투자전략사업부에 들어온 이성우는 조수아의 인사를 가볍게 받고 주변을 둘러봤다.

이제 막 장이 시작해서 그런 것인지 투자전략사업부는 한창 정신없이 돌아가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런 투자전략사업부보다 이성우가 더 정신이 없는 듯 보였다.

조수아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성우에게 대답했다.

“오랜만이긴요. 어제저녁에도…….”

“한 부문장은 어디 있나요?”

“지금 사무실에 계세요.”

“그래요? 그럼 다음에 또 봐요.”

“이따가 오후에 또 오실 거잖…….”

이성우는 조수아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몸을 돌려 한진영이 있다는 부문장실로 향했다.

조수아는 그런 이성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때 최석영이 조수아에게 다가와 함께 이성우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왜 저렇게 뻔질나게 여길 들락날락하는 거야? 모르는 사람이 보면 사장실이 여기 있는 줄 알겠어.”

“깜짝이야. 좀 인기척이라도 하고 오세요.”

조수아는 아무런 소리도 없이 찾아온 최석영을 향해 소리치고는 조금 전 최석영이 건넨 질문에 대해 대답했다.

“글쎄요. 며칠 전부터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부문장님을 찾아오시네요.”

“혹시 신설되는 IB 본부 때문에 그런가?”

“아! 맞아. 거기 본부장으로 우리 부문장님이 가신다는 소문이 있던데 정말이에요?”

“글쎄? 그런데 가만히 보면 갈만한 사람이 우리 부문장 말고 없기는 해. 거기다 지난번 건부터 시작해서 우리 부문장이 다 만든 거잖아. 자리에 앉을 사람으로는 한 부문장이 딱이지.”

최석영의 말에 조수아도 동의했다.

그러나 여전히 신경이 쓰이는 것이 있었다.

“그럼 우리는요? 우리 사업부는 어떻게 하고요?”

“그거야 뭐…… 몇 사람 차출해서 같이 넘어가는 정도가 되지 않을까?”

“정말요?”

조수아는 최석영의 말에 잠시 고민을 하더니 무언가 결심을 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최석영은 그런 조수아를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고는 물었다.

“뭐야? 뭔가 결심한 듯한 모습이네?”

“네. 결심했어요.”

“어떻게 할 생각인데? 따라가려고?”

“네. 따라가야죠.”

“오~ 그래도 생각보다 의리 있네. 한 부문장이 본사에 왔을 때 만난 파트너여서 그런가?”

“아니요.”

“아니라고? 그럼?”

조수아는 뭘 그렇게 당연한 걸 물어보냐는 표정으로 최석영을 향해 대답했다.

“부문장님 곁에 있으면 돈 많이 버니까요. 돈이 의리 아니겠어요? 최 과장님은 같이 안 가실 거예요?”

“어? 어. 나도 같이 가야지.”

“아마 여기 있는 사업부 직원들 모두 한 부문장님이 같이 넘어가자고 하면 다 넘어간다고 대답할 거예요. 연봉이 보너스로 느껴질 만큼 성과급이 두둑이 나오는데 누가 싫다고 하겠어요. 부문장님과 함께 다니는 게 제일 좋아요.”

“그럼…… 만약에…….”

최석영은 조수아와 대화를 하며 무언가를 떠올리고 조심스럽게 조수아에게 물었다.

“만약에 말인데.”

“말씀하세요.”

“함께 나가자고 하면?”

“함께 나간다고요? 어디를요?”

“그러니까 어…… 한 부문장이 새로운 회사를 차려서 나가자고 한다고 하면…… 뭐라고 대답할 생각이야?”

“그것도 두 번 생각할 것 없죠. 좋다고 할 거예요.”

“그래?”

최석영이 의외라는 듯이 조수아에게 묻자 조수아는 별걸 다 궁금해한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당연한 거 아니에요?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잖아요. 한 부문장님이랑 함께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요. 그게 기풍증권이 아니더라도 마찬가지예요. 다른 곳에 가더라도 돈을 벌 테니 걱정 없어요. 그냥 한 부문장님만 따르면 돼요.”

“여기가 아니라 나가는 건데? 성과급이 나올지 어떨지도 모른다고.”

“참 별걸 다 신경 쓰시네요.”

조수아는 최석영을 한심스럽게 쳐다봤다.

“한 부문장님이 나가서 회사를 차린다고 해봐요. 사람들이 가만히 있겠어요? 당장 저만 해도 시집갈 때 쓰려고 모아 놓은 적금하고 예금 다 깨서 들고 찾아갈 텐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겠어요?”

“그럴까?”

“당연하죠. 기풍증권에 소속되어 있을 때는 여러 가지 제약이 많았을 텐데, 나가서 차려봐요. 아무런 제약이 없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은 그런 상황이 위협되는 일이겠지만 우리 부문장님에게는 묶여 있는 족쇄가 풀리는 건데 얼마나 좋은 일이에요. 아마 모르긴 몰라도 부문장님을 아는 사람들은 집 팔고 땅 팔아서 한 부문장님에게 돈을 맡기려 할 거예요. 나가면 돈을 더 많이 버실 테니까요. 여기야 남 좋은 일 하는 거지만 나가면 버는 족족 다 자기 주머니에 들어오는 건데…… 당연히 나가면 돈을 더 잘 벌겠죠. 그리고 그렇게 되면 밑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떨어지는 돈이 더 많아질 테고요.”

조수아는 말을 하면 할수록 그런 상황이 눈에 그려지는 듯했다.

그리고 빨리 그런 날이 오기를 바란다는 눈으로 최석영을 바라보고 물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그런 걸 물어보세요? 이상하네.”

“뭐가 이상해?”

최석영이 조수아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리자 조수아가 그런 최석영의 눈을 끝까지 따라가 눈을 가늘게 뜨고 최석영을 바라봤다.

“갑자기 이런 걸 지금 왜 물어보시는 거예요?”

“아니. 그냥 물어볼 수도 있는 거지. 왜 그래?”

“지금 소문에 부문장님이 나간다는 말도 있던데 진짜예요?”

“나는 몰라.”

최석영이 다시 조수아의 시선을 피했을 때 그의 귀로 확신에 찬 조수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맞나 보네요. 잘됐어요.”

조수아의 목소리에 최석영이 당황해서 고개를 휙 하고 돌렸다.

“나 아무 말도 안 했어.”

“아~ 아무 말도 안 하신 거예요?”

“어?”

최석영은 조수아의 함정에 빠진 것을 깨닫고 급히 조수아의 팔을 잡았다.

“수아 씨. 아무한테도 이야기하면 안 돼.”

“알았어요. 아무한테도 이야기하지 않을게요. 대신에…….”

“대신에?”

“무조건 저는 같이 갈 거예요.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으니까요. 아셨죠?”

“어? 어. 알았어. 그건 걱정하지 마.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수아 씨와는 함께 가야 하지 않겠냐고 이야기할 테니까.”

최석영은 한진영이 사업부 전체를 들고 나가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을 굳이 조수아에게 알려줄 필요가 없기에 그저 이 정도 이야기만을 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하려 했다.

조수아는 몇 번의 다짐을 하고 아무에게도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최석영은 조수아가 자리에서 멀어지자 이성우가 들어간 부문장실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생각보다 사업부 직원들이 한진영을 따라 쉽게 기풍증권을 나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부문장실을 가만히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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